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74

jahun 2021. 6. 9. 21:14

# 列國誌 74

** 秦始皇陵(驪山宮)의 발굴

다음날 아침, 范增은 項羽를 다시 찾아와 눈물로 諫한다.
"大王 殿下 ! 秦始皇의 무덤을 파헤치면 백성들의 저주를 막아낼 수가 없사옵니다.
하오니, 무덤을 파헤치는 것만은 거두시옵소서. 그래야만 大王 殿下의 앞날이 양양하실 것이옵니다."
백발이 성성한 范增이 이렇게 간곡히 諫하는 모습은 숙연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항우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軍師가 이토록 반대하신다면 단념하기로 하지요."
하고 말했다.
滅亡한 帝王의 무덤이라도 그것을 파헤친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항우도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이 문제는 일단락이 되어 버린 듯이 보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項羽가 종일 政務를 보고 저녁 무렵에 內殿에 들어오니, 사랑하는 아내 虞美人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는 아내인지라, 항우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왕후는 어디 가셨느냐 ?"
"곧 찾아 모시겠사옵니다."
侍女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虞美人을 찾았다. 그러나 우미인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보이지 않으므로 항우는 매우 걱정이 되었다. 백년 가약을 맺은 그날부터 줄곧 생사 고락을 같이해 오던 아내가 아닌가? 그러니 항우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아내였다.
그토록 사랑하는 王后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은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項羽는 화가 치밀어 올라 侍女들에게 벼락 같은 호통을 질렀다.
"이것 들이 !..
王后가 어디 가셨는지도 모르고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 왕후를 당장 찾아 오너라 ! "
마침 그때 王后가 빨래 광주리를 옆에 끼고 뒷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항우는 虞美人을 보자 허겁지겁 달려가 물었다.
"여보 ! 당신, 어디를 갔다 이제 오는 길이오 ?"
虞王后는 빨래 광주리를 내려놓고 미소띤 얼굴로,
"제가 가기는 어딜 가겠어요. 개천에 흘러가는 물이 하도 맑기에 빨래를 빨아 가지고 오는 길인걸요. 대왕께서 退廳하시기 전에 다녀온다는 게 조금 늦었네요."
하고 대답을 하는게 아닌가!?.
項羽는 그 대답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요 ? 빨래를 하러 갔었다고? ... 이 사람이...여보, 당신은 보통 여인이 아닌, 王后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 그런데 왕후가 무슨 빨래를 하고 다닌다는 말이오 ?"
虞美人은 빼어난 미인이었지만 마음씨는 얼굴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저는 왕후이기 전에 평범한 아내로 살고싶어요. 당신은 남자라서 잘 모르시지만, 여자들은 남편의 옷을 손수 빨아 드릴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예요."
귀엽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우직한 項羽는 여자들의 이같이 섬세한 감정을 이해할리 없었다.
"당신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요. 나는 천하를 호령하는 楚覇王이고, 당신은 당당한 王后라는 사실을 알아야지, 세상에 어떤 왕후가 손수 빨래를 하느냔 말이요? 이제부터는 두 번 다시 빨래는 절대 손도 대지 말아요 ! "
그러나 우미인은 고개를 저으며,
"다른 빨래는 몰라도 당신 옷만은 제가 직접 빨고 싶어요. 그것 만은 말리지 말아 주세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虞美人은 워낙 여성다운 성품을 타고난 터라 왕후로서 거들먹거리기 보다는 알뜰한 주부와 아내로서 사랑 받는 여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항우는 아내의 그러한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게요? 왕후는 왕후로서의 체통을 지켜야지 빨래를 하다니 그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요? ! "하며 정색을 하고 꾸짖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내의 목을 보니,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는 싸구려 自然石 목걸이가 아닌가?
그 목걸이는 지난날 항우가 결혼 기념으로 사준 목걸이였다.
항우는 그때만해도 값진 보석을 살 돈이 없어서 파란 색의 자연석으로 된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180도 달라져 있지 않은가?
項羽 자신은 <楚覇王>이고, 아내 虞美人은 <王后>가 아닌가 ?
"아니 그래, 당신은 왕후가 된 지금에도 그런 싸구려 목걸이를 걸고 다닌단 말이오 ?"
虞美人은 뜻밖의 말이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무슨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 목걸이는 당신이 결혼 선물로 주신 것이에요. 따라서 제게는 어떤 값진 보석보다도 귀중한 선물인걸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구 ! 그때는 돈이 없어 부득이 그런 것밖에 줄 수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大王이 아닌가 ? 그런데도 일국의 왕후인 당신이 창피하게 어떻게 이런 싸구려 목걸이를 걸고 다니냔 말이오."
그러나 우미인의 생각은 항우하고는 달랐다.
"창피하기는 뭐가 창피스러워요? 王后가 되었든 말든 당신의 아내이기는 마찬가지인걸요.
남들이 뭐라 하거나 제게는 이 목걸이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에요."
"허어 ....이것 참 정말 안 되겠는걸."
항우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문득 始皇帝의 무덤 속에 들어 있을 수많은 보물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지 말고, 조만간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쳐서 기가막힌 보물을 선사할테니, 제발 그 싸구려 목걸이만은 벗어 버리도록 하라고 ! "
하고 말했다.
虞美人은 <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쳐 기막힌 보물을 선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하여 남편의 팔을 감싸 잡으며 묻는다.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項羽가 대답한다.
"始皇帝의 무덤 속에는 희귀한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들어있거든. 그 보물들을 모두 꺼내 가지고 그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보물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니, 그 싸구려 목걸이만은 이제 그만 벗어 던지란 말이오."
그러자 虞美人은 項羽의 팔을 두 손으로 움켜잡은채, 사정하듯 말한다.
"저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으니, 제발 始皇帝의 무덤만은 파헤치지 마세요. 帝王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에요. 대왕께서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치면 백성들이 당신을 얼마나 저주하겠어요 ?"
"나는 이 나라의 절대 군주요. 내가 하는 일에 어느 누가 감히 반대를 하겠소 ?"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남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에요. 옳지 못한 일을 강행하면 하늘도 노여워 하는 것이래요. 저는 당신이 주신 이 목걸이만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제발 무덤만은 파지 마세요."
"알았소. 알았으니까 그얘기는 그만하고 잠이나 잡시다 ! "
항우는 적당히 얼버무리기는 하였지만, 속으로는 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칠 결심을 굳혔 다.
아침까지만 해도 秦始皇의 무덤을 파헤치지 않겠노라고 范增에게 굳게 약속했던 項羽였다.
內殿으로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그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의 목에 걸려 있는 싸구려 목걸이를 본 순간, 그의 결심은 산산 조각이 나고만 것이었다.
(나는 이 나라의 王이다. 절대 군주인 내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기 위해 무덤 속에서 보물을 파내기로 뭐가 나쁘단 말인가?! 자고로 부부는 一身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왕후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은 왕으로서 나의 의무가 아닌가 ? )
그리고 또 생각한다.
(왕후가 무덤을 파헤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을 좋지않게 여기는 것이지, 정작 진귀한 보물들을 가져다 안겨주면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 )
항우는 자기 나름대로 단순하게 판단하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자 기어코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칠 결심을 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항우는 范增과 虞美人의 반대를 뒤로하고 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치고자 1만 군사를 동원하였다. 그리하여 아침 일찍 군사들을 직접 인솔하고 시황제의 무덤인 여산궁(驪山宮)으로 향했다. 여산궁은 거창하고도 호화로운 방대한 陵宮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드리 巨木들이 햇빛조차 새어들지 못하도록 무성한 데다가, 울창한 수목 사이사이에는 호화롭기 그지없는 殿閣들이 산재해 있었다.
이처럼 전각이 들어선 밀림 지대를 20 리쯤 걸어 들어가니, 그곳에는 호랑이와 코끼리의 石像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다시 20리쯤 더 들어가자 鐵衣를 입은 文武百官들의 立像이 능침(陵寢)을 향하여 두 손을 감싸쥐고 左右에 도열해 있었다. 이렇게 시황제의 능침을 향하여 도열해 있는 문무 백관들의 입상은 무려 3천 개나 되어 그 거리만도 20리가 넘었다.
항우가 능침 앞에 이르러 정상을 올려다 보니 능침은 마치 하늘에 솟아오른 태산처럼 장엄하기가 짝이 없었다. 게다가 능침 기슭에는 수많은 기화 요초(奇花妖草)가 무성하였다.
"아! 참으로 엄청난 규모로구나. 始皇帝가 生前에 무덤을 호화롭게 꾸며 놓았다는 말은 들어 왔지만, 이처럼 거대한 규모인 줄은 정말로 몰랐도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항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황제의 陵寢의 규모와 거창함, 그 치밀함에 다시 한 번 놀랐던 것이다. 마침내 항우는 1만 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무덤 속에는 수많은 보물이 들어 있으니, 어서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하라 ! "
항우는 1만 군사를 총동원한 후 2 교대로 나누어 晝 夜로 여산궁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여산궁은 전체가 집채 같은 돌로 쌓아 올린 무덤인지라, 그것을 헐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만여 군사가 총동원 되었으나, 나무를 베어내고 殿閣을 헐어내고 돌을 추려 내고 흙을 파 옮기다 보니, 한 달이 지나도록 발굴 작업은 좀체로 진척되지 않았다.
이런 속도로 파내려 가면 몇 해가 걸릴지 모르는지라, 항우는 마침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하다가는 안되겠다. 발굴 작업을 석달 안에 끝낼 수 있도록 10 萬 군사를 더 동원하라 ! "
그러나 좁은 지역에 사람만 많이 동원한다고 발굴 작업이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項羽는 지지 부진한 발굴 작업에 짜증을 내면서,
"보물을 어느 곳에 두었는지 그곳만 파 들어가면 될 터인데, 누가 그곳을 아는 사람이 없겠느냐 ?
賞을 크게 내릴 터이니, 그 곳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도록 하여라."
그러자 英布가 달려와 아뢴다.
"지난날 小臣이 노역부로서 이 공사에 동원된 일이 있는 관계로, 보물을 넣어 둔 곳을 소신이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면 그대가 진두 지휘를 하여 그곳을 우선적으로 파헤치도록 하라. 보물이 나오게 되면 그대에게는 큰 賞을 주리라."
이번에는 英布의 진두 지휘로 무덤을 파헤쳐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英布가 지목한 곳으로 부터 5백 자쯤 파 들어가니, 홀연 백 평 가량 되는 널따란 廣場이 나왔다.
그 광장을 남쪽으로 50 步쯤 걸어 들어가니, 돌로 만든 누문(樓門)이 있었다.
돌문을 열어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부터는 기다란 복도였는데 복도에는 돌로 새겨진 龍들이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이런 복도를 千 步쯤 걸어가니 그제서야 분문(墳門)이 나온다.
그 분문을 열어제치자, 그 안에는 대전(大殿), 향전(享殿), 침전(寢殿)등 , 대궐을 옮겨다 놓은 것같은 삼궁 육원(三宮六院)이 있었다. 始皇帝의 시체가 들어 있는 石棺은 침전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석관 앞에는 60 萬 근이 넘어보이는 金銀寶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가 천하 일품의 보물들이었다.
項羽는 처음 보는 희귀한 보물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밖에 있는 보물들조차 이렇듯 뛰어난 것일진대, 棺속에 들어 있는 보물은 얼마나 귀한 것이겠느냐? 이왕이면 石棺도 때려 부수고, 그 안의 것도 꺼내도록 하여라."
그러자 英布가 뛸 듯이 놀라며 아뢴다.
"대왕 전하 !
석관을 건드렸다가는 큰일 나옵니다."
"무슨 큰일이 난다는 말인가 ?"
"석관 속에는 철포(鐵砲)와 대노(大弩)를 설치해 놓아서, 관을 부수면 철전(鐵箭 :쇠 화살)과 포석(砲石)등이 빗발치듯 쏟아져 나와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살아 남지 못하게 되옵니다. 그러니 석관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아니되옵니다.
"허어 ... ! 棺 속에 그런 무서운 장치가 되어 있다는 말인가 ? 그렇다면 石棺은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두어라."
항우는 밖에 보이는 보물만 수습하도록 명령하고, 이번에는 寢殿 뒤에 있는 <地下 아방궁>으로 가 보았다. 지하 아방궁도 <地上 아방궁>과 똑같은 규모로 거대하고 정교하게 지어져 있었다. 項羽는 지하 阿房宮의 호화로움에 일종의 義憤을 느끼며,
"음, 국가의 재물을 이렇게 탕진했으니 秦나라가 亡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구나.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불을 놓아 송두리째 태워 버려라."
병사들이 곧 불을 놓아 지하 아방궁을 태워 버리기 시작했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했던지 지하 阿房宮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석 달이나 계속되었다.
咸陽 백성들은 그 광경을 보고 항우의 무지하고 잔학함에 모두들 몸서리를 쳤다.
그러나 항우는 백성들의 원성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아니 하고, 보물 중에서도 가장 값진 것을 골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말할 것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한편, 항우의 여인 虞美人은 이날도 項羽 모르게 시냇가에서 빨래를 한 후, 일찌감치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의 옷을 직접 빤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고, 일종의 책무 같은 것이었다. 맑은 물이 흘러가는 시냇가에서 사랑하는 님의 옷을 빨고있노라면, 전신에 행복이 충만해 오는 것만 같았다.
退廳한 항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오더니, 힘차게 포옹을 하더니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오늘은 빨래질 하지는 않았겠지 ?"
"안했어요. 대왕께서 하지 말라는 것을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
虞美人은 양심이 찔렸지만, 남편의 꾸지람을 들을까 두려워 거짓말을 해 버렸다.
"음, 잘했어요. ! 당신이 내 말을 잘 들어 주었으니 오늘은 大王으로써 특별한 선물을 드리지."
항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온 꾸러미를 풀어 보석으로 된 목걸이를 꺼내더니,
"지금 당신 목에 걸려 있는 싸구려 목걸이는 왕후가 착용하기에는 좀 창피스러운 거니까 이제부터는 이것을 걸고 다녀요 ! "
라며, 낡은 목걸이를 풀어 내고 새 목걸이를 걸어 주는 것이었다.
項羽가 虞美人의 목에 걸어 주는 목걸이는 황옥,청옥, 벽옥(碧玉), 자정(紫晶), 호박(琥拍), 비취(翡翠)
옥수(玉髓), 홍보석, 녹보석, 황보석, 남보석(藍寶石), 담황옥(淡黃玉)등, 五色이 영롱한 열두 가지의 보석에 '十二支神像'이 정교하게 새겨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목걸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始皇帝의 무덤 속에서 파낸 목걸이였던 것이다.
虞美人도 여자인지라 항우가 걸어주는 호화 찬란한 목걸이가 싫을 리 없었다.
"어마나! 어디서 이런 진귀한 목걸이를 구해 오셨어요 ?"
虞美人은 뛸 듯이 기뻐하며 남편에게 물었다.
항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어때 ? 이만하면 마음에 드시는가 ? 당신은 내가 천하의 大王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내가 구하고자 하면 무엇인들 못 구하겠어 ?.... 王后의 목걸이는 이정도는 되어야 체면이 서지. 오늘부터는 이것만 걸고 다녀요."
"그래도 제게는 처음부터 쓰던 자연색 목걸이도 소중한 것이에요."
虞美人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별안간 어떤 예감을 느꼈는지 일순간 웃음이 사라지며 항우에게 따지듯 물었다.
"도대체 이 목걸이는 어디서 난 거예요 ?"
항우는 문제의 목걸이가 <무덤 속에서 파낸 목걸이>라는 것을 아내에게는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아내 虞美人은 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을 극력 반대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우는 재빨리 둘러대었다.
"諸侯들이 왕후인 당신에게 선사하기 위해각 지방의 특산물을 하나씩 모아 가지고 이같은 목걸이를 만들어 왔군그래. 그런 줄 알고 소중히 걸고 다녀요."
그러나 虞美人은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감성이 예리한 법이어서, 虞美人은 모든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것은 始皇帝의 무덤 속에서 파내 온 것이 분명해요. 그렇지 않다면 왜 목걸이에 '十二支神像'이 새겨져 있어요? 속이려 하지마시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虞美人이 워낙 진지하게 나오는 바람에 항우는 끝까지 속일 수가 없었다.
"무덤 속에서 파낸 물건이면 어떻다는 거야. 옛날에 皇后가 사용하던 보물이라는 것을 알아야지. 어디서 났던지 간에 내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임에는 틀림없으니까, 그런 줄 알고 걸고 다니면 될게 아닌가!?"
"비록 당신이 주시는 선물이라도 무덤 속에서 파낸 물건이라면 저는 싫어요. 이런 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귀신이 쫒아다니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우리가 불행하게만 될 것 같아요."
虞美人은 그렇게 말하며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벗어내려고 하였다.
그러자 항우는 버럭 화를 내며,
"못난 소리 그만 해 ! 나는 천하를 호령하는 楚覇王이야. 귀신 따위가 어찌 감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가 있어!?. 잠꼬대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 하라구."
"이런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싫은 걸 어떡해요."
"못난 소리만 하고 있네."
"아무리 싫어도 목에 꼭 걸고 다녀야만 하겠어요 ?"
"물론이지 ! 내가 주는 선물을 싫다고 하면, 그것은 나에 대한 사랑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이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면 목을 쳐 버리지, 그냥 살려 둘 줄 아는가?!..."
사랑에 겨워서 하는 말이었지만, 농담치고는 너무도 섬뜩한 말이 항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虞美人은 항우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보석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걸면서,
"당신이 그토록 원하신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목걸이를 걸고 다니겠어요."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혼 선물로 받았던 싸구려 자연석 목걸이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그날부터 虞美人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떠나지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줄로 목을 감아오는 것만 같은 불안감 같은 것이었지만, 그것은 夫君인 項羽에게 조차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아픔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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