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63
** 楚漢誌 85
※ 가을 달밤, 퉁소 소리에 무너지는 楚軍
韓信은 項羽를 생포하려고 九利山에 <十面 埋伏>의 덧을 설치 했지만 실패하자 크게 낙심하였다.
그리하여 李左車를 불러 상의한다.
"項羽가 워낙 천하 의 猛將이어서, 우리가 그를 생포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戰車로 구리산을 포위하고 있으면, 항우가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楚軍은 軍糧이 떨어지고 구원병은 오지 못해 결국은 항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선생께서는 이 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
李左車가 대답한다.
"항우가 제아무리 용맹이 뛰어나다고 하여도 한갖 필부의 만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염려되는 것은 그의 곁에 季布와 周蘭, 鐘離昧 등 몇몇 용장들과, 항우를 지근거리에서 밀착 호위하고 있는 8 千 여 명의 親衛部隊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비록 軍糧이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필사적으로 저항해 올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옥쇄를 각오한 그들을 이겨내기가 쉽지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똘똘 뭉쳐 있는 항우의 친위 부대를 어떻게 하면 흐트려 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이번 싸움에서의 최대 관건이라고 생각하옵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江東으로 이동하여 軍備를 새로 갖추게 되면 그때에는 항우를 영원히 정벌할 수가 없을 것이온바, 元帥께서는 그 점에 각별한 대책이 있으셔야 하옵니다."
韓信은 머리를 끄덕이며,
"선생께서는 참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좋은 계략이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張良 선생을 모셔다가 함께 의논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그것 참 Good Idea 이십니다. 張良 선생이라면 반드시 좋은 묘책을 가지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한신은 즉석에서 陸賈를 보내 張良을 모셔 왔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과를 낱낱이 설명해주고 나서 물었다.
"항우에게는 季布, 周蘭, 鐘離昧 등 몇몇 충신들과 8 千 여 명의 친위 부대가 철통같이 뭉쳐 있어서 그들의 단결을 깨기 전에는 우리가 승리할 가망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결속을 깨뜨릴 수가 있는지, 지혜를 가르쳐 주소서."
張良은 즉석에서,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걱정을 하시오 ? 장수들의 충성심을 무너뜨리고, 친위 부대를 뿔뿔이 흩어 놓기만 하면 항우를 生捕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무슨 수를 써야 그들을 흩어놓을 수가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주소서."
張良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들의 마음을 산산조각으로 부수는데는 옥퉁소 (玉洞簫)한 가락이면 충분할 것이오."하고 극히 간단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
한신과 이좌거는 너무도 뜻밖의 대답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옥퉁소 한 가락이면 敵의 결속을 산산조각으로 부술 수가 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
장량은 너털 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두 분은 퉁소도 모르시오 ? 퉁소, 이 퉁소 한 곡만 잘 불면, 親衛部隊 병사들의 결속을 산산조각으로 와해 시킬 수가 있다는 말이오."
"퉁소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소리는 들어왔사오나, 그같은 옥퉁소를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분다는 말씀입니까 ?"
"누가 불기는!?.. 퉁소를 제대로 불 줄 아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겠소 ? 결국은 내가 불어야 하겠지요."
"옛 ?!.... 선생께서 퉁소를요? "
韓信은 張良의 대답에 다시 한 번 놀라며,
"선생께서 퉁소를 잘 부신다는 말씀을 한 번도 들어 본 일이 없사온데, 선생께서는 퉁소를 그 처럼 잘 부시옵니까 ?"
하고 물었다.
장량은 싱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내가 퉁소를 배우게 된 연유를 말씀드리지요.
그 옛날 내가 젊었을 때, 나는 하비라는 곳으로 놀러 갔다가, 퉁소를 잘 부는 奇人을 한 사람 만난 일이 있지요.
그 사람은 퉁소를 氣막히게 잘 불었는데, 그 사람 말에 의하면 "퉁소는 모든 古樂의 근본으로서, 황제께서 創始한 악기"라고 하였소. 그 사람은 퉁소를 어찌나 잘 부는지, 그 사람이 퉁소를 불기만 하면 孔雀과 白鶴 들이 몰려와 춤을 추는 것이었소. 그러나 그뿐인줄 아시오 ? 그 사람이 퉁소를 기쁘게 불면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기뻐하고, 그 사람이 퉁소를 슬프게 불면 고향을 떠나 왔던 사람들은 고향 그리움에 모두들 눈물을 흘리더란 말이오.
그 사람이 퉁소를 그렇게도 잘 불어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仙人蕭史' (선인소사)라는 별칭으로 불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퉁소 소리에 반해, 며칠을 두고 퉁소 소리를 들으며 즐기다가, 결국은 그 분에게 퉁소를 배우기로 했지요. 물론 '仙人簫史' 에 비하면 나의 퉁소 실력은 비교가 안 되오. 그러나 나도 퉁소를 어느 정도는 불 수 있다오."
韓信은 그 소리를 듣고 또 한 번 놀라며,
"그러면 선생께서 퉁소로써 항우의 친위 부대를 산산조각으로 흩어 주시옵소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꼭 부탁드리옵니다."
하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張良이 웃으며 대답한다.
"나의 퉁소는 '선인 소사' 처럼 神의 경지에 도달해 있지는 못하오. 그러나 고향을 떠나 戰場에 나와있는 병사들이 感傷에 빠지기 쉬운 가을철이라, 내가 불어도 효과는 반드시 있을 것이오."
韓信과 李左車는 張良의 말을 듣고 머리를 숙이며 부탁한다.
"선생께서 그런 秘術을 가지고 계시면, 퉁소를 꼭 불어 주시옵소서. 그래 야만 저희들이 쉽게 승리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장량이 대답한다.
"두 분이 이처럼 부탁하시니 내 어찌 거절할 수가 있겠소?
그러나 퉁소를 불어서 神效를 거두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걸맞는 노래가 따라야 하는 법이오. 歌詞는 물론 내가 짓겠지만, 퉁소의 曲에 따라 그 노래를 불러 줄 목소리 좋은 歌手도 백여 명 가량 선발하여 연습을 시켜야 하오. 그러므로 아무리 빨라도 준비 기간이 4~5일은 걸릴 것이니 元帥는 그동안 布陳을 주도면밀하게 쳐 놓고 기다리시오."
韓信은 張良의 권고대로 軍糧의 비축상태를 확실하게 점검한 後, 번쾌와 신기에게는 山上에서 敵의 동태를 계속 정찰 감시토록 하는 한편, 灌嬰을 楚軍 진지 좌우에 埋伏시켜 놓았다. 이리하여 항우가 나타나기만 하면 즉각 生捕해 버릴 준비를 갖춰 놓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항우는 聖女山(구리산의 별칭. 우리의 금강산이 4 계절에 따라 호칭이 다르듯 九利山도 마찬가지라..) 기슭에 陣을 치고, 날마다 漢軍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季布와 項佰이 달려와 아뢴다.
"지금 우리는 軍糧도, 馬草도 떨어져 가고 있어서, 군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옵니다. 이럴 때, 敵이 쳐들어 오면 우리는 속수 무책으로 무너지게 생겼습니다. 하오니 目前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우선 철수하는 것이 上策일 것 같사옵니다."
항우는 그 보고를 받고 氣가 막혔다.
"우리가 지금 敵에게 몇 겹으로 포위되어 있는데, 어디로 철수하자는 말인가 ?"
"폐하께서는 親衛隊 8 千 명을 거느리고 이곳을 먼저 떠나시어 荊州, 양양을 거쳐 江東으로 가시옵소서. 그러면 저희들도 뒤따라가, 江東에서 再起를 노리도록 하겠습니다.
"敵의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할 수가 있을지, 그게 문제가 아니오 ?"
項羽의 입에서 이처럼 나약한 말이 나올 줄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기에 季布는 크게 낙심하여 대답한다.
"8 천 여 명의 친위 부대만은 아직도 사기가 꺾이지 않았사오니, 적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는 데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까지 보여 주신 勇力으로 敵의 포위망을 돌파해 주신다면, 저희들은 虞后(우후 : 우미인) 를 모시고 뒤따라 퇴각하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항우는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면 내일 밤 夜陰을 틈타 철수하기로 합시다."
이리하여 항우는 全軍에 철수 준비령을 내렸다.
때는 고향이 그리워지는 가을철! 楚軍 兵士들은 지루한 싸움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에 부풀어, 모두들 마음이 싱숭생숭 하였다.
楚나라 兵士들은 철수 준비를 서두르며, 자기들끼리 서글픈 말을 지껄여대고 있었다.
"제기랄, 싸움에 이기고 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인데, 이건 마냥 지고만 있으니 어느 세월에 고향에 돌아갈 수나 있겠나 ?
그러나저러나 고향에 겨신 父母와 妻子는 생사조차 모르고, 우리는 이렇게 배를 곯고 있으니, 이런 상태로 어떻게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漢나라 군사들을 뚫고 나갈 수는 있을지 ?"
"그러게 말이네 ! 이번 싸움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때마침 가을 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달빛은 휘영청 밝은데 풀벌레 조차 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렇게 병사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三三 五五 무리 지어 고향 생각에 잠겨 있는데...
홀연 저 멀리 산 위에서 퉁소 소리가 바람을 타고 아득하게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