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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7)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7) * 남자는 삼충동물(三衝動物)이려니 고소원지 불감청(固所願之 不敢請). "그 말이 꼭 알고 싶다면 종이에 적어 드리기로 하리다." 그리고 김삿갓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놓고, 해설까지 달아 주었다. 위위불염 갱위위 - 爲爲不厭 更爲爲 -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불위불위 갱위위 - 不爲不爲 更爲爲 -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훈장은 종이를 집어 들고 한문과 해설문을 한참 동안 눈여겨 보다가, 별안간 무릅을 "탁"치며 감탄을 내지른다. "과연 옛날 사람들은 남녀간의 묘리을 잘도 묘사해 놓았구료.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 정말 기가막힌 표현 입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말이 아주 실..

文學 2024.01.1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6)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고) 마침 그때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몸이 좀 이상해서 의원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계시온지요?" 첫눈에 보아도 무척 나약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김정은은 서당의 훈장이면서, 환자가 찾아 왔을 때에는 즉석에서 의원 선생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리하여 수염을 쓰다듬으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 사람아! 의원 선생을 앞에 두고 어디서 나를 찾는단 말인가? 내가 자네가 찾고 있는 백중국 선생일쎄. 무슨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청년은 고압적인 대답에 기가 질렸는지, 황급히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웬일인지 기운이 없어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 보려고 왔습니다...

文學 2024.01.16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5)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5) * 필봉 선생의 고백 "필봉 선생, 별안간 왜 이러십니까. 농담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러나 필봉은 성품이 음흥하면서도 솔직한 일면이 있었다. 그는 김삿갓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이렇게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내 이제와서 선생께 무엇을 숨기겠소이까. 선생이 시에 그렇게도 능(能)하신 것을 보니, 선생은 "사서삼경"에도 능통하신 분이 확실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천자문을 뗀 후에 고작해야 "명심보감"밖에는 읽지 못한 놈이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선생같은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맑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필봉의 말을 액면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선생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文學 2023.12.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4)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4) * 팽 팽 팽 팽(烹) "선생은 비록 산속에 숨어 살고 계시다고는 하지만, 사향노루는 아무리 깊은 산속에 살아도, 그 향기가 천 리 밖에까지 풍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선생이 비록 산속에 숨어 계시기로, 그 명성이야 어찌 숨길 수 있으오리까." 어거지로 둘러댄 변명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향노루의 비유는 천하의 명답이네그려. 그러고 보면 자네는 학식이 보통은 아닌 모양인걸. 자네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 " "많이는 읽지 못했으나, 몇 해 동안 글방에 열심히 다닌 일이 있사옵니다." "음 .... 그렇다면 시도 지을 줄 알고 있겠네그려 ? " "잘 짓지는 못하오나 이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사옵니다." "..

文學 2023.12.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3)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3) *천하 제일의 서당 약국훈장(공맹제,백중국. 필봉) 김삿갓이 정신없이 산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울고 있었다. (어허 ! 어느새 또 하루 해가 저물어 오는구나!) 점심을 먹지 못했기에,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연이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은 첩첩 태산 뿐, 어느 곳에서도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김삿갓은 허기증을 견디기가 어려워, 길가에 있는 솔잎을 한움큼 따서 입에 넣고 씹으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솔잎을 씹으며 얼마를 걸어 가다가 늙은 나무꾼을 만났다. "말씀 좀 물어 봅시다. 혹시 이 부근에 서당이나 절간 같은 곳이 없을까요?" 나무꾼이 "절간은 없어도 서당은 있지요. 그건 왜..

文學 2023.12.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2)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2) *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首陽梅月) 하 "이것은 우수갯 소리이기는 합니다만, 지금으로 부터 14, 5년 전에 한양 어느 대가 댁에서는 "수양매월"이라는 먹 때문에 노부부간에 대단한 부부 싸움이 있었답니다. 선생께서도 먹을 사가셨다가 내외간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이 솟았다.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이 일어나다뇨,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째서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됐는지, 좀더 자세하게 말씀 해 주시죠." "선생도 부부 싸움을 피하시려면 그 애기를 한 번쯤 들어 두시는 것이 좋으실 것입니다." 하면서 묵당 노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

文學 2023.12.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1)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1)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首陽梅月(상) 김삿갓은 해주 구경을 끝내고 이번에는 먹을 사려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먹을 만드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해주에서 만드는 수양매월首陽梅月을 최고로 쳐준다. 그 먹은 수양산 기슭에 있는 매월리라는 마을에서 만들기 때문에, 자호를 수양매월이라고 붙인 것이다. 아울러 값도 무척 비싸서 보통 먹의 몇 갑절이나 되는 돈을 주어야 살 수 있는 귀물이다. 그러므로 글줄이나 쓰는 선비들은 해주에 들르기만 하면 수양매월을 꼭 사게 마련이었다. 김삿갓도 해주 먹을 써 보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소원이었기에 일부러 매월리로 먹을 사러 찾아갔던 것이다. 먹을 만드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칠십 노인이었다. 첫눈에 보..

文學 2023.12.2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100) * 율곡, 동기童妓 유지柳枝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술집 무하향을 나온 김삿갓은 구월산을 향해 가면서 웬일인지 마음이 지극히 허전하였다. 그런 탓 인지 주위의 산천 경계를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럴까. 호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마음이 이토록 심란해 진 것일까?) 돌아보건데 어제 보던 산천 초목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졌을 리가 만무하다. 산도 어제 보던 그 산이요, 물도 어제 흐르던 그 물이다. 어제만 해도 그처럼 아름다워 보이던 산천 초목이었지만, 오늘따라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오직 호주머니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김삿갓은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을 느낀 자신의 인격이 치..

文學 2023.12.2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99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99) * 부처님 같은 김삿갓, 보살 같은 주모. 김삿갓과 주모는 그 말을 듣자 배꼽을 움켜잡고 웃었다. "하하하, 두 마누라를 한 집에서 거느린다는 것은 보통 예삿일이 아닌가 보구려." 주모도 웃어가며 덩달아 말한다. "호호호, 이왕이면 공평 무사하게 큰마누라도 죽여 주지 그랬어요?" "에이 여보시오, 내가 물개인 줄 아시오?" 그 소리에 방안에는 또다시 웃음판이 벌어졌다. 김삿갓이 백종원에게 물었다. "그래, 작은 마누라 배 위에 엎어져 있던 노형의 뒷 덜미를 낚아 채, 자기 먼저 죽여 달라는 큰마누라는 어찌 하셨소?" 그러자 백종원은 손을 휘휘 내 저으며 대답한다. "다 늙어빠진 마누라를 무슨 재미로 죽여 주오? 큰마누라한테 도대체 흥미가 없어, 부득이 작은..

文學 2023.12.20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98)

♡ 방랑시인[放浪詩人] 김삿갓[金炳淵] (98) * 주막, 무하향에서 만난, 낯선 사내 백종원. 김삿갓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문득 문이 벌컥 열리며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사내가 들어 오더니, 대청 마루에 털썩 걸터앉으며 푸념조의 말을한다. "아주머니! 나 술 한잔 주소. 제~길헐! 계집년들 등쌀에 사람이 살 수 있어야 말이지."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주모가 얼른 술을 따라 주며 묻는다. "계집년들이 뭐가 어쨌다고 혼자 화를 내시오?" 김삿갓은 그 기회에 사나이의 용모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나이는 사십이 되었을까 넘었을까, 몸이 우람하고 상투가 큼지막한데다가 이마에는 일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아울러 사내의 눈꼬리가 찢어져 올라 간 것 으로 보아, 결코 순박해 보이지는 않았다...

文學 202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