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85
** 楚漢誌 7
※ 韓信의 꿈
韓信이 남정관을 지나 城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곳의 풍경은 項羽가 통치하는 楚나라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漢王 劉邦은 어떻게 善政을 펼쳤는지,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서로 길을 양보하하는가 하면, 집집마다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논과 밭에는 五穀이 무르익고, 농부들은 논과 밭일을 하면서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역시, 韓王은 천하의 明主인가 보구나 ! )
韓信이 감탄하며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招賢館이라는 樓閣에 커다란 榜文(방문 : 어떤 일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써 붙이는 글)이 붙어 있었다.
韓信이 가까이 가서 내용을 읽어 보니, 그것은 <각자의 재능에 따라 人材를 널리 求한다>는 내용으로 열 세 가지의 항목으로 쓰여진 榜文이었다.
1. 兵法에 통달하고 知略에 능한 사람은, 大將으로 발탁한다.
2. 용맹이 뛰어나고 敵을 위압할 수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先鋒將으로 발탁한다.
3. 武藝가 뛰어나고 軍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산기장(散驥將)으로 발탁한다.
4. 天文과 風水에 밝은 사람은, 協力者로 기용한다.
5. 地理와 地勢를 잘 아는 사람은, 嚮道者로 기용한다.
6. 마음이 곧고 행동이 정직한 사람은, 記錄者로 기용한다.
7. 臨機應變이 뛰어나고 每事를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議軍情者로 기용한다.
8. 辯論에 능하고 설득력이 강한 사람은, 遊說者로 채용한다.
9. 計算과 통계에 능한 사람은, 書記로 채용한다.
10. 詩書를 많이 읽어 자문에 도움이 될 사람은, 博士로 채용한다.
11. 醫術이 뛰어나 治病術이 능한 사람은, 國手로 채용한다.
12. 행동이 기민하고 모든 기밀을 잘 탐지해 낼 수있는 사람은, 세작(細作: 間者 = 정보원)으로 채용한다.
13. 錢과 穀物을 다루는데 능하고 出納에 밝은 사람은, 軍需士로 채용한다.
이상과 같이 열세 가지 항목에 따라 사람을 널리 求하니 자신이 그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분의 貴賤을 불문하고 누구든지 응모하기 바란다. 나라의 번영은 오로지 백성 여러분의 협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니, 모든 백성은 각자 분발하여 응모해 주기 바란다.
韓信은 榜文을 읽어 보고, 가슴이 뛰었다.
때마침 한 사람이 방문을 열심히 읽고 있기에 한신은 그 사람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
"이 방문을 읽어 보면, 나라에서는 백성들 각자의 재능에 따라 널리 등용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방문을 써붙인 분은 누구인지 아시오 ?"
"이 방문을 직접 써붙인 사람은, 이 지방의 太守인 夏侯嬰 이지요. 그러나 아마도
<이런 방문을 써붙이라>는 命을 내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漢王이었을 것이오."
"漢王이 이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어떻게 아시오 ?"
"어느 고을에서나 이와 똑같은 방문이 나붙어 있으니, 그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겠소 ? 漢王의 명령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榜文을 전국 방방곡곡에 써 붙일 수가 있겠소 !?"
말인즉 옳은 말이었다.
韓信은 漢王의 善政에 또 한 번 감탄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宰相 簫何를 통해 漢王을 만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이 지방의 太守인 夏侯嬰(하후영)에게 나의 실력을 보여 주어, 그로 하여금 나를 漢王에게 알리도록 하는것이 더욱 효과적이 아닐까?)
韓信은 그런 생각이 들자, 公館으로 太守를 찾아가 면회를 신청한다. 太守 夏侯嬰은 '韓信'이라는 이름을 일찍부터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즉시 맞아들여 물어 본다.
"당신은 項王의 사람인 줄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찾아 오셨소 ?"
韓信이 대답한다.
"며칠 前까지는 분명히 項王의 사람이었소. 그러나 項王은 나를 제대로 써주지 않는지라, 나는 項羽의 그늘을 벗어나 明主로 소문이 자자한 漢王을 찾아오는 길이었소."
"침주에서 왔다면 모든 길이 끊겨져 있어서 올 수가 없었을 텐데, 무슨 재주로 여기까지 오셨소 ?"
"漢王을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태산같은 첩첩 山들을 돌고 돌아 오느라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소."
夏侯嬰은 韓信의 말을 듣자, 크게 기뻐하며 다시 묻는다.
"우리는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하느라고 '招賢館'에 求賢방문을 크게 써붙였는데, 그 榜文은 읽어 보셨는지요 ?"
"直 前에 그 방문을 읽어 보고, 太守 영감을 찾아온 것이오."
"榜文을 읽어 보았다면 아시겠지만, 그 방문에는 열세 가지의 항목이 列記되어 있소. 당신은 그중에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오 ?"
夏侯嬰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
그러나 韓信은 아무런 대답도 아니 하고, 미소만 짓고있었다.
그러자, 太守 夏侯嬰은 韓信의 미소를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정색을 하고 다시 물었다.
"나의 질문에 대답은 아니 하고, 왜 웃기만 하시오 ?"
이에 韓信도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나라에서는 열 세 항목에 걸쳐 한 가지씩 재주를 가진 사람을 뽑는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아서 그러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재능을 가졌다는 말이오 ?"
"그렇게 물으시니, 나의 능력과 목표를 솔직히 말씀드리겠소이다. 나로 말하면 자랑같소만 文武를 兼全하고, 古今의 詩書에도 통달한 사람이외다.
出將入相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싸움에 있어서도 百戰百勝할 자신이 있고, 中原으로 진출하여 천하를 평정할 계획도 가지고 있소이다. 이러한 나를 榜文에 써있는 열세 가지의 한 항목의 일꾼으로, 단순한 재주꾼으로 쓴다고 하면, 어찌 그런 부름에 應하겠소이까 ?"
이처럼 호언 장담을 하는 韓信의 얼굴에는 패기와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夏侯嬰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將軍의 선성은 진작부터 들어 왔지만, 이처럼 경륜이 투철하신 분인지는 미처 몰랐소이다. 장군이 우리를 찾아와 주신 것은 다시 없는 기쁨이오. 이왕이면 時勢에 대한 견해도 들어 봅시다."
韓信은 의연히 대답한다.
"지금 천하의 명장이라고 자처하는 장수들은 많지만, 그들은 兵法만 알고, 用兵術은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오. 제아무리 병법에 통달했더라도 용병술을 모르고서는 어찌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겠소. 장수가 군사를 다루는 것은 마치 名醫가 환자에게 약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오. 똑같은 病에 똑같은 약을 쓰더라도, 환자의 體質을 감안하여 약을 잘 쓰면 名藥이 되지만, 약을 잘못 쓰게 되면 毒藥이 될 수도 있는 것이오."
韓信이 長强 流水처럼 時代에 관한 변론을 펴나가자, 夏侯嬰은 아니꼬운 듯 비꼬는 말투로 다시 묻는다.
"그처럼 유능한 분이 楚나라에서는 어찌하여 높이 登龍되지 못했소 ?"
韓信은 태연 자약하게 대답한다.
"君主가 사람을 못 알아 보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오. 그 옛날 백리해(百里奚)는 名將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虞)나라에서는 뜻을 발휘하지 못하였소. 그러나 우나라를 등지고 秦나라로 가자 秦王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大將軍으로 등용한 덕택에, 秦나라는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이오. 결국 아랫사람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안해주는 것은, 統治者의 자질에 달려 있는 것이오. 楚나라에서는 아무리 좋은 計策을 上奏하여도 項王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楚나라를 떠나 漢王을 찾아오게 된 것이오."
(韓信이 '統治者의 능력'을 얘기하니 한마디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현재 통치자의 用人術은 어느정도일까?
적재적소에 그 職에 걸맞는 인재를 등용하여 쓰고있는가?
아니면, 말 잘 듣는 사람이나 그간 고생했다고 보상 차원에서 非 專문가를 특정 자리에 앉히지는 아니했는가?
마음에 빚이 남아 있어서 빚을 갚을 요량으로 특정인을 주요 보직에 맡기지는 아니했는가?
귀 있는者는 들어서 알것이고 눈 있는 자는 보아서 알것이니 오늘은 이만 할까 한다.)
夏侯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將軍은 項羽가 높이 써주지 않아서 功을 세우지 못했다고 하는데, 만약 漢王께서 장군을 높이 써주신다면 어떠한 功을 세울 수가 있겠소 ?"
韓信은 자신있게 대답한다.
"만약 한왕께서 나에게 兵權을 맡겨 주신다면, 나는 仁義로 군사들을 양성하여 東으로 楚나라를 치겠소."
"項羽는 지금 百萬 대군을 거느리고 있는데 項羽를 치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아시오 ?"
"그야 물론 項羽를 한번에 쓰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오. 그러나 計略을 세워 三 단계로 나누어 攻略하면, 제아무리 項羽라도 손을 들지 않을 수 없게될거요."
"그 삼단계란 어떤 방법을 말하는 것이오 ?"
"첫 단계는, 漢王의 東方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三秦王들을 먼저 쳐야 하오."
"두 번째의 단계는 ?"
"두 번째로는, 項羽를 고립시키기 위하여 주변의 여섯 나라를 먼저 우리 수중에 넣어야 하오."
"그리고 세 번째의 단계는 ?"
"마지막으로는 項羽만 남게되는데, 그때는 項羽와 직접 싸우려 할 것이 아니라, 項羽와 范增간에 離間策을 써야 하오. 왜냐하면 范增은 뛰어난 戰略家라, 이간책을 펴 項羽가 范增을 죽이도록 해 놓아야만 우리가 손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오."
靑山流水와도 같은 韓信의 변론에 夏侯嬰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삐쭉거렸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한 계략이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언제든지 괴리(乖離)가 있는 법이오. 항우는 집권한 지 3년이 넘어서, 지금 그의 휘하에는 勇將들이 기라성같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그들이 將軍을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소이까 ?"
그러자 韓信은 怒氣띤 얼굴로, 夏侯嬰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말한다.
"太守는 나를 한낱 과대 망상가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만한 자신이 없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生死를 걸고 여기까지 찾아왔겠소 ? 도대체 당신들은 項羽라는 사람을 무엇때문에 그렇게 두려워하시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단 말이오? 失禮의 말이지만, 太守와 같이 小心病 환자가 되어서는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할 것이오. 이렇게 敵을 두려워해서야, 무슨 일을 해낼 수가 있단 말이오 !"
韓信은 마치 부하에게 질타하듯 말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보니, 夏侯嬰도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듣자보자 하니, 당신은 눈에 보이는 게 없는가 보구려. 도대체 당신은 六韜三略
(※ 육도삼략 :
六韜와 三略을 합하여 이르는 말로 중국 古代 兵學의 최고봉인 ‘武經七書’ 중의 2 書이다. 六韜의 도(韜)는 화살을 넣는 주머니나 싸는 것, 또는 收藏하는 것을 뜻하며, 變하여 깊이 감추고 나타내지 않는 뜻에서 兵法의 비결을 의미한다. 文韜 · 武韜 ·龍韜· 虎韜· 豹韜·犬韜 等, 6권 60편으로 이루어져, 周나라의 太公望의 저서라고 전하나 후세의 假託이 분명하다.)
이라는 兵書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이처럼 큰 소리를 치는게요 ?"
"하하하...., 六韜 三略이나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나서 큰소리를 치냐구요 ?"
韓信은 별안간 통쾌하게 웃으며 말한다.
"太守 영감께서 나를 이처럼 우습게 여기시니, 그야말로 섭섭하기 그지 없소. '나' 라는 사람을 이렇게도 모르신다는 말씀입니까 ?"
夏侯嬰을 마치 어린애처럼 취급하는 말투였다.
夏侯嬰은 韓信의 氣槪에 눌릴수록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큰소리는그만 하시고, 六韜三略을 정말로 읽었거든 講論을 한 번 해보시오."
韓信은 빙긋이 웃으면서,
"講論은 말고, 육도 삼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暗誦해 보리다. 그러면 설마 육도 삼략을 읽어보지 않았다고는 못 하실게 아니오 ?"
그리고 韓信은 육도 삼략을 암송하는데, 눈을 감고 도도하게 펼쳐 내려가는 그의 암송에는 글자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夏侯嬰이 탄복하지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자세를 바로 하고, 머리를 숙이며,
"將軍께서 六韜 三略을 이처럼 통달하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韓信은 유쾌하게 웃으며,
"이왕 시험을 치르는 판이니, 陰陽書와 占星書도 한 번씩 암송해 보기로 하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음양서와 점성서도 長江 大河처럼 줄줄 암송해가는데, 그 역시 글자 한 字의 착오도 없는 것이었다.
夏侯嬰은 거듭 탄복하며, 다시 묻는다.
"군사를 지휘하려면 武具와 兵器에도 정통해야 하는데, 그 점은 어떠하시오."
그러자 韓信은 수 많은 武具와 兵器의 이름을 하나씩 들어가면서, 그 兵器의 제원과 기능을 소상하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 병기가 만들어지게 된 기원까지 설명하는 것이었다.
夏侯嬰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장군이야 말로 천하의 奇才이시오. 제가 내일은 將軍을 포증으로 모시고 가서, 漢王을 직접 배알하시도록 全力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韓信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맙소이다. 그러나 漢王보다도 簫何 宰相을 먼저 만나보고싶소이다."
"宰相보다도 漢王을 직접 만나 뵙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텐데, 어째서 宰相을 먼저 만나시겠다는 말씀이오 ?"
"每事에는 순서라는 것이 필요하오. 宰相을 먼저 만나 의견을 충분히 나눈 연후에 漢王을 만나야, 漢王이 나의 재능을 인정해 주실 게 아니겠소 ?"
"말씀을 듣고 보니, 그도 그렇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포증으로 함께 떠나기로 하십시다."
두 사람은 내일을 기약하며, 時局談으로 밤을 새웠다.
<계속>
'文學' 카테고리의 다른 글
#列國誌 86(없음)(楚漢誌 8) -> (본문 없음) (0) | 2021.06.28 |
---|---|
名詩와 詩人 & 가수 이야기 (0) | 2021.06.27 |
# 列國誌 84 (0) | 2021.06.23 |
# 列國誌 83 (0) | 2021.06.23 |
# 列國誌 82 (0) | 2021.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