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53
** 楚漢誌 75
※ 張良의 계산 착오
항우는 워낙 성격이 급한지라, 30만 대군을 휘몰아 오기 무섭게 유방의 근거지인 固陵城에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하려고 하였다.
(만약 그렇게만 했다면 漢軍은 대패하고, 漢王 劉邦도 자신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뻔 하였다.)
그러나 하늘은 유방에게 호의적이었으니, 項佰이 항우의 전격 작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폐하 !
우리 군사들은 쉴틈 없이 먼길을 달려오느라고 몹시 피로해 있사옵니다. 더구나 敵情을 잘 모르면서 무작정 공격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오니, 며칠 간 여유를 갖고 적정을 정확히 살핀 뒤, 총공격을 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戰國時代의 大 戰略家이자 孫子兵法을 펴낸 孫武도 "知彼知己는 百戰不殆"라 하였사오니 그렇게 해야만 적을 일거에 격멸시킬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項佰이 전격 기습작전에 반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항백은 일찍부터 장량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친구 사이인데다가, 漢王 劉邦과는 妻남, 妹夫之間이었기 때문에 漢王을 궁지로 몰아 넣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叔姪간인 항우를 배반하고 한왕에게 돌아설 생각도 없었다.
다만 한왕의 德망과 張良의 뛰어난 지략을 평소부터 흠모해 왔기 때문에, 마음만은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항백은 楚漢 간의 강화 조약을 누구보다도 기뻐하였으나,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친구인 장량과 처남인 유방이 절대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시간이라도 벌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처럼 項佰이 전격 작전을 반대하고 나오자, 항우는 항백의 의견을 받아들여 먼저 敵情을 정확하게 살펴보기로 하였다.
한편,
漢나라 군사들은 楚軍이 30 리 밖에 陣을 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움직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왕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韓信, 英布, 彭越 중 단 한 사람도 달려와 주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인 공격을 취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왕이 詔書만 보내면 이라고 호언했던 장량의 계산 착오였던 것이다.
(張良도 人間인지라 그러한 실수가 오히려 그를 다시 하나의 인간으로 보게한다.)
이렇게되자 한왕은 너무도 불안하여 장량에게 힐문하듯 말한다.
"나는 선생의 말씀만 믿고 항우에게 선전 포고문을 보냈는데, 한신, 영포, 팽월 등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인데, 항우가 대군을 휘몰아 쳐들어왔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 "
장량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한신, 영포, 팽월 등이 대왕의 조서를 받아 보면 즉시 달려오리라고 믿었던 것은 臣의 커다란 계산 착오였습니다. 하오나 그들이 오지 않으면 다만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적을 막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臣을 믿어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漢나라 군사들은 守備만 견고하게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10여 일이 지나도록 서로간에 움직이는 기색이 전혀 없다 보니, 성질 급한 항우가 답답한 나머지 모든 장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묻는다.
"劉邦은 우리에게 선전 포고문을 보내놓고도, 우리가 코 앞에 와 있어도 움직임이 전혀 없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 "
그러자 季布가 나서며 말한다.
"유방은 지금 우리에게 鈍兵之計를 쓰고 있는 줄로 아뢰옵니다."
"둔병지계라니 .... ? 그러면 저들은 우리와의 싸움을 회피하고, 우리 군사들이 저절로 지쳐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오 ? "
"예, 그러하옵니다."
항우는 이번에는 종리매에게 묻는다.
"장군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
"소장도 계포 장군과 같은 생각이옵니다. 둔병지계를 쓰지 않는다면, 선전 포고문까지 보내놓고서 나와 싸우기를 왜 회피하겠사옵니까 ?"
그러자 周蘭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온다.
"두 분의 의견은 크게 잘못된 것인 줄로 아뢰옵니다. 漢王은 韓信의 군사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싸울 자신이 없어 수비만 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이번 싸움은 시간을 끌수록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니 , 오늘이라도 총공격을 하시옵소서."
"음 ...듣고 보니 과연 장군의 말씀이 옳소이다. 그러면 내일은 아침부터 한군에게 총공격을 개시하기로 합시다."
다음날 항우가 총공세로 나오자, 한왕은 王陵, 번쾌, 灌瓔, 盧灌 등 네 장수로 하여금 적을 막도록 하였다.
항우가 말을 달려 나와 漢軍의 將帥 들에게 말한다.
"내가 漢王과 단 둘이 담판할 일이 있으니, 그대들은 물러가고 한왕이 나오도록 일러라."
그러자 王陵이 장검을 휘두르며 대답한다.
"대왕께서는 그대가 太公을 살해하려 했던 恨을 푸시고자 그대를 생포해 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하여 우리 네 사람은 그대를 생포해 가고자 하니 그대는 여러 말 말고 우리의 포박을 받으라."
이에 항우가 大怒하여 장검을 휘두르며 돌진해 왔다.
1 : 4 ! 네 장수가 항우를 상대로 30여 합을 겨뤘으나, 승부가 나지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근흠, 주창, 고기, 呂馬通 등 10여 명의 장수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싸움을 가로 맡았다.
그러자 楚陣에서도 季布, 鐘離昧, 환초, 虞子期 等 모든 장수들이 총출동하여 양군 대장들간에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기만 할 뿐 끝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 갈 즈음,
楚軍 진지에서 별안간 鐵砲 소리가 나더니, 그것을 신호로 대장 周蘭이 대군을 이끌고 나와 漢나라 軍사를 치기 시작한다.
漢나라 군사들을 마치 풀베기라도 하듯 닥치는대로 치고 베는데 그 기세가 가히 '놀랄 노字라'!..
이에 크게 당황한 漢王은,
"모든 군사들을 즉각 성안으로 후퇴시키라 ! "는
긴급 후퇴 명령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漢나라 군사들은 화급히 성안으로 몰려 들어와 성문을 굳게 닫고 일체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항우는 城門 앞까지 접근해 와 全軍에 공격명령을 내린다.
"敵은 이미 독 안에 든 생쥐들이다. 城을 포위하고 劉邦을 生捕하라. 나의 오랜 숙원을 오늘 밤 깨끗히 풀고야 말 것이다."
그러자 장수들이 입을 모아 아뢴다.
"폐하 ! 지금은 사방이 칠흙같이 어둡사오니, 城을 함락시키는 것은 내일 아침으로 미루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뭐가 두렵다고 내일 아침으로 미룬다는 말이냐 ? "
"어둠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함락시키고자 하면 敵이 최후의 발악을 하게 되어 우리 측의 피해가 많게 되옵니다. 하오니 날이 밝은 후 공격하는 것이 우리의 손실을 줄일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음 ...그러면 城을 함락시키는 것은 내일 아침으로 미루되 오늘 밤 경계만은 철저하게 하라."
한편,
城안에 갇혀 있던 漢王은 불안에 떨며 모든 막료들에게 말한다.
"敵의 기세가 워낙 거센지라 守城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
張良이 머리를 조아리며,
"楚軍은 온 종일 싸우느라고 무척 지쳐서, 지금쯤은 모두 잠이 들었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오늘 深夜에 成고성으로 근거지를 옮기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固陵城을 끝까지 지키지 못할 바에는 견고한 성고성으로 옮겨 가는게 좋겠소이다. 그러나 적의 경계가 삼엄하여 쉽게 城을 빠져 나갈 수가 있겠소 ? "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臣이 적정을 잘 살펴 보아 안전하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장량은 번쾌, 周勃, 柴武, 근흠 등 네 장수로 하여금 성밖으로 나가 적정을 면밀하게 살펴 오도록 하였다.
네 장수가 어둠 속으로 잠행하여 적정을 살펴 보니, 北門에는 敵이 거의 없어서 북문으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漢나라 군사들이 漢王을 모시고 북문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漢王을 선두로 군사들이 절반쯤 성을 빠져 나갔을 때, 楚將 鐘離昧가 그 사실을 보고 받고 항우에게 급히 달려와 고한다.
"폐하 ! 劉邦을 비롯한 그의 군사들이 城을 포기하고 지금 북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옵니다."
자다가 일어나 그 보고를 받은 항우는 큰소리로 외친다.
"뭐라 ? 劉邦이 도망가고 있다고 ? 그러면 당장 군사를 보내 劉邦을 잡아오도록 하라 ! "
항우가 급하게 명령을 내리자, 종리매가 諫한다.
"폐하 !
敵이 도망을 갈 때에는 그에 대한 방책을 확실히 세워 놓고 떠났을 것이오니, 심야에 함부로 추격하는 것은 삼가시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섣불리 추격하다가 적의 복병에게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項佰이 종리매의 의견에 찬성하고 나온다.
"폐하 !
夜半逃走를 할 정도라면 유방의 운명은 이미 다 된 것이니, 너무 서두르지 않으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 추격을 하지 않아도, 머지 않아 유방을 완전히 섬멸 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항우는 鐘離昧와 項佰의 의견을 옳게 여겨, 야간 추격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 덕분에 漢王은 남은 군사들을 무사히 이끌고 成고성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항우의 공격을 받게 될지 모르므로, 한왕은 張良과 陣平을 불러 상의한다.
"敵이 언제 이곳까지 공격해 올지 모르는데, 나를 도와줄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으니, 이를 어찌 했으면 좋겠소 ?"
張良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왕 전하 ! 그 점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확실히는 모르되 敵은 사흘 안으로 반드시 스스로 철수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항우가 스스로 철군을 하다니 그 무슨 말씀이오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그러자 장량이 질문을 기다린듯 말한다.
"敵은 軍糧사정이 넉넉치 않아, 어림잡아도 열흘 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臣은 그 약점을 알고 있었기에, 수일 전, '장창'과 '장다' 두 장수에게 精銳兵 백여명 씩을 붙여 柳州로 보내 敵의 軍糧庫를 모두 불태워 버리도록 하였습니다. 제아무리 楚覇王이라 한들 밥을 먹지 않고 싸울 수가 있겠사옵니까 ? 그러므로 敵은 수일 내에 반드시 彭城으로 자진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자 뛸듯이 기뻐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