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70
** 張良의 起死回生
張良은 劉邦을 먼저 돌려보내고 項羽가 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항우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沛公은 어디 있 느냐 ?"
張良은 항우가 술에서 깨어 劉邦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와 허리를 굽히며 아뢴다.
"沛公은 술이 大醉하여 覇上으로 먼저 돌아가시면서, 저더러 남아 있다가 魯公께 인사를 올리고 돌아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怒하여 말한다.
"유방이 나에게 인사도 없이 지맘대로 가버렸단 말인가? ! 세상에 그런 무례한 者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 "
范增은 이때다 싶어 항우에게 말한다.
"沛公은 겉으로는 유약한 듯 꾸미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野望을 품고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를 죽여버리고자 세 가지 계략을 세웠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골탕을 먹인 사람은 다름아닌 張良입니다. 이런 괘씸한 者를 지금이라도 斬刑에 처하시옵소서."
項羽는 范增의 말을 듣고 불같이 怒하며, 張良을 노려보며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 저놈을 당장 끌어내 목을 베어 버려라 !"
명령이 떨어지자 기골이 장대한 호위 병사들 4~5명이 달려들어 張良을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張良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項羽를 바라보며 말한다,
"본인은 죽기 전에 魯公 殿에 충고의 한말씀만 드리고 싶사옵니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魯公의 장래를 위하여 드리는 말씀이오니 꼭 들어 주시옵소서."
"이놈아 ! 죽을놈이 나에게 무슨 할말이 있다는 것이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보아라 ! "
張良은 단정히 꿇어 앉아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우선 魯公께서는 저에 대한 오해부터 푸시옵소서. 魯公께서는 저를 沛公의 부하로 알고 계시는 모양이오나 저는 韓나라의 宰相일 뿐, 沛公의 사람이 아니옵니다. 沛公의 부하가 아닌 제가 무엇 때문에 沛公을 위해 魯公을 속이려 하겠습니까 ? 지금 魯公의 權勢가 만 천하에 떨치고 있는 이때, 제가 왜 어리석게 沛公의 편을 들겠습니까?
魯公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沛公을 제거하는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일보다도 쉬운 일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魯公께서 술자리를 빌어 沛公을 제거하려 하셨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計策이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죽이는 데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법이온데, 천하의 대왕이 되실 魯公께서 술자리를 빌어 沛公을 죽였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魯公을 얼마나 비웃겠사옵니까?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면, 萬人이 우러러 보는 大王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바라옵건데 魯公께서는 저를 죽이기보다 저를 覇上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그러면 제가 秦國의 옥새와 중보(重寶)들을 모두 魯公에게 갖다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玉璽를 손에 넣으셔서 천하의 주인이 되시면 魯公을 우러러 받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사옵니까? 그러나 지금 저를 죽이시면 옥새는 魯公의 손에 영원히 들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沛公이 옥새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면 천하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옵니다. 이런 점을 깊이 참작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유유히 흐르는 大河 長江처럼 張良의 유려한 논리에는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항우는 張良의 말을 듣고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자신이 옥새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 天下 大勢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하는 충격을 느꼈다.
항우는 한동안 침묵에 잠겨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들어 張良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 그대를 살려 준다면 秦나라 옥새를 틀림없이 가져 오겠는가 ?"
張良이 대답한다.
"이를 말씀입니까 ! 저를 覇上으로 보내 주시기만 하면 반드시 옥새를 갖다 바치겠습니다."
范增이 옆에서 참고 듣다 못 해 項羽에게 告한다.
"張良은 죽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옵니다. 그 꾐에 넘어가 저자를 살려 보내서는 아니되옵니다."
그러나 항우는 <옥새를 가져다 바치겠다>는 말에 혹해서 張良을 죽일 생각이 없어져버렸다.
오히려 范增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즉석에서 꾸짖는다.
"軍師의 말대로 鴻門宴 연회에서 劉邦을 죽였더라면 나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오."
그리고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그대를 覇上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秦나라 옥새를 반드시 가져오시오. 약속을 어기면 나는 백만 대군을 일으켜 유방의 군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오."
"천지 신명께 맹세코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張良은 다시 한 번 굳은 언약을 한 후, 패상으로 돌아왔다.
劉邦은 張良을 보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내가 죽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이었습니다. 나는 돌아오자마자 변절자 曺無傷의 목을 베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선생은 어떻게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었습니까 ?"
張良은 그간의 사정을 소상하게 설명을 하고 말한다.
"項羽 장군은 沛公께서 인사도 없이 돌아가셨다고 크게 분노하면서 저의 목을 베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秦나라 옥새와 보물들을 항우 장군에게 갖다 바치기로 약속해서 살아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묻는다.
"옥새란 전국(傳國)의 보배요. 그것을 項羽에게 갖다 주면 나는 어쩌란 말씀이오 ? 그 언약은 설마 지키려고 약속하신 언약은 아니겠지요 ?"
"아니옵니다. 일단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옵니다."
劉邦은 장량의 대답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따지듯이 말한다.
"이제 알고 보니, 선생은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 項羽를 위한 사람이었구려. 옥새를 내준다는 것은 <關中王>의 자리를 내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인데 나더러 어찌 옥새를 項羽에게 내주라는 말씀이오 ?"
劉邦의 불만은 당연히 있을 수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張良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침착하였다.
"沛公께서는 분노를 거두시고 이 문제를 좀더 巨視的으로 생각해 보시옵소서."
"玉璽를 내주자면서 무엇을 거시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말씀이오 ?"
劉邦의 분노는 여전하였다.
劉邦이 張良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張良은 다시 설명한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저의 計略을 자세히 들어주소서. 지금 우리가 옥새를 내주지 않으면, 項羽가 백만 대군을 휘몰아 우리에게 쳐들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玉璽를 빼앗기게 되는 것은 물론, 沛公께서는 포로의 신세를 免하기가 어려우실 것이옵니다. 옥새란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것이지, 그 것으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옵니다. 명분없이 옥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德을 쌓지 못하면 천하를 잃게 되지만, 비록 옥새가 없더라도 德을 쌓아가신다면 천하는 절로 얻게 될 것이옵니다.
그런고로, 沛公께서는 옥새를 미련없이 내주시어 項羽를 기쁘게하여 의구심을 가시게 하 시옵소서. 그리하면 항우의 의심이 자연스레 풀릴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沛公께서는 원대한 포부를 펼치는 기회가 생기게될 것이오니 그 사이에 德을 쌓고 富國强兵策을 펼쳐 지경을 넓혀가시도록 하옵소서. 그러면 옥새가 없더라도 천하는 沛公께 저절로 귀속되어 올 것이옵니다."
劉邦은 張良의 말을 다 듣고나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張良의 손을 힘차게 잡으며 말한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실로 내가 어리석었소이다. 옥새를 미련 없이 내드릴 테니, 오늘이라도 項羽에게 갖다 주소서."
다음날, 張良은 鴻門으로 項羽를 찾아와 玉璽와 重寶를 바치며 말한다.
"약속드린 대로 옥새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실은, 沛公께서 직접 가지고 오셔야 옳을 일이오나 어제 대취하셨던 관계로 몸이 불편하시어 제가 대신 가지고 왔사옵니다."
項羽는 크게 기뻐하면서 玉璽와 寶玉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과연 천하의 보물이 틀림없구나 ! "
한점의 티끌도 없는 보옥들은 들여다 볼 수록 영롱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항우는 더할 수 없이 기뻐하다가, 玉으로 된 술잔 하나를 范增에게 집어 주면서,
"이 玉盃를 軍師에게 드릴 터이니, 앞으로는 이 잔으로 술을 드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范增은 그 玉盃를 받아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劍으로 산산조각이 나도록 깨뜨려 버리며,
(아! 項羽는 더불어 천하를 도모할 바가 못 되는구나 ! 장차 천하를 얻을 사람은 沛公이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沛公의 목이 필요하지, 이까짓 술잔 따위가 무슨 보배란 말인가? 우리는 언젠가는 패공에게 포로의 신세를 免하기가 어려우리라.)
하고 혼자말로 탄식을 하고 있었다.
項羽는 范增이 자신이 하사한 玉盃를 깨뜨리는 것을 보고 大怒하였다.
"내가 특별히 내려 준 玉盃를 왜 내동댕이쳐 깨뜨리는게요 ?! "
范增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 옛날 齊나라의 威王은 魏나라의 惠王이 照車라는 수례를 보배라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비웃으면서, <나에게는 네 명의 賢臣이 있으니, 그보다 더 귀한 보배가 어디 있겠느냐> 하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물질적인 보배를 가볍게 여기고, 어진 신하를 귀하게 여겨온 그런 지혜를 主公께서는 본받도록 하소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劉邦의 목일 뿐, 그가 보내 온 옥새나 보물 따위는 아니옵니다.
그런데도 主公은 그가 보내 준 옥새와 보물을 받아 들고 더없이 기뻐하시니, 이 어찌 탄식할 일이 아니오리까? 主公께서 臣에게 玉盃를 하사하신 그 은총은 십분 고맙게 생각하고 있사오나, 지난날의 일들은 너무도 한탄스럽사옵니다."
項羽는 范增의 말을 듣고서야 노여움을 풀고 범증을 달래듯이 말한다.
"劉邦은 사람 됨됨이가 워낙 나약한 까닭에 큰 일을 도모할 인물이 못 되오. 軍師는 무엇이 걱정되어 이토록 겁을 내시오 ?"
范增이 다시 대답한다.
"그 옛날 鄧王은 楚文王을 죽이지 않았다가 楚나라에 亡했고, 楚王은 晋文公을 죽이지 않았다가 秦나라에 亡한 역사가 있사옵니다. 主公께서는 沛公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셨사온데, 이것은 마치 龍을 바다에 놓아주고, 호랑이를 산에 놓아준 것과 다름이 없어서 다시는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하여 곧바로 항우에게 말하였다.
"老師께서는 지나친 杞憂를 하고 계시옵니다. 沛公께서는 魯公을 형님으로 받들어 모시고 계시온데, 어찌 다른 뜻이 있으오리까?
부디 지나친 걱정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項羽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張公의 말씀이 옳소이다. 劉邦처럼 나약한 者가 어찌 감히 내게 항거할 수 있겠소?."
그리고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張公은 劉邦의 그늘에 머물러 있어 보았자 별 볼일이 없을 테니, 이제부터는 그를 떠나 나를 도와주면 어떻겠소 ? "
范增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놀라며 項羽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고 말한다.
"우리는 張良을 죽이려다 실패 하였는데, 이런 자를 붙잡아 두어 무엇에 쓰실 것이옵니까? 내놓고 우리를 해치려는 者는 막아 내기가 쉬워도, 장량처럼 그늘에 숨어서 우리를 해치려는 자는 막아내기가 어려운 법이옵니다."
참으로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項羽는 范增의 諫言을 우습게 여기며 대답한다.
"우리에게 갇혀 있는 몸이 무슨 용을 쓴다고 그런 걱정을 하시오 ?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軍師는 조금도 걱정 마시오."
이리하여 張良은 본의 아니게 項羽의 진영에 연금 아닌 軟禁 상태가 되어버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