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21
** 楚漢誌 43
※ 王陵 장군의 母親
楚覇王 항우가 彭城에 있는 어느 날, 첩자가 달려와 항우에게 아뢴다.
"폐하 ! 지금 韓信이 대군을 이끌고 魏나라로 쳐들어가 魏王과 싸우고 있다고하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반색하며 묻는다.
"뭐라고 ? 韓信이 魏나라에 가 있다고 ? 그러면 영양성은 지금 비어있을 게 아니냐 ?"
영양성을 함락시킬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싶어 항우는 즉석에서 范增을 불렀다.
"韓信이 魏나라로 원정을 떠났다니, 이 기회에 쳐들어가 영양성을 격파하고 유방을 때려잡는 것이 어떻겠소 ?"
범증은 신중히 생각하며 대답한다.
"우리가 신속히 손을 쓴다면 유방을 생포하기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옵니다. 그러나 韓信은 워낙 용의 주도하기 때문에, 원정을 떠나기 전, 필히 대책을 세워 놓았을 것이 분명하므로, 어디까지나 신중을 기하셔야 하옵니다."
그러자 대장 龍沮가,
"대왕께서 직접 출정하시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丞相께서는 그런 걱정을 하시옵니까 ?"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큰일을 도모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오."
항우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대장 李奉仙에게 3 천의 군사를 주어 先峰 부대로 삼고, 자신은 後陣이 되어 영양성으로 진격을 개시한다.
한편,
漢王은 항우가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 張良과 陣平을 불러 상의한다.
"韓信 장군이 없는 틈을 타 항우가 영양성을 침공해 온다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張良이 대답한다.
"韓信 장군이 떠나기 전에 건의한 대로, 王陵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막아내게 하면 될 것이옵니다."
漢王은 王陵을 급히 불러 軍令을 내린다.
"지금 항우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있으니, 장군이 저들을 막아 주시오."
왕릉은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漢王에게 아뢴다.
"楚覇王의 軍勢가 막강하여 武力으로 저들과 맞서면 우리쪽도 심대한 피해가 예상되오니, 정면으로 싸울게 아니라 저들이 쉽게 접근해 올 수 없도록 城 주위에 땅을 깊게 파 江물을 끌어들여 흐르게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秘策을 쓰면, 저들이 쉽게 접근해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秘策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
"비밀이 누설되면 곤란하오니 대왕 전하께만 아뢰겠사옵니다."
王陵은 漢王의 귓에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漢王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만족해하며,
"장군에게 그런 비책이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소. 그러면 陣平을 軍師로 하여 大勝을 거두어 주기 바라오."
한편,
楚軍 선봉장 李奉仙은 3 千 군사를 몰고 영양성으로 먼저 달려왔으나, 城은 四 大門이 굳게 닫힌 채 漢軍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城 안이 쥐죽은 듯이 고요하고,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무슨 일일까 ?)
선봉장 李奉仙이 항우에게 아뢴다.
"폐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敵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쳐버린 것 같사옵니다."
그러자 항우가 신중을 기하며,
"우리가 먼 길을 오느라고 모두가 지쳐 있으니,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 敵情을 다시 한 번 파악한 뒤, 행동을 개시하기로 하자."
이리하여 楚軍은 저마다 무장을 풀고 휴식겸 잠을 請한다.
한편,
王陵은 그날 밤,
먼 길을 달려 온 적들이 피곤에 지쳐 잠들기를 기다려 동서 남북 사방에 마른 풀을 여러 군데 쌓아 놓고, 한밤중에 야습할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5 백 명의 특수부대의 머리에 붉은 두건을 쓰게하고, 옷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손에는 횃불과 단도 하나씩을 들고 있게 하였다. 그야말로 <붉은 도깨비>의 형상을 갖추도록 한 정예부대였던 것 이었다.
이런 준비가 갖춰지자, 이번에는 대장 하후영에게 군령을 내린다.
"잠시 후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아오르면 우리의 <붉은 도깨비 부대>는 적진 속으로 총돌격을 감행할 것이오. 그러면 적들은 처음 보게되는 <붉은 도깨비> 부대의 내습에 크게 당황하여 우왕좌왕 모두 도망치게 될 것이니, 하후영 장군은 그때를 놓치지 말고 3 萬의 군사로 도망치는 敵들을 모두 쓸어 버리시오."
楚나라 군사들은 이러한 夜襲이 준비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모두들 정신없이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잠시 후,
사방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자, 손에 손에 횃불을 밝혀든 5백여 명의 <붉은 도깨비 부대>가 괴성과 요란한 북을 울리며 楚軍 陣營의 한복판으로 쳐들어가니, 곤한 잠 속에 빠져 있던 초병들은 혼비 백산하여 도망 치기에 바빴다.
"이게 웬 난데없는 도깨비들이냐 ? "
붉은 도개비에 놀란 楚軍이 정신없이 도망치며 그런 소리를 질렀는데, 실상 도깨비 부대는 불과 5 백 명에 불과했지만, 겁에 질려 도망치는 楚軍 병사들에게는 1萬이 넘어 보이는 무서운 특수부대였다.
楚兵들이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후영의 本陣이 도망가는 楚兵들을 槍으로 찌르고 칼로 베어 죽이니, 山과 들은 어느새 屍山血海를 이루었다.
中軍에서 자고 있던 항우가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武裝을 갖추고 달려와 보니, 한 사람의 적장이 도깨비 부대의 선두에서 종횡 무진 아군 병사들을 쓸어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
항우는 크게 怒하여 장검을 휘두르며 적장을 향하여 달려갔다.
"이놈아 ! 싸우려거든 나에게 덤벼 보거라 ! "
항우는 적장을 한칼에 베어버릴 요량으로 고함을 지르며 번개처럼 달려갔다.
그러나 敵將은 항우가 생각한 것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적장은 번개처럼 덤벼오는 항우의 공격을 옆으로 살짝 비키더니 오히려 반격을 가해 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은 정면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장수들은 항우 앞에서는 독수리에게 쫒기는 비둘기처럼 맥을 못 추는데 지금 항우와 맞짱뜨고 있는 적장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항우가 아무리 매섭게 찌르고 베어도 '붉은 도개비 부대'의 장수는 그 때마다 몸을 가볍게 피하면서 날카롭게 반격을 가해오는 것이었다.
항우는 약이 바짝 올라, 이번에는 丈餘의 철퇴(鐵槌)를 바람개비 처럼 휘둘러댔다.
도깨비 대장도 그것은 당해 낼 수가 없었던지, 그제서야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항우는 자신의 위신이 손상된 것에 크게 怒하여, '도깨비부대'장을 얼마간 쫒다가 추격을 멈추고 부하에게 물었다.
"지금 나에게 덤벼들다가 도망간 敵將은 도대체 어떤 놈이냐 ?"
부하가 대답한다.
"그는 漢將 王陵이옵니다."
"뭐 ? 그자가 바로 내가 평소 유인해 오고 싶었던 王陵이란 말이냐 ?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쫒아가서 그자를 붙잡아 와야겠다."
항우는 진작부터 왕릉의 이름을 들었던 터라, 그를 자기 부하로 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王陵을 붙잡아 제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季布, 鐘離昧, 용저 等 모든 장수들이 앞을 가로 막으며 만류한다.
"폐하 !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폐하께서 직접 잡아오지 않으셔도 왕릉을 제발로 걸어오게 할 수있는 방법이 있사옵니다."
"그래? 어떤 계략인지, 어서 말해 보아라."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는 지금 왕릉의 어미가 우리 수중에 있사옵니다. 왕릉은 누구 못지않게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오니, 왕릉의 어미를 이 자리에 불러 놓고 죽인다고 하면, 왕릉은 틀림없이 제발로 달려오게 될 것이옵니다. 그렇게 해서 왕릉을 우리가 붙잡아만 두게 되어도 영양성은 우리 손에 쉽게 함락시킬 수 있게 될 것이옵니다."
항우는 그 계략을 듣고 크게 웃으며 기뻐하였다.
"과연 명안이로다. 그러면 속히 사람을 보내 왕릉의 어미를 이리로 데려오도록 하여라 !"
항우의 명령에 의하여 왕릉의 어머니를 데려오려고 飛馬가 彭城으로 급히 달려갔다.
한편,
王陵이 특수부대인 <도깨비 부대>를 이용하여 큰 戰果를 올리고 돌아오니, 漢王은 원문까지 마중 나와 王陵의 손을 잡으며 치하한다.
"장군은 많지 않은 병력으로 敵의 大軍을 격파했으니, 그 戰功은 길이 빛날 것이오."
"간밤에 약간의 戰果를 올린 것은 사실이오나, 항우가 아직 물러간 것이 아니오니 우리는 지금 바로 금후의 대책을 세워야 할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자 張良과 陣平이 함께, 漢王에게 아뢴다.
"韓信 장군이 魏나라를 평정했사오나, 그쪽 사정이 복잡하여 속히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우리는 항우와 정면으로 대결할 것이 아니라, 韓信 장군이 돌아올 때까지는 守城만 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漢王은 張良의 말을 옳게 여겨, 공격은 하지 않고 수비 위주의 전술만 펴기로 하였다.
그런데 항우는 영양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陣을 치고 있으면서도, 무슨 까닭인지 10여 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싸움을 걸어 오지 않고 있는게 아닌가 ?
그렇다 보니 오히려 이 편에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사 하나가 王陵에게 달려와 아뢴다.
"장군님 ! 큰일났사옵니다. 항우가 지금 장군님의 慈堂을 彭城에서 이곳으로 끌어다 놓고 죽이려 한다고 하옵니다."
왕릉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우가 볼모로 붙잡아 두었다는 나의 어머님을 이리로 끌어다 놓고 죽이려 한다고.... ? 너는 그 일을 어떻게 알았느냐 ?"
"慈堂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드님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다는 최후의 말씀을 저쪽에서 전하는 사람을 보내왔사옵니다. 장군께서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어머니를 영원히 못 뵙게 될 것이라는 전갈이었습니다."
왕릉은 그 말을 듣고 목을 놓아 울다가 漢王에게 달려가 자신의 고충을 사실대로 아뢴다.
"臣의 老母가 70이 넘었사오나, 臣은 아직까지 노모에게 변변한 효도 한 번 한 일이 없사옵니다. 그런데 항우가 臣의 老母를 이곳으로 끌어와 죽이려 하므로, 노모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사람을 보내왔사옵니다. 臣은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어머니를 구해 보고 싶사오니, 臣이 항우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윤허를 내려 주시옵소서. 臣이 비록 항우를 찾아가더라도 대왕에 대한 一片 丹心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張良을 불러 물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선생께서 지혜를 알려주소서."
張良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王陵에게 말한다.
"장군이 老母를 求하기 위해 勞心 焦思하는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소. 그러나 老母를 구하기 위해 항우를 찾아 간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오.
항우는 며칠 전 장군에게 大敗했기 때문에, 장군을 제거해 버리고자 이런 못된 詐術을 쓰고 있는데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되오. 老母께서 실제로 항우에게 끌려 오신지 확실한 사실조차 모르는데 심부름꾼의 말만 믿고 달려가면 안된다는 말이오. 그러하니 우리가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 老母께서 그 곳에 계신지부터 확인해 보는게 순서일 듯 하오. 아울러 노모께서 일선에 붙잡혀 오셨다면, 老母의 친필 書翰을 받아 오도록 하십시다. 어머니를 求하기 위해 항우를 찾아 가는 것은 그 후의 일이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