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91
** 漢高祖 列傳 23
※ 商山四皓 1
(중국 秦始皇 때 亂世를 피하여 陝西省 商山으로 들어간 東園公, 夏黃公, 角里先生<녹리선생>, 綺里季<기리계> 等, 네 사람을 말하는데 모두 수염과 눈썹이 하얗게 세어 이렇게 불린다)
劉邦은 英布의 반란 사건을 진압하고 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陣平에게 말한다.
"천하를 통일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일인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처음에는 六國만 평정하면 천하 통일이 저절로 이루워질 줄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육국을 평정하고 나자 그때부터는 內部에서 계속 반란이 일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골치가 아플 지경이구려."
진평이 머리를 조아리며,
"産母가 아이를 낳으려면 産痛을 겪어야 하듯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어찌 그러한 고통이 없을 수 있겠사옵니까? 하오나 고난은 다 지나갔고, 이제야말로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폐하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언제 어디서 누가 또다시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소 ?"
"이제는 반란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아무도 없사옵니다. 田橫을 비롯하여 韓信, 陣稀, 彭越, 英布 等, 당대의 영웅 호걸들이 모두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모두가 실패했는데, 이제 누가 무슨 용기로 폐하에게 반기를 들 수 있겠사옵니까? 태평 성대가 이제 눈앞에 전개되었사옵니다."
유방은 陣平의 말을 듣고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명실 상부한 萬承天子<자손만대를 이어갈 황제>가 되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유방은 한결 여유를 가지고 진평에게,
"回軍할 때는 地方巡察을 겸해, 魯나라에 들러 孔子의 사당에 들러 제사도 지내고, 고향인 풍패에도 잠깐 들러보기로 합시다."
유방은 명실 상부한 천하 통일을 이루고 나니 이제는 백성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싶었고, 또 고향으로 가서 錦衣還鄕의 기쁨도 마음껏 누려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에따라, 유방은 魯나라에 들러 孔子의 제사를 지내고, 공자의 후손들에게도 골고루 官爵을 내려주었다.
그런 후 고향에 돌아오니, 풍패에서는 官民이 모두 몰려 나와 三絃六角에 맞춰 가며 유방을 뜨겁게 환영해 주는 것이었다.
유방은 환영연 석상에서 술잔을 높이 들고 고향사람들을 향하여 감격에 겨운 소리로,
"이곳은 내 고향으로 여기에는 나의 竹馬故友가 수없이 많소. 이 기쁜 자리에 그들을 모두 불러오도록 하시오 ! "
유방의 명에 따라, 어렸을 때 유방과 함께 뛰놀던 옛 친구들이 모두 연회장으로 왔다. 어떤 친구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또 어떤 친구는 너무도 늙어서 알아보기조차 어려운 친구도 있었다.
유방은 그들로부터 축하의 拜禮를 받을 때마다 손을 잡아 일으키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君臣之禮가 아닌, 죽마 고우로서 어렸을 때 뛰놀던 이야기나 나누기로 하세. 나도 늙었지만 친구들도 모두 다 늙었네그려."
유방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나오니, 환영연은 기쁨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윽고 醉興이 도도해지자, 유방은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면서 즉흥시를 읊기 시작한다.
大風起兮 雲飛揚 (대풍기혜 운비양)
바람이 크게 일어나 구름이 높이 솟았도다
威加海內兮 歸故鄕
(위가해내혜 귀고향)
위세를 천하에 떨치고 고향에 돌아오노라
安得猛士兮 守四方
(안득맹사혜 수사방)
어떻게 하면 좋은 장수를 많이 얻어 나라를 튼튼히 지킬 것인가?
유방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자, 옛 친구들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윽고 더 없이 흥겹고 즐겁던 연회가 최고조에 이르자, 유방은 좌중을 둘러보며 감격스럽게 말한다.
"내 비록 지금은 貴한 몸이 되었다고는 하나,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와 그대들과 같이 고향 땅에 묻히게 될 것이오. 그러므로 고향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租稅를 면제해 주기로 하겠소."
(이 때는 차별금지법이 없었겠지만 지 고향에만 특별대우를 하다니!..과연 유방스럽다^^..)
이 말에 좌중에는 박수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려 나갔다.
고향에서 즐거운 사흘을 보내고 장안으로 다시 돌아오니, 呂后를 비롯하여 太子 劉盈(유영)과 戚妃 소생의 如意 公子를 비롯한, 문무 백관들이 멀리까지 마중을 나왔다.
싸움이 없어지니, 세상은 화평한데...
세상이 화평함에 따라, 유방은 늙은 呂后보다는 젊고 아름다운 戚妃를 자주 찾게된다.
呂后는 워낙 성품이 매섭고, 질투심이 강한 여인이었다. 그러기에 유방이 戚妃를 찾아가는 밤이면 이를 갈며,
"내 어떻게해서든지 네년을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야 말리라 ! "
하고 무서운 毒氣를 품었다.
戚妃도 呂后의 그러한 질투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戚妃는 눈물을 흘리며 유방에게 호소한다.
"폐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폐하께서는 이미 춘추도 있으신데다가 근자에는 건강도 무척 약해지셨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돌아가시는 날이면 저희 두 母子는 그날로 呂后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아끼는 여인의 눈물을 본다는 것은 東書古今을 막론하고 사나이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방은 戚妃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며,
"그 일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아무런 걱정을 마라."
"폐하께서는 저희 母子에게 어떻게 해 주시겠다고 아무 걱정을 말라는 말씀이시옵니까 ?"
"네가 바라는 대로 지금의 태자를 廢位시키고, 如意를 태자로 책봉해 주면 될 게 아니냐!? 그 일에 대해서는 걱정 말고 어서 술이나 가져 오너라."
戚妃는 기뻐하며 술상을 올린다.
酒色을 누구보다도 밝히는 유방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유방인들 세월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유방은 술이 기분좋게 醉해 오자, 戚妃의 무릎을 베고 옆으로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한다. 그간 싸이고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인지, 정신없이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戚妃는 유방이 잠에서 깨어날까 저어하여 꼼짝을 못 하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 本宮에 있는 呂后는 <황제께서 오늘 밤도 西宮에 드셨다>는 보고를 듣고 질투심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리하여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염탐해 보니,
"폐하께서는 지금 西宮에서 戚妃와 단 둘이 정답게 술을 드시고 계시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
그 말을 들은 呂后는 불같이 타오르는 질투심을 억누룰수 없어 가마를 타고 書宮으로 직접 쳐들어? 갔다.
西宮 守門將은 크게 놀라 안으로 달려 들어가 척妃에게 알린다.
"지금 문 밖에 황후마마께서 와 계시옵니다."
戚妃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황후가 오셨다면 그녀는 응당 영접을 나가야 만 할 일이다.
그러나 황제가 지금 자신의 무릎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으니, 영접을 나가려고 황제의 잠을 깨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戚妃는 부득이 방안에 눌러 앉은 채로,
"皇后께서 납셨거든 방안으로 모시도록 하라."
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呂后는 황제가 戚妃의 무릎을 베고 행복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눈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리하여 戚妃를 노려보며,
"너는 내가 방안에 들어왔는데도 일어설 줄도 모르니, 세상에 이런 무례한 X이 어디 있느냐 ! "
戚妃는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황제가 잠에서 깨어날까 두려워 어찌할 수가 없었다.
"황후마마께서 오신 줄은 알고 있었사오나, 폐하께서 잠에서 깨실까 두려워 몸소 영접을 나가지 못한 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하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呂后는 戚妃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잠을 깨워 震怒를 사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두려워 女后는 이를 바드득 갈며,
"네년은 황제 폐하를 핑게로 사사건건 발뺌을 하고 있으니, 어디 두고 보자. 언젠가는 네년의 五腸 六腑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야 말 것이다."는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가 버린다.
유방은 그때까지도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戚妃는 너무도 무서운 악담에 하염없이 울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어찌 잘못하여 龍顔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황제가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戚妃가 울고 있는게 아닌가 ?
유방은 깜짝 놀라 일어나 앉으며 묻는다.
"너, 무슨 일로 울었느냐 ?"
戚妃는 눈물을 닦으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告한 뒤,
"신첩의 실수로 용안에 눈물을 떨어뜨렸음을 용서하시옵소서. 폐하께서 안 계시는 날에면, 신첩은 황후의 손에 죽게될 것이오니,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하며 다시 울면서 호소하는데, 그 자태가 어찌나 애처롭게 보이는지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들국화처럼 아름답고 처연하기 그지 없었다.
유방은 척妃가 가련하기 짝이 없는지라, 등허리를 정답게 쓸어주며 위로한다.
"내일 아침 朝會에서 重臣들과 상의하여 너를 皇后로 바꾸고, 如意를 太子로 책봉할 것이니, 아무 걱정 말거라.네가 皇后가 되면 어느 누가 감히 너에게 손을 댈 수 있겠느냐?."
다음날 조회 때, 유방은 군신들에게,
"前에 한 번 거론한 바가 있듯이 太子를 如意로 바꾸기로 마음먹었으니, 卿들은 오늘 이 일의 결말을 지어 주기 바라오. 나는 이미 결심을 굳혔으니, 卿들은 朕의 뜻에 어긋남이 없도록 의결해 주기 바라오."
유방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아예 조회에서 퇴장해 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하여 중신들 間에 의론이 분분하였다.
이런 소식은 곧 呂 后의 귀에 들어가게 되자 呂后는 크게 놀라며, 친정 오빠인 呂澤을 궁중으로 급히 불러들여 호소한다.
"황제가 戚妃 년에게 미쳐 太子를 폐위시키고 그년의 몸에서 태어난 여의를 태자로 책封하려고 한다니,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呂澤이 대답한다.
"제가 워낙 지혜가 부족하여, 이런 중대한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자신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張良 선생은 지혜가 많으신 어른이시니, 비밀리에 그 어른을 찾아 뵙고 상의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 어른이시라면 우리에게 좋은 지혜를 베풀어 주실 것이옵니다."
呂后가 고개를 끄덕이며,
"張良 선생이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얼마나 다행스럽겠소? 그러나 그 어른은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묻혀서 修道나 하고 계시니, 이런 일에 관여하려고 하시겠소 ?"
여택이 다시 품한다.
"張良 선생은 세상을 등진 어른이니까, 좀처럼 관여하지 않으시려고 할지 모르옵니다. 그러나 張良 선생에게 <벽강>이라는 아들이 있사온데, 벽강과 저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러하니 제가 벽강을 내세워, 張良 선생에게 부탁해 볼 생각입니다."
呂皇后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한다.
"그렇다면 벽강을 데리고 가서 張良 선생을 꼭 만나 보도록 하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