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72
** 楚覇王 項羽
項羽는 자영과 수많은 秦나라 백성을 죽여버린 後, 大軍을 거느리고 咸陽에 당당히 입성한다.
項羽 보다 劉邦이 먼저 함양에 入城했지만 劉邦은 項羽의 욕심과 행패를 피해 스스로 覇上으로 옮겼고, 項羽는 마치 자신이 咸陽을 처음 점령한 듯 당당하게 입성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關中王>이 되기 위해서였다.
項羽가 咸陽에 入城하여 秦나라의 宮殿들을 돌아보니, 阿房宮을 비롯, 모든 궁전들이 눈부시도록 호화스러웠다,
"호오, 이같은 부귀를 남겨두고 亡해 버렸으니, 秦皇은 죽기가 얼마나 억울했을꼬? ! "
항우는 호화스러운 궁전들을 돌아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范增이 항우에게 아뢴다.
"秦나라가 亡한 것은 秦皇이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백성을 돌보지 않고 忠臣들의 諫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라를 오래도록 번영해 가려면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고 적재적소에 人材를 배치하고 重臣들의 간언을 소중하게 들으셔야 합니다."
項羽는 그 말이 거슬렸는지 침묵으로 일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이윽고 本營으로 돌아오자 항우는 范增에게 의견을 묻는다.
"나는 咸陽을 점령하고, 秦의 玉璽도 손에 넣었소. 그러니 이제 정식으로 關中王에 즉위하고 싶은데, 軍師의 생각은 어떠시오 ?"
范增이 대답한다.
"主公께서 關中王에 즉위하시려면 彭城에 계신 懷王의 조명(詔命)을 받으셔야 합니다. 하오니 팽성으로 使臣을 보내 詔命을 받아 오도록 하시옵고, 그동안 수고한 모든 將卒 들에게 戰功의 등급에 따라 論功行賞을 내리시옵소서."
"논공행상을 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니, 懷王에게 사신부터 보내기로 합시다."
항우는 하루라도 빨리 關中王이 되고 싶어 叔父인 項佰을 彭城으로 보내 懷王의 詔命을 받아 오도록 하였다.
그런데, 懷王은 項佰을 만나자 머리를 가로저으며,
"項羽 장군과 劉邦 장군이 출병할 때, 나는 두 분에게 <咸陽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에게 關中王으로 임명하겠다> 고 하였소. 내가 언약했던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오. 또한 咸陽을 먼저 점령한 사람은 項羽 장군이 아니라 劉邦 장군임은 天下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오. 그런데 내가 선포한 약속을 뒤집고 어찌 項羽 장군을 關中王으로 임명할 수 있겠소? 그것은 무리한 요구요."
그러자 項佰은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項羽 장군은 戰功이 지대했을 뿐만 아니라, 德望이 매우 높사옵니다. 게다가 劉邦 장군은 성품이 나약하여 王의 중책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오니, 부디 項羽 장군에게 關中王의 조명을 내려 주시옵소서."
이처럼 項佰이 무리한 요구를 해 오자 회왕은 怒氣띤 어조로 項佰을 꾸짖는다.
"장군은 무슨 이치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게요? 人君은 信義를 어겨서는 안 되는 법.
나는 지난 날, 두 장군에게 분명히 선언한 바가 있는데, 그 언약을 뒤집고 항우 장군에게 關中王을 제수하라는 말이오? 그런 얘기라면 두번 다시 입 밖에도 내지 말고 빨리 돌아가서 項羽 장군에게 내 말을 그대로 전해 주시오."
懷王의 결심은 확고 부동하였다.
項佰이 면목없이 돌아와 項羽에게 사실대로 告하니, 항우가 怒하여 펄펄 뛴다.
"懷王이라는 者는 우리 家門에서 받들어 모신 王이 아닌가 ? 그런데도 秦나라를 정벌하는데 제까짓 게 무슨 功이 있다고 關中王의 자리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게야?
그 者가 그렇게 나온다면 할 수없지.
내가 吉日을 택해서 내 뜻대로 왕위에 오르기로 하겠소 ! "
項羽는 자신의 힘이 커지다보니 이제는 楚懷王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투였다.
(큰일이다. 楚나라의 중심인 楚懷王을 무시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 것인가 ?)
范增은 한숨을 쉬며 項羽에게 간곡히 諫한다.
"楚懷王은 어디까지나 楚나라의 大王이시옵니다. 그 분을 무시하고 법통을 유린하면 國法 질서가 파괴되오니, 그 점을 각별히 유념하셔야 합니다."
항우는 그제서야 자신의 언사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소이다. 아무리 그렇기로 關中王 자리를 劉邦에게 넘겨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
"主公께서 關中王이 되셔야 한다는 것은 소신도 동감이옵니다. 그러나 주공께서 關中王으로 즉위하시려면 懷王의 格을 한 층 더 높여 帝位의 존칭으로 부르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의 法統이 세워지지 않사옵니다."
"내가 관중왕이 되는데 그런 법통이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합시다그려. 그렇다면 나의 칭호는 뭐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소이까 ?"
범증이 다시 대답한다.
"왕의 존칭은 역사를 고려해 제정하는 것이 순리이고 경솔하게 정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옵니다.
다행히 역사에 밝은 張良이 지금 우리에게 머물러 있사오니, 그 사람의 의견을 한번 들어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그가 좋은 명칭을 제시해 주면 그대로 사용할 것이로되, 만약 나쁜 이름을 쓰도록 하면 우리에게 反心을 품고 있는 증거이므로, 그때에는 장량을 죽여 없앨 구실이 되옵니다."
范增은 張良이라는 존재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져, 어떤 수법을 써서라도 張良을 죽여 없앨 생각을 버리지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項羽는 范增의 말대로 張良을 불러다가 의견을 구한다.
"나는 이제부터 關中王에 즉위할 생각인데, 稱號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려. 자방(子房: 장량의 號)은 역사에 밝으시니, 역대 帝王들의 尊號를 참작하여 나에게 좋은 칭호를 하나 지어 주기 바라오."
張良은 뜻밖의 부탁에 대뜸 의구심이 솟아올랐다.
(范增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무슨 이유로 나에게 부탁을 하는 것인가 ?)
장량은 그런 의심이 들자,
"歷史는 저보다도 연륜이 깊으신 范增 軍師께서 더 밝으신데,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어찌하여 저에게 부탁하시옵니까?"
하고 넌즈시 항우의 대답을 떠보았다.
그러자 항우가 대답한다.
"범증 軍師는 역사에는 자신이 없는지, 이 문제는 子方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張良은 그 말을 듣고 范增이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것은, 범증이 어떻게 해서라도 , 트집을 잡아 나를 죽이려고 존호를 제정하게 하라고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책잡힐 대답은 해서는 안되지!.)
내심으로 이렇게 결심한 장량은 항우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聖君으로 '三皇五帝'가 계셨습니다. 三皇이란 하늘에서 내려오신 帝王을 일컸는 존호이옵고, 五帝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천하를 덕으로 다스린 임금님들을 부르는 존호였습니다. 그러므로 항우 장군께서는 마땅히 帝號로 부르셔야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많은 백성과 병사들을 죽인 자기가 감히 %帝王'이라고 자칭하기에는 양심에 찔리는 바가 있어,
"굳이 제호를 쓰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칭호는 생각나는 것이 없으시오 ?"
하고 물었다.
장량이 다시 대답한다.
"五帝이후에는 三王이라는 聖王들이 계셨습니다. 殷나라의 周王과 夏나라의 禹王), 周나라의 武王이 모두 그런 성군이었습니다. 그분들 역시 人義를 소중히 여기고, 백성들을 德으로 다스리셨습니다. 항우 장군께서는 그들의 聖德을 본받아 王號를 쓰셔도 무방하실 것이옵니다."
張良은 范增에게 트집을 잡히지 않고자 항우를 무조건 추켜세워 주었다.
항우는 장량의 말을 들을수록 기분이 째지게 좋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양심이 있는지라, 수많은 생명들을 죽인 주제에 자기 자신을 聖君으로 자칭하기에는 마음이 꺼려지는바라,
"삼왕 이후에는 왕들을 뭐라고 불렀소 ?"
하고 물었다.
張良이 다시 대답한다.
"王은 아니면서, 실질적으로 천하를 지배해 온 사람들 중에는 '五覇'라고 불리어 온 분들이 있었습니다. 齊나라의 桓公과 宋나라의 襄公, 秦나라의 穆公, 晉
나라의 文公, 楚나라의 莊公 같은 분들이 모두 그런 어른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비록 자신을 '王'이라고 자칭하지는 않았지만, 백성들을 위해 暴政을 삼가하고 그 위엄을 천하에 떨쳤던 분들이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들 다섯분을 <五覇>로 칭송해 오고 있는 것이옵니다. 지금 항우 장군께서는 그 위세를 천하에 떨치고 있사오니, 장군께서는 '覇' 자에 '王' 字를 붙여 覇王이라고 부르게 하시면 어떠하겠습니까 ?"
(覇王? ... 覇王 이라!...그렇다면 , 나의 출신지인 楚나라를 덛붙여 '楚覇王'이라고 부르게 하면 어떻겠소? !
楚覇王 !...초패왕 ....그것 참 괜찮은 것 같은데?!)
項羽는 <覇王>이라는 말에 무릎을 치며 기뻐하며 말했다.
"단순히 '王'이라는 칭호는 너무 많이 쓰여져서 그런지 낡은 냄새가 풍기지만, 子方이 말씀하신 <覇王>이라는 칭호는 위엄도 있고 새로운 맛이 풍겨서 너무도 좋소이다. 나는 본시 楚나라 태생이니, 나를 <楚覇王>이라 부르고, 楚懷王은 한 계급을 높여서 <楚義帝>로 부르게 하겠소. 좋은 칭호를 알려 주셔서 대단히 고맙소이다."
項羽는 즉석에서 시종을 불러 <楚覇王>이라는 자신의 칭호를 만 천하에 알리도록 명령하였다.
그러자 范增이 그 소식을 듣고 항우에게 달려와 諫한다.
"主公께서는 關中王에 즉위하시더라도 <覇王>이라는 칭호를 쓰셔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項羽는 范增의 반대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며 반문한다.
"나는 <覇王>이라는 칭호가 마음에 꼭 드는데, 軍師는 어째서 그 칭호를 써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오 ?"
범증이 대답한다.
"정치에는 王道가 있고, 覇道가 있는 법이옵니다. 王道라 함은 仁義로 다스려 나가는 정치를 말하는 것이옵고, 覇道라 함은 인의를 무시하고 무력과 權謨術數로 功利만을 도모하는 정치를 말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니 왕의 칭호를 어찌 <覇王>이라고 부를 수 있으오리까 ? 張良은 主公을 욕보이려고 일부러 그런 칭호를 권한 것이 분명하오니, 그자를 당장 처치해 버리셔야 하옵니다."
그러나 項羽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히려 范增을 나무란다.
"軍師는 모르는 소리 그만하시오. <覇王>이라는 칭호는 내가 좋아서 결정한 것인데, 張良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를 처벌하란 말이오. 또 내가 무력으로 천하를 잡은 것은 사실인데, <覇王>으로 부르기로 뭐가 나쁘다는 말이오 ?"
項羽는 范增의 충고를 일축하고, 2 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項羽' 하면 <楚覇王>이 떠오르는 이 칭호를 사용하기로 결심하였다.
<王道>와 <覇道>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항우에게는 <覇王>이라는 칭호가 힘차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이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