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60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7)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7) * 필봉의 자승자박自繩自縛 이윽고 술상이 들어오고, 필봉은 술잔을 나누며 다시 말한다. ​"삿갓 선생에게 "동의보감"까지 배우면 나도 만고에 빛나는 명의가 될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그놈의 책을 구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 김삿갓은 "명의"라는 말을 듣자, 불현듯 홍 향수가 와병臥病중인 사실이 떠올라 이렇게 물어 보았다. ​"참, 조금전에 집 앞에서 매씨妹氏를 만났는데, 향수 어른의 병환은 아직도 좋지 않으신 모양이죠?" ​ 필봉은 그 소리에 흠칫 놀라며, "삿갓 선생이 내 누이동생을 만나셨던가요? 그애가 선생한테 무슨 말을 하지 않습디까?" ​ 조금 전에 노상에서 만났을 때 여정은 김삿갓에게 야릇한 눈치를 보이며 ​"언제 한번 선생님을 조용히 ..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6) *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요법(하) "죄송합니다. 꼭 선생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똥가루를 꿀에 개어 붙이는 곳은 어디에 붙여야 하는 것이옵니까?" ​ "유종이 처음 시작될 때, 젖 속에 밤알만한 응어리가 생겼다가 그것이 곪고 곪아서 지금처럼 전체가 부어올랐을 것이야. 어때? 내말이 맞지?" ​ 그러자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러하옵니다. 처음에는 젖 속에 밤알 같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곪아서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 "물론 그랬을 것이야. 그러니까 그 약은 그 응어리가 처음 생겼던 자리에 붙이면 되는 것이야." ​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오면, 그 때는 어떻게해야 합니까?" "고름을 깨끗이 짜고 나거든, 그때에는 찰밥을 ..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5) *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상) 필봉은 홍 향수의 돈과 세력을 이용하려고 젊은 누이동생을 칠십 고령에게 소실로 주어 버린 모양이니, 여정은 결국 오빠를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되어 버린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 그런 생각을 하며 서당으로 돌아오다 보니, 필봉이 경영하는 백중국 약국에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한밤중에 약국에 불이 환히 켜진 게 이상해 김삿갓은 약국에 들러 보았다. ​ "필봉 선생 계시오니까?" 문밖에서 그렇게 부르자,방안에서 필봉의 대답이 들려왔다. ​ "삿갓 선생이오? 어서 들어 오시오." 김삿갓이 무심코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필봉은 삼십 세 가량 되어 보이는 젊은 남녀와 마주 앉아 있었다. ​ "아, 밤중에 환자가 오신 모양입..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4) * 김삿갓을 향한 여인의 연정戀情 달빛에 얼굴을 살펴보니, 그 여인은 필봉의 누이동생으로 홍향수의 소실인 여정이었다. ​ "아, 오래간만 입니다. 오라버니 댁에 다녀가시는 길입니까?" ​ 김삿갓은 의례조의 인사말을 건넸지만 여정은 깊은 감회에 잠긴 사람처럼 아무 말도 안하고 ​한동안 묵묵히 서 있기만 하더니 문득, "그동안 삿갓 선생님을 무척 뵙고 싶었어요." 하고 뜻밖에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삿갓은 별안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인의 고백에서 뜨거운 연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여정은 유부녀가 아니던가. 이런 호젓한 달밤에 자칫 유부녀와 가까이 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 ..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3) *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김삿갓이 공맹재 훈장으로 들어앉자, 이변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의 서당 아이들은 모두가 천자문을 배우던 조무라기 일곱 아이들 뿐이었는데, ​ 김삿갓이 훈장으로 부임한 그날부터 소학小學, 중용中庸과 사략史略 같이 제법 어려운 책을 공부하는 중간치기 아이들 열 둘 씩이나 대거 서당에 몰려왔던 것이다. ​ 말할 것도 없이 그런 아이들은 필봉 선생에게는 배울 게 없어, 숫제 글공부를 포기하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 필봉은 그러한 현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김삿갓에게 자신의 느낌을 토로하였다. ​ "약국이라는 것은 임기응변으로 이럭저럭 명의 행세를 할 수 있지만, 훈장 자리만은 아는 것이 없이는 하루도 지탱하기..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2) * 어쩔 수 없이 떠맡은 훈장 자리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서당을 떠나 도망치려고 눈을 뜨기가 무섭게 삿갓과 바랑을 찾았다. ​어물어물 하다가는 꼼짝없이 잡혀, 공맹재 훈장을 떠맡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간밤에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삿갓과 바랑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것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여기에 놓아 두었건만 ...) ​ 고개를 기웃거리며 이 구석 저구석으로 삿갓과 바랑을 찾고 있노라니까 필봉이 방안으로 들어오며, "선생은 아침부터 무엇을 찾고 계시오?" 하며 빙글빙글 웃고 있다. ​ "삿갓과 바랑이 보이지 않는데, 혹시 선생이 치우셨습니까?" 김삿갓이 그렇게 묻자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 "..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1) *노랑유부老郞幼婦(늙은 신랑과 젊은 부인) 화합법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말을 썼는지 모른다. ​어쩌면 밤낮 누워만 있는 영감 꼴이 하도 보기가 역겨워 무심중에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 그러나 필봉은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귀에 몹시 거슬렸는지, "누워 있는 사람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약이 없겠냐고...?" ​ "옛날에 진시황秦始皇은 장생불로초長生不老草를 구하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 쌍을 삼신산三神山에 보냈지만, 그런 약은 끝내 구해오지 못했느니라. 그런 신약이 어디 있겠느냐? ​ 그런 헛된 생각을 말고 보약을 열심히 드시게 해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히 공대하면 보답은 반드시 너한테 돌아오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

文學 2024.02.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10) * 누워있던 남자를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신약(神藥) 필봉은 두 남녀 사이에 시선이 오고 가는 줄도 모르고 누이동생에게 말한다. "아마 너의 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랫마을에 놀러 갔는가보구나." 이렇게 까지 말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참, 여정與情아! 이리와 이 어른께 인사 올려라. 이 어른은 학문이 매우 높은 어르신네다. 이번에 나를 대신해 훈장자리를 맡아 주기로 하셨다." 그러면서 김삿갓에게 "이 아이는 나의 누이동생인 홍 향수洪鄕首 댁이랍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테니 서로 얼굴이라도 익혀 두시죠."하고 마치 김삿갓이 훈장 자리를 맡기라도 한 것처럼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당황할 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나는 계획한 일이 ..

文學 2024.01.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9) * 돌팔이 의원의 위기 극복기. 김삿갓은 필봉 선생의 명의 주장을 듣고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 보았다. "병을 그런 식으로 치료해 주다가 사람을 잡기 쉬울 터인데, 그런 일은 없으셨던가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의원치고 애매한 환자를 죽여 보지 않은 의원이 어디 있겠소? 자고로 명의라는 말은(환자를 많이 죽여 본 의원)이라는 말인 줄 모르시오?" 김삿갓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선생도 약을 잘못 써서 환자를 죽여 본 일이 있단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란 게 언젠가는 어차피 죽게 되는 것이 이치일진데 예전에 실수로 어린 아기를 죽였을 때만은 거북한 생각이 노상 없지는 않지요." "옛? 어린 아기를 죽여 본 경험도 있으시다고요?" ..

文學 2024.01.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8) *천하의 명의가 되는 법. 김삿갓은 삼충 선생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훈장의 손을 떨쳐 버렸다. "에이, 여보시오. 내가 왜 삼충 선생이란 말이오?" 그러자 훈장은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말한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선생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소이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죠." "선생은 학문이 놀랄 만큼 박식한 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공맹재의 훈장 자리를 선생이 맡아 주시오. 나로서는 간곡한 부탁이에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선생과 나는 금시 초면인 사이인데, 나를 어찌 믿고 서당의 훈장 자리를 맡기시겠다는 말이오?" 물론 김삿갓은 애시 당초 훈장 같은 것은 꿈에..

文學 202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