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49
** 楚漢誌 71
※ 太公의 구출 1
太公이 항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漢王은 본진으로 돌아오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太公께서 오늘은 죽음을 免하셨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 오늘도 태공을 구출해오지 못했으니 나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불효자식이다."
탄식하며 본진으로 돌아온 한왕은 곧 張良과 陣平을 부른다.
"태공을 구해낼 무슨 방안이 없겠소이까 ? 두 분께서는 태공을 구출해 올 방안을 강구해 주소서."
그러자 장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太公을 구해 올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漢王은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여서 張良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子方 선생 ! 무슨 방법이 있는지 어서 말씀해 주소서."
하고 애원하듯 재촉하였다.
장량이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楚軍은 지금 軍糧 사정이 매우 어려운데다, 군사들 또한 극도로 지쳐 있사옵니다.
이럴때, 우리가 유능한 辯客을 보내 태공을 귀환해 오는 조건으로 講和를 제의하면, 항우는 못 이기는척 수락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그 말에 한왕은 한 가닥 기대를 갖고,
"兩親을 무사히 모셔오는 조건이라면, 항우에게 속히 강화를 제의해 보십시다.
허면, 누구를 변객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소이까 ?"
장량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항우를 설득하려면 지혜와 언변이 능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진영에 그러한 인물이 없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그러자 末席에 앉아 있던 노인 하나가 손을 들며 장량을 힐난하듯 말한다.
"항우에게 보낼 사람이 없으시다니, 선생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옵니까 ? 소생을 보내주시면 제가 항우를 설득하여 태공 내외분을 무사히 모셔 올 수있사오니 소생을 보내 주시옵소서."
말하는 곳으로 모든 사람들이 돌아보니, 그 사람은 낙양에 살던 侯公 이라는 노인이었다.
이 노인은 일찍이 漢王이 洛陽에 입성했을 때 '董公三老'라 불리는 세 사람의 노인들로부터 義帝의 國葬에 대하여 충고를 들은 일이 있던 노인들의 친구로, 그 노인들의 추천으로 지금까지 한왕을 꾸준히 추종하며 때때로 조언을 해 주던 노인이었다.
漢王은 侯公이 자원하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張良은 망설이며 후공에게 말한다.
"侯公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항우는 성질이 급하고 괴팍스러워, 자칫 말 한마디라도 잘못 했다가는 후공도 무사하기 어렵겠지만, 자칫 하다가는 태공 내외분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
후공이 장량을 향하여,
"大人처럼 항우를 겁내기만 하다가는 어느 누가 그를 만나 교섭을 하겠습니까? 지금처럼 걱정만 하며 시간만 보낸다면 어느 세월에 태공을 모셔올 수 있겠사 옵니까 ?
소생은 대왕의 큰 은혜를 받아 온 지가 오래되었사오나, 아직 이렇다 할 보답을 드리지 못 했습니다. 이번에 소생이 태공을 모셔와 그동안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옵소서."
漢王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장량에게,
"후공의 결심이 매우 고마우니, 후공을 사신으로 보내기로 합시다. 내가 항우에게 보낼 강화요청의 서신을 쓸 테니, 선생께서는 별도로 후공과 항우와의 교섭에 임하는 구체적인 문제를 상의해 주소서."
이리하야,
侯公은 漢王의 친필 서한을 가지고 項羽를 만나러 楚나라로 떠난다.
항우는 한왕의 사신이 찾아 왔다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는 은근히 반겼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漢軍과 정면으로 싸워 보았자 승산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項羽는 漢나라의 사신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여 주기 위해 모든 장수들을 소집하여 자신의 좌우에 侍立시켜 놓은 후, 자신은 長劍을 차고 龍床에 높이 올라 앉아 후공을 맞이한다.
후공이 御殿으로 가까이 와 보니, 항우는 마치 성난 호랑이 처럼 눈을 치뜨고 후공을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
후공은 항우 앞으로 조용히 다가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으아하하하...하하하" 하며 소리내어 웃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항우가 怒氣띤 얼굴로,
"그대는 漢王의 使者가 아닌가 ?
심부름 온 자가 어찌하여 무엄하게 나를 보고 웃는 것인가 ? 나의 무서움을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
그러자 후공은 웃음을 거두며 대답한다.
"폐하는 萬承天子( 만 대를 이어 내릴 하늘이 내린 아들)로서 武威를 천하에 떨치고 계시는 어른이시온데, 어느 누가 감히 폐하를 두려워 하지 않사오리까 ? 소생은 일개 儒生으로서, 재주에 있어서는 옛날의 管仲이나 樂毅같은 賢士에는 전혀 미치지도 못하는 보잘 것 없는 村老일 따름이옵니다. 그런데도, 폐하께서는 소생에게 위엄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폐하의 좌우에 기골이 장대한 武將들로 侍立시켜 놓으셨으니, 그 모습이 어찌 우습지 않사오리까 ?
소생이 웃음을 터뜨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사옵니다."
듣고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든 항우는,
"음 ...그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구려."
그러면서 좌우에 시립해 있는 장수들을 향하여,
"한왕의 사신을 단독으로 만날 것이니, 그대들은 모두 물러가 있도록 하라."고 命하며 , 자신도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풀어 내려 놓았다.
후공은 그제서야 큰절을 올리니 항우는 절을 받으며 묻는다.
"漢王이 무슨 일로 그대를 보냈는지 용무를 말하오."
그러자 후공은 한왕의 친필 서한을 항우에게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한왕께서는 초한 양국이 전쟁을 종식하고 舊情을 돈독히 하시고자 소생을 보내셨습니다. 자세한 사연은 친필 서한에 적혀 있사 오니, 폐하께서 직접 읽어 보아 주시옵소서."
"음, 한왕이 나에게 강화를 요청해 왔다는 말이구려 ?"
항우는 그자리에서 한왕의 서한을 펼쳐 보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漢王 劉邦은 삼가 項王 폐하께 글을 올리옵니다>
일찍이 "하늘이 帝王을 보낼 때에는 백성을 위함"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은 아직 天命을 받들지 못한채 지금까지 70여 회에 걸쳐 싸움을 계속해 오면서 무고한 군사와 백성을 수십만 명이나 죽고 다치게 하였으니, 이 어찌 하늘의 노여움을 사지 않을 수 있사오리까 ? 이에 본인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後公을 보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강화를 맺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鴻溝를 경계로, 西쪽은 漢나라의 영토로 하고, 東쪽은 楚나라의 영토로 삼아, 제각기 독립 국가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군사들을 물림으로써 兄弟의 정리를 옛날처럼 되돌리고자 제의하는 바이옵니다.
그렇게 한다면 상호간에 부귀영화도 대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백성들도 태평 성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오리까 ? 이에 싸움을 멈추고 평화를 제의하오니, 폐하께서는 숙고하시어 강화에 흔쾌히 응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漢王 劉邦 上書>
항우는 유방의 편지를 읽어 보고 속으로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는 軍糧이 부족하여 어차피 싸울 형편이 못 된다. 싸워서 승리할 자신이 없을 바에는 차라리 못 이기는 척하고 상대방의 요구대로 강화 조약을 맺고, 彭城으로 돌아가 모처럼 그리운 그녀(虞美人)와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
항우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후공을 가까이 불러 말한다.
"나는 한왕과 끝까지 싸워서 자웅을 결할 생각이었소. 그러나 지금 이 편지를 읽어 보니, 강화를 맺는 것이 좋을 것 같구려. 그러면 나도 강화에 응하기로 하고 내일 사신을 별도로 보내도록 할 것이니, 貴公은 먼저 돌아가 漢王에게 나의 뜻을 전하도록 하시오."
후공이 한왕에게 돌아와 항우와의 면담 결과를 상세하게 보고하니, 한왕은 크게 기뻐한다.
그 다음날,
항우는 약속대로 한왕에게 사신을 보내 왔다.
항우의 사신은 한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품한다.
"項王 陛下께서는 강화 조약을 정식으로 맺기 위해, 한왕 전하와 직접 만나시자고 하시옵니다."
강화 조약을 맺기 위해서라면 한왕 자신이 항우를 직적 만나야 할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한왕은 항우의 사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화 조약을 정식으로 체결하려면 물론 우리 두 사람이 직접 만나야 할 것이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데는 두 가지의 先決條件이 있소. 그것만은 반드시 지켜 주어야 하겠소."
"그 선결 조건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한왕이 대답한다.
"첫째는, 우리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에는 武裝兵이 단 한 사람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오. 강화 조약을 맺고 형제의 의를 돈독히 하는 자리에 무장병이 있다는 것은 서로간에 긴장감을 높이게 하는 게 아니겠소 ? "
항우의 사신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돌아가거든 폐하께 그 말씀을 꼭 여쭙겠습니다. 또 하나의 선결 조건은 어떤 것이옵니까 ?"
"또 하나의 조건이란, 우리 두 사람이 만나는 이 기회에 태공 내외분과 나의 內者(아내)를 모두 나에게 돌려보내주십사 하는 것이오. 和親을 도모하면서 나의 양친과 내자를 억류해 두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니, 이 문제도 꼭 품고해 주시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해서만은 항우의 사신은 대답에 난색을 표하며,
"그 문제 역시 소생으로서는 지당하신 말씀이신 줄로 아뢰옵니다. 하오나 소생이 직접 품고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오니, 대왕께서 별도의 사신을 보내 주시면 고맙겠나이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알겠소이다. 귀공이 직접 여쭙기 어렵다면, 후공을 귀공과 함께 보내어 직접 청원하도록 하겠소이다."
다음날 후공이 항우의 사신과 함께 楚陣을 다시 찾아가니 항우가 묻는다.
"貴公은 무슨 일로 또다시 찾아 오셨소 ?"
후공이,
"한왕은 폐하께옵서 강화 조약을 응낙해 주신 데 크게 반기고 계시옵니다. 그런데 두 분이 내일 만나실 때에, 武장병을 일체 배치하지 말 것과, 그 자리에서 태공 일가족을 모두 귀환케 해 주심으로써 형제의 정리를 더욱 돈독히 하시자는 한왕의 분부를 말씀드리고자 찾아 왔사옵니다."
"뭐요? 太公과 그 일가족을 모두 돌려 달라고 ..?"
항우는 뜻밖의 조건에 적잖케 당황하였다.
후공이 다시 말한다.
"두 분께서 강화를 맺으시고 태공을 돌려보내 주시면, 세상 사람들은 폐하의 성덕을 크게 찬양할 것이오니, 폐하께서는 그 점을 감안하시어 이 기회에 태공과 그 일가족을 모두 귀환케 해주시도록 하시옵소서."
항우는 강화 조약을 맺는 것만은 不敢請 固所願이었다. 그러나 태공을 돌려 줄 생각은 전혀 생각한바가 없었다. 漢王이 장차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그의 부모를 볼모로 잡아두는 것이 자신에게는 매우 유리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대답을 주저하고 있으니, 후공이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말한다.
"강화를 맺고 兄弟의 義를 새롭게 하는 이 마당에, 만약 폐하께서 태공 일가족을 돌려보내 주시지 않으신다면, 세상사람들이 폐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옵니까 ? 그런 것은 한왕께서도 같은 생각이시어 태공 내외분과 왕후를 돌려받지 못하신다면 강화 조약을 맺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항우는 싫지만 태공을 돌려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잠시 생각하다가 항우가 선뜻 말한다.
"좋소이다. 그러면 강화 조약을 맺는 자리에서 太公 일가족을 모두 돌려보내드리기로 하겠소."
侯公은 그 말을 듣고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한 번 따져 묻는다.
"고맙사옵니다. 그러면 소생은 폐하의 말씀을 믿고 곧 돌아가 漢王께 사실대로 稟告하겠습니다. 만약 폐하의 말씀에 추호라도 어긋남이 있게 되면, 소생은 목숨이 살아 남기 어려우니 부디 그런 일은 없으시도록 거듭 바라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