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22
** 楚漢誌 44
※ 王陵 母親의 壯烈한 最後
張良의 논리에는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漢王은 張良의 논리에 크게 감탄하면서, 왕릉을 달래듯 말한다.
"子方 선생의 말씀은 과연 옳은 말씀이오. 그러면 謨士 叔孫通을 보내, 慈堂께서 진짜로 항우의 陣營에 끌려와 계신지 우선 그것부터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이 후 문제는 확인 되는대로 다시 논의하기로 합시다."
謨士 숙손통이 어명을 받들고 楚陣으로 항우를 찾아가니, 항우는 매우 퉁명스러운 어조로 숙손통에게,
"王陵은 나와 고향이 같은 沛縣 사람이오. 따라서 王陵은 같은 고향사람인 나를 섬겨야 옳을 일인데, 그 者는 劉邦을 도와 내가 가는 길을 크게 방해하고 있소. 그래서 나는 그 者의 어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오. 지금이라도 그者가 나를 찾아와 잘못을 인정하고 항복한다면, 어미와 아들을 모두 살려줌은 물론 왕릉은 크게 쓸 용의가 있소. 그러나 그者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자의 어미를 죽여 불효자의 惡名을 천추에 남게 할 생각이오."
항우의 말은 매우 거칠었으나 叔孫通은 침착히 반문한다.
"王陵 장군의 母親을 한 번 만나 뵙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오 ...
여봐라 !
왕릉의 어미를 이 자리에 데려오너라 ! "
이윽고 왕릉의 老母가 刑吏들에게 끌려 나오자 숙손통에게 묻는다.
"貴公은 어디서 오신 뉘신데, 나 같은 늙은이를 보자고 하시오 ?"
숙손통은 허리를 굽혀 정중한 인사를 올리며 대답했다.
"저는 王陵 장군의 부탁을 받고 온 사랍입니다. 慈堂께서 고초를 겪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왕릉 장군이 몹시 괴로워하고 계시옵니다.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장군께서는 慈堂을 求하기 위해 이곳으로 직접 찾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바라옵건데 자당께서는 아드님에게 보내는 親筆 書翰을 한 장만 써 주시옵소서. 장군께 그 서한을 전달해 드리면 즉시 이곳으로 달려오실 것이옵니다."
叔孫通은 왕릉의 어머니가 이같은 아들의 전갈을 들으면 당연히 기뻐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 죽게 된 자신을 아들이 와서 살려 주겠다는데, 그 누가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왕릉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老婆는 숙손통의 말을 듣고 나더니 얼굴에 怒氣를 띠며 큰소리로 꾸짖는 것이었다.
"貴公은 어찌하여 말 같지 않은 말씀을 하고 계시오. 漢王은 워낙 寬仁大度하신바, 만 천하의 蒼生들이 그분을 부모처럼 받들어 모신다고 들었소. 내 아들이 천만 다행히도 그 분 같은 훌륭한 어른을 主君으로 모시게 되어, 이 어미는 항상 하늘에 감사하고 있다오. 만약 내 아들이 漢王에게 충성을 다하여 다소나마 功을 세운다면, 나는 功臣의 어미로써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게 될 것이오.(王陵의 어머니는 그때 이미 聖經을 통달하신 듯.) 그것이 바로 참 사람의 도리이거늘, 어찌 구차하게 언젠가는 사라질 생명을 연명하자고, 내 아들이 역적에게 항복하여 汚名을 천추에 남기게 하겠소?
貴公은 속히 돌아가셔서 내 아들에게 내 뜻을 분명하게 傳해 주시오."
王陵의 어머니는 그 말을 끝내자마자 옆에 서 있던 호위병의 허리에서 단도를 낚아뽑더니 자기 자신의 가슴에 칼을 꼿고, 땅바닥으로 엎어지며 自決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
말릴 틈도 없이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로, 그 자리에 함께 했던 叔孫通은 물론, 항우를 비롯하여 立侍했던 호위병과 刑吏들도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항우는 자신을 <逆賊>이라 칭하며 눈앞에서 장렬하게 자결하는 王陵 母의 광경을 보자 분통이 터졌다.
그리하여,
"저 년의 시체를 당장 끌어내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 "
하고 무서운 호통을 쳐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용저가 項王에게 諫한다.
"폐하 ! 저 늙은이의 罪는 백 번 죽어 마땅한 줄로 아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노파의 장례를 禮를 갖추어 치루어주면, 王陵이 그 은공에 감복하여 결국에는 우리에게 귀순해 올 수있는 계기가 되겠사오나, 만약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 없애버리면, 王陵은 그 怨恨이 골수에 사무쳐 반드시 복수를 하고자 이를 갈고 달려들 것이옵니다. 하오니, 미래를 생각하시와 노파의 屍身을 고향인 彭城으로 보내 장례를 치루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옵니다."
항우도 그 말에 일리가 있는지라, 노파의 시체를 팽성으로 보내주도록 허락한 뒤, 숙손통에게 말했다.
"貴公은 영양성으로 돌아가거든 王陵에게 지금이라도 귀순하도록 권고해 주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나는 대군을 일으켜 王陵뿐 아니라 漢王 劉邦까지 모두 사로 잡아 목을 잘라 버릴 것이오. 유방에게도 나의 뜻을 분명하게 傳하시오. 살고 싶거든 王陵을 하루 속히 나에게 보내라고 말이오."
그야말로 眼下 無人의 폭언이었다.
항우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强者라, 그가 총력을 다하여 공격해 온다면 漢王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기에 숙손통은 그와 같은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항우에게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하였다.
"실상인즉, 漢王은 賢士 들에 대한 태도가 보통 거만한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진작부터 陛下에게 귀순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王陵 장군 역시 평소 저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사옵니다. 그러하니 이번에 제가 돌아가게 되면 왕릉 장군과 내밀히 상의하여 머지않아 폐하에게 귀순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반색하며,
"貴公도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고마운 일이오. 그러면 속히 돌아가 왕릉을 꼭 설득해서 같이 오도록 하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貴公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하겠소"
우직한 항우는 숙손통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이번에는 漢나라의 군사 비밀을 알아내려고,
"劉邦은 지금 병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기에 나에게 항복을 하지않고 버티는 것이오 ?"
숙손통이 대답한다.
"지금 漢나라의 병력은 20 萬이 넘고, 대장도 60~70명 가까이 되옵니다. 게다가 무기와 군량도 넉넉히 가지고 있어 폐하께서 장기전을 펼치시면 불리하게 될 것이옵니다. 이런 군사력과 군수물자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번 전투에서 시종 일관 수비 태세로 나오는 것은 그 나름대로 깊은 計略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귀가 번쩍 하며,
"그 계략이란 무엇이오 ?"
"실상인즉 韓信이 魏나라를 평정하고 나서, 지금 폐하가 부재중인 틈을 타서 彭城으로 쳐들어가 볼모로 잡혀 있는 太公과 呂王后를 탈환해 올 계획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그런 뒤, 일단 영양성으로 돌아와 齊나라와 燕나라를 차례로 정벌하여 폐하를 오도 가도 못 하도록 궁지에 몰아 넣을 계획을 꾸미고 있는 중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劉邦과 韓信이 그렇게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있단 말이오 ?"
"물론입니다. 韓信이 彭城으로 쳐들어가면 그때에는 漢王도 정면으로 공격해 올 계획인데, 前 後方에서 일시에 공격해 오면, 폐하께서도 그때는 저들을 막아내기가 쉽지않으실 것이옵니다. 하오니 속히 彭城으로 귀환하셔서 韓信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미리 갖추어 놓으시는 것이 좋을줄 아옵니다."
"알겠소. 그러면 貴公과 王陵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彭城으로 철군할 테니 빨리 다녀오시오."
숙손통은 항우를 팽성으로 즉시 철수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영양성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항우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데는 크게 성공한 셈이었다.
숙손통이 영양성으로 돌아와 왕릉 장군의 어머니가 장렬하게 자결한 경위를 소상히 말해주니, 王陵은 미친 듯이 통곡하며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는다.
"項羽 이노옴!
내 어머니를 죽게 했으니, 너는 나의 불구대천지 원수다. 이제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항우 너를 내 손으로 죽이고야 말 것이다."
항우가 아직도 팽성으로 철군하지 않고있다는 말을 듣고 張良이 陣平을 불러 상의한다.
"항우가 韓信 장군의 기습에 대비하기 위하여 팽성으로 철수하고 싶어하면서도 숙손통과 왕릉 장군의 귀순을 기다리고 있다니, 우리는 우리대로 손을 써야만 할 것 같구려."
陣平이 반문한다.
"어떻게 손을 쓰신다는 말씀입니까 ?"
"항우가 숙손통의 속임수에 넘어간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울화통이 터져서 무섭게 덤벼올 것 이니,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오."
"듣고보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러면 어떤 대책이 좋겠습니까 ?"
"나에게 秘策이 있으니, 대왕 전하의 윤허를 받아 그 비책을 쓰기로 합시다."
張良은 漢王의 윤허가 내려지자 곧 전옥(典獄)을 불러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린다.
"獄中에 있는 사형수 두 사람의 목을 잘라, 城門 위에 높이 매달아 놓도록 하라. 그리고 그 옆에는 榜文을 써 붙이되, 叔孫通과 王陵이 항우와 내통을 하고 있었기로 이를 적발하여 두 반역자의 목을 베어 효수(梟首)한다는 사실을 자세히 써 붙여라."
典獄이 張良의 명령대로 죄수 두 사람의 머리를 베어 성문위에 높이 걸어 놓고 榜文까지 써붙이니,
성안의 사람들은 효수형을 당한 죄수가 숙손통과 왕릉인 줄로 믿게 되었다.
이러한 소문이 널리 퍼져 마침내는 첩자의 입을 통해 항우의 귀에까지 들어가니, 항우는 놀라움과 동시에 애석함을 금치 못했다.
(저런 !, 숙손통과 왕릉은 틀림없이 나에게 귀순해 올 사람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효수형을 당했다니, 이런 애석한 일이 어디있단 말이냐... ! 내가 이번 전투에서는 運이 별로인 것같으니, 이제는 빨리 철수하여 彭城이나 굳게 지켜야겠다..! )
漢王은 항우가 철군한다는 소식을 듣고 張良에게 물었다.
"항우가 철군을 시작했다는데 이 기회에 적의 후방을 공략하는 것은 어떠하겠소이까 ?"
그러나 장량은 고개를 가로 젖는다.
"지금의 우리 형편에서는 그럴 때가 아니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옵고 때를 기다리 시옵소서."
항우가 彭城으로 돌아와 范增에게 영양성에서의 철군 과정을 이야기하니, 范增은 땅을 치며 탄식한다.
"숙손통과 왕릉이 귀순을 약속했다는 것도 말짱 거짓말이옵고, 두 사람이 梟首刑(효수 : 목을 베어 높이 매달아 걸음)을 당했다는 것도 폐하를 속이기 위한 張良의 詐術이 분명합니다."
항우는 범증의 말을 듣고서야 叔孫通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땅을 쳤다.
(병신이 따로 없지~
武將으로써 힘과 싸우는데 있어서는 최고라 할 수 있겠지만 天子의 재목은 결코 아니니..)
일찍이 마키아벨리 (Niccoolo Mcchiavelli 1469 ~ 1527)는, "지도자가 피해야 할 것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怨恨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멸을 받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허나, 마키아벨리는 항우가 죽은지 1670 년이나 지난 뒤에 태어났으니 항우가 알 수조차 없었겠지만 范增 말도 안 듣는 항우가 그 말을 들었다고해도 "소 귀에 경 읽기" 가 아니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