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09
** 楚漢誌 31
※ 劉邦의 蠻勇
河內城에서 회군한 項莊과 季布가 項王에게 회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실대로 보고하자, 항왕은 大怒하며 무섭게 꾸짖었다.
"하내성이 함락 되었으면 城을 되찾을 생각은 하지않고, 그냥 돌아오다니!
결국 너희 둘이 河內城을 敵에게 갖다 바친 셈이니, 그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項王이 두 장수를 死刑이라도 할 듯이 무섭게 나오므로, 이를 지켜보던 陳平이 나서 項王에게 아뢴다.
"폐하, 두 장군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하내성은 이미 함락되어 있었다 하오니, 두 장군에게 하내성 함락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사료되옵니다."
그러자 항우는 더욱 화를 냈다.
"陣平 大夫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소 ? 하내성이 함락된 것을 보고도 그냥 돌아왔는데, 어째서 책임이 없다는 말이오 !"
진평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敵將 韓信은 智謨가 탁월해서 항장과 계포, 둘만으로서는 당해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옵니다. 臣이 范增 軍師와 상의하여 하내성을 탈환할 계획을 세울 것이오니, 주공께서는 齊나라와 梁나라를 평정하신 後, 河內城으로 출정하도록 하시옵소서. 만약 주공께서 직접 나서지 않으시면 하내성 뿐만 아니라 關中 全域을 유방에게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옵니다."
항우는 진평이 韓信을 크게 평가하는 말을 듣자 분노가 폭발하여 주먹으로 용상을 내려치며,
"大夫는 이 판국에 무슨 그런 요망한 소리를 입에 담는가 ?!"...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여봐라 ! 저 者의 官職을 박탈하고, 내일부터는 조정에 얼씬도 하지못하게 하라 !"
하고 그동안의 功勞에 대한 일체의 배려도 없는 가혹한 명을 내리는 것이었다.
項莊과 季布를 감싼 陣平이 오히려 그들의 죄를 몽땅 뒤집어 쓴 꼴이 되고만 것이었다.
뜻밖에 官職을 박탈 당한 陣平은 마음이 울적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가혹한 벌을 내린단 말인가 ? 項莊과 季布를 감싼 것도 당신을 위해서이고, 금후의 대비책을 진언한 것도 당신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인데, 만약 劉邦이었다면 나의 이러한 충정을 項王처럼 몰라보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
陣平은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項王은 强暴하기만 할 뿐, 신의와 情理를 모르는 인간이다. 저런 사람을 오래 섬겨 보았자 결국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 당할 일만 남을 뿐, 그로부터 어떤 희망이 있을 것인가 ?)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진평은 불현듯 항우를 떠나 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
며칠을 두고 고민하 던 진평은 마침내 漢王 劉邦에게 귀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어느날 장삿꾼으로 변장 하고, 조용히 咸陽을 향하여 망명 길에 올랐다.
진평은 며칠 동안 잠행한 끝에 武陽을 지나 黃河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이제는 江을 건너가야 할 판인데, 다행히 저 멀리서 나룻배 한 척이 강을 건너려 하고 있자, 진평은 달려가며 뱃사공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시오, 사공 ! 급한 볼 일이 있어 함양으로 가는 길이니, 나 좀 강을 건너가게 해주시오."
나룻배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첫눈에 보아도 인상이 몹시 더러운 뱃사공 두 사람만 타고 있었다. 진평은 배를 같이 타자고 불러놓은 터라, 이제와서 그들의 인상때문에, 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진평은,
"뱃 삯은 후하게 드릴테니, 나를 강 건너로 데려다만 주시오." 하고 배에 올랐다.
뱃사공들은 배를 저어가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평을 위아래로 훓터보더니,
"함양에는 무슨 일로 가시오 ?"
하고 말을 걸어 오는 것이 아닌가?
진평은 만약을 대비하여 路資를 넉넉히 가지고 왔었다. 게다가 신분을 감추느라 장삿꾼으로 변장 하고 있던 터라 부득이,
"咸陽으로 장사차 가는 길이오."
하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뱃사공들은 그 말을 듣자 저희들끼리 눈짓을 해가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가 강 중간쯤 도달했을 때, 한 놈이 별안간 품 속에서 시퍼런 短刀를 꺼내더니 진평의 목에다 들이대고,
"죽지않으려면 가진 재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내놓아라 ! "
하고 위협하는 게 아닌가 ?
일순, 진평은 가슴이 서늘해 왔으나 한편으로는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하여 그는 침착하게,
"내가 지니고 있는 재물은 하나도 하나도 남지지 않고 당신들에게 주겠소. 그대신 나를 해치지 말고 강만 건너가게 해주시오."
그러자 도둑 한 놈이 호통을 친다.
"너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렸으니, 잔말 말고 옷이나 벗어라 ! "
진평은 꼼작없이 등에진 봇짐과 옷까지 모두 벗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도둑들은 봇짐을 열어, 그 속에 있는 돈과 금은 보화를 모두 챙기고 나더니 크게 기뻐하면서,
"허어..오늘은 재수가 무척이나 좋은 날이네. ! 이제 돈 되는 것은 모두 거두었으니, 저 者를 어쩌지 ?"
그러자 다른 하나가 ,
"어쩌긴 뭘 어째 ! 가진 것을 모두 빼았았으니 이제는 없애버려야지! "
진평은 그 말을 듣자 소름이 끼쳐왔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다 내놓았으니 제발 죽이지는 말고, 강만 무사히 건네 주시오."
"잔 소리 그만 지껄여라 ! 네 놈이 뭔데 강을 건네 달라는 말이냐 ? 돈만 뺏고 살려 두면 항상 동티가 나더라."
"우리 손으로 직접 죽일 것까지 없으니, 저 자를 알몸으로 물 속에 처넣어 버리세, 죽고 사는 것은 저 놈 運에 맡기고."
"참,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로세."
두 도둑은 합의를 보자 커다란 널판지 하나를 물위에 던져 주면서 외친다.
"판때기 하나를 특별히 베풀어 줄 것이니, 저 판때기를 타고 염라국(閻羅國)으로 가든가, 헤엄쳐 건너 가든가 맘대로 하거라 ! "
하면서 진평을 알몸 그대로 흘러가는 황하강에 처넣어 버리는 것이었다.
천만 다행이도 陣平은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기에 물 속에 던져지기가 무섭게 널판지로 쉽게 기어오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넓디 넓은 黃河의 江 중간에서 널판지 하나로 어떻게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인가 ?
다행이 때가 여름철이라 얼어 죽을 염려는 없었지만, 이제는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파도를 타고 온 힘을 다하여 건너가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밤이 지나, 다음날 아침 햇살이 비칠 무렵, 천만 다행으로 商船 한 척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진평은 목이 터져라 하고,
"사람 살려 ! 사람 살려 ! "
하고 고함을 쳤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 알몸으로 널판지 한장에 바다같이 넓은 황하강 한 중간에 버려진 진평은 다행히도 지나가는 상선에 구조되었다.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 진평은 황하를 건너자, 咸陽에 있는 옛 친구 위무지를 찾아갔다.
위무지는 매우 반가워하며 묻는다.
"楚나라에서 項王을 섬기던 자네가 어인 일로 나를 찾아오셨는가 ?"
진평은 함양까지 오게 된 사유를 상세하게 말해 주고 나서,
"나는 이제부터 項王을 버리고 漢王을 섬길 생각이네. 그러니 漢王을 만나 뵐 수있는 길을 좀 열어 주시게."
하고 부탁하였다.
위무지가 말한다.
"漢王은 지금, 賢人을 널리 구하고 계시는 중이네. 더구나 漢王께서는 자네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자네가 왔다면 크게 반가워하실 것이네. 내가 내일 대왕을 직접 찾아 뵙고 자네 얘기를 전해드리겠네."
다음날 위무지가 漢王에게 陣平에 관하여 아뢰니, 漢王은 크게 기뻐하며,
"陣平 大夫는, 그 옛날 鴻門宴 연회 때 나를 곤경에서 구해 주신 생명의 은인이오. 그런분이 나를 찾아 오셨다니, 이런 반가운 일이 어디있겠소. 그러잖아도 무척 만나고 싶었던 분이니 어서 모시고 오시오."
위무지가 진평을 데리고 다시 입궐하니, 한왕은 壇下로 달려 내려와 반갑게 맞이한다.
"그 옛날 홍문연 연회 때에 선생이 나를 구해 주지 않으셨던들 오늘의 내가 어찌 있을 수 있겠소이까. 그러잖아도 무척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처럼 찾아와 주시니 고맙고, 반갑기 그지없소이다. 이제부터는 나의 곁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계시면서 생사 고락을 함께 하십시다."
한왕은 진평을 즉석에서 왕을 경호하는 친위 대장인, 참승전호장(參乘典護長)이란 벼슬을 내렸다.
진평이 참승전호장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대장 周발이 깜짝 놀라며 漢王에게 諫한다.
"陣平을 참승전호장에 임명하시는 것은 절대 불가하옵니다. 參乘典護長이란 대왕 전하를 주야로 경호하는 최고 책임자이온데, 방금 敵國인 楚나라에서 귀순해 온 사람에게 그런 요직을 맡기시옵니까?
<이것은 마치 2000 여년 後, 東方의 韓國이란 나라에 北에서 귀순한 ㅇㅇㅇ를 박종규나 차지철이 맡고있던 경호실장 자리에 그 ㅇㅇㅇ를 앉힌 것과 너무도 같사옵니다.^^ >
부디 재고하셔야하옵니다."
옆에 있던 번쾌도 머리를 저으며 諫한다.
"周발 장군의 간언은 지당한 말씀인 줄로 아뢰옵니다. 홍문연 잔치때 대왕께서 진평의 도움을 받으신 것은 사실이오나, 그것은 그것이고, 이번 임명과는 문제가 다르옵니다. 진평은 일찍이 魏王을 섬겨오다가 그를 배반한 일이 있으며, 楚나라에 와서는 項王을 섬기더니, 이번에는 項王을 배반하고 우리에게 귀순해 왔사옵니다. 되돌아 보건대, 이처럼 변절이 무쌍한 사람에게 어찌 참승전호장의 요직을 맡기시려하옵니까? 대왕께서는 진평에게 내린 관직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漢王 劉邦은 번쾌의 간언을 듣고 저으기 놀랐다. 진평이 그처럼 절개가 없는 사람인가? 했던 것이다.
"나는 홍문연 연회 때의 은혜를 진실로 고맙게 여겨 진평을 등용하였는데, 그의 과거가 그처럼 지조가 없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참승전호장의 임명을 취소하고, 본인을 직접 불러 따져 봐야 하겠소."
漢王은 陣平을 불러 따지듯 물었다.
"貴公은 일찍이 魏王을 섬긴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오 ?"
"예, 사실이옵니다."
"魏王을 섬기다가 그를 배반하고 楚나라의 項王을 섬겨 온 것도 사실이오 ?"
"예, 그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진평의 대답이 너무도 담담한지라 漢王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다면 이번에는 項王을 배반하고 나에게 왔으니, 그대는 忠節心이 없는 사람이 아니오 ?"
그러자 陣平은 개탄하듯이 말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일을 가지고 충절심을 거론하시옵니까? 옛 글에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살고, 현명한 臣下는 임금을 가려 섬긴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魏나라를 떠난 것은 魏王이 워낙 암둔(暗鈍)하여 저를 몰라주었기 때문이었고, 다시 楚나라를 떠난 것은 項羽가 자신의 만용만 믿고 저를 모욕하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魏나라와 楚나라를 떠난 것은, 당시에 저를 품은 主公들의 자질의 문제일 뿐, 저의 忠절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 이옵니다."
漢王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나 역시 현명한 군주가 못 되니, 내게서도 머지 않아 떠나시게 될 게 아니오 ?"
진평은 머리를 굽히며,
"아뢰옵기 항공하오나, 小生은 일찍부터 大王의 聖德을 사모해 왔사옵니다. 鴻門宴 연회 때, 죽음을 무릎쓰고 대왕을 도와드린 것도 그 때문이었고, 이번에 천리 길을 멀다 않고 대왕을 찾아 온 것도 오로지 대왕을 사모했기 때문이옵니다. 대왕께서 저를 인정하시고 거두어 주시면, 저는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할 것이오나, 대왕께서 저를 거두지 않으신다면, 저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지으며 살겠습니다."
진평의 결심은 비장해 보였다.
한왕은 진평의 비장한 결심에 크게 감동되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염려 마시오. 하마터면 내가 賢士 한 사람을 잃어버릴 뻔 했구려. 지난날의 公의 恩功을 내 어찌 잊으리오. 그러나 <참승전호장>의 벼슬만은 주위에서 반대가 많으니 우선 <호군중위(護軍中尉)>로 있어 주기를 바라오."
이리하여 진평의 문제는 일단락 되었는데, 때마침 한신으로부터 <河內城을 완전히 평정했다>는 승전보가 날아오자 한왕은 더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하후영 장군이 일선에서 달려와 생각조차 못했던 기쁜 소식을 전한다.
"項王의 휘하에 있던 常山王 張耳가 陳餘의 세력에 밀려 오갈 데가 없게 되었기에 小將이 데리고 왔사오니 대왕께서는 너그럽게 받아 주소서."
한왕은 크게 기뻐하며 張耳를 만난다.
"나는 진작부터 장이 장군의 명성을 듣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소. 진여와는 어떤 사이였기에, 그에게 城을 빼앗기고 말았 소 ?"
장이가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陣餘와 저는 어려서부터 막역한 친구사이였사온데, 陣餘가 어쩌다가 저에게 서운함을 품었는지 제 가족을 모조리 잡아 죽이는 바람에 우리 두 사람은 怨讐가 되어 버렸습니다. 진여는 항왕을 믿고 이런 무도한 짓을 하고 있사옵니다. 대왕께서 저를 거두어주신다면,
저는 맹세코 진여를 토벌하여 가족의 원수를 갚음과 동시에 대왕 전하께 報恩하겠습니다. 제가 거느리고 있는 병력도 3 萬 가까이 되옵니다."
이렇게 장이의 군사까지 받아들이고 보니, 한나라의 병력은 40 萬이 넘게 되었다.
한왕이 巴蜀을 떠나올 때에 한나라 군사는 겨우 10 萬에 지나지 않았으나 張良과 韓信의 활약으로 三秦王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敵의 城들을 제압하면서 한왕의 병력은 자꾸만 불어나, 이제는 43만이라는 거대한 병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었다.
(병력이 이처럼 막강해졌으니, 이제는 항우를 정벌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 아닌가 ?)
사람은 누구나 세력이 강해지면 남을 얕잡아 보게 되는 법이다.
漢王 劉邦은 본래 겸손한 인물이었건만, 200 명이 넘는 장수와 40 여 萬의 방대한 군사들을 거느리게 되자, 이제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평소에는 무척 두려워하던 楚覇王 項羽조차도 이제는 가볍게 여겨졌던 것이다.
(* "교만은 滅亡의 선봉"이라고 그토록 가르쳤건만 劉邦이 그토록 잘 듣던 나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고, 너도 한 번 혼이 나보아야 알겠구나 하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한왕 유방은 張良을 불러 상의한다.
"우리 군사가 40만이 넘었소이다. 이제는 항우를 정벌하기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군사를 일으켜 볼까 생각하는데, 선생 생각은 어떠시오 ?"
장량이 머리를 숙이며,
"대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군사가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러나 전쟁에는 '때'가 매우 중요한 법이옵니다. 臣이 天文을 보옵건데, 지금 우리가 군사를 일으키면 매우 불리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군사들을 훈련과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면서 때를 기다리신후, 東征에 오르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예전에는 張良의 말이라면 무조건 승복하던 漢王이었다. 그러나 세력이 강해지고 보니, 이제는 장량의 말을 덮어놓고 쫒을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선생의 말씀대로 '때'가 중요하기는 하지요. 그러나 40 만의 대군으로 파죽지세로 밀고 쳐간다면 '때'가 다소 맞지 않기로 무슨 대수이겠소이까? 나는 이미 결심한 바 있으니,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밀고 나가기로 합시다."
漢王의 결심이 확고부동함을 알고 張良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漢王이 무척 교만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피치 못할 그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싶어서, 張良은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왕께서 그렇게 결심하셨다면, 臣은 오직 복종만이 있을 뿐이옵니다.
이에 한왕은 더욱 자신감이 생겨 全軍에게,
"이제부터 楚나라를 정벌하는 大長征의 길에 오를 것이니, 全 軍은 열흘 안으로 출동 준비를 갖추라 ! "
는 軍令을 내렸다.
楚나라로 쳐들어간다는 군령이 떨어지자, 漢王과 처음부터 함께한 군사들은 고향에 돌아가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뛸 듯이 기뻐하였다.
한왕은 군사들의 사기가 충천한 것을 보고 더욱 용기가 솟았다.
그리하여 '이번만은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노부모와 아들은 물론이고, 呂王后까지 대동하고 楚나라 정벌의 장도에 올랐다.
漢王은 우선 洛陽으로 가서 韓信과 합류하여 楚나라를 일거에 분쇄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漢王을 따라 나서는 張良의 심경은 매우 착잡하였다.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가족 들까지 모두 거느리고, 전쟁하러 가는 것은 결코 利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漢王 劉邦이 똥고집을 부리는 데야 어찌하랴!..
張良은 漢王을 따라나서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큰일을 성취하려면 일시적인 과오나 우여 곡절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나는 어떠한 경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역시 張良은 張良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