文學 60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7)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7) * 재혼 못한 죄 김삿갓은 주인 노파의 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물었다. "내가 아까 이 집에 들어오다 보니 책을 읽고 계시던데 책은 어떤 책이었소?" ​ "혼자 심심하던 차에 이런 책을 읽고 있었다우." 주인 노파는 그렇게 대답하며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책을 집어다 보인다. ​ 김삿갓은 그 책을 받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책은 여계(女誡)라는 책으로, 여자의 부덕婦德과 예의범절에 대해 소상히 적은 양가집 규수들이 읽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 "아니, 60이 다 된 할머니가 아직도 이런 책을 읽고 있단 말입니까?" "이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알고 계신 걸 보니 손님은 어지간히 유식한 분인가 보네요. ​ 나는 60이 다 되었지만 그래도 여자는 어디까지나 ..

文學 2024.02.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6) * 양협무일치兩頰無一齒 능식일선강能食一船薑 (두 볼에는 이가 하나도 없건만, 생강 한 배를 널름 삼켰구나.) "하하하,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더니 노형은 기생 외도로 신선놀음을 하셨구려." 김삿갓이 한바탕 웃고 있는데 주인 노파가 술을 들고 들어오며, "처음 만난 양반끼리 무슨 재미있는 일이 많아 그렇게도 웃고 계시우?" 하고 묻는다. ​ 김삿갓은 주인 노파를 옆에 주저앉히며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주모! 옹진서 왔다는 이 양반 말 좀 들어 보시오. ​이 양반은 어떤 기생한테 소금 한 배를 몽땅 털리고도 후회를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기생은 소금 한 배를 송두리째 삼켜 먹고도 "짜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더라니, 웃을밖에 없지 않소?" ​ 그러나..

文學 2024.02.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5) * 평양 기생의 숨은 마력 나룻배가 강을 건너 언덕에 이르렀다. 김삿갓은 언덕에 올라 앉아 저물어 가는 산과 강을 새삼스럽게 둘러보았다. ​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강과 산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 없이 바라보고 있던 김삿갓은 시장기가 나며 술 생각이 간절해 왔다. ​ (에라! 남들처럼 기생 외도는 못 하나마 술이나 한잔 마시자) 성안으로 들어가니,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번잡하게 오가고 있었다. ​ 구질구질한 뒷골목을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주천酒泉"이라는 간판을 내건 술집이 보였다. ​ (주천 ....? 이것은 이태백의 시에서 나온 말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술집 주인은 시에 능통한 사람인게로군..) ​ 김삿갓은 주저없이 술집에 들어가니, 주인은 남자가..

文學 2024.02.1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4) * 대동강과 양산도 대동강은 큰 강이다. 김삿갓은 넓은 강을 바라보며 뱃사공에게 물었다. "대동강에는 웬 강물이 이렇게나 많지요?" ​ 뱃사공은 넓은 강물을 둘러보며 대답한다. "대동강은 여러 개의 강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강을 이루고 있지요. ​ 개천价川에서 흘러내리는 순천강順川江과 양덕陽德,맹산孟山에서 흘러내리는 비류강沸流江과 ​ 강동江東,성천成川 등지에서 흘러내리는 서진강西津江 같은 세갈래의 물길이 함께 모여 대동강을 이루고 있으니, ​물이 풍부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름조차, 대동강大同江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 뱃사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한 곡조 뽑아 내는데, 김삿갓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유유자적한 뱃사공의 멋들어진 ..

文學 2024.02.1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3) *평양 기생 황해도 땅을 벗어난 김삿갓은 여러 날을 걸어 석양 무렵에 대동강 나루터에 도착하였다. ​ 김삿갓은 유유히 흘러내리는 강물을 보자 가슴이 설레와서 "여보시오. 이 강이 바로 대동강이지요?"하고 감격어린 목소리로 뱃사공에게 확인해 보았다. ​ 그러자 뱃사공은 흥청거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이 강은 선남선녀들에게는 사랑의 강이요, 이별의 강이요, 눈물의 대동강이라오." ​ 뱃사공으로부터 "눈물의 대동강"이란 말을 듣자 김삿갓은 다시 한번 도도히 흐르고 있는 대동강 물을 망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대동강 위에서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름모를 뱃사공의 입에서 조차 "눈물의 대동강"이라는 시와 노래 같은 말이 나왔을까?) ​ ..

文學 2024.02.1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2) *명당에 관한 이야기 (醉抱瘦妻明月中취포수처명월중 : 달밤에 취기가 오르면 파리한 마누라나 품어 주시오.) ​ "대지大地는 모든 생물에게 생명을 제공하는 "생기의 근원"이에요. 따라서 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운명은 땅이 공급해 주는 생기의 활력도에 따라 근본적 차이가 나는 것이라오. ​ 풍수風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풍수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라는 말을 두 글자로 줄인 말이라는 것을 아세요?" ​ 따라서 풍수라는 것은 숨겨진 바람(혈穴)을 찾고, 생명의 근원수水를 찾는 인간 본연의 생生을 향한 노력이라오." ​ 그러나 김삿갓은 임 처사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풍수학을 별로 대견하게 여기지 않았다. ​ 이유인즉슨, 풍수설이란 고대 원..

文學 2024.02.1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1) * 산속에서 만난 사내 , 임처사林處士 오열탄 계곡은 경사가 급해서 물발조차 거셋다.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쳐 산산 조각으로 흩어지며, 이것은 뽀얀 물안개로 변하여 눈 앞을 가릴 지경이었다. ​ 이런 물안개는 비가 오지 않는데도 오색 영롱한 무재개를 이따금씩 떠올려 보여주었다. ​ 물보라에 옷을 적시며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오솔길을 따라 계곡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니, 높다란 암벽에 커다란 글씨로 '문성대文星臺'라고 새겨진 글씨가 보였다. ​ "문성대 .... ? 옛날에 어떤 선비가 저 바위위에 올라앉아 글공부라도 했더란 말인가?" ​ 그렇게 생각하며 바위 위에 올라와 보니, 눈 아래 펼쳐진 경치가 천하일품이었다. ​ 주위에는 수목이 울창한데, 나무숲 너..

文學 2024.02.1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0) *인생자고 수무사人生自古誰無死 건곤불노 월장생乾坤不老月長生 희환산은 황해도와 평안도 사이에 걸쳐 있다. 김삿갓은 그 희환산 기슭에 있는 용천관龍泉館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주모에게 물었다. ​ "혹시 이 근방에 구경할 만한 명소가 없는가?" ​ "이곳 용천관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데 그러세요. 여기서 산속으로 5리쯤 들어가면 환희정歡喜亭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정자 아래에는 오열탄嗚咽灘이라는 유명한 여울이 있지요." ​ "오열탄...? 이상하구려, 이곳에 와보니 산의 이름이 희환산이요, 정자의 이름도 환희정이라 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오열탄이라니?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선남 선녀가 그 여울물 앞에서 이별을 나누며 흐느끼기라도 했던 모양이구려." ​ "손..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9) * 필봉의 흉계를 간파看破한 새벽의 탈출 "잠깐만 ...가기 전에 말 좀 물어 봅시다." 여정은 하룻밤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김삿갓의 어깨를 이불로 감싸 주면서 스스럼없이 말한다. ​ "고단하실 텐데 주무시지 않고 무슨 말을 물어 보시려고 그러세요?" 김삿갓은 여정이 과부가 되더라도,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 그러나 그녀가 무슨 까닭으로 알몸으로 이불 속으로 침입해 왔는지, 배후의 인물과 이유 만큼은 분명히 알고 싶었다. ​ "우리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지?" 말할 것도 없이 여정이 안심하고 입을 열게 하려는 김삿갓의 의도였다. ​ 아니나다를까, 여정은 자못 행복스런 웃음을 보이며 김삿갓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아까는 맘대로 찾..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8) * 오랫만의 운우지정雲雨之情 김삿갓이 필봉을 경계하며 지내던 어느날 밤 김삿갓이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는데 이불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로 "삿갓 선생님!" 하고 작은 소리로 김삿갓을 부르며 몸을 흔든다. ​ 김삿갓은 자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며, "누구요 ?" 하고 소리를 질렀다. ​ 그런데 , 이불 속의 여인은 놀라 일어나려는 김삿갓의 몸을 짓누르며 침착한 어조로, "삿갓 선생님 놀라지 마세요. 저예요." ​ "저가 누구요?" "필봉의 누이동생 여정이예요." ​ "엣? 여정 여사?" 김삿갓은 다시 한번 놀라며, "여사가 어떻게 여기에 와 있소?" ​자다가 놀라 잠을 깬 김삿갓의 손에 닿는 여인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였다. ​ ..

文學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