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60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7)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7) * 부처님과 보살의 차이 김삿갓은 벽암 대사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더니 벽암 대사가 짐짓 손짓을 하니 상좌가 술을 한상 차려다 놓는다. ​ "삿갓 선생이 술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술이 아닌 곡차穀茶를 좋아합니다. 절에 오셨으니 우리 곡차를 한잔 나누십시다." ​ 벽암 대사는 멀쩡한 을 익살맞게 라고 불렀다. 김삿갓도 술을 좋아하지만 벽암 대사의 주량은 끝이 없었다. ​ 그는 마셔도 마셔도 취할 줄을 모르므로 김삿갓은 너무도 놀라워, "주장관사해酒腸寬似海(술 마시는 배가 바다와 같다)라는 옛 말이 있더니, 스님의 술배는 정말 바다와 같이 크십니다그려!" 하고 말하니 벽암대사가 화답을 하는데,​ ​ "내 배가 '주장관사해'라면, 시를..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6) * 사람이 영원히 사는 방법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 空不異色)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아침을 먹고 나자 영명사로 벽암 대사를 찾아 나섰다. 영명사는 부벽루 서쪽 기린굴麒麟窟 위에 서 있는 절이다. ​ 경내에 들어와 보니, 절은 빈집처럼 조용했다. 영명사는 언제나 조용한 절인지, 누각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걸려 있었다. ​ ​永明寺中僧不見 - 영명사중승불견 = 영명사 절에 중은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 - 영명사전강자류 = 영명사 절 앞에는 강물만이 흐른다. ​ 山空孤塔立庭際 - 산공고탑입정제 = 산은 비고 뜰에는 탑만 홀로 서 있어 ​人斷小舟橫渡頭 - 인단소주횡도두 = 사람 없는 나루터엔 배만 둥둥 떠도네. ​ 이 시를 읽다 보니, 김삿갓은 무..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5) * 죽향과의 첫 만남 김삿갓은 똑같은 시를 두 번씩이나 감격스럽게 읊고 나서, "도대체 이처럼 기가막힌 시를 누가 지었소이까?" 하고 일동에게 물었다. ​ "강촌모경"이 너무도 훌륭한 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촌모경을 지은 작자를 누구냐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때문에 김삿갓은 불현듯 이 시는 남의 작품을 옮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 "이 시를 지은 사람이 여러분 중에 반드시 있을 것인데, 왜 들 대답이 없지요? 다른 사람의 시를 옮겨 쓴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준엄한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 그러자 저쪽 등 뒤에서 아까부터 새치름하게 앉아 있던 기생이 얼굴을 바짝 들며 항의한다. ​ "선생님! 제 이름은 죽향竹香이라고 ..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4) *강촌모경江村暮景 (목동의 피리소리 그윽히 들려 오는데 보슬비 내리는 강엔 날이 저문다) 김삿갓은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는 바람에 크게 당황하였다. ​"하하하, 맞대 놓고 다그쳐 물으시니,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군요. 나는 방랑객 김삿갓인 것만은 틀림이 없소이다. 내가 김삿갓인 것을 어찌 아셨소이까?" ​ 김삿갓은 어쩔수 없이 실토하며 반문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쌍수를 들어 환호하며, ​ "존귀하신 어른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 뵙게 되어 다시없는 영광이옵니다." 하고 한결같이 머리를 수그려 보이는 것이 아닌가? ​ 그뿐만이 아니라 어떤 기생은 부랴부랴 술까지 따라 올리며 말한다. ​ "선생이 술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 술잔을 받으시..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3) * 겨울에 부채를 선사한 이유 평양 감사 다음 가는 높은 벼슬자리인 도사로 임백호가 평양에 왔을 때의 일이다. ​높은 벼슬 자리에 있는 관계로 임백호는 수많은 명기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수 많은 기생중에 그가 마음으로 좋아하는 기생은 오직 한우寒雨라는 기생뿐이었다. ​ 왜냐하면 한우는 풍류를 알고 시를 알아 백년지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는 워낙 지조가 굳은 기생인지라, 몸 만은 좀체 허락하지 않았다. 임백호는 일 년이 넘도록 한우를 만나 왔지만, 사내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어느 초겨울 밤, 그날도 한우와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임백호는 불현듯 한우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충동이 불같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2) * 노기[老妓]들의 화전[花煎]놀이 하룻밤을 즐겁게 보낸 김삿갓은 다음날부터 혼자 평양 구경에 나섰다. ​그리하여 연광정緣光亭을 비롯 부벽루浮碧樓, 망월루望月樓, 풍월루風月樓, 영귀루詠歸樓, 함벽정涵碧亭, 쾌재정快裁亭, 영명사永明寺, 장경사長慶寺 등, 평양에서 이름난 명소는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가보았다. ​ 김삿갓은 발길이 이르는 곳 마다,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워 정신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경치도 경치지만 그에게 또 다른 즐거움은 옛날에 이곳을 다녀 간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자취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 시인묵객들은 이름 난 경치 좋은 곳을 다녀가며 시를 남기기 일쑤였고,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기억하고 현판懸板에 새겨 걸어 놓는 관습이 있었..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1) *능능기중별하능 - 能能其中別何能 = 특별히 잘하는 게 무엇이냐? *야월 3경호부능 - 夜月三更呼夫能 = 달밤에 서방을 불러들이는 거라오! 김삿갓은 이날부터 임 진사댁 별당에서 귀객 대접을 받아가며 평양 구경을 맘놓고 다닐 수 있었다. 임 진사는 워낙 시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김삿갓과 어울려 술을 나눠 가며 시를 짓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거워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임 진사는 김삿갓의 수발을 들리기 위해 '산월'이라는 애송이 기생까지 딸려 주어 김삿갓은 돈 한푼 안 들이고 객고도 맘대로 풀 수 있게 되었다. 기생 산월이는 나이가 17세 가량 되었을까, 비록 나이는 어려도 성품조차 서글서글하고, 무슨 일이든지 막힘이 없어 재주가 뛰어나 보였다. 첫날..

文學 2024.02.2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30) * 김삿갓 환영연으로 변한 회갑 잔치 임 진사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고 묻는 바람에 김삿갓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 "제가 "김삿갓"으로 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말씀은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 임 진사는 어쩔줄 모르도록 기뻐하면서 감격에 찬 소리로 말을 한다. "선생을 이런 자리에서 만나 뵐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 오늘 같이 기쁜 날, 선생께서 이런 자리에 나타나시게 된 것은 하늘이 나에게 내려 주신 또 하나의 축복 입니다." ​ 임 진사가 자신을 알아 보고 너무도 기뻐하므로, 김삿갓은 어리둥절할밖에 없었다. "진사 어른께서는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시옵니까 ?" ​ "무슨 말씀을! 시를 좋아하는 ..

文學 2024.02.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9) * 금수산 을밀대에 올라 모란봉에 올라 보니 저 멀리 눈 아래 푸른 비단폭처럼 대동강이 넘실거리는 것이 장관이었고, 강 건너 능라도에는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들이 바람결에 흐느적 거렸다. ​ 때마침 산에는 진달래 꽃이 만발해 있어 삼삼오오 모란봉을 찾는 상춘객이 입은 백의白衣가 연보랏빛 진달래 색깔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 (아아, 우리가 백의 민족白衣民族으로 자랑 할만 하구나, 그리고 금수산은 단순한 금수강산의 한 면이 아니라 지상의 선경仙境임이 분명하구나!) 김삿갓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한동안 넋을 읽고 취해 있었다. ​ 고려때 시인 권한공權漢功이 평양 구경을 왔다가, 모란봉 위에서 대동강을 굽어보며 시를..

文學 2024.02.1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28) * "평양 기생은 퇴물이라도 무섭다!" 그러자 지금까지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던 강 서방이 주인 노파의 말을 듣고 샘이 나는지 불쑥 "여보시오. 주인 할머니! 이왕 재혼을 하려거든 이 손님 대신에 내가 어떻소? ​나는 아직도 기운이 왕성한 놈이라오." 하고 무뚝뚝한 어조로 씨부려대는 것이 아닌가. ​ 김삿갓은 강 서방의 말을 지나치긴 했지만 농담으로 알았다. 그러나 주인 노파는 강 서방의 말이 비위에 거슬렸던지, ​ "손님은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술만 마시더니 어느새 취하셨나 보구려. 술은 그만하고, 이젠 방에 들어가 주무시기나 하시오." 하고 은연중에 따돌리는 태도를 보인다. ​ 강 서방은 그 소리가 비위에 거슬렸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文學 202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