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20

jahun 2021. 4. 26. 18:12

# 列國誌 20

** 자객 형가(荊軻)

나라가 잘 되려면 忠臣이 많아야 한다. 秦나라에는 名將들이 수 없이 많았는데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참된 忠臣이어서 秦이 절대 强國이 된 것도 그들의 충성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중에 强骨 한 사람이 秦王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그는 명장 번어기(樊於期) 장군이었다.
번어기 장군은 성품이 강직하기 이를데 없는 대쪽같이 곧은 武將인지라 평소에도,
<아무리 大王의 命이라 하여도 무조건 복종할 수는 없다. 시시 비비를 가림없이 무조건 복종만 한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나 대왕을 위해서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라면서 자신의 信念을 결코 굽히려 하지 않았다.
평소에 이처럼 신념이 대쪽같은 武將인 까닭에, 秦王이 趙나라를 점령하고 나서 先王의 원수를 갚는다며 무려 3 萬 명이나 되는 백성을 土坑(토갱) 속에 생매장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怒했다.
"나라만 평정했으면 그만이지, 백성들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3 萬 명씩이나 생매장을 한단 말인가 ? " 이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내 어찌 이처럼 잔학 無道한 사람의 臣下가 될 수 있겠는가 ! "
그렇게 분노한 번어기 장군은 결국 燕 나라로 망명한다.
그 당시 秦나라와 燕나라의 관계는 몹시 나빴기때문에, 번어기는 燕나라로 망명을 했던 것이다.
秦王은 번어기 장군이 자기를 배반하고 燕나라로 망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길길이 뛰며 분노하였다.
한편, 燕나라에서는 秦나라 장군 번어기가 망명해 온 것을 놓고 조정의 의론이 분분하였다.
太子 단우(丹又)가 번어기의 망명을 수용하고자 하자, 태부(太傅) 국무(鞠武)가 정면으로 반대하며 말했다.
"우리가 가뜩이나 秦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번어기의 망명을 받아들이면 두나라의 관계가 더욱 험악해질 것이옵니다."
그러자 太子 丹又가 즉각 답한다.
"나도 그 점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우리를 믿고 망명해온 사람을 쫒아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 우리는 秦을 치고 싶어도 힘이 부족해 참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秦王이 싫어서 망명해 온 사람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없지 않겠소 ?"
鞠武가 심사숙고 후, 말한다.
"그렇다면 , 이 문제를 전광 선생(田光先生)과 의논하여 결정하시면 어떻겠습니까 ?"
田光先生이란 연나라에서 가장 존경 받고있는 늙은 처사(處士)였다.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이 전광 선생을 함께 찾아뵙고 상의해 보도록 합시다."
태자 단우는 태부 국무와 함께 깊은 산속에 칩거중인 전광 선생을 찾아갔다.
전광 선생은 90이 다 되어 뼈와 가죽만 남은, 글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相接)한 노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움막 같은 자신의 거처로 정중하게 맞아들이며 묻는다.
"존귀하신 태자께서 어찌 이 누옥(陋屋)을 몸소 찾아주셨습니까?"
그렇게 물어보는 전광 선생의 눈에서는 푸른 광채가 넘쳐나고 있었다.
태자 단우는 전광 선생을 찾아오게 된 연유를 자세히 설명을 하고 나서,
"번어기 장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선생의 高見을 듣고자 합니다."
하고 말했다.
전광 선생은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氣力이 왕성할 때에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준마(駿馬)도 기력이 쇠약해지면 하루에 백 리밖에
못 달리는 노마(駑馬)에게 오히려 뒤진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미수(米壽 : 88세) 를 눈 앞에 둔 小人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리라고 이 먼 곳까지 귀하신 걸음을 하셨사옵니까 ? "
"겸손하신 말씀이십니다. 부디 좋은 지혜를 가르쳐 주소서."
이에 田光先生은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한다.
"번어기 장군이 우리를 믿고 망명해 왔다면 우리로서는 응당 받아들여야 옳을 줄로 아옵니다. 그러한 信義도 없다면, 어찌 나라를 지탱해 나갈 수 있사오리까? 아울러 秦의 野慾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강구하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고마우신 말씀, 번어기 장군 문제와 함께, 秦의 야욕을 꺾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떤 것이옵니까 ?"
"지금 天下의 大勢를 보옵건대, 우리나라와 진나라는 도저히 共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사옵니다. 天下를 통일하려는 秦王의 야망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데다 그는 이미 韓과 趙까지
정복했음으로, 다음은 우리나라가 標的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태자 丹又는 田光 선생의 말에 심각해졌다.
"선생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전광 선생은 조용히 입을 열어 다시 말한다.
"秦王은 워낙 野望이 크고 포악하기때문에 그를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우리도 그의 손에 亡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나라를 지켜가려면 자객을 보내서라도 우리 손으로 그를 처치해야 할 것 입니다."
태자 단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의 高見,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 역시 刺客을 보내, 秦王을 죽여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선생께서 아시는 분 중에 그런 임무를 맡아 줄 만한 사람이 없겠습니까 ?"
"저의 제자 중에 형가(荊軻)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40이 채 안 되었지만, 학식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검술(劍術)도 매우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자객으로 쓰시면 능히 임무를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직접 만나서 부탁하기보다 선생께서 말씀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일에 어찌 수고를 아끼오리까?."
이리하여 전광 선생은 자객 선정의 중책을 직접 맡고 나섰다.
태자 단우는 작별 인사를 하고 宮으로 돌아 가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전광 선생을 다시 찾아왔다.
전광 선생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태자께서는 무슨 일로 되돌아오셨습니까 ?"
"제가 부탁드려야 할 말씀을 깜빡 잊어버리고 갔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슨 부탁이시온데 .... ? "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국가의 중대한 기밀 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선생과 의논 한 일은 누구에게도 말씀하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리옵니다."
태자 단우의 말에 전광 선생은 순간 불쾌한 얼굴을 비치는가싶더니, 이내 담담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국가의 存亡을 가늠하는 중요한 일을 어찌 함부로 남에게 말하겠습니까?"
태자가 다시 작별 인사를 고하고 돌아가자, 전광 선생은 사람을 시켜 '형가'를 불러다 말한다.
"태자께서 나를 찾아오셔서, 나라를 지켜 나가려면 진왕을 죽여 없애 버려야 하겠는데 그 임무를 맡아 줄 사람이 없다고 하시기에 내가 자네를 천거 했네. 자네가 나라를 위해 그 일을 맡아 줄 수 있겠는가 ?"
형가는 즉석에서,
"선생께서 저를 천거해 주셨다면 저는 다시 없는 영광으로 알고 자객의 임무를 맡기로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러면 근일 중에 자네가 태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 뵙도록 하게. 나는 오늘로서 중대한 내 임무를 다했기에 목숨을 끊어버릴 생각이니까, 자네는 태자를 만나 뵙거든 내가 죽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 주시게."
형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선생께서 오늘로 돌아가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
전광 선생은 담담한 어조로 조용히 말을 잇는다.
"태자께서 나와 작별을 하고 돌아가시다가 다시 나를 찾아오시더니 비밀이 누설되지 않토록 당부를 하셨네. 그것은 태자께서 나를 믿지 못하고 계시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나는 의심 받을 것을 막음과 동시에 비밀을 영원히 감추기 위해서 오늘부로 나의 生을 마감할 생각이네."
"그것은 태자의 잘못이지,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도록 하소서."
"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자네는 중책이나 충실히 완수해 주게."
그날 밤 전광 선생은 기어코 자결을 하고 말았다.
(** 이쯤에서 떠오르는 古事.
때는 春秋時代,
진시황 시대보다 250 여年 前, 천하의 명장이자 책사인 伍子胥(오자서)가 아버지와 兄을 죽인 楚나라를 피하여 도피 중 江을 건너는데, 江을 건너고나서 자신을 존경한다는 뱃사공에게 자기를 보았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자 그 말을 들은 뱃사공은 슬픈 얼굴로 그 자리에서 割腹自殺로 生을 마감한 옛 이야기가!..)
荊軻가 전광 선생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태자를 찾아가 그 사실을 고하니, 단우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였다.
"내가 불민하여 선생을 돌아가시게 했으니, 이 罪를 무엇으로 씻어야 할 지 모르겠구려."
형가가 말한다.
"이미 돌아가신 어른은 어쩔 수 없으니, 이제는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진왕을 제거할 계획이나 진행하도록 하시지요."
진실로 그 선생에 그 제자였다.
"태자 단우는 형가를 극진히 대접하며 말했다.
"秦王은 머지않아 우리나라로 쳐들어 올 것 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 남으려면 어떤 일이 있어도 秦王을 사전에 제거해야만 합니다. 선생께서는 쉬운 일이 아닌 줄 아오나 나라를 위해 그 임무를 반드시 성공시켜 주소서."
형가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답하는데,
"秦나라 大闕의 경계가 무척 삼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서 秦王을 죽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저로서는 어려울 것 같사오니, 다른 사람을 선택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는지요? 전광 선생께서 천거해 주신 분이 바로 선생이었는데, 선생이 못하신다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 선생이 이 중대한 일을 꼭 맡아 주시기를 고대하오이다."
그러자 형가는 고개를 숙여 심각하게 생각하더니,
"그러면 제가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시옵소서."
하며 즉각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태자는 형가에게 상경(上卿)의 벼슬을 주어, 태자궁에서 함께 기거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그런데 형가는 웬일인지 열흘이 지나고 스무 날이 가까워도 움직일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가운데 태자궁으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秦나라에서는 머지않아 燕나라를 치고자 왕전 장군이
30 萬 대군을 맹훈련 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태자는 초조하기 이를 데 없어서 마침내 형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秦은 지금, 우리나라로 쳐들어 오고자 왕전 장군의 지휘아래 30 萬 대군이 맹 훈련 중이라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만약 그들이 역수(易水)를 건너 진격해 오면, 그때는 秦王을 없앨 기회를 영원히 잃게될 것입니다."
형가가 대답한다.
"저 역시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옵니다. 그러나 秦王을 살해하려면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온데
(님을 보아야만 뽕을 딸 수있으니..^^)
그를 직접 만나려면 그가 저를 믿어줄 수 있는 그 어떤 선물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런 선물이 어디 에 있는 무엇이오?"
"지금 우리 형편에 그런 선물이 될 수있는게 단 한가지가 있기는 하오나, 다만 말씀드리기가 어려워 주저하고 있을뿐이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 선물을 구해 볼 것이니,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이에 형가는 무척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태자의 거듭되는 재촉을 받고서야 입을 열었다."
"秦王은 지금 자기를 배반하고 우리나라에 망명 와 있는 樊於期 장군의 수급에 千 萬金의 현상금을 걸었사옵니다. 그러므로 번 장군의 수급과, 우리나라 곡창인 <독항>의 상세한 지도를 함께 가지고 가면 秦王이 저를 기꺼이 만나줄 것이옵니다. 그런 수단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秦王을 직접 만나는 것은 불가능 할 것 이옵니다."
荊軻가 太子에게 망명 온, 번어기 장군의 목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야말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제안이었다.
태자 단우는 머리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다른 조건이라면 뭐든지 들어 드릴 수 있어도 번어기 장군의 수급을 베어 드리는 것만은 못 하겠소이다. 우리를 믿고 망명해 온 사람을 어떻게 내 손으로 목을 베어 드릴 수가 있으오리까 ?"
형가는 태자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되든 안 되든 간에 제가 번어기 장군을 직접 만나 보기로 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다음날 형가는 樊於期 장군을 직접 찾아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하고 나서 물었다.
"秦王을 살해하려면 그를 직접 만나야 하는데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은 樊 장군의 수급을 가지고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되옵니다.
오직 그 방법만이 우리나라도 구하고 장군의 恨도 풀어드릴 수 있는 길이라고 사료되는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번어기는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결연히 들며 말했다.
"義를 위하는 일에 어찌 목숨을 아끼겠소. 오늘 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테니, 나의 머리를 가지고 秦나라로 들어 가서, 폭군 秦王을 꼭 죽여 주시오."
번어기는 그날 밤 약속대로 자결을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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