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졸음 잔뜩 실은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듯이, 한없이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어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사랑 안에서 자지러지누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이제는 젖빛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
'文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예찬 (94옹 이당 안병욱 명예철학박사님 에세이 (0) | 2020.03.23 |
---|---|
매화(梅花) - 왕안석 (王安石) (0) | 2020.03.12 |
梅花(매화) - 왕안석(王安石) (0) | 2020.03.12 |
春夜風雨(춘야풍우) - 봄밤의 비바람 - 權擘(권벽) (0) | 2020.03.12 |
세월이 가면/ 박인환 詩 (0) | 2020.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