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60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7)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7) * 드디어 풀리는 方口月八三(상) "쌀을 외상으로 사거나 현금으로 사거나 수량은 똑같아야 하는데, 전명헌이네 가게에서 외상으로 사온 쌀은 이상하게도 한 말을 사와도 집에 가져와 보면 아홉 되밖에 되지 않는 거에요. 게다가 쌀값에 대해서는 호되게 비싼 이자까지 꼬박꼬박 받아 먹었단 말이에요. 죽은 사람에게 이런 말은 안됐지만,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온 사람이나 다름이 없었다구요." ​ 시골 사람들은 인심이 순박해서 어지간 해서는 남을 비난하지 않건만, 전명헌이가 살해된 데 대해서는 누구도 동정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 "그러면 전명헌이라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외상쌀을 주어가며 고리대금까지 겸해 오다가, 누구에겐가 원한을 사..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6) * 방구월팔삼[方口月八三] 김삿갓은 객줏집으로 돌아오며 여인에게 이런 농담을 하였다. "오늘 저녁에도 자네 집에 끌고가설랑, 숙박료부터 내놓으라고 극성을 부릴 텐가?" 여인은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 걱정은 마시라요. 이제는 돈 가지고 따질 우리 사이가 아니잖아요? 숙박료는 한푼도 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그대신 상금이나 탈 수 있도록 하시라요!" 여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상금 생각만 꽉 차 있는 성싶었다. 이날 저녁 김삿갓은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이라는 글자를 백지에 커다랗게 써서 바람벽에 붙여 놓았다. 자꾸만 읽어 보노라면 무슨 해답이 떠오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 보아도 신통한 생각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여보게! 죽은 사람이 뭐..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5) * 방구월팔삼 [方口月八三] 여인은 읍내로 들어 오면서도 상금 생각이 간절한지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글을 잘 아신다니까 방문을 한번 읽어 보기만 하면 상금은 틀림없이 탈 수 있갔디요?" "방문 내용을 읽어 보기 전에는 반드시 상금을 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선 안되요! 어떤 일이 있어도 상금만은 꼭 우리가 타야 해요." "자네는 돈에 환장한 사람 같네그려! 돈이 뭣에 필요해 그렇게도 안달인가?" "그 돈을 타가지고 밭을 한 뙈기 사고 싶어서 그래요. 노후에 자식새끼들 데리고 편하게 먹고 살려면 객줏집보다는 농사를 짓는 것이 훨씬 낫거든요." 비록 서방질을 할망정, 갸륵한 소리를 한다. "자네가 이토록 갸륵한 심정을 가지고 있으니..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4) *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주인 아낙네는 김삿갓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당신은 글을 잘 알고 계시갔디요?" 하고 엉뚱한 말을 물었다. "글이라면 알고 있지. 그 사건을 해결하려면 글을 꼭 알아야만 하는가?" 여인은 그 대답을 듣자 크게 기뻐하면서 "그럼 됐시요. 방문榜文을 읽어 보아 사건의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 보려면 무엇보다도 글을 알아야 할 게 아니갔시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혔다. "아니 그럼 자네는 사건의 내용도 모르면서 현상금을 타먹자고 하는 것인가?" "사건의 내용은 몰라도 현상금은 탐이 나거든요. 글은 당신이 잘 아신다니까 문제는 당신이 풀고 상금은 둘이 나눠 먹으면 되지 않갔시오?" "그게 무슨 소리야? 문제를 ..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3) * 파도를 사랑한 갯바위. 일이 이 쯤에 이르자 김삿갓도 더 이상 욕정을 억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뭐야 ? 그러면 나더러 기어코 옷을 벗기란 말인가?" 김삿갓은 우악스럽게 여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여인의 가슴을 사정없이 파고 들자 여인은 성이 가신듯 자기 손으로 옷을 활활 벗어 부쳤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알몸이 된 주인 아낙네의 풍만한 육체를 자신도 모르게 인정사정 없이 깔아뭉개기 시작하였다. 풍만한 젖통은 한 손에도 넘쳐나 주무를 때 마다 묘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사정없이 발기된 그의 물건은 여인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인의 정력은 놀랍도록 왕성하였다. 김삿갓도 오랫동안 금욕 생활..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2) * 혼자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여인. 주인 아낙네는 씽긋 웃으며 대답한다. "남편이 없기는 왜 없갔시오. 아이도 머슴아가 둘 씩이나 있디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내심 크게 실망하였다. 유부녀라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거짓말이 아닌가 싶어, "남편과 아이들까지 있는데 모두 어디를 가고 혼자뿐이오?" 하고 다시 한 번 물어 보았다. "시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기별을 받고, 오늘 아침에 큰댁으로 떠났고 오고 가는데만 사흘이 걸리니 한참이 지나야 돌아 오갔디요." 김삿갓은 주인 아낙네가 혼자 있는 이유를 그제야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엿한 유뷰녀임을 알았으니 그녀를 건드려 볼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리하..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1) *아침부터 온종일 산공기만 마셨나니, 나를 신선으로 아는가 물어 보고 싶노라. 김삿갓이 객실로 들어와 보니 주인 아낙은 돈을 받아내는데만 극성스러웠지 객실 꼴은 말이 아니었다. 방바닥은 멍석을 깔아 놓았는데 그나마 낡아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고, 들창이라고 손바닥 만큼 빼꼼한 크기 인데다가 그마저 창호지가 수없이 찢어져 찬바람이 사정없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동을 치건만, 저녁밥은 언제나 주려는지 소식이 감감하였다. "여보시오 배가 몹시 고픈데 저녁밥은 언제 주시려오?" 부엌에 대고 저녁을 재촉하니 주인 아낙의 대답이 걸작이다. "젖 뗄 때부터 먹기 시작한 밥을 한 번 쯤 못 먹었다고 무얼 그리도 재촉하십네까?" 도무지 말이 ..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0) * 돈이 갖는 마성魔性 김삿갓은 죽향이 타고 있는 배가 시시각각 멀어져 가는 모양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부랴부랴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별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산속에 파묻혀 버리는 것이 제일이기 때문이었다. ​ 깊은 산속으로 들어오니, 산골짜기에는 철쭉꽃이 붉게 피어 있었고, 숲속에서는 온갖 새들이 청량한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 훈훈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이별의 슬픔을 달래며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어 오는 것 같았다. ​ 사람은 누구나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조차, 영원이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은 만고의 이치가 아니던가. ​ 김삿갓..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9) * 이별과 눈물의 대동강. 김삿갓은 죽향을 무리하게 가까이 할 생각은 없었다. 시와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지, 나이 어린 풋내기들처럼 구태여 살을 섞어야 할 필요는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김삿갓은 비록, 죽향과 살을 섞지는 않았지만 바라만 보아도 서로간에 마음이 통하고 보니, 그날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기에 김삿갓은 죽향에게 농담삼아, "우리들은 마치 홀아비와 과부가 한집에 모여 살고 있는 것만 같네그려." 하고 말했더니 죽향은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받아넘기는 것이었다. "옛날 시에, 화소성미청 - 花笑聲未聽 : 꽃은 웃어도 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요, 조제누난간 - 鳥啼淚難看 :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볼 수 없..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8) * 김삿갓을 찾아온 일영 보살은 죽향이었다. 김삿갓은 그 소리를 듣고 멈칫 놀랐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누가 찾아왔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자기를 찾아올 여인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벽암 대사는 일영 보살이 김삿갓을 찾아온 것을 알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을한다. "일영 보살이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을 찾아온 모양이구먼그래 ? 허기는 일영 보살 같은 미인이 나 같은 늙은 중을 찾아 왔을리가 있을라구? 방랑시인 김삿갓이라면 지금 나와 마주 앉아 계시니 그 분을 만나 보고 싶거든 이리 들어와요." 그리고 이번에는 김삿갓을 돌아보며, "삿갓 선생은 무슨 염복(艶福)을 그렇게나 많이 타고나셨기에, 평양에서도 시를 잘 짓기로 소문난 일영 보살을 ..

文學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