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600

■ 노름꾼과 오입쟁이 개차반들의 패륜 말로(末路)

■ 노름꾼과 오입쟁이 개차반들의 패륜 말로(末路)​경북 상주(尙州) 고을에 서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부잣집이 두군데가 있었다. 한집은 곽(郭) 진사(進士), 다른 한집은 홍(洪) 초시(初試)였다. 두 사람은 모두 부모를 잘 만나서 물려받은 논밭으로 천석꾼 부자가 되었다. 곽 진사와 홍 초시는 서로 짜맞춘 듯이 둘 다 개차반이었다. 부친이 비슷한 시기에 황천길로 가자, 탈상도 하기 전에, 패륜(悖倫)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개망나니 패륜(悖倫) 짓거리를 했다. 하지만, 그 길은 달랐다. 곽진사는 노름꾼이었고, 홍초시는 오입쟁이였다.​곽(郭) 진사(進士)의 노름꾼 기질은 이미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내기 대상이었고, 한마디로 내기로 시작해서 내기로 끝났다. 서당..

文學 2024.05.14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149)​[절름발이]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149)​[절름발이]​안동에 사는 2대 독자 이초시는 딸만 여섯이다.​​이초시는 술만 마시면​​“절름발이라도 좋으니 아들 하나 얻었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며 탄식하기 일쑤였다. 부인은 허구한 날 정화수 떠 놓고 삼신할미에게 빌고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올렸다.​​지극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부인의 배가 불러 오더니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초시가 하도 ‘절름발이’ 소리를 읊은 게 겁이 나서 갓난아이 다리를 보니 사이에 고추를 달고 두다리가 힘차게 버둥댔다.​​3대 독자를 업이라 이름 짓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업이는 장마철 호박순처럼 쑥쑥 자라 서당에 가더니 글이 일취월장, 훈장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업이 열다섯이 되자 빨리 자손을 보려고 장가를 보냈다. 권..

文學 2024.05.11

조주청의 사랑방야화 제87화 ♥ 정절부인

조주청의 사랑방야화 제87화 ♥ 정절부인 ~  ♡♡♡♡♡♡♡♡♡♡​무과에 급제해 부산으로 발령 받아 내려가던 조익이 밀양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주막에서 묵어가는데, 술을 한잔 하자 불현듯 지난 일이 떠올랐다.​‘십여년 전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박주현의 고향이 밀양이었지.그때 참 친하게 지냈는데….’​밀양에서 뼈대 있는 집안이라 그 집을 찾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대궐같은 박주현의 집 솟을대문을 두드렸다.​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사랑방에 좌정하자 소복을 입은 젊은 부인이 나와 인사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박주현은 한달 전에 죽었고 소복 입은 부인은 바로 박주현의 미망인이었다.안방 옆 곁방에 차려 놓은 빈소에서 조익이 절을 올릴 때 미망인은 섧게 곡을 했다.​조익은 박주현의 자취가 담긴 ..

文學 2024.05.09

제175회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제175회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김삿갓이 주고 받은 편지의 뜻 ​ 김삿갓이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여인은 그제서야 등 뒤에서 누가 엿듣고 있음을 알았는지 약간 당황하는 빛을 보이며, ​ "산월아 날이 저물었으니 그만 돌아가자." 하고 부랴부랴 인풍루에서 내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 그때, 김삿갓은 돌아서는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니 천하의 절색이었고, ​게다가 치맛귀를 왼쪽으로 감싸 돌리지 않은 걸로 봐서 그 여인이 기생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 수작을 걸어 보아도 되겠군!) ​ 순간적으로 그렇게 결심한 김삿갓은 멀어져 가는 여인을 뒤 따르며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여인의 뒤를 따르는 계집아이를 불렀다. ​ "애, 산월아! 이리 와, 나 좀 ..

文學 2024.04.12

황무지

황무지 - TS 엘리어트 1부.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런데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슈타른 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다.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 했다. 나는 러시아인이 아닌,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이다. 어려서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다. 그는 말했다.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다.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간다. 이 움켜잡..

文學 2024.04.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6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61) * 김삿갓이 해석하는 약속의 함정 ​ "아니...! 맡겨뒀던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는 말이 어째서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이오? 우리들은 노형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가 없구려!" ​ 돈을 돌려 줄 필요가 없다는 김삿갓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랐다. ​ 그도 그럴 것이 남의 돈을 맡았으면 주인에게 돌려 줘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런가? 그러나 김삿갓은 정색을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 "순천댁은 그 사람들에게 잘못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 협박과 공갈을 당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 마을 사람들은 김삿갓의 말을 점점 이해할 수가 없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文學 2024.03.2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6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60) *불당골에서 일어난 굉장한 사건의 진상. ​ 이 마을 어귀에는 '순천댁'이라는 과부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객줏집을 하고 있었다. 오늘 석양 무렵에 일행 네 명의 장사꾼들이 그 집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네 명이 순천댁을 함께 찾아와 일천 냥이 들었다는 돈 주머니를 맡기면서 "이 돈은 우리 네 사람의 장사 밑천이오. 이 돈을 내일 아침까지 아주머니가 좀 맡아 주시오. 내일 아침에 우리 네 사람이 함께 와서 돈을 달라고 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한테도 이 돈을 주어서는 안되오!" 하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순천댁도 "그러마"하고 돈을 맡아 두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객실에 들어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만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우물가..

文學 2024.03.2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5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50) * 함경 감사 유한준의 궤변. 김삿갓은 순천 사또 류현진柳賢眞이 라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김삿갓은 물론 유한준을 생전에 직접 만나 본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남달리 간지奸智에 능한 그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물로 알려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형조참판, 함경 감사, 호조판서 등의 권세를 한없이 누려온, 세도가 사이에서도 유명한 기회 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다. 유한준은 가는 곳마다 토색질이 어떻게나 심했던지, 한때에는 는 비난성의 말조차 떠돌 지경이었다. 그가 함경 감사로 있을 때에는 이런 일화가 있었다. 그는 함경 감사로 내려오기가 무섭게 인정사정 없이 토색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9) * 장사꾼의 본성本性 ​ ​ ​김삿갓은 시체 옆에 놓여 있는 말斗을 가르키며 말斗을 가르키며 말했다. "또 하나의 증거품은 바로 이 말이옵니다. 이 됫박은 전명헌이가 쌀가게에서 쓰던 됫박입니다. 이 됫박은 밑바닥이 이중으로 되어있어서 정규 됫박보다 쌀이 훨씬 적게 들어가게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바닥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제 말씀을 믿지 못하기겠거든, 이 자리에서 저 됫박을 해체해 보십시오. 저 됫박은 반드시 쌀이 적게 들어가는 장치로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김삿갓은 문제의 됫박을 직접 본 바가 없다. 그럼에도 이같은 장담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들려준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文學 2024.03.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48) * 드디어 풀리는 方九月八三(하)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상금을 타기위해 객줏집 아낙네와 함께 읍네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 아낙네는 동헌 바깥마당에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선화당宣化堂으로 사또를 만나기 위해 찾아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들은 김삿갓의 앞을 가로맊으며 밖으로 쫒아내려고 한다. 김삿갓은 화가 동해 문지기를 향해 호통을 질렀다. "이 사람들아! 나는 사또께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상금을 걸고 널리 해답을 구하신다기에 찾아온 사람일쎄. 그러한 나를 우격다짐으로 쫒아내면 중대한 살인 사건을 무슨 수로 해결하겠다는 말인가?" 문전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듣고 사또가 몸소 마당으로 나오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로 소란을 떠느냐?" 사..

文學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