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조조가 원술 토벌군 5만의 출정길에 유비를 감시하라고 딸려보낸 주령,노소 두 장군이 소수의 부하들만을 데리고 허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들은 조조를 찾아와,
"죄인 주령과 노소가 주공을 뵈옵니다."
하고 꿇어 앉았다. 그리고,
"유비가 이 옥새를 주공께 바치라 하며, 오만 군사는 원소군으로 부터 서주를 지키겠다 하며, 저희들만 보냈습니다."
하고 말하며, 조조에게 전국 옥새를 받들어 올렸다.
그러자 조조가 흥분한 소리로 크게 외쳤다.
"뭐라고 ? 서주는 내 땅이야 ! 내 땅 ! 그런데 네 놈들은 어째서 유비란 놈에게 서주를 내주고 왔단 말이냐 ? 서주는 차주(車胄)가 지키고 있거늘, 유비란 놈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 오만 군사는 어따 두고 너희만 왔느냐 ?"
그러자 주령이 꿇어 앉은 채,
"원술을 제압한 그날, 장비가 주연을 베풀어 저희를 취하게 만들어, 깨어 보니 저희 둘은 수레에 묶여져 있었고, 유비가 이 옥새를 승상께 바치라고 하며 수레를 출발시켰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조조가,
"그따위 돌덩이가 무슨소용이란 말이냐 !"
하고, 전국 옥새를 얻은 것 보다는 서주를 잃게 될 것이 더욱 분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저 두 놈을 끌고 나가 참하라 !"
하고 매몰찬 명령을 하였다.
"살려주십시오 주공 !"
주령과 노소는 울부짖으며 끌려나갔다.
순간, 승사부에 모여 있던 참모와 장수들은 아연 긴장했다.
"조인 !"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조조가 외쳤다.
"네. 승상 !"
조인이 평소보다 큰소리로 즉각 대답했다. 그러자 조조가,
"지금 당장 차주에게 삼만 군사를 더 보내, 유비가 쳐들어 오면 그를 죽여 목을 가져오라고 하라 !"
하고 명령하는 순간, 병사 하나가 승상부를 달려들며 소리친다.
"보고합니다 ! 서주에서 알려온 소식에 의하면 서주 수장 차주가 관우에게 당하고, 서주 각 지역은 유비 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조가 넋을 잃은 모습으로 허탈하게 웃으며 공중에 손을 휘저으며 외쳐대었다.
"그럴리가 ? 절대 불가능 해 ! 차주가 팔만 군사로 서주를 지키잖나 ! 팔만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만두 팔만 개를 먹는 데도 보름은 걸릴 텐데, 어째 유비란 놈, 한 입에 먹히겠나 ! 엉 ? "
그러자 순욱이 대답한다.
"승상 !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순욱을 향하여 돌아서며,
"지금 뭐라했나 ?"
하고, 쏘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순욱이,
"유비는 명을 받든 몸이니 승상이 내린 병부를 이용해 성문을 열게 하고 차주를 속여 제압했을 겁니다."
하고 말한다.
조조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순욱을 내려다 보다가, 그가 들고 있던 전국 옥새를 자기 손으로 옮겨 들었다. 그리고 옥새를 들고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승상부 내실을 서성거리면서 얼빠진 사람처럼 걸어다니더니, 느닺없이 내실 바닥에, <끄응 !>하고 소리를 내면서 벌렁 뒤로 자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승상 ! 왜 이러십니까 ?"
참모들과 장수들이 일시에 조조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를 정신차리게 보려고 애썼고, 누군가는 이렇게 소리쳤다.
"어서 빨리, 어의를 불러라 !"
부하 장수들과 참모에 의해 내실로 옮겨진 조조는 자리를 보전하고 드러누웠다.그리하여 그의 아들인 조비(曺丕 )와 조식(曺植)이 병석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난 어느 순간, 조조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큰아들 조비가,
"아버님, 정신 좀 드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돌려 , 두 아들을 쳐다 보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물었다.
"비야 !"
"네, 아버님."
"내가 며칠 째 누워있느냐 ?"
"사흘 째 입니다."
"사흘 ? .. 음 !.. 그러면 나을 때도 되었군."
하고 말하며,
"읽으라던 병서들은 모두 읽었냐 ?"
하고 느닺없는 질문을 한다.
그러자 조비는,
"아직 계속 반복해 읽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조조가,
"병법은 변화무쌍하니 태만해서는 안 된다. 또 병서를 터득했다 해서 책의 내용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알겠냐 ?"
하고 말한다. 그러자 조비는,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조조는 작은 아들을 불렀다.
"식아 ! "
"네, 아버님."
"너는 요즘 시문(詩文) 좀 지었더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식은,
"소자, 혜강, 공융 등과 시문 화답을 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그래 잘했다. 좋은 시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계속 노력하거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조식이 대답하는 순간, 조조의 병을 구완하러 온 태의 길평(太醫 吉平)이 달인 약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자 조조가 병석에 누운 채로 물었다.
"길평 ? 내 병세가 어떤지 이실직고 하라."
하고 물으니, 길평이 두 손을 모아 읍하며 아뢴다.
"네 승상 ! 승상의 두풍(頭風)은 오래 되어, 평소에는 염려하실 정도는 아니오나, 갑자기 화를 내시면 위험하오니, 편한 마음을 가지셔야 하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는,
"사흘이나 누워 요양을 했으니, 거의 다 낫지 않았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태의 길평이,
"한 달은 요양하셔야 하옵니다."
하고 말하는것이었다.
한편, 조조의 명을 받고 서주를 지키고 있던 거기장군 차주(車騎將軍 車胄)는 관우에게 목이 달아나고 말았고, 그 길로 관우는 서주성을 무혈 점령해 버리고 말았다.
소패성과 하비성을 지키고 있던 조조의 명을 받은 장수들 조차, 조조가 유비에게 내린 병부를 이용해 관우와 장비가 나서서 모두 제압하고, 유비가 서주 육군을 모두 손에 넣게 되었다.
유비가 서주성 성루에 올라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내가 서주를 얻은 것을 폐하께서 아시면 무척 기뻐하실 텐데.."
하고 말문을 열자 함께 있던 관우가,
"우리가 서주를 되찾고, 팔만에 이르는 군사까지 새로 얻었으니, 근래에 보기 드문 승리입니다. 이제 자룡이 이들을 훈련시키고 있으니 불원간 우리의 군사력은 크게 향상될 겁니다."
하고 대답하자, 유비가 걱정반 기대반으로 말한다.
"그래 ! 바라던 바 일세. 자룡이 거칠기는 해도 대장군 감이니, 훈련에 박차를 가하도록 말해 두게. 조만간 조조가 분명히 공격해 올 것이니,"
하고 말하자 관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방 !"
유비가 측근에 있던 미방을 불렀다.
"예, 주공."
미방이 읍하며 다가서자, 유비는 그에게 서신을 건네주며 말한다.
"자네는 곧 기주로 가서 원소를 만나, 이 서신을 전하게. 우선 천자의 밀지 필사본을 먼저 보여주고 속히 출병을 해 달라고 하고, 또, 이리 전하게, 언제 출병하시든, 나 유비가 선봉에 서겠다고 하게."
"네."
며칠 후, 유비의 서신을 전해 받은 기주의 원소는 측근 참모와 장수들을 불러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모 곽도(參謀 郭圖)가 먼저 말한다.
"주공께서는 공손찬을 제거하시고 네개 주(州)를 차지해, 군량은 물론 병기와 군사도 넘쳐나니, 유비의 요청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조조를 제거하고 천하를 통일할 싯점이 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의 출병의 목적은 위급한 천자를 구함도 아니고, 한실의 재건을 위함도 아닌, 주공의 제왕대업을 위함이어야 합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참모 전풍이 뒤를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뢴다.
"주공 ! 공손찬을 제압한 뒤, 군사의 정비도 안 된데다가 병사들도 많이 지쳐있습니다. 게다가 수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각 지역은 초토화 되었고 백성들은 전쟁 기피증이 생겼습니다. 지금 곽도가 말한 군량의 풍족은 장부에 적혀 있는 앞으로 거두어 들일 세금일 뿐,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계획대로 그대로 거두어 쓰겠다고 한다면, 백성들의 원망은 물론이고, 수 년내에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하오니 전쟁으로 지친 병사들을 쉬게 하면서, 병사들의 힘이 길러진 뒤에 조조를 토벌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자 원소는 눈을 꿈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앞서 아뢰었던 곽도가 다시,
"전풍의 의견은 서생(鼠生)의 안목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의 군대는 공손찬과의 전쟁의 승리로 인하여 사기가 높아져 있어, 주공의 지혜와 군사들의 사기면, 허창의 조조도 손바닥 아래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때는 아무때나 있는 것이 아니오니 주저 말고 출병해야 합니다. 더 끌면 안 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즉각 전풍의 반론이 이어진다.
"주공 ! 곽도는 용기만 앞서있을 뿐, 실리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옛부터 패업을 이룬 자는 병사의 숫자나 성을 얼마나 함락시켰느냐에 달려있지 않았습니다. 국력과 민심, 그리고 농작물의 작황과 따르는 백성의 수에 달려있었습니다. 결국, 전쟁의 승패여부는 국력과 민심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기주, 청주, 유주, 병주를 차지하신 주공에 비해, 조조는 연주와 회남 일부 뿐으로 주공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그러니 주공께서는 군대를 정비하시고 천하를 살피시어, 삼년 쯤 뒤에 조조를 치신다면, 우리의 기세를 누가 당하겠습니까 ?"
하고 자신만만한 예상을 내어 놓았다.
이렇듯 곽도와 전풍의 논쟁이 이어지자 결단력이 없는 원소는 심각한 얼굴을 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고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늦게 나타난 허유가 나서며 아뢴다.
"주공 !"
"응, 허유 ? 마침 잘 왔군. 곽도는 조조를 공격하라 하고, 전풍은 휴식을 취하라고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
원소는 허유가 나타나자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허리를 굽혀 읍하며,
"주공, 방금 두 대인의 논쟁을 소생도 모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든 휴식이든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적의 상황도 잘 파악한 다음에 결정해야 합니다. 적의 원하는 것과 약점도 알아야 하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 지금 조조는 안정을 원하고 전쟁을 꺼립니다. 주공은 네 개 주에 걸쳐 영토를 확장하고 군사를 많이 취하셨습니다. 천하 제후중에 독보적인 존재가 되셨죠. 그에 반해 조조는 주공만은 못하나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상승세라 함은 더 큰 발전을 위해 안정이 필요하단 뜻이죠. 주공, 만약 우리까지 휴식을 취한다면, 우리보다는 조조가 훨씬 유리해 질 것입니다.
지금 시간이 더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조조입니다. 주공 ! 지금이 조조와 실력차가 가장 큰 때 입니다. 하늘이 내린 둘도 없는 기회이지요. 이 시기를 놓치면, 조조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것이며 결국에는 주공과 비슷해 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앞으로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게 됩니다."
하고 아뢰었다.
원소는 앞서 곽도와 전풍의 논쟁을 심각하게 듣던 것과는 다르게 허유의 핵심을 짚는 설득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곽도와 전풍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면서 허유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였다.
그리고 결심이 선, 원소가 입을 열었다.
"결정했다 ! 당장 출정해 조조를 처단한다 !"
그러자 장수들을 중심으로 문무 백관들이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며 원소를 향하여 두 손을 모아,
"명을 받들겠습니다. !"
하고 일제히 복명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상세한 군령을 하달한다.
"허유,곽도를 군사로 삼고, 안량, 문추를 대장군으로 하여, 기병 15만, 보병 15만을 이끌고 여양으로 진격하라 ! 그리고 진림(陳琳)은 역적 조조 토벌 격문을 써서 천하에 반포하도록 하라 !"
"네 !"
"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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