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82
** 漢高祖 列傳 14
※ 유방의 親征
유방은 대군을 거느리고 邯鄲城(한단성)에 도착하자, 우선 陣稀의 實情을 알아보고자
城主와 관리들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묻는다.
"陣稀는 지금 어디에 陣을 치고 있느냐 ?"
성주가 대답한다.
"陣稀는 曲陽에 본부를 두고 여러 곳에 陣을 치고 있사옵니다."
"병력은 얼마나 되며, 장수들은 몇 명이나 된다더냐 ?"
"陣稀는 新兵들을 마구잡이로 긁어 모아 병력은 50 萬에 가까우며, 장수도 유무와 초초를 비롯하여 20 여 명 가량은 되옵니다. 그런데 그자들의 행패가 심하여, 백성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사옵니다. 그리하여 폐하께옵서 하루속히 그들을 토벌해 주시기를 백성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하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휘하 將帥들을 둘러보고 웃으며,
"지금 우리가 있는 邯鄲은 中州의 거점임에도 불구하고 陣稀가 이곳에 본부를 두지 않고 曲陽에 본부를 둔 것을 보면 陣稀의 智謨가 별로임을 알 수 있소. 더욱이 진희는 新兵들을 마구잡이로 끌어 모았다고 하니,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烏合之卒 들이 아무리 많은들 무엇이 두렵겠소!? 하니 陣稀를 일거에 토벌해 버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대장 周昌을 불러 명한다.
"내가 陣稀를 직접 칠 것이니, 장군은 시중에 나가 길잡이가 되어 줄 수있는 이곳 지리에 밝고 똑똑한 젊은이 네 명을 골라오도록 하라."
周昌이 마을로 나가 漢帝의 길잡이가 될만한 네 명의 젊은이를 선발하여 돌아왔다.
마침 유방은 陣中에서 술을 들고 있다가, 네 명의 젊은이들에게 웃으며 묻는다.
"그대들은 朕을 어떤 방법으로 도와줄 수 있는가 ?"
네 명의 젊은이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막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오셨사오나 지금은 敵情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지금 당장 쳐들어가 시기는 어려우실 수도 있으실 것이옵니다. 저희들이 敵의 虛實을 소상하게 알아 올 것이오니, 敵情을 잘 살펴보시고 난 뒤 공격하시도록 하옵소서."
유방은 껄껄껄 웃으며,
"그대들이 그럴듯한 말로 나를 현혹하는 것은 아닌가 ?"
그러자 네 명의 젊은이들은 정색 하며,
"저희들이 황제 폐하께 어찌 감히 거짓을 아뢸 수가 있사옵니까?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옵니다."
유방은 파안 대소하며,
"하하하, 朕의 말은 농담이었노라. 이 자리에서 그대들을 천호장(千戶長 : 시골 面長 - 요즘처럼 직장 求하기가 어려울 때로 생각한다면 공무원 신분인 시골 面長은 ?!)으로 임명하노니, 적의 허실을 소상히 알아 오도록 하라."
네 명의 젊은이 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처음 보는 네 명의 젊은이 들에게 <천호장>이란 벼슬을 내려주니, 左右의 신하들이 크게 놀라며 유방에게 간한다.
"아직 아무런 功勞도 없는 그들에게 어인 일 로 '千戶長'이란 벼슬을 내려 주시옵니까 ?"
유방이 웃으며,
"兵書에 重賞之下 必有勇夫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 그들이 설령 처음에는 나를 속일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朕이 미리 감투 하나씩을 씌워 주었기때문에, 이제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오. 그들이 적의 허실을 정확히 파악해 오기만 한다면 우리는 陣稀를 간단히 쳐부술 수가 있을 것이오. 그들의 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라도 어찌 감투 하나쯤 씌워 주지 않을 수 있겠소!?
여러 신하들이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끄덕인다.
유방은 다시,
"내가 이곳에 와서 민심을 살펴보니, 일반 백성들은 진희의 보복이 두려워 우리에게 협조할 기미를 보여 주지 않고 있었소. 이곳의 정세가 이 모양이라, 네 명의 젊은이에게 감투 하나씩을 씌워 줌으로써 민심을 우리에게 돌리게 하려는 것이오. 몇 사람에게 賞을 내려 줌으로써 이곳의 인심을 돌려 놓으려는 것이 朕의 생각이오."
신하들은 유방의 책략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유방은 예전, 시골 정장<지금의 洞長>을 했던 자신을 떠올렸으리라)
한편,
네 명의 젊은이들은 曲陽에 들어가 그곳 실정을 소상하게 알아 가지고 돌아와 유방에게 고한다.
"陣稀는 將帥가 부족하여, 시중의 장사꾼 우두머리를 대장으로 기용해 쓰고 있었습니다. 장사꾼이란 본래 利害에 밝은 사람들이오니, 폐하께서 그들을 財物로 매수해 버리면 싸움을 간단히 끝낼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신회의를 열었다.
"진희는 장수가 부족하여, 장사꾼의 우두머리들을 將帥로 기용하고 있다고 하오. 그러니 그들을 財物로 매수하여 內亂을 일으키게 하면, 싸우지 않고 자멸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敵陣으로 들어가 그들을 매수해 보겠소 ?"
그러자 會中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며,
"臣을 보내 주시옵소서. 臣이 내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선뜻 나선 사람은 中大夫 隨何였다.
유방은 수하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卿은 천하의 說客이니, 어느 누구보다도 적임자요. 卿에게 黃金 百 斤을 줄 테니, 꼭 성공하고 돌아오시오."
수하는 황명을 받자 위조 조서를 한 통 꾸며 가지고 10여 명의 從者들과 함께 曲陽으로 陣稀를 찾아갔다.
진희를 만나기 전에 종자들에게 당부한다.
"내가 진희를 만나 시간을 끌도록 할 것이니, 그대들은 그 사이에 商人 출신의 將帥들을 황금으로 매수하도록 하라 ! "
수하는 이렇게 敵將 들을 매수해 놓을 것을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진희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그리하여 진희를 만나게 되자, 어전에서 황제를 볼 때처럼 두 손을 揖하고 서서 진희를 君臣之禮로 깍듯이 받든다.
陣稀가 오히려 어색한 듯 隋何를 나무라며,
"隋何 大夫와 나는 다 같은 漢朝의 臣下였는데, 어인 일로 나를 君臣之禮로 對하시오 ?"
隋何가 머리를 조아리며,
"將軍께서는 百萬 大軍을 거느리고 漢帝를 상대로 천하를 겨루고 계시니 어찌 제가 缺禮를 하겠습니까 ? 만약 그랬다가는, 장군의 칼에 제 목숨이 달아나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
陣稀가 소리내어 웃으며,
"大夫께서는 무언가 오해를 하고 계시오. 내가 반기를 든 것은 본심에서 한 일이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단행한 것이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
"隋何 大夫,
내 말을 잘 들어 보시오. 漢帝는 그릇이 좁아 "고생은 같이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할 수 없는 사람"이오. 그는 워낙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大功을 세운 사람에게 賞을 주는 대신, 지위를 박탈해버리거나 아예 죽여 버리는 가혹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韓信 장군을 보시오. 韓信 장군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얼마나 공로가 많았소이까? 그러나 漢帝는 정작 천하를 통일하고 나자, 韓信 장군에게 賞을 내리기는 커녕 元帥의 직위를 박탈하고 지금은 그의 손과 발까지 모조리 묶어 버리고 말지 않았소 ? 그래서 나는 그렇게 되지않기 위해 오랑캐를 물리치고 난 뒤, 살기 위해 반기를 들게 된 것이오. 大夫는 나의 이런 심정을 이해해 주기 바라오."
수하가 머리를 숙이며,
"실상은 저는 장군을 설득하여 귀순하게 하라는 皇命을 받고 찾아온 것입니다. 제가 가져온 詔書에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만약 장군께서 순순히 귀순하시면, 漢齊는 장군을 반드시 代王에 封해 주실 줄로 알고 있습니다."
陣稀는 隋何가 꾸며 온 한제의 가짜 詔書를 읽어 보니, 과연 조서에는 <귀순해 오면 일체의 잘못을 불문에 붙이고 代王에 封한다>는 구절이 분명하게 써 있었다.
그러나 陣稀는 조서를 읽고 나서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이 詔書는 나를 회유하기 위한 가짜 詔書요. 漢帝가 大軍까지 몰고 와서 이런 詔書를 보낸 다는 것은 싸우지 않고 나를 생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
隋何가 손을 내저으며,
"皇上께서는 장군을 치기 위해 군사를 몰고 오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重臣들의 "싸우지 말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諫言을 받아들여,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詔書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만약 장군께서 타협을 願치 않으신다면 저는 漢帝에게 사실대로 보고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陣稀는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아무래도 귀순은 못 하겠소이다. 漢帝는 천하통일에 결정적인 功을 세운 韓信 장군조차 齊王의 자리에서 그보다 훨씬 못한 楚王의 자리로 쫒아보내더니 이제는 말도 않되는 罪를 뒤집어 씌워 체포해와 손발을 잘라 咸陽으로 보내버렸는데, 한번 배반한 나 같은 놈이 귀순 한다고 살려 줄 리가 없지 않겠소 ?"
隋何는 거짓 한숨까지 쉬며,
"장군께서 끝까지 귀순할 생각이 없으시다면, 저는 皇上께 그대로 보고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고 陣稀 앞을 물러나왔다. 營門 밖으로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달려와 告한다.
"유무와 초초등 주요 장수들을 모두 매수해 놓았습니다. 그들에게 황금 덩이 몇 개씩을 건네 주었더니 입이 함지막만하게 벌어지면서, 이제부터는 결코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습니다."
隋何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本營으로 돌아와 유방에게 모든 경과를 사실대로 보고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