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41
** 楚漢誌 63
※ 劉邦이 말하는 項羽의 열가지 罪目
榮陽城에서 천하 통일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漢王 劉邦의 가장 큰 걱정은 항우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부모와 아내 문제였다.
그리하여 하루는 張良과 陣平에게,
"두 분께서는 나의 부모와 아내를 구출해 올 수 있는 어떤 방안이 없겠소이까 ? 부모님과 아내만 무사히 빼내올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벌여보고 싶소만..."
張良이 허리를 굽히며 말한다,
"項羽는 太公 내외분을 자신의 볼모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돌려보내주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면 언제까지고 대책 없이 이대로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오 ?"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태공 내외분을 무사히 모셔오려면 오직 항우와 실력으로 판가름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되옵니다."
"실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씀이오?"
"우리가 대군을 몰고 쳐들어가 항우를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우리가 太公 내외분과 마마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和親을 제의한다면 항우는 十中 八九, 태공 내외분 들을 돌려 보내주리라 사료되옵니다."
漢王이 張良의 말을 듣고 그 문제를 여러가지로 고심하고 있는데, 때마침 시종이 들어오더니,
"대왕 전하 ! 關中에 계시는 簫何 丞相이 지금 장수 한 사람과 함께 대왕을 알현하러 오셨습니다."
하고 告하는 것이었다.
"뭐 ? 丞相이 오셨다고? 어서 이리로 모셔라 ! "
簫何는 생면 부지의 장수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한왕에게 큰절을 올린다.
"臣 簫何, 대왕 전하께 문안드리옵니다."
"오,! 丞相. 이게 얼마만이오. 그동안 노고가 많으셨소이다. 그런데 함께 온 저 사람은 누구요 ?"
漢王은 簫何의 절을 받으며, 그가 대동해 온 장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함께 온 사람은 키가 九 尺이나 되고(번쾌와 비슷함) 부리부리한 고리눈이, 첫눈에 보아도 勇將임이 분명하였다.
소하가 揖하며 대답한다.
"이 사람의 이름은 <누번>이라 하옵는데, 대왕 전하의 聖德을 사모한 나머지 楚나라를 정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咸陽으로 臣을 찾아왔기에 같이 왔사옵니다. 이 사람은 驥射의 재주(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기술)가 탁월한 용장이오니, 대왕께서 높게 쓰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친히 걸어와 누번의 손을 잡으며,
"오!, 나를 돕기 위해 멀리서 이렇게 찾아 왔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이제 오늘부터 우리와 더불어 생사 고락을 같이 하기로 합시다."
그러면서 한왕은 그자리에서 누번에게 御衣 한 벌과 황금 백 냥을 下賜하였다.
한편,
항우는 한신을 자기 편으로 꾀어 볼까하여 武涉을 보냈으나, 韓信이 응하지 않자,
(韓信 이놈이 끝내 유방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면, 그 者가 나서기 전에 내 가 먼저 劉邦을 쳐 없애 버려야겠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항우는 유방을 치기 위해 30만 대군을 일으켜 영양성 공략에 나섰다.
漢王 劉邦은 첩자들로부터 그러한 정보를 듣고 크게 놀라, 긴급 중신 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丞相 簫下가 말한다.
"臣이 데리고 온 누번 장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다른 장수들이 도와 준다면, 항우의 공격을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는 동안, 韓信 장군이 齊나라에서 달려와 協攻을 하게 되면, 항우를 물리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누번을 비롯한 王陵과 周勃을 한자리에 불러 명한다.
"항우가 지금 30만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온다니, 누번 장군이 선봉장이 되어 王陵, 周勃 두 장군과 협력하여 敵을 막아내도록 하시오. 나는 그대들만 믿겠소."
한왕의 명에 따라, 군사들은 즉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한편,
項羽는 榮陽城 30 里 밖에 陣을 치고, 漢王 劉邦에게 선전 포고문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하가 안정을 잃고 흉흉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것은 오로지 그대와 내가 천하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대와 나는 오늘 대장부답게 한판 자웅을 겨루어, 천하의 백성들이 편히 살아 갈 수 있도록 하자. 용기가 있거든 도망치지 말고 속히 결전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漢王 劉邦은 이와 같은 선전 포고문을 받아 보고는, 웃으며 항우의 사신에게 말한다.
"천하는 힘으로 싸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늘의 뜻에 따라 지혜로 싸워 얻게 되는 것이다. 그대는 돌아가거든 楚覇王에게 분명히 일러라. 힘이 아닌 지혜로써 싸우자고."
항우는 사신으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듣고,
"劉邦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그者에게 힘의 무서움을 보여 주겠다."며,
즉석에서 정공, 옹치, 환초, 虞子期 等, 네 장수로 하여금 대군을 나눠 이끌고 榮陽城으로 쳐들어가도록 하였다.
楚軍이 노도처럼 몰려오자, 漢나라 군사들도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漢나라 선봉장 누번 장군은 長劍을 휘두르며 달려 나오더니, 혼자서 이리 치고 저리 베면서 네 명의 적장을 상대로 50 여 합을 싸우는데, 用劍術이 기막힐뿐만 아니라 기운이 워낙 출중하여, 싸우면 싸울수록 戰勢는 楚軍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네 명의 楚將들이 누번 장군에게 이리 저리 쫒기는 꼴을 보자, 楚陣에서는 季布, 이번, 장월, 항앙 등 네 명의 장수가 장창을 휘두르며 번개처럼 달려 나와 싸움에 가담하였다.
이제는 1대 8의 대혼전이 벌어진 것이다.
누번 장군은 과연 용장이었다. 그러나 1대 8의 싸움이 되다 보니, 전세가 불리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자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 보던 王陵과 周勃이 누번 장군을 돕기 위해 함성을 지르며 대군을 몰아쳐 나오니, 楚將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쫒기기 시작하였다.
누번 장군은 그 기회에 적장을 맹렬히 추격하여 이번과 장월을 제각기 장검으로 찔러 죽였다.
대장 季布는 이번과 장월이 눈앞에서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 혼비 백산하여 본진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楚將 항앙은 왕릉의 칼에 죽고마니 楚軍은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本陣에 있던 項羽는 패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크게 怒하며 몸소 장창을 바람개비 처럼 휘두르며 전선으로 나는 듯이 달려 나왔다.
누번 장군은 항우를 보자 멀리서 활을 쏘아 갈기려 하였다.
그러자 烏騅馬를 탄 항우가 번개같이 달려오며 태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타고 있는 말이 그 소리에 놀라 뛰는바람에 고삐를 놓고 활을 쥐고있던 누번은 활을 쥔채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할 수없이 누번은 후퇴하면서,
"저 장수가 누구냐 ?"
하고 물으니 누군가 숨가쁘게 쫒겨 오며,
"저 사람이 바로 力拔山 氣蓋世의 항우 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직접 전선으로 뛰어든 항우는 한나라 군사들을 무수히 유린하며 어느덧 단독으로 陣門 앞까지 육박해 오자, 漢王 劉邦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항우는 陣門 앞에 말을 멈추고 큰소리로 외친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劉邦은 이리 나와 내 말을 들으라."
항우가 이렇게 나오니 劉邦은 비겁하게 꽁무니를 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많은 장수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항우를 멀리서 바라보며 말한다.
"楚覇王은 나에게 할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해 보라."
항우는 유방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楚나라와 漢나라가 서로 싸우기를 여러 해. 그러나 그대와 내가 직접 싸워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애꿎은 군사들과 백성들을 괴롭힐 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직접 싸워서 자웅을 결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영웅 호걸다운 태도가 아니겠는가 ?"
힘으로 싸운다면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는 태도였다.
劉邦은 項羽를 바라보며 꾸짖듯이 대답한다.
"그대는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데, 그대와 나의 싸움은 단순한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니다. 우리들의 싸움은 正義와 不義의 싸움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이냐 ?"
항우는 유방의 꾸짖는 소리를 듣고 呵呵大笑를 하면서 큰소리로 외친다.
"야 이놈아 ! 싸움에는 勝者와 敗者만이 있을 뿐이지, 正義와 不義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
너는 <正義란 勝者의 기록>이란 말도 모른단 말이냐 ? "
劉邦은 즉석에서 되받아친다.
"네가 말 같지 않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너는 네 자신의 罪를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의 罪目을 낱낱이 일러 줄 것이니 명심해 듣거라."
첫째, 너는 懷王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스스로 關中王 자리에 올라 나를 巴蜀으로 쫒았으니 그 죄가 하나요.
둘째, 너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卿子軍의 宋義 장군을 죽였으니 그 죄가 둘이요.
셋째, 너는 趙나라를 네 마음대로 점령하고 그 사실을 보고도 하지 않았으니 그 죄가 셋이요,
넷째, 秦나라의 대궐을 불태우고, 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쳐 수많은 財物을 네 마음대로 훔쳤으니 그 죄가 넷이요,
다섯째, 秦나라 二世 皇齊의 아들 子瓔을 이유없이 죽였 으니 그 죄가 다섯이요,
여섯째, 秦나라의 罪 없는 군사들을 20 여만 명이나 생매장 시켜 버렸으니 그 罪가 여섯이요,
일곱째, 점령지의 관리들을 積弊로 몰아 쫒아내고, 네 심복들을 그 자리에 앉혔으니 그 죄가 일곱이요,
(흡사, 지금의 우리나라의 단면을 보는듯...^^)
여덟째, 義帝를 쫒아내고 스스로 황제를 자칭했으니 그 죄가 여덟이요,
아홉째, 義帝를 弑害하여 시체를 강물에 버렸으니 그 죄가 아홉이요,
열번째, 이왕 왕위에 올랐으면 善政을 베풀어 백성들을 잘 살도록 해야 하거늘, 사람 잡는 부역은 물론 네 측근들의 각종 비위로 백성들의 怨聲이 하늘까지 닿았으니 그 罪가 열이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