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81
** 楚漢誌 3
* 張良과 韓信
韓信을 본 그날부터 張良은 劉邦을 爲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韓信을 반드시 설득해서 데려가야겠다고 작심하였다. 그리하여 韓信을 은밀히 만나 보기 위하여 그의 숙소도 알아두었다.
그러나 韓信을 만나러 가려면 무슨 구실이 있어야 할 것인데, 적당한 구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며칠 동안 구실거리를 찾아,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길가에 劍 한 자루를 내놓고 팔고자 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張良은 무심코 劍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 장사꾼이 팔려고 내놓은 劍은 '靑鶴寶劍' 이라는 銘이 새겨져 있는 오래전, 秦始皇이 차고 다니던 名劍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검, 팔 것이오 ?"
"그렇소. 이 劍은 秦始皇이 차고 다니던 名劍이오. 싸게 드릴 테니 사 가시오."
張良은 韓信을 만날 좋은 구실이 생겼다 싶어서, 즉석에서 그 劍을 샀다. 그리고 그 劍을 가슴에 품고, 그날 밤, 韓信을 찾아갔다.
韓信의 숙소는 부대 안에 있었다. 張良은 陳門을 지키는 경계병에게,
"나는 韓信 집극랑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온 사람이오. 집극랑에게 고향 친구가 찾아 왔다고 傳해 주시오."
韓信은 경계병으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듣고,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고향에서는 워낙 집이 가난하여 친구가 한 사람도 없었는데, 웬 친구가 찾아왔단 말인가... ?)
그래서 韓信은 만나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어느 새 張良은 섬돌 아래까지 다가와 한신에게 목례를 하는것이었 다.
韓信은 저으기 놀라며 찾아온 사람을 달빛에 바라보니, 첫눈에 보아도 인품이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보였다.
그리하여 韓信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서 올라오시지요. 어디서 오신 누구시라고 하셨지요 ?"
하고 房으로 모시며 정중하게 물었다.
張良은 房으로 들어와 禮를 갖춘후 조용히 말했다.
"나는 장군과 고향은 같지만 어려서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장군은 나를 모르실 것이오."
"저는 將軍이 아니고 말단 중대장입니다만, 무슨 일로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
張良은 가슴에 품고 온 寶劍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사실은, 나는 이 劍을 將軍에게 팔고 싶어서 오늘 아침에도 찾아왔었지요. 그러나 그때는 將軍께서 안계셔서, 이렇게 밤중에 다시 찾아온 것이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그 劍은 어떤 劍인지 모르나, 꼭 나에게 팔아야 할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
"있지요. 있으니 찾아왔고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내가 장군을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우리 집안에는 조상때부터 傳해 내려오는 세 자루의 보검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劍을 팔고자할 때는 값의 高下를 따지지말고 꼭 가질만한 영웅 호걸에게만 팔라는 조상의 遺言이 계셨는데 두 자루는 이미 팔아버렸고 한 자루만 남았는데, 나는고향이 같은 장군에게 팔려고 찾아온 것이오. 이 劍을 가지게 되면 장군은 그 위세를 천하에 떨칠 수 있을 것이니, 이 검을 꼭 사주기 바라오."
韓信은 본래 좋은 劍을 아낄 뿐 아니라 劍에 대한 지식도 매우 뛰어났다.
그러기에 등불 아래에서 문제의 劍을 신중히 살펴보다가
마침내 자신도 모르게 "아니, 이 劍이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名劍이로다 ! "
하고 감탄한다.
그도 그럴 것이 劍身에서 발산되는 예리한 寶氣는 善을 추앙하듯 따듯해 보이기도 하고, 惡을 응징하듯 서릿발같이 싸늘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韓信은 그 劍을 갖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이런 名劍이면 값이 엄청날 것 같은데 자신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서,
"두 자루의 검은 이미 파셨다고 하셨는데, 값은 얼마나 받으셨소이까 ?"
하고 값을 간접적으로 물어보았다.
張良이 대답한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劍은 사람을 보아서 팔려는 것이지, 값을 많이 준다고 아무에게나 팔려는 것은 아니오. 주인다운 주인이 나타났다고 생각되면 한푼도 받지 않고 그냥 드릴 수도 있는 일이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은 이 劍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것 같소이다."
"천만의 말씀이오! 나는 장군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천하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오. 장군을 직접 만나 보니, 과연 장군이야말로 이 劍의 주인이 될 분이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묻는다.
"이만한 名劍이라면 반드시 이름이 있을 터인데, 이름을 뭐라고 하오 ?"
"이름이 있고 말고요. 세 자루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요. 한 자루는 天子劒이라 하고, 한 자루는 <宰相劒이라 하며, 이 劍은 元戌劒(원술검) 이라고 하지요."
"劍의 이름이 다르다면, 劍의 質도 다를 것이 아니오 ? 세 자루의 검은 어떻게 다릅니까 ?"
"그야 물론 다르지요. <天子劍>은 劍身이 하얀데다가 紫色光彩가 감돌아서, 천자의 八德을 갖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劍이오."
"天子의 八德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
"인품이 仁孝聰明하고 경강 검학(敬剛劒學)한 것을 말하는 것이오."
"<宰相劍>에도 그 나름대로 德은 있어야 할 게 아니오 ?"
"물론이지요. 그러나 宰相劍의 德은 충직 명변(忠直明辯)하고 서용 관후(恕容寬厚)하면 되는 것이오."
그러자 韓信은 눈앞의 劍을 가리키면서,
"이 劍의 德은 어떤 것이오 ?"
하고 물었다.
張良이 다시 대답한다.
"元戌劍의 德은 염과(廉果 : 청렴), 지신(智信:지혜), 인용(仁勇: 용기), 엄명(嚴命:결단) 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韓信은 그 말을 듣고 <元戌劍>에 더욱 애착을 느꼈다.
"<天子劍>과 <宰相劍>은 이미 팔아 버리셨다고 하셨는데, 그 劍은 어떤 분에게 파셨소 ?"
"天子劍은 지금 巴蜀에 가 계신 劉沛公에게 팔았고, 宰相劍은 지금 漢王을 보필하고 있는 簫何 대인에게 팔았지요."
"天子劍을 漢王에게 파셨다니, 劉沛公은 그렇게 德이 높으신 분이오 ?"
"아무렴요. 漢王은 성품도 寬仁大度하려니와, 觀相學상으로도 天子의 기상을 타고나신 어른이시오. 장군께서도 劉沛公의 성품을 익히 들어 아시겠으나 , 내 어찌 <天子劍>을 그런 분에게 팔지 않을 수 있었겠소."
"宰相劍을 샀다는 簫下 大人은 어떤 분이오 ?"
"簫何 대인으로 말하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仁義만으로도 세상을 다스릴 능력을 갖추고 계신 분이오. 劉沛公이 장군 시절에 <約法三章>으로 세상을 평화스롭게 다스려 가시게 한 것도 그분의 發想이었으니, 어찌 宰相의 大才라 아니 할 수 있겠소."
韓信은 張良의 말을 듣고 나서, 웃으며 말한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선생은 天子劍과 宰相劍은 주인을 옳게 골라 파셨소이다. 그러나 <元戌劍>을 나에게 팔려고 하시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오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름없는 武士일 뿐, 大將의 德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오. 그러한 내가 어찌 이런 寶劍을 지닐 수 있겠소."
韓信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일개 執戟郞(집극랑 : 요즘으로치면, 중대장)에 불과한 자신이 어찌 감히 <元戌劍>같은 寶劍을 지닐 수 있겠느냐는 겸손이었다.
그러나 張良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韓信은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나는 項王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지 3년이 넘도록 아직도 末將에 불과하오, 그러한 내가 어찌 이런 보검의 주인이 될 수 있겠소이까 ?"
그러자 張良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내가 본 바로는 장군은 孫子나 吳子보다도 더 원대한 포부를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다만 주인을 잘못 만났기 때문에 헛되이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거요. 千里馬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망아지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게 되는 법인데, 지금의 장군이 바로 그런 처지에 있는중이오. 내가 보기에 장군은 주인을 잘만 만나면, 風雲 조화를 일으키고 名聲을 천하에 떨쳐 人臣으로서 영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분이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처럼 無名末將으로 세월을 허송 하고 계시느냔 말이오."
韓信은 張良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장탄식을 하면서 울분을 털어놓는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별안간 탁 트이는 것만 같소이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나는 項羽 장군을 섬기기 시작하면서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소. 그리고 도읍을 옮기는 문제만 하더라도, 나는 咸陽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諫했건만, 項王은 기어코 彭城으로 옮겨 가기로 결정을 내렸소. 그 한 가지만 보아도 항왕의 장래의 운명이 뻔하기에, 나는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지을까 생각 중이오."
그 말을 들은 張良은 도 손을 내저으며 韓信을 설득한다.
"장군 같은 大器가 무슨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시오. 옛날부터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깃들이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택하여 섬긴다>고 하였소. 장군 같은 큰 재목이 고향에 돌아가 농사꾼으로 종신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씀이오이다."
그러나 韓信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張良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의 말씀은 모두가 名談이시오. 내 오늘 선생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10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만 같구려. 선생은 劍을 팔기 위해서 나를 찾아오셨노라고 하셨지만, 혹시 다른 뜻이 있어서 찾아 오신 것은 아니오 ?"
"......"
張良은 아무 대답도 않고 웃기만 한다.
그러자 韓信은 張良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불현듯 얼굴에 환희의 빛을 띠며 단도 직입적으로 묻는다.
"나는 아까부터 선생을 보통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시 선생께서는 韓나라의 宰相으로 계시던 張子房 선생이 아니십니까 ?"
張良은 자신의 정체를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웃으면서 대답한다.
"장군께서 나의 이름을 물으시니 솔직히 말씀하지요. 나는 韓나라의 張子房이 맞소이다."
韓時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張良에게 큰절을 올린다.
"선생은 孫子나 吳子보다도 휼륭하신 兵學家라고 들었사옵는데, 미처 알아뵙지 못한 무례를 용서하소서.
"張良은 韓信의 손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히며,
"무슨 말씀을 .. 나 역시 장군의 高名을 진작부터 사모해 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뵈니 기쁘기 한량없소이다.'
"선생께서는 무슨 과분한 말씀을 .., 선생 같으신 어른이 무슨 일로 보잘것없는 저를 이렇게 직접 찾아주셨사옵니까 ?"
"이제 장군에게 무엇을 숨기겠소. 장군은 여기서 허송 세월을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나와 함께 漢王에게 귀의하여 새로 천하를 도모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실상인즉, 내가 장군을 찾아온 것은 그 때문이오."
"선생께서 쓸모없는 저를 거두어 주신다면, 제가 어찌 사양 하오리까 그렇잖아도 저는 일찍부터 마음속으로 劉沛公을 사모해 오고 있었습니다. 선생께서 소개만 해주신다면, 저는 오늘이라도 巴蜀으로 漢王을 찾아가기로 하겠습니다."
韓信은 項羽를 떠나 劉邦을 섬길 결심을 즉석에서 표명하였다.
張良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장군이 나와 뜻을 같이 해주시겠다니, 나는 백만 대군을 얻음과 같이 기쁘오이다. 우선 이 <元戌劍>을 情표로 드릴 테니 信物로 받아 주시오."
하고 원술검을 한신에게 건넨다.
韓信은 감격하여,
"이 寶劍을, 漢王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뜻으로 알고 경건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선생의 뜻을 받들어 한왕에게 충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조건 漢王을 찾아가면, 漢王께서 저를 쉽게 받아 주실 것 같지 않은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하고 묻는다.
韓信은 성품 또한 원래 深謀遠慮한 사람인지라, 이미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張良은 품에서 <證票>를 꺼내주면서 말한다.
"이 증표를 가지고 포증으로 가서, 簫何 宰相을 만나 보시오. 이 증표를 내보이면, 簫何 宰相은 장군을 漢王에게 소개할 것이고, 그러면 漢王께서는 將軍을 重用하실 것이오."
"고맙습니다. 그러면 선생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옵니까 ?"
"나는 다른 볼일이 남아 있어서 巴蜀까지 같이 가지는 못하오이다."
張良은 韓信과 굳은 言約을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장군은 언제쯤 巴蜀으로 떠나시려오 ?"
하고 물었다.
韓信은 결연히 대답한다.
"이미 결정한 이상,아무도 모르게 내일 새벽에 巴蜀으로 떠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소이다. 그러면 후일에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張良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말한다.
"참, 내가 巴蜀에서 돌아나올 때에 金牛嶺의 모든 棧道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에 그 길로 가셔서는 안 되오."
"그렇지 않아도 巴蜀에 이르는 棧道가 모두 불타버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巴蜀에 이르는 방법은 따로 있소이다."
張良은 품속에서 커다란 地圖 한 장을 꺼내, 韓信에게 보여 주면서 설명한다.
"이 지도를 참고하면서 鷄頭山을 거쳐 兩脚山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오. 거기서 산을 또하나 넘어가면 陳倉이라는 곳이 나오지요. 진창에서부터는 포증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오."
"이 길 말고, 좀더 편한 길을 없겠습니까 ?"
"이 길은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길이오.이 길로 가면 고생스럽기는 해도, 거리가 2백여 리나 가까울 것이오. 장군께서 후일에 군사를 몰고 나올 때에도 이 길을 택해야 하오."
韓信은 張良의 풍부한 智略에 새삼 놀라워하며,
"선생께서는 언제쯤 巴蜀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
하고 물어 보았다.
張良이 대답했다.
"나는 여기서 할 일이 많아 巴蜀에는 같이 못가오이다. 그러나 연락만은 끊임없이 취하지요."
"여기에서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으십니까 ?"
그러자 張良이 웃으면서 설명한다.
"내 이제 장군에게 무엇을 숨기겠소. 나는 이제부터 諸侯들을 찾아다니며, 項羽를 떠나 漢王에게 귀의하도록 誘說工作도 펴야 하겠고, 항우가 팽성으로 빨리 遷都하도록 誘導作戰도 써야 하오. 나는 여기서 그런 공작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을 테니, 장군은 巴蜀으로 들어가거든 군사들을 열심히 키워, 천하를 도모할 태세를 견고하게 갖추고 계시오. 밖에서는 내가 일하고, 안에서는 將軍이 군사를 키워 놓기만 하면, 우리들은 漢王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천하를 통일할 수가 있을 것이오."
韓信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질 것같았다. 사내 대장부의 雄志를 이제야 마음껏 펼 칠 수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韓信은 고향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項羽의 그늘을 떠나, 머나먼 巴蜀으로 劉邦을 찾아나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