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47
** 楚漢誌 69
※ 위기의 太公
項羽가 廣武山 전투에서 참패하고 돌아와 병력을 점검해 보니, 광무산 전투에서 戰死한 병력만 무려 10 만 여 명이나 되었다.
그 뿐만 아니고 季布, 虞子期, 환초, 주은 等, 뛰어난 장수들이 모두 重傷을 입어 당분간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항우는 이를 갈며 다짐한다.
"韓信 이 놈, 두고 보자 ! 내 조만간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말리라."
그리하여 그날부터 대대적인 募兵을 시작하면서 군사훈련도 병행하였다.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돌연 飛馬가 달려오더니 놀라운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었다.
"폐하 !
韓信이 邊方의 諸侯 들을 규합하여 50 萬 대군을 이끌고 또다시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일쯤은 이곳까지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丞相 簫何는 營陽城과 성고성으로 軍糧을 수송해 오는데, 그 數量이 어찌나 많은지, 咸陽에서 영양성과 성고성에 이르는 길에 牛馬車 행렬의 길이가 백 여리에 이르고 있다하옵니다."
항우는 이같은 보고를 받고 氣가 막혀 項佰과 鐘離昧를 급히 불렀다.
"우리는 軍糧도 부족하고 병력도 많지 않은데 韓信이 50 萬 대군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 오고있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그러자 鐘離昧가 대답한다.
"우리가 漢王의 父母를 볼모로 잡아 두고 있으니, 내일이라도 그들과 싸우게 되면, 太公을 이용하여 협상을 하는 것이 상책이라 사료되옵니다."
"협상을 하다니 ? 어떤 협상을 한다는 말이오 ?"
"太公을 그들 앞에 보여 주면서, 만약 철군하지 않으면 태공을 油炸弑하겠다고 엄포를 놓으시면 제아무리 劉邦과 韓信이라 한들 철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항우가 다시,
"太公을 죽여 버리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오. 그러나 태공을 죽이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잔악 무도한 놈>이라고 욕을 할 것이니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려. 그 문제는 좀더 두고 보기로 합시다."
바로 그 다음 날, 韓信이 楚軍 本陣 30 里 밖에 陣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항우는 어쩔 수 없이 태공 내외를 마상에 결박하여 일부러 敵陣 앞으로 끌고 나왔다. 두 말이 필요없는 알아서 기란 말이었다.
漢王 劉邦은 陣中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참모들에게,
"내 일찍이 천하를 도모하기에 바쁜 나머지 부모님께 효도 한 일이 없었소. 그런데 오늘 兩親의 저런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려. 그러니 부모님을 求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철군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
陣中의 모든 將帥와 병사들은 漢王의 심정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왕이 <부모를 구출하기 위해 철군>을 거론하는 바람에, 어느 누구도 숙연히 고개만 숙일 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張良과 陣平이 揖하며,
" 大王께서는 추호도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項羽는 우리를 철수시키려고 지금 엄포를 놓고 있기는 하오나, 太公 내외분을 절대로 죽이지는 못하옵니다.
天下 大勢가 거의 결정되어 가는 이 판국에, 대왕께서 이와 같은 유약한 말씀을 하시면 어찌하시려하옵니까 ?"
漢王은 馬上에 묶여있는 부모를 멀리 바라보며,
"項羽가 太公 내외분을 죽이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소? 천하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하는 것은 자식으로서는 할 수 없는일이오."
張良과 陣平이 다시 말한다.
"대왕께서는 항우의 술책에 속으셔서는 아니되옵니다. 항우는 우리 군사들을 철수시키기 위해서 어쩌면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마솥에 기름을 끓이면서 태공을 油炸弑하겠다고 엄포를 놓을지도 모르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도 동요하지 마시고, 항우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옵소서. 항우는 결단코 태공을 죽이지 못하옵니다."
그러면서 張良은 漢王에게 자세한 計策을 제시한다.
바로 그때,
최 선봉의 장수가 급히 달려오더니,
"楚覇王이 대왕 전하와 직접 대화를 나누자는 전갈을 보내 왔사옵니다."
하고 알린다.
그 말을 듣자 張良이 한왕에게 품한다.
"臣이 韓信 장군으로하여금 경계를 삼엄하게 할 터이온즉, 대왕께서는 안심하시고 항우와 대화를 하시옵소서."
그리고 한신으로하여금 군사를 四方에 배치하게 하였다.
이윽고 漢王은 項羽 앞에 의연히 나와, 張良의 지침대로 항우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楚覇王은 들으시오. 그대는 이미 궁지에 몰려있어, 어차피 항복하지 아니 할 수가 없게 되었소. 순순히 항복해 온다면 나는 楚王의 지위를 子孫 萬代에 이르도록 보장해 주겠소. 그러나 내 선의를 무시하고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면 오늘중으로 당신의 목을 베어버려야 겠소."
항우는 그 말에 크게 격분하여,
"이놈아 !
너는 나를 어디까지 모욕할 셈이냐 ! "
하고 외치며 비호같이 漢王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번쾌, 관영, 周勃, 王陵이 漢王을 엄호하며 싸움을 가로막았다.
그리하여 한바탕 접전이 계속되는 데, 홀연 일발의 砲소리를 신호로 여기저기서 매복했던 漢나라 군사들이 일어나 항우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오는 게 아닌가 ?
항우는 무작정 좌충 우돌하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항우는 과연 천하의 猛將이었다. 漢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되어 있는데 다가, 호랑이 같은 네 명의 장수 들로부터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막아내며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漢軍은 人海戰術로 항우를 생포하고자 수천 명의 군사들이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
項羽가 제아무리 용맹스럽다 해도 벌떼처럼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수천의 병사를 한꺼번에 대적할 수는 없었다.
( 장비처럼 싸우기 위해서는 '장판교'의 전투처럼 敵이 사방에서 공격하지 못하는 곳을 택해야하거늘!..)
항우는 하는 수없이 말머리를 돌려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고할 때, 楚軍 진영에서 주란, 주은, 季布, 鐘離昧 等이 1 萬 여 군사들을 휘몰아 나오며 漢나라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결국 이날의 싸움은 彼我 間에 이렇다 할 승부 없이 끝나 버렸다.
鐘離昧가 본진으로 돌아와 항우에게 품한다.
"오늘은 실패로 끝났지만, 내일도 太公을 끌고 나가 다시 한 번 협상을 해보시옵소서. 그러면 漢王은 반드시 철군에 응할 것이옵니다. 그래서 적들이 철군한다면, 우리는 彭城으로 돌아가 대대적으로 군사를 양성하여 後日을 도모해야 합니다."
항우는 그 말을 옳게 여겨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張良과 陣平은 太公을 구출해 올 방안을 구체적으로 강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張良은 楚나라 출신의 포로들 중에서 눈치빠르고 제법 똑똑해 보이는 병사 를 한명 골라,
"네가 만약 내 말을 잘만 들어 준다면 나는 너를 크게 쓰임받게 해주겠다. 그럴 생각이 있느냐 ?"
포로가 기뻐하며 대답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사오나, 대인께서 下命을 하시오면 어떤 일이라도 해내겠습니다."
"너에게 부탁하려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楚나라의 相書令인 項佰 장군에게 내가 보내는 편지를 무사히 傳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너는 楚나라 출신이라 楚나라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게 아니냐? 어떻게 하면 아무도 모르게 項佰 장군에게 편지를 전해 줄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아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