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72
** 漢高祖 列傳 4
※ 鐘離昧의 運命과 韓信
劉邦이 季布를 회유 설득한 것은 사후 수습치고는 커다란 성공이었다.
그러나 鐘離昧의 경우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았다.
유방은 그 일로 걱정하다가, 어느 날 중신들에게 다음과 같은 엄명을 내렸다.
"楚將 鐘離昧는 智謨에 있어서는 范增에 손색없고 勇猛에 있어서는 항우 못지 않은 將帥요. 그런 그가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 경들은 종리매의 소재를 하루속히 찾아 내도록 하시오. 종리매를 체포해야만 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있겠소."
皇命에 따라 전국 방방 곡곡에 季布 때와 같은 종리매를 찾는 榜文을 써 붙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낡은 옷에 벙거지를 쓴 노인 하나가 城 안을 돌아다니며 다음과 같은 말을 외쳐대고 있었다.
"鐘離昧라는 者가 혼자 힘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漢帝를 만나게만 해 다오. 그러면 내가 중대한 진언을 할 것이다."
중신들이 그런 소문을 듣고 거리로 나와 문제의 노인을 만났다.
"노인장은 누구시기에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니시오 ?"
노인이 대답한다.
"나는 齊나라 사람인데, 성은<누>고, 이름은 敬이라 하오. 나에게 漢帝를 만나게 해 주면, 漢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좋은 충고를 올리겠는데, 누구도 나를 한제에게 소개하는 사람이 없구려. 참으로 정말 애석한 일이오."
"노인장은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 없는데, 그런 모습으로 어떻게 皇帝 폐하를 만나겠다는 것이오 ?"
누경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을 향하여 한바탕 크게 웃더니,
"허어!, 이 옷은 내가 언제나 입고 다니는 옷이오. 이 옷이 어떻다고 皇帝를 만나지 못한다는 거요 ?
帝王을 만날 때는 새 옷을 지어 입어야만 만날 수있다는 말이오?"
행색에 비해 말하는투가 결코 범상치 않아 보이자, 重臣들은 의논끝에 어느 날 누경 노인을 劉邦에게 알현하도록 하였다.
劉邦이 누경에게 물었다.
"노인께서 朕에게 중대사를 進言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무슨 애기를 하려는 게요 ?"
누경 노인이 대답한다.
"멀지 않은 옛날, 項羽는 范增의 충고를 듣지 않고 都邑을 關中에서 彭城으로 옮겼 다가 나라가 亡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洛陽城을 도읍으로 定하고 계시오나, 낙양성은 팽성과 마찬가지로 도읍지로서는 부적절한 곳입니다. 그러므로 子孫 萬代에 이르도록 漢나라의 번영을 도모하시려거든, 도읍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시옵소서."
누경 노인은 項羽가 亡한 이유까지 들먹이며 도읍을 낙양성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역설하는 게 아닌가 ?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누경 노인이 느닺없이 천도 문제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유방은 저으기 놀란다.
"洛陽城은 中原의 中心이오. 그런 낙양이 어째서 도읍지로 적당하지 않다는 말씀이오 ?"
그러자 누경은,
"허어 ...., 폐하께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구나 !.."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정색하며 다시 말한다.
"폐하는 일개 평민으로서 豊沛에서 일어나시어 秦나라를 平征하고 項羽를 쳐서 이제 천하를 장악하게 되셨습니다. 지금은 세력이 워낙 막강하여, 어느 누구도 감히 폐하에게 맞서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폐하가 돌아가신 뒤, 세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면, 수많은 敵手 들이 나타나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니, 도읍이 中原 한 복판인 洛陽에 있어가지고 그들의 반란을 어떻게 막아낼 것이옵니까 ? 하오니 국가의 百年 대계를 위해서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과 守城이 가능한 곳으로 도읍을 옮기셔야 하옵니다."
누경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러면 도읍을 어디로 옮기는 게 좋겠소 ?"
"도읍을 咸陽으로 옮기시면 가장 좋겠습니다. 함양은 지형 자체가 沃野千里인데다, 三面이 武關, 散關, 函谷關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外侵을 不許하는 난공 불락의 要塞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劉邦은 그 말에도 수긍이 되는 점이 많았다.
그러나 의아스러운 점도 없지 않아서,
"秦始皇은 咸陽을 도읍으로 삼았지만, 三代를 못가고 亡해 버리지 않았소 ?"
하고 反論을 제기한다.
누경은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秦나라가 亡한 것은 外敵 때문이 아니고, 內治를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二世 황제 胡亥는 술과 계집으로 세월을 보내며 內政을 간신이자 환관인 趙高에게 일임해 버렸으니, 그래서야 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는 것이 비 정상이지요.
그러나 폐하께서 걱정하셔야 할 일은 內治가 아니라 外侵입니다. 외침을 막으시려면 皇帝께서는 반드시 咸陽으로 遷都하셔야 하옵니다."
"좋은 충고, 고맙소이다. 이 문제는 重臣들과 신중히 논의해 보겠소이다."
그리고 유방은 고맙다는 뜻에서 누경 노인에게 특별히 '劉'氏라는 姓까지 내려 주었다.
누경 노인이 돌아가고 劉邦은 곧 중신회의를 열어 천도 문제를 논의한다.
그러자 重臣들 거의 모두가 遷都를 반대한다.
"洛陽은 中原의 中心인데다가, 東쪽으로는 成皐關이 있고, 西쪽으로는 살승관이 있어서 난공 불락의 요새 입니다."
重臣들 거의 모두가 洛陽 출신인 까닭으로 咸陽 같은 邊方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중신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유방은 遷都 문제로 혼란스러워졌다. 아예 누경 노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의 말을 듣고 난 이상,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遷都를 해야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생각다 못해 張良을 따로 불러 솔직한 그의 의견을 물었다.
張良이 대답한다.
"國家의 百年 대계를 위해서는 누경 노인의 말대로 咸陽으로 遷都함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咸陽은 洛陽에 비해, 秦나라 시절의 宮闕이 그대로 있어, 새로 궁궐을 築造할 필요 없이 일부 손만 보아서 쓸 수 있사옵고, 무엇보다도 外侵에 對備할 수 있는 준비가 洛陽보다 훨씬 유리하옵니다."
유방은 장량의 말에 용기를 얻어 마침내 도읍을 咸陽으로 옮기고만다.
地名도 長安(지금의 西安)으로 바꾸었다.
* 咸陽(센양)과 長安(西安)은 거리상으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기원전 古代 中國의 도시여서 本文에서 지역의 표기중, 咸陽과 長安이 섞여 쓰여지더라도 史實을 기초로한 역사소설의 전개로 보아주시기 바람.^^
이로서 遷都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未濟로 남아있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鐘離昧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날 劉邦은 季布를 불러 종리매의 행방을 지나가는 말처럼 물어본다.
"종리매는 장군과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고있는데, 귀공은 종리매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오 ?"
季布는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楚가 몰락할 때, 종리매 장군과 저는 함께 도망치다가 헤어졌사온데, 그는 韓信 장군과 친분이 두터운 관계로 그에게 가보겠노라고 말했사옵니다. 혹시 한신 장군에게 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사옵니다."
漢帝 劉邦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뭐요 ? 종리매가 韓信 장군에게 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고요 ?"
季布의 말에 劉邦이 놀란 것은 그렇지않아도 자신이 경계하고 있는 인물이 韓信인데 한신이 鐘離昧와 결탁하여 무슨 일을 도모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걱정 끝에 陣平을 불러 상의한다.
"한신 장군이 만약 지금까지 종리매를 숨겨 두고 있다면 그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 종리매를 신속히 붙잡아 처치해 버리고 싶은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
陣平이 심사 숙고하다가 대답한다.
"이런 문제는 너무 서둘러서 해결하려 고 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시일을 너무 오래 끌어서도 좋지 않사옵니다. 섣불리 서두르면 종리매가 어디론가 도망을 가 버릴 것이고, 시일을 오래 끌다가는 호랑이 새끼를 키워 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옵니다."
"그 점은 나도 동감이오. 그러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묘책을 강구해 보아 주시오."
陣平이 머리를 조아리며,
"우선, 폐하의 심복 한 사람을 韓信에게 보내 鐘離昧가 그곳에 있는지 부터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만약 종리매가 그곳에 있다면, 韓信에게 &@#%₩ 하게 말하면, 韓信은 제 손으로 종리매를 죽여 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하면서 진평은 종리매를 제거할 수 있는 계책을 유방에게 알려준다.
劉邦은 陣平의 計策을 듣고 감탄하며,
"大夫의 계략은 참으로 기막힌 묘안이오. 그러면 韓信에게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
"言辯으로는 隨何를 따를 사람이 없사옵니다. 수하를 보내는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유방은 곧 수하를 불러 陣平의 계략을 자세히 알려 주고 나서,
"그대는 침주에 있는 義帝의 陵을 보수하러 왔노라 하면서, 한신을 만나 보도록 하시오. 만약 종리매가 그곳에 있거든, 韓信에게 &₩$€¥₩ 하게 말하시오. 그러면 한신은 꼼짝 못하고 종리매를 죽여 버리게 될 것이오."
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隋何가 楚王 韓信을 찾아가니, 韓信은 깜짝 놀라며 묻는다.
"大夫가 별안간 어쩐 일로 여기까지 往臨하셨소이까 ?"
수하가 대답한다.
"침주에 있는 義帝의 陵을 보수하러 가는 길에 문안을 여쭈려고 들렀습니다."
"잘 오셨소이다. 오랜만에 우리 술이나 한잔씩 나눕시다."
수하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 오자 불쑥 한신에게 말한다.
"지금 세상에는 大王(韓信)에 대한 괴이한 풍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대왕은 그런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
한신은 그 말에 깜짝 놀란다.
"나에게 괴이한 풍문이라니요 ? 어떤 풍문인지 어서 말씀 해 주시오."
수하가 대답한다.
"지난날 어떤 사람이 皇帝陛下를 찾아와서 <楚王 韓信이 지금 종리매를 숨겨 두고 있다>고 말한 일이 있었습니다. 폐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자, 그 사람을 크게 꾸짖으며, <그게 무슨 소린가 ! 韓信 장군은 나의 심복일 뿐만 아니라, 그를 楚王으로 보내 준 사람도 바로 나다. 그런데 韓信이 어찌 나의 원수인 鐘離昧를 숨겨 두고 있겠는가 ? 그대가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중상 모략을 하려거든 앞으로 내 앞에는 다시는 나타나지도 말라 ! > 하고 그 사람을 당장 쫒아내셨습니다.
말하자면 皇上께서는 대왕을 절대로 신임하고 계시는 거지요. 그러나 重臣들은 아직도 大王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귀순해 온 季布 장군도 종리매가 楚王에게 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漢帝께서도 이제는 反信反疑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저는 그러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고자 일부러 들렀습니다. 그러니까 대왕께서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손을 써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천하의 韓信도 이때만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다. 그리하여 수하에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종리매가 나에게 와 있는 것은 사실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야 皇上의 오해를 풀 수가 있겠소 ?"
수하는 한신의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하다가 탄식하듯 말한다.
"그러면 종리매가 이곳에 숨어 있다는 말은 단순한 헛소문이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되겠는데요."
韓信은 그 말을 듣자 더욱 불안해 하면서,
"이미 저질러 놓은 잘못은 어쩔 수가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폐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시오."
수하는 눈을 감고, 앉은 자리에서 입을 다문 채 팔짱을 끼고 몸을 좌우로 움직이더니,
문득 눈을 뜨며 말한다.
"폐하의 의심을 깨끗이 풀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꼭 하나 있기는 합니다."
"옛 ! 그런 방법이 있다구요 ? 어떤 방법인지 어서 말씀을 해주시지요."
그제서야 隋何는 떠나기에 앞서 劉邦이 일러준대로 말한다.
"지금이라도 대왕께서 종리매를 죽인후, 그의 수급을 皇上께 바치도록 하소서. 그러면 황상께서는 대왕에 대한 모든 의심을 깨끗이 털어버리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韓信이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종리매와 나는 옛날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요. 나를 믿고 찾아온 친구를 어떻게 내 손으로 죽일 수 있겠소 ?"
이 말을 듣고 수하는 냉정하게 말한다.
"친구와의 義理때문에 國法을 어겼다가는 後日, 커다란 禍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잘 알겠소이다. 그러면 종리매를 내 손으로 죽여 그의 머리를 주상에게 바치도록 하겠소이다."
수하가 客舍로 물러가자, 한신은 종리매를 죽이려고 후원 別堂으로 갔다.
때마침 종리매는 혼자서 뜰을 거닐며 달을 보고 있었다.
韓信은 친구를 차마 죽일 수 없어서, 종리매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그러자 鐘離昧가 한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大王은 나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오 ?"
한신이 대답한다.
"당신의 목을 잘라 함양에 보내면 나는 禍를 免할 수가 있을 것이오만, 그러나 ....."
한신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중단하자 종리매가 말한다.
"대왕(한신)은 다음과 같은 사실만은 분명하게 알고 처신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만약 이곳에 계속해 살아 있으면, 漢帝는 우리들이 반항할 것이 두려워 함부로 습격해 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죽여 수급을 漢帝에게 바치고 나면, 그때에는 대왕 자신도 반역죄로 한제의 손에 죽게 될 것입니다. 이 한몸 죽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지만, 나를 죽임으로써 대왕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듣고 보니 옳은 말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韓信은 鐘離昧를 죽이기를 단념하고 만다.
한편,
隋何는 숙소에서 며칠 동안 기다렸으나 이렇다할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고,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그곳을 떠나 都城인 長安으로 되돌아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