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112
** 楚漢誌 34
※劉邦의 大敗
한편,
項羽의 愛妾 虞美人은 아버지 (일설에는 오라비라고도 함) 虞子期와 함께 밤새 도망을 쳐 닷새만에, 항우가 있는 齊나라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항우에게 울면서 호소한다.
"彭越 장군이 변절하여 彭城을 漢王에게 내주는 바람에 국가의 모든 재물과 군사들까지 고스란히 한왕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신첩은 그대로 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겠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쳐 왔사오니 폐하께서는 이 恨을 속히 풀어 주시옵소서."
항우는 우미인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劉邦 이 놈이 감히 彭城을 빼앗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내 당장 달려가 유방을 요절내리라."
항우는 龍狙와 鍾離昧 두 장수를 불러,
"나는 彭城으로 가서 劉邦을 작살내버릴 것이니, 그대들은 齊나라를 계속 공격하라."
하고 命한 뒤에, 자신은 3 萬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밤낮을 가리지않고 팽성으로 달렸다. 그리하여 彭城에서 30 里쯤 떨어진 강변에 陣을 치고, 팽성이 있는 유방에게 다음과 같은 선전 포고문을 보냈다.
<나 楚覇王은 劉邦에게 이르노니, 그대를 漢王으로 封한 사람은 바로 나다.
그대는 巴蜀에서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될텐데, 이제 무슨 욕심으로 關中을 점령하고 彭城까지 침범해 왔느냐. 그대가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기필코 그대의 목을 내 손으로 쳐버리고야 말겠다. 겁나면 당장 물러가거나, 자신이 있으면 지금 당장 싸우러 나오라.>
유방은 항우의 선전 포고문을 읽어 보고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냈다.
<나는 영토가 탐이 나서 楚나라를 치러 온 것이 아니라, 義帝를 시해한 大逆 罪人을 하늘을 대신하여 懲罰하러 왔을 뿐이다. 하늘이 죄인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니, 그대가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물러가지 않으면, 반드시 滅亡하게 될 것임을 각오하라.>
漢王은 회신을 보내고 나서 귀순해 온 장수들을 긴급 소집하여 항우의 공격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제 1 陣은 殷王 司馬공, 제 2 陣은 洛陽王 申陽, 제 3 陣은 상산왕 張耳, 제 4 陣은 漢王 자신이 지휘하고, 제 5 陣은 총사령관 魏豹가 司馬欣, 동예, 유택 등과 함께 彭城을 死守할 것을 명했다.
漢王은 팽성으로부터 10 里 밖까지 나와 陣을 치고, 項羽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항우는 3만 군사를 거느리고 좌우에 龍鳳日月旗를 휘날리며 질풍같이 몰려오는데, 그 위세가 자못 당당하였다.
항우가 선두로 달려 나오며 漢나라 진영을 향하여 외친다.
"匹夫 劉邦은 속히 나와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 龍泉劍이 용서치 않을것이다."
항우가 그렇게 외치며, 허공에 10척 장검을 휘두르는데, 바람을 가르는 칼의 울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자 제 1 陣인 司馬공이 장검을 휘두르며 마주 달려 나온다.
항우는 사마공을 보자, 큰소리로 꾸짖는다.
"사마공은 듣거라. 나는 너를 殷王에 封해 주었거늘, 너는 무슨 이유로 나를 배반하고 유방에게 붙었느냐 ?"
司馬공이 가소로운듯이 대답한다.
"나는 義帝를 위해 大逆 罪人을 罰하러 나왔을 뿐이다. 대역 죄인의 입에서 背反이라는 말은 당치도 않은 말이다."
항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마공에게 질풍같이 덤벼들었다.
사마공은 10여 합쯤 싸우다가 항우를 도저히 당해 낼 길이 없어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항우가 맹렬히 추격하는데, 항우가 타고 있는 말은 <烏추>라는 천하의 명마인지라, 금새 司馬공을 따라 잡아 한칼에 사마공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제 2 陣인 申陽이 달려나간다.
항우는 또다시 신양을 큰소리로 나무란다.
"나는 너를 洛陽王에 봉해 주었거늘, 너는 무슨 이유로 나를 배반하고 유방에게 붙었느냐 ?"
신양은 항우에게 다가서며 대답한다.
"漢王은 그대와 달리, 성품이 관후하시어 한왕을 받드는 사람은 이미 나 뿐만이 아니다. 천하의 인심이 이미 漢王에게 집중되었으니, 그대도 투구를 벗어 던지고 속히 항복하라. 곱게 항복하면 楚王으로서의 지위만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항우는 분통이 터져 먹이를 본 맹수처럼 申陽에게 덤벼들었다.
신양은 요리조리 항우를 피해 다니며 계속 놀려댔다.
"나는 너를 위해 충고를 했거늘, 너는 아직까지도 네 죄를 깨닫지 못하느냐? 그러고서야 언제나 철이 들겠냐 ?
申陽이 항우와 20여 합을 겨루며 피해 다니다가 마침내 힘이 달려 쫒기기 시작하니, 이번에는 3陣 대장, 張耳가 달려 나가 싸움을 맡았다. 그러나 항우는 용맹이 워낙 뛰어난지라, 쫒기 는 신양의 목을 한칼에 날려 버린다.
張耳는 그 광경을 보자 감히 싸울 용기가 없어 말머리를 돌려 제풀에 쫒기기 시작하였다.
"이놈아 ! 네가 가면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 "
과연 항우는 천하 무적의 將帥였다.
항우가 장이를 급히 추격하다 보니, 멀리서 수많은 정기(旌旗)를 앞세우고 軍鼓를 크게 울리며 이쪽을 향하여 달려 오는 군사들이 있었다.
항우가 추격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漢王 劉邦이 수많은 장수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백마를 타고 유유히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항우는 그 광경을 보자 분노로 전신이 떨려 와, 한왕을 향하여 쏜살 같이 달려가며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필부 유방은 듣거라. 일찍이 泗上의 亭長에 불과한 너를, 漢王으로 封해준 사람은 내가 아니냐? 네가 지난날의 은혜를 저버리고 彭城까지 침범해 왔으니,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용기가 있거든 당장 싸워서 결판을 내자. 그럴 용기가 없거든 투구를 벗어 던지고 나에게 무릎꿇고 항복 하도록하라."
항우의 언동은 오만 하기 짝이 없었다.
한왕은 의연히 맞서며 항우에게 꾸짖듯이 말한다.
"그대는 匹夫의 慢勇을 믿고 큰소리를 치는데 大逆罪人이 어찌 감히 하늘이 보낸 군사의 위세를 꺾을 수 있단 말이냐 ?"
항우는 더 이상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듯, 한 손에는 방천극(方天戟)을 휘어 잡고, 한 손으로는 龍泉劒을 휘두르며 유방을 향해 달려오는데, 그 위세는 마치 거대한 호랑이가 나는듯 덤벼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劉邦에서는 번쾌, 周발, 陣武, 근흠, 노관 등의 猛將들이 漢王을 호위하며 四方에서 덤벼 나오니, 제아무리 항우라도 혼자서는 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항우가 좌충 우돌하며 고군 분투를 하고 있자, 이번에는 楚軍 측에서도 項莊, 季布, 환초, 虞子期 等의 대장들이 달려 나와서, 양군 장수들은 천지가 진동하는 大 혼전을 벌였다.
격전에 격전을 거듭하기를 무려 30여 합, 마침내 유방의 장수 들이 힘에 부쳐서 후퇴하기 시작하니, 이번에는 後陣에 있던 魏豹가 달려 나온다.
항우는 위표를 보자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괘씸한 놈아!
네 놈이 무슨 낯짝으로 나에게 덤벼드느냐 !"
그러자 위표가 큰소리로 꾸짖듯이 대꾸한다.
"그대야 말로 恩義를 배반하고 義帝를 시해하고, 漢王을 좌천시키지 않았느냐,?
그나 그뿐이냐? 그대는 始皇帝의 皇陵을 파헤쳐서 금은 보화를 가로챘고, 秦나라의 죄없는 군사들을 20 萬 名이나 생매장해 버리지 않았느냐? 세상 사람들은 그대를 원수로 알고 있거늘, 그대야말로 무슨 낯으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이냐 ? 한푼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거든 당장 물러가거라 ! "
항우에 대한 위표의 따끔한 질타는 듣기가 거북할 정도로 신랄하였다.
항우는 위표에게 배신 당한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는데, 갖은 악담까지 퍼부어대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리하여 방천극을 휘두르며 덤벼드니 위표도 장창으로 맞서오는 것이었다.
위표도 무술이 뛰어난 장수인지라, 두 사람은 20 여 합이 넘도록 겨뤘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러자 항우는 방천극을 내던지고 길이가 20척이나 되는 무쇠 채찍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위표는 무쇠채찍에 맞아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漢나라 군사들은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후퇴를 시작하자 항우의 군사들은 漢나라 군사들을 추격해와 창으로 찌르고 칼로 후려치니, 漢나라 군사들의 시체가 잠깐 사이에 들판에 쌓여가는 것이었다.
전투의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다보니, 劉邦은 눈물을 머금고 彭城에서 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군사들을 잃고 함양으로 쫒겨 가고 있는데, 유택이 뒤에서 급히 따라오며,
"司馬欣과 동예가 항우에게 항복하는 바람에 太公 내외분을 비롯하여, 여 王后와 두 분 왕자도 모두 항우에게 포로가 되셨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애시당초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라고 귀가 아프도록 일렀건만 승리를 100% 과신하고 부모와 자식들까지 모두 戰場으로 데리고 나온 쪼다같은 유방의 책임이 100%라..
더욱이 張良과 韓信의 충고도 무시하고 지 위신을 세워보고 싶은 욕심에 수많은 군사를 잃고 패퇴하는 劉邦이란 者가 왜 이다지도 먈미워지는 걸까!?)
"뭐라고? ! 나의 가족들이 모두 항우에게 붙잡혔다고 ?"
漢王은 기절 초풍할 듯이 놀랐다.
그는 싸우러 나올 때 자기 일가족을 팽성을 지키게 하였던 사마흔에게 맡겼었다. 그런데 司馬欣이 항우에게 항복을 하면서 한왕의 일가족을 고스란히 넘겨 주었던 것이었다.
한왕은 땅을 치며 후회한다.
"아아, 張良 선생과 韓信 장군이 그토록 만류하셨는데도 나는 고집을 부려 彭城으로 왔다가 이 꼴이 되었으니, 이제 무슨 낯으로 그분들을 만날 것이냐 ?"
그러나 이미 지난 일! ~ 땅을 치고 통곡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한왕이 비탄에 잠겨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돌연 사방에서 함성이 일어나며 楚나라 군사들이 동서남북에서 구름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漢王의 주변에는 그를 호위하는 병사가 불과 2~3백 騎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사방에서 몰려드는 楚軍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수천명에 달하지 않은가 ? 졸지에 독 안에 든 쥐의 신세가 되어 버린 漢王은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우러러,
"아아, 하늘이시여 ! 이 어리석은 劉邦을 용서하여 주시옵고 굽어살펴 주소서."
하고 축원을 올렸다.
漢王이 하늘을 향하여 똑같은 祝願을 세 번 올리고 나니, 이 무슨 기적인가 ? 지금까지 멀쩡하던 하늘에 별안간 검은 구름이 일더니, 일진 광풍이 무섭게 불기 시작하며 폭우가 억수로 쏟아지는 게 아닌가? 폭풍우와 함께 뇌성 벽력이 천지를 뒤집을 듯 휘몰아치니, 楚나라 군사들이 혼비 백산하여 저 멀리 숲속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때, 한왕이 폭풍우를 이용하여 철통같던 포위망을 뚫고 단숨에 20여 리 가량 도망쳐 나오니, 그제서야 날씨가 멀쩡하게 개는 것이었다.
(아아,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 )
한왕은 하늘을 향하여 두 손모아 감사를 올리며 다시 앞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날씨가 개고 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항우는 군사들을 향하여 외쳤다.
"독 안에 든 쥐를 그냥 놓쳐 버릴 수는 없다. 추격을 다시 개시하라 ! "
그러자 軍師 范增도 옆에서 격려하며 말한다.
"漢王이 도망을 가도 멀리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기회에 그를 기필코 생포하여 후환을 깨끗이 없애야 한다. 상금을 두 배로 줄 것이니, 누구든지 漢王을 반드시 생포해 오도록 하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