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31
** 楚漢誌 53
※ 主公 劉邦을 위하는 忠心
한편,
龍狙는 周苛를 맹렬히 추격하는데, 周苛는 얼마쯤 쫒기다가 돌연 커다란 나무를 등지고 말을 멈추며 반격 태세를 갖춘다.
龍狙는 무작정 덤벼들기가 두려워 잠시 머뭇거리며 큰소리로 타이르듯 외치며 서서히 다가간다.
"그대는 내 말을 들어 보라. 漢王은 이미 우리와 대적하다가 도망을 쳐버렸다. 게다가 그대는 城을 빼앗기는 바람에 그대의 가족들은 모두 우리 손에 포로가 되었다. 이제 그대는 어쩌자고 우리에게 끝까지 저항하는가 ?"
周苛가 의연히 대답한다.
"臣下가 主公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忠節이라고 하느니라. 내가 城을 빼앗긴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거늘, 내 어찌 역적 무리 들에게 항복한단 말이냐 ? 나 이제 최후의 힘을 다하여 부끄럽지 않은 忠心을 보여 주리라 ! "
그러면서 번개처럼 몸을 날려 龍狙에게 달려들었다.
그리하여 두 장수는 정면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치열하게 겨루기를 20 여 합, 龍狙의 부하들이 그 광경을 멀리서 보고있다가 사방에서 벌떼처럼 달려들어 올가미를 씌우는 바람에 周苛는 마침내 사로잡혀 항우 앞에 끌려오게 되었다.
항우는 周苛를 회유하려는 듯,
"그대와 함께 英陽城을 지키던 종공은 순순히 항복하여 나는 그의 뜻을 가상히 여겨, 그를 萬戶侯에 封해 주었다. 그대도 항복만 하면 이 자리에서 만호후에 封해 줄 것이니 순순히 항복하도록 하라."
周苛가 대답한다.
"종공과 奇信은 나와 함께 모두 漢王의 충신들이다. 그러한 종공이 어찌 富貴 榮華에 현혹되어 萬古의 逆賊인 너에게 항복을 할 리가 없다. 네 놈이 터진게 주둥이라고 그런 거짓말을 한다고 내가 속을 줄 아느냐 ?"
그러자 항우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周苛를 즉석에서 끓는 기름가마에 집어 넣어 튀겨 죽게한다.
그리고 난 뒤, 영양성안으로 들어가 한왕을 추종하던 성안의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려고 하니, 항백이 크게 놀라며 항우에게 간한다.
"지금 우리의 적은 유방일 뿐이지 백성들은 아니옵니다. 백성들이야 城主의 입장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 결코 그들의 뜻대로 살아 온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들을 죽여 없애게 되면 천하의 인심도 잃게 되는 것이오니,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보다 긴요한 일이 옵니다. 폐하께서는 여기서 잠시 쉬셨다가 유방이 도망간 성고성(成睾城)을 공략하도록 하시옵소서. 한나라의 지원군이 몰려 올 길을 차단해 놓고 成睾城을 공략하면 유방을 사로 잡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옳게 여겨 戰列을 가다듬으며 成睾城을 공략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이때 한왕은 성고성에서 張良, 陣平 등과 함께 다음 단계의 전략을 숙의하고 있었다.
"韓信과 張耳는 아직 趙나라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영포와 팽월은 사람을 보냈지만 아직 소식이 없으니, 이를 어찌 했으면 좋겠소. 榮陽城을 지키던 周苛와 종공은 城이 함락되며 殉節했다고 하니, 항우는 반드시 그 여세를 몰아 이곳으로 쳐올 것인데, 거기에 대하여 어떤 전략이 좋을지 장량 선생께서 좋은 지혜를 주소서."
張良이 머리를 조아리며,
"英布와 彭越에게 사람을 보낸지 열흘이 넘었으므로 그들은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들이 오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대장 한 사람을 시켜 항우의 본거지인 팽성을 치게 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면 항우는 우리를 향해 오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자신의 도읍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팽성으로 방향을 틀 것입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반색하며 곧 왕릉을 불러 명한다.
"장군은 精兵 5 千을 이끌고 즉시 彭城으로 달려가 공격을 하도록 하시오. 그러면 항우가 우리에게 오려다가 황급히 팽성으로 가게 될 것이오. 그러면 항우와 싸우지 말고 군사를 거두어 서둘러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시오."
漢王은 王陵을 팽성으로 보내 놓고 나서도 항우가 언제 공격해 올지 몰라, 전에 韓信이 만들어 놓은 戰車들을 사방에 배치해 놓았다.
한편, 항우는 대장 吳舟에게 영양성을 지키도록 하고 자신은 대군을 이끌고 成睾城 공략의 길에 나섰다.
항우는 成睾城 20리 밖에 진을 치고 적정을 탐색해 보니, 적이 성고성 주변의 개활지(開闊地)에 어마어마한 戰車部隊를 배치해 놓았다는 게 아닌가 ?
이전에 韓信과의 접전에서 戰車의 위력에 속수 무책이었던 기억이 떠오른 항우는 조심스럽게 大 攻勢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飛馬가 달려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敵將 王陵이 나타나 彭城을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彭城은 항우의 본거지인 만큼 항우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대책을 못 세우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또 다른 飛馬가 달려오더니,
"적장 彭越이 外黃을 비롯하여 우리 영토 17개 고을을 장악하여 우리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습니다."
하고 보고하는가 하면 또 하나의 비마가 달려와서는
"敵將 英布가 漢王을 돕기 위해 대군을 거느리고 지금 南溪를 건너고 있는 중입니다."
하고 告하는 것이었다.
항우는 계속 이어지는 이런 소식에, 크게 당황하며 項佰과 鐘離昧에게 물었다.
"적이 三面으로부터 공세를 펴오고 있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項佰이 대답한다.
"彭城은 성벽이 튼튼하고 높은데다 수비 병력이 충분함 으로 王陵이 제아무리 공격을 하더라도 그리 쉽게 함락될 염려는 없사옵니다. 그러니 당장 彭城으로 가기 보다 비밀리에 이곳을 빠져나가, 일군은 외황으로 가 서 彭越을 치고, 일군은 남계로 달려가 英布를 치도록 하십시다. 그 방법만이 지금의 위기를 수습하는 길이옵니다."
항우는 項佰의 제안을 옳게 여겨 즉석에서 대장 조구(曺咎)를 불러 명령한다.
"그대에게 군사 1만을 줄 것이니, 성고성 서쪽에 은밀히 숨어 있도록하라. 내가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 유방은 내가 다시 올 것이 두려워 반드시 도망 갈 것이니, 유방이 城을 비우거든 그대는 성으로 진입하여 점령하고 내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라. 내가 다시 올때 까지는 劉邦과 싸워서는 안 된다."
항우는 명령을 내리고 난 뒤, 다음 작전을 위해 일단 그곳을 떠났다.
한편,
漢王은 항우가 한 번도 공격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크게 의아스러워 張良과 陣平을 불러 물었다.
"항우가 싸우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니 이 무슨 일이오 ?"
張良이 대답한다.
"항우는 南溪에서 英布를 공략하고, 외황에서는 彭越을 공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곳을 떠난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한왕은 장량의 말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항우가 일시적으로 이곳을 떠났을 뿐이라니, 그러면 항우가 우리 成睾城을 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씀이오 ?"
장량이 다시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 살아계시는 한 천하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항우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돌아 올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불안해하며,
"그렇다면 그가 다시 돌아 왔을 때 우리는 그를 당해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
장량이 다시 대답한다.
"매우 송구스러운 말씀이오나, 대왕께서는 오늘 밤 비밀리에 이곳을 떠나 韓信 장군이 점령하고 있는 趙나라로 가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그리하여 韓信 장군의 도움을 받아 榮陽城과 成辜城을 다시 탈환하는 기회를 꾀하심이 상책인 줄 아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즉시 成睾城을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그러자 장량이 다시 말한다.
"적이 城 밖에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오니, 함부로 떠나셨다가는 큰일나시옵니다. 떠나시기 전에 경비 태세를 철저히 확인한 후, 떠나셔야 하옵니다."
듣고 보니 과연 옳은 말이었다.
"有備無患이라고 하더니, 선생이 아니었다면 내가 큰일을 겪을 수도 있었겠소이다."
漢王은 張良의 치밀한 계획에 고마워하며, 주발과 시무 두 대장을 불러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오늘 밤으로 韓信 장군이 있는 趙나라로 이동할 것이니, 두 장군은 이제부터 각기 군사 5 천 씩을 거느리고 성밖으로 나가, 적군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도록 경계를 삼엄하게 하시오. 우리는 두 장군을 믿고 全 軍이 이동하는 것이오."
周勃과 柴武(= 陣武)는 즉시 군사를 거느리고 성밖으로 나와 경계를 삼엄하게 하였다.
항우의 명령을 받고 잠복해 있던 楚將 조구는 멀리서 한나라 군사들이 대대적으로 이동해 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병력으로는 기습 공격을 하기에는 부족하기도 하려니와 항우로부터 <싸우지 말라>는 명령도 있었기에, 보고도 못 본 척 숲속에 깊숙이 숨어 있기만 하였다.
漢軍의 마지막 행렬이 성을 나와 그 끝이 보이지 않게 되자, 曺咎(조구)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아니하고 성고성을 쉽게 점령하였다.
이리하여 漢王을 비롯한 漢나라 군사들은 한 사람의 인명 손실도 없이 성고성에서 무사히 철수하게 된 데는 장량의 탁월한 작전 계획 덕분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