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76
** 漢高祖 列傳 8
※ 陣平의 美人計 2
閼氏夫人은 <美人圖>를 보면 볼수록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되어 美人圖의 女人이 남편의 눈에 띄게라도 되는 날이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閼氏夫人은 남편을 속히 철군시키기 위하여 몸소 일선으로 달려왔다.
匈奴族의 首將 冒頓은 閼氏夫人이 최 일선에 찾아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당신이 여기까지 웬일이오 ?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소 ?"
閼氏夫人은 아양을 떨며,
"당신이 보고 싶어 여기까지 찾아왔지 뭐예요."
"허참, 이 사람이!.. 보고 싶기는 피차 마찬가지 아니오 ? 그렇지만 아무리 보고 싶다고 여기가 어디라고 예까지 찾아왔냐 말이오 ?"
閼氏夫人은 그제서야 정색하며 말한다.
"사실인즉 당신에게 급히 알려드릴 일이 있어 달려왔어요."
"그게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봐요 ! "
그러자 閼氏夫人 은 심각한 얼굴로,
"당신이 白登城을 포위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城안에 있는 漢帝는 끄덕도 하지 않고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시죠 ?"
"모르긴 왜 몰라. 우리와 싸워 보았자 이길 가망이 없으니 꼼짝 못하고 갇혀 있는게지."
그러자 閼氏夫人 은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그게 아니에요. 사실은 漢帝가 각 지방의 諸侯 들에게 명령해서 금명간 군사를 10 萬 명씩 몰고 와 우리 군사를 한꺼번에 괴멸시켜 버리기로 했대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빨리 철군을 하세요. 내가 숨가쁘게 달려 온 것은 바로 그 일 때문이에요."
"누가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였소 ?"
"누구긴 누구겠어요? 내가 아는 정보망을 통해서 직접 알아본걸요. 만약 당신이 이번 싸움에서 죽는 날이면 나는 漢帝에게 붙잡혀 그의 노리개가 될 수밖에 더 있겠어요 ? 그러니 당장 撤軍하라고요."
閼氏夫人은 남편을 철수시켜 漢帝가 보내겠다는 미인과 원천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하고자 거짓으로 엄포를 놓는다.
冒頓은 閼氏夫人의 강력한 요구에 마지못해 답한다.
"당신이 그토록 염려한다면 撤軍을 해야겠구만. 당신을 유방의 노리개로 만들 수는 없지.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철군하기로 하겠소."
冒頓單于는 군사를 철수시키기에 앞서 진양에 있는 韓王 희신에게 철군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주었다.
희신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冒頓에게 달려왔다.
"유방이 꼼짝 없이 손을 들게 되어 있는데, 갑자기 무슨 이유로 철군 하겠다는 것이오 ? 풍문으로 들은 얘기인데, 유방이 당신에게 美人圖를 보내 주면서 和親한다면 그림과 같은 미인을 보내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
아름다운 여인을 보내 주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틀림없을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살벌한 싸움터에 무슨 미인이 있다고 당신에게 그런 제안을 한단 말이오!?. 그러니 철수하기 前, 美人이 실제로 있는지 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시오. 만약 美人을 실제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유방의 제안은 속임수가 분명하니, 그때에는 白登城을 철저히 쳐부숴버려야 할 것이오."
冒頓單于(묵특선우)는 韓王 희신의 말을 듣자 뜻밖의 희소식에 벌어진 입이 귀에 걸칠만큼 기뻐했다. 유방이 절세의 미인을 보내 주기만 한다면 그보다 좋은 戰利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冒頓은 미인을 하루라도 빨리 품고 싶은 마음에 妻인 '알씨부인' 모르게 白登城 코 앞인 최전선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漢陣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친다.
"철군하면 그대들이 나에게 美人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미인을 지금 당장 나에게 보여라. 그러면 나는 곧 철군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를 속인다면 그때는 가차없이 白登城을 흔적도 없이 때려부셔버릴 것이다 ! "
유방은 그 말을 傳해 듣고 곧 진평을 불렀다.
"미인이 없으면서 미인도를 그려 보냈는데, 冒頓이 實物을 보여줘야만 철군하겠다고 하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
진평이 웃으며,
"冒頓이 그럴 줄 알고, 臣은 인조 미인 몇 사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밤에 불빛에 비쳐 城 아래 먼 발치에서 보면 꼭 살아 있는 미인으로 보일 것이오니, 우선 폐하께서 한번 보시옵소서."
그리고 진평이 목수를 시켜 만들었다는 목각 인조 미인은, 그럴 듯한 색채를 입힌데 다가 아름다운 의상까지 입혀 놓자 누가 보아도 살아 있는 미인과 다름없는 천하 절색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유방은 인조 미인을 보고 감탄한다.
"과연 ! 이 여인들을 누가 人造 美人이라 하겠소. 그러면 이 인형을 冒頓에게 보여주어 빨리 철수하게 합시다."
그리하여 진평은 성루에 올라서서 冒頓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冒頓單于께서는 잘 들으시오. 지금 우리에게는 세 명의 절세 미인이 있소. 그 미인들을 모두 城樓에 불러 올려 불빛에 비쳐 보여 주겠소. 그 미인들을 잘 보아 두었다가, 철수를 하고 나거든 세 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미인을 내일 아침에 골라 가시도록 하시오."
그리고 세 명의 미인을 성루에 나란히 세워 놓고 멀리 불빛에 비쳐 보이니, 그 섬세한 용모며 아름다운 자태가 흡사 仙女 들이 하강한 듯하였다.
冒頓은 크게 기뻐하며 큰소리로,
"미인들은 잘 보았소. 그러면 밤중으로 군대를 철수시키고 내일 아침에 미인을 인수하러 다시 올 것이니 그때는 미인을 틀림없이 보내주어야하오."
이리하여 匈奴의 군사들이 철수하자, 유방은 獄에 감금했던 劉敬 노인을 불러 사과하며,
"내가 오랑캐들의 虛實을 잘 몰라 그대를 크게 질책했는데 용서하오. 이번에 그 공로를 인정하여 컸기에 그대를 建信侯에 封하니, 이후로도 더욱 충성해 주기 바라오."
그리고 유방은 묵특이 다시 들이닥칠까 두려워, 그날 밤으로 모든 군사를 이끌고 趙城으로 철수했다.
묵특은 그런 사실을 모른채, 軍隊를 철수시킨 뒤, 美人을 데려가고자 새벽 같이 白登城에 도착했으나 白登城에는 美人은 고사하고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지 않은가 ?
"앗차 !
내가 저 놈들에게 속았구나. 놈들은 조성으로 도망 갔을 것이니, 王壙장군은 1萬 군사로 놈들을 맹렬히 추격하라 ! "
하고 命을 내렸다.
이리하여 왕광이 유방의 뒤를 추격하여 조성을 지척에 두고 유방의 군사를 따라잡자 매섭게 쳐들어오며 외친다.
"이놈들아 ! 네놈들이 도망가면 어디까지 가겠느냐? 그만 도망치고 깨끗이 항복하라 ! "며,
王壙이 질풍같이 달려오자 번쾌는 曺參, 周勃, 王陵 等과 함께 맞서 달려가 王壙에게 반격을 가한다. 그렇게 쫒고 쫒기며 맹렬히 싸우기를 무려 20 여 합. 번쾌가 어느 한 순간 괴성을 지르며 번개같이 달려들어 王壙의 목을 한칼에 날려 버린다.
대장 王壙이 죽자 나머지 匈奴軍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이로써 북방의 匈奴軍을 물리치자 유방은 趙城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성은 曲逆縣이라는 곳에 있는데 이 곳은 풍광이 빼어나기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유방은 성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진평을 불러,
"내 일찍이 여러 지방을 돌아보았으되, 산수가 여기처럼 뛰어난 곳은 없었소. 卿은 지금까지 나를 위하여 많은 功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白登城 싸움에서는 기발한 계략으로 오랑캐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功이 지대하오.
해서, 卿을 '曲逆侯에' 封할것이니, 경은 이곳에서 노후를 편히 지내도록 하시오."
陣平은 뜻밖의 유방의 배려에 감격해마지 않으며,
"皇恩이 망극하옵나이다. 臣,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오직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하고 새삼스레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