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04
** 楚漢誌 26
※ 張良의 智略
그즈음,
도읍을 彭城으로 옮긴 楚覇王 항우는 자신을 <皇帝 陛下>로 자칭하며, 날마다 술과 계집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내 손으로, 超强國 秦을 멸망시키지 않았던가? 이런 나에게 이제 어느 놈이 감히 덤벼 올 것인가 ?"
이같은 自尊感에 빠져 버린 항우인지라, 그때부터 그가 매일 하는 일과는 오직 술과 계집 뿐이었다.
그리하여 楚나라 대궐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酒宴과 歌舞가 끊일 날이 없었다.
軍師 范增은 그 점을 매우 못마땅히 여겨, 여러차례 諫言을 올렸지만 항우는 그때마다 코웃음을 치며,
"때가 태평 성대인데, 어찌 인생을 즐기지 않을 수 있으리오. 丞相은 쓸데없는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나처럼 즐기도록 해보시오."
하고 오히려 향락을 권장하고있었는데,.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시종이 황급히 달려 들어오더니,
"황제 폐하 ! 한왕 유방이 포증(褒中)에서 군사를 일으켜 오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사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항우는 때마침 계집들과 더불어 주연을 즐기고 있던 중이라, 그와 같은 보고를 귓등으로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거라. 巴蜀에서 나오는 棧道를 모조리 불살라 버렸는데, 제까짓게 무슨 재주로 군사를 일으켜 온다는 말이냐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三秦王들로부터,
"漢王 유방이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을 해 오고 있으니, 지원군을 급히 보내 주시옵소서."
하는 요청이 날아오지 않는가?
그리하여 지원군을 보내 주고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飛馬가 달려오더니,
"三秦성은 말할 것도 없고 咸陽도, 韓信에게 모두 점령당했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계속 東進해 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하고 알려 왔다.
楚覇王 항우는 그 보고를 받자, 크게 놀라며 大怒하였다. 그러면서 큰소리로,
"한신이라는 놈이 무슨 재주로 삼진과 함양을 모두 점령했다는 말이냐 ? 도대체 章悍은 무얼 하고 있었으며, 동예, 사마흔은 뭣들하는 작자란 말인가 ? 내 당장 달려가 劉邦을 생포하고, 韓信이라는 놈의 목을 베어 나의 울분을 풀어버릴 것이다.
여봐라!
곧 출전할 것이니, 출동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라 ! "
項羽가 급작스럽게 出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范增이 부리나케 달려와 아뢴다.
"皇帝 폐하 !
韓信은 결코 얕잡아 볼 인물이 아니옵니다. 그러기에 臣이 일찍이 <韓信을 重用하시거나, 그렇지 않으시려거든 죽여 버리자>고 進言했던 것이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韓信을 그대로 두셨다가 결국 이처럼 커다란 우환을 당하시게 된 것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들어내며.
"丞相은 韓信 따위에게 왜 이처럼 겁을 내시오? 三秦王들이 한신에게 성을 빼앗긴 것은, 한신의 지략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三秦王 들이 무능했기 때문이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출전하여 劉邦과 韓信을 모두 다 쳐 없애버릴 것이니, 丞相은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항우가 이같이 호언 장담을 하고, 出征준비를 하고있는데,
"韓나라의 張良 선생으로부터 편지가 왔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뭐 ? 張良이 편지를 보내왔다고 ? 그 편지를 어서 가져오너라."
항우가 장량의 편지를 즉석에서 뜯어 보니,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韓나라 愚生 張良은, 삼가 楚皇帝 폐하께 글월을 올리옵니다.
우생은 지난날 폐하의 은덕으로 故國에 무사히 돌아와, 국왕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할 일 없이 名山大川으로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이 또한 황제 폐하께서 염려해 주신 은덕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근자에 漢王이 愚生과 더불어 천하를 도모해 보자고 부른 일이 있었사오나, 저는 그 부름에 응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齊나라가 천하를 도모해 볼 생각으로 齊王이 저에게 사람을 보내왔사옵니다.
물론 저는 그 부름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황제 폐하를 위해 愚生이 생각해 보옵건대, 漢王 劉邦은 원래 야망이 작은 사람이기에, 그는 함양을 수중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 하겠지만, 齊王은 워낙 野望이 큰 관계로 반드시 楚나라까지 넘겨다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이같은 우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곧 군대를 일으켜 帝나라를 완전히 제압해 버리시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齊王은 원대한 야망을 소신대로 펴나가기 위해 六國의 王 들에게 檄文을 돌린 일이 있사온데, 다행히 그 격문의 사본이 愚生에게 입수되었기에 참고로 봉송하오니, 폐하께서는 일독하시고 楚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과감한 조치를 취하시도록 하시옵소서. 폐하의 武運長久를 빌며 이만 줄이옵니다.
<韓國 流客 張良 上書>
장량이 항우에게 이와 같은 편지를 보낸 목적은, 항우로 하여금 한나라를 치려던 칼 끝을 齊를 치도록 하려는데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장량이 편지속에 <漢王은 야망이 작은 사람>이라고 쓴 것은
평소에 항우가 유방을 과소평가하는 데 촛점을 맞춰 그의 생각을 부추킨 것이었고, <齊王은 원대한 야망가이기 때문에 반드시 楚나라를 치게 되리라> 말하여 줌으로써, 항우의 경계심을 그쪽으로 돌려놓으려는 계략이었다.
그러나 强暴하기만 할 뿐, 성격이 단순하고 지혜가 부족한 항우는 장량의 편지를 읽어 보고, 장량의 忠心을 오히려 고맙게 여기기까지 하였다.
(장량이 아니면 누가 나에게 이처럼 중대한 정보를 말해 줄 것인가 ?)
항우는 장량의 忠心을 고맙게 여기며, 이번에는 그가 보내 온 <齊王의 격문>을 읽어 본다.
齊王이 각국의 王 들에게 보냈다는 檄文은 다음과 같다.
"齊王 田榮은, 梁王 陣勝을 비롯하여 六國諸王 휘하에 글월을 드리오.
옛날부터 이르기를 <사람이 황제의 지위에 오르려면 무엇보다도 德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소이다.
그런데 자칭 <皇帝 陛下>라고 稱하는 項羽는, 일찍이 義帝와의 약속을 어기고 劉邦에게서 <關中王>의 자리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義帝까지 弑害하였소. 이는 天道에 反하는 행위이니, 어찌 천벌이 없을 수 있으리오. 이에 本人은 項羽를 징벌하여 天道를 바로잡고자 하는 바이니, 六國의 諸王 들께서도 모두 다 한마음으로 군사를 일으켜 聖業完遂에 적극 협력하여주시기를 간곡히 바라오.
항우는 제왕의 격문을 읽어 보고 주먹으로 용상을 치며 大怒한다.
"내 일찍이 田榮이라는 자를 齊王에 封해 주었고, 陳勝이라는 자를 梁王에 봉해 주었거늘, 그놈들이 배은 망덕하게도 천하를 도모하겠다고 나서다니, 이는 그냥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고로 劉邦을 치기 전에 그놈들부터 쳐부셔버려야 겠다."
자신이 키워 놓은 侯伯들에게 배반을 당하게 된 셈이니, 항우가 大怒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범증이 침착히 아뢴다.
"폐하 ! 장량이 간곡한 편지와 함께 이런 격문을 보내 온 것은 그의 僞計임이 분명하옵니다. 유방과 장량은 둘도 없는 心友之間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장량은 지난날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고는 하오나, 그때도 그의 마음은 유방에게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劉邦은 함양을 점령중이온데, 폐하께서 함양으로 쳐들어가려는 것을 알고, 폐하의 공격을 齊나라에게 돌리게 하고자 이런 위계의 편지를 보내 온 것이 분명하옵니다. 하오니 齊나라를 먼저 치시는 것은 再考하셔야 마땅 하다할 것이옵니다."
范增은 당대의 지략가인지라, 장량의 위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항우가 지혜로운 군주였다면, 범증의 諫言대로 장량의 편지를 재검토해 보았어야 옳을 일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워낙 우직하고 급한 성격을 가진 자였던지라, 대뜸 이렇게 말했다.
"亞父는 모르시는 말씀이오. 장량은 본시 나에게 뜻이 있었던 사람이오. 그는 몸이 허약하여 수양을 하느라고 명산 대천을 떠돌아 다니지만, 그가 어찌 나를 버리고 소심한 유방을 따라 가겠소. 그가 오늘 같이 중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만 보아도, 그의 충정을 알 만한 일이 아니오 ? 그러니까 나는 지금부터 齊와 梁을 먼저 토벌하고, 유방은 그 다음에 정벌하기로 하겠소."
범증이 한숨을 쉬며 다시 말한다.
"장량은 워낙 위계에 능한 자이므로, 그자를 믿으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유방을 먼저 평정해 놓으시고, 齊나라와 梁나라는 그다음에 치시는 것이 순서일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나 항우는 NO! 하고 고개를 젓는다.
"齊나라와 漢나라를 모두 정벌할 것인데, 거기에 무슨 순서가 있겠소. 내 생각대로 우선 齊나라를 치고 나서, 漢나라는 그 다음에 치도록 하겠소이다."
그리하여 항우는 우선 제나라를 치려고 대군을 일으켰다.
한편, 장량은 항우가 대군을 일으켜 제나라로 출병했다는 정보를 받고 나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즉시 魏나라로 달려가 西魏王 魏豹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위표는 장량의 면담 요청을 받고, 大夫 周淑과 상의한다.
"장량이 나를 만나자고 하는데, 무슨 일로 찾아왔을 것 같소 ?"
"장량은 유명한 說客입니다. 그는 옛날에 蘇秦이나 張儀보다도 더욱 뛰어난 변설가라 들었습니다. 그는 필시 漢王을 위해, 대왕을 설득하려고 왔음이 분명합니다."
"만약 장량이 그런 일로 나를 설득하려 한다면, 그 순간 나의 劒으로 단번에 목을 쳐버리면 어떻겠소 ?"
주숙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한다.
"장량은 워낙 출중한 인물이기에, 항우 조차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였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장량을 어디까지나 정중히 대해 주시되, 그가 무슨 소리를 하던 간에 들어 주지는 마시옵소서."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장량을 그냥 만나 보기만 하겠소."
위표는 장량을 불러들여 修人事를 나누고 나자, 대뜸 이렇게 물었다.
"선생은 漢王의 신하인 줄로 알고 있는데,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오셨소 ?"
장량이 침착하게 대답한다.
"저는 漢王의 신하가 아니옵고, 韓王의 신하이옵니다."
그러자 위표가 따지듯이 다시 물었다.
"선생이 韓나라 사람인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선생은 오래 전부터 漢王과 가까이 지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소."
장량이 대답한다.
"漢王이 秦나라를 정벌할 때, 제가 韓 大王의 命을 받고 漢王을 도와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秦나라를 평정하고 난뒤, 저는 즉시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분이 오늘은 어떤 일로 나를 찾아오셨소이까 ?"
이에 장량은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大王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漢王은 지금 함양을 점령하고 있으면서, 사람을 보내어 저를 여러 차례 부르셨습니다. 저는 세상을 등지고 살아오는 까닭에 한왕의 부름에 응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사오나, 옛날의 은총을 저버릴 수가 없어 咸陽에 잠깐 들러 인사만 여쭙고 다시 본국으러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다 보니, 모든 백성들이 대왕의 聖德을 극구 찬양하고 있는지라, 저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잠깐 敬意라도 표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이옵니다."
위표는 그 말을 듣자 크게 기뻐하며
주안상을 내오게 하여 장량을 정중히 대접하며 물었다.
"오늘날의 천하의 대세를 관망하건대, 六國이 난립해 있는데다가 양대 강국인 楚나라와 漢나라가 제각기 封疆統一의 야망을 품고 분쟁을 거듭해 오고 있는데, 선생은 장차 어느 나라가 천하통일의 大業을 완수하리라 보시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