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熱國誌 63

jahun 2021. 6. 4. 20:11

#熱國誌 63

** 英雄 好色

일찍이 楚懷王이 劉邦과 項羽에게 秦나라를 정벌하라는 命을 내릴 때,
"두 장군 중에서 누구든지 咸陽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을 關中王으로 삼고, 後에 들어간 사람은 그의 臣下로 삼게 하겠소."
라고 선언을 한 바 있었다.
그러므로 項羽에 앞서서 함양을 먼저 점령한 劉邦이 <關中王>이 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劉方은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關中王의 자격으로 모든 將卒에게 아래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점령국 백성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한다."
그것은 지극히 시의 적절한 포고령이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咸陽의 백성들은 劉邦의 처사에 크게 감동하면서 유방을 慈父처럼 우러러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勝戰國의 군대는 敗戰國의 財物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그러한 폐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入城式을 끝내자마자 동시에 그와같은 포고령을 내려 백성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咸陽城 의 질서는 단시일 내에 확립되었고, 백성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劉邦은 함양성의 치안을 확립하고 나자, 장수들과 함께 秦皇帝가 거처하던 궁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유방은 秦나라 황제들이 사용하던 궁전을 둘러보며, 그 규모의 방대하고 장엄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秦나라의 궁전은, 始皇帝가 지어 놓은 阿房宮을 비롯하여 金銀 寶貨로 장식된 궁전이 무려 36 개에 달하였고, 황제가 노닐기 위해 만들어 놓은 遊園만도 24 곳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 중 어느 것 하나 호화롭고 수려하지 않은 것이 없어 돌아 보던 劉邦과 장수들 모두가 정신을 빼앗길 정도로 황홀하였다.
게다가 대궐 안에 있는 창고들을 열어 보니, 그 많은 창고 안에 수많은 금은 보화가 가득히 쌓여 있는 것이었다.
"전국 각지의 백성 들로부터 저렇게 많은 금은 보화를 수탈해 왔으니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지 !?"...
劉邦의 입에서는 역대 秦 황제들의 죄악상에 대한 성토가 절로 튀어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엄청난 보물들이 이제부터는 <關中王>인 자신에게 귀속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자못 흐뭇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유방은 불현듯 秦 황제들이 거느리던 <3 千 宮女>의 존재가 떠오르자,
"秦황제는 3천 궁녀를 거느리고 있다고 했는데, 그 아이들은 어인 일로 한 명도 보이지 않느냐 ?"
하고 宮지기에게 물었다.
그러자 宮지기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3千 궁녀들이 거처하는 초방(椒房)은 대궐 後園에 따로 있사옵니다. 3천 궁녀들은 한 명도 도망가지 않았사오니, 초방도 한번 돌아보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흐음, 3千 궁녀를 구경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로구나. 그러면 그 곳으로 안내하라."
劉邦은 <3千 궁녀>라는 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劉邦이 오늘에 이르기 전, 閑良 생활을 할 때에 만났던 수 많은 여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들에 비하면 이곳 궁녀들은 수 많은 여인들 중에서도 뽑혀서 화려한 옷과 아름다운 화장을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니 한시바삐 3천 궁녀가 거처하는 椒房에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대궐문을 통해 後園으로 나오니, 그곳에는 궁녀들이 거처하는 椒房 수 백채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난실 초방(蘭室椒房), 경옥 초방(瓊玉椒房), 국화 초방(菊花椒房) 等, 아담한 궁전 뜰에는 미모의 궁녀들이 제각기 4~ 5 명씩 늘어서서 미소띤 얼굴로 다소곳이 유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미소띤 얼굴로 오늘의 영웅을 맞이하고 있는 궁녀들 ! 그녀들은 하나같이 20 세 안팍의 절세 미인 들뿐이었는데, 그녀들의 말없는 미소는 丈夫의 간담을 녹여 내릴 듯이 매혹적이었다. 이를 본 劉邦은 너무도 아름답고 고혹적이라 걷는 걸음걸이조차 제 정신이 아닌듯 황홀경에 빠져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날 아침에 劉邦 자신이 예하 將卒들에게 자기 입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부녀자를 겁탈한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엄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삼천 궁녀들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유방은 그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니, 3천 궁녀들을 차례로 불러 모조리 즐겨 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속으로부터 뜨겁게 타올라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關中王이 되지 않았는가 ? 그렇다면 나는 저 아이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당당한 권리가 있지 않은가? ! >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 올랐다.
그리하여 궁지기에게,
"나는 오늘부터 내가 거처할 숙소를 이곳 阿房宮으로 定한다 !"
는 기막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수행하던 樊쾌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즉석에서,
"主公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옵니까 ? 秦나라가 亡한 것은 화려한 궁전과 아리따운 美姬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主公께서 그들의 전철을 밟아 화려한 궁전과 아름다운 궁녀들에게 현혹되신다면, 그간의 秦帝 들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앞으로 어찌 천하를 取하시려 합니까 ?"
동행하던 소하(簫何)도 옷깃을 바로잡으며,
"번쾌 장군의 諫言은 지당한 말씀인 줄로 아뢰옵니다. 主公께서는 이곳에 머물러 계실 일이 아니라, 일단 패상(覇上)에 陣을 치고 項羽의 군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옵니다."
하고 간곡하게 諫言한다.
그러나 劉邦은 고개를 저으며,
"내 이미 咸陽을 먼저 점령하였으니, 궁전과 궁녀들은 모두가 내것이 아니오 ?"
하면서 아방궁으로 들어와 龍床위에 털썩 걸터앉는 것이었다.
簫何와 번쾌는 氣가 막혔다. 지금까지 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누구보다도 荒淫無道함을 경계하고 절제해 온 沛公이었건만, 3 千 宮女를 보고난 後, 이렇게도 태도가 돌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簫何와 樊쾌는 너무도 걱정되자, 張良에게 급히 사람을 보내 그 사실을 알렸다.
그 소식을 들은 張良이 황급히 달려와 劉邦에게 신랄하게 비판하듯 말했다.
"沛公께서는 어인 일로 阿房宮에 머물러 계시옵니까 ? 예로부터 부귀영화와 美色에 현혹되면 신세를 亡치게 되는 법이옵니다. 沛公께서 이곳에 오신 것도 秦나라의 학정을 제거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求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沛公께서 秦帝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酒色에 현혹되신다면, 秦나라의 황제들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 忠言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利로운 법이고, 良藥은 입에 쓰오나 몸에는 좋은 법이옵니다.
하오니 沛公께서는 모든 부고(府庫: 관청의 창고)와 宮門을 굳게 걸어 잠그고, 簫何와 樊쾌의 諫言대로 군사를 覇上으로 이동시켜 項羽가 오기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시면, 항우 장군에 빌미를 주어 돌이키기 어려운 불행을 맞게 될 것입니다."
거침없는 張良의 충고를 들은 劉邦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項羽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면 어떤 불행이 초래될 지 모른다'는 말에 유방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큰 충격을 느꼈다.
咸陽을 먼저 점령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따라서 關中王의 자리는 응당 劉邦이 차지하여야 옳을 일이다.
그러나 자만심이 强하고 성미가 急하며 강포한 항우가 과연 關中王의 자리를 劉邦에게 곱게 내줄지는 유방 자신으로서도 크게 염려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
유방은 그제서야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子房 선생의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내가 잘못했소이다. 그러면 군사를 覇上으로 이동시켜 놓고 項羽 장군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겠소이다."
하고 군사들을 그날부로 패상으로 이동시켜 놓았다.
覇上에 陣을 치고 나자, 소하가 다시 諫한다.
"백성들이 오랫동안 秦나라의 학정에 시달려 왔으니, 주공께서는 노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위안 잔치를 크게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主公의 시정 방침인 <約法三章>도 그 자리에서 널리 선포하시옵소서. 그리하면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어 앞으로의 통치가 수월하게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소하의 忠言대로 咸陽城 안의 60세 이상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서 約法 三章까지 선포하니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며,
"바라옵건대, 沛公께서는 부디 이 나라의 임금님이 되어 주시옵소서."
하고 축원을 하며 유방을 에워싼 채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않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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