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38 ) 원소 삼공자(三公子)의 충성 경쟁
한편, 관우와 장비를 기주로 불러오기 위해 고성으로 유비를 보낸 원소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낮부터 궁중녀의 시중을 받으며 홀로 술상을 벌였다.
그리하여 거문고 가락에 춤을 추는 무희를 바라보면서 시를 한 수 읊조리는데,
曲水流篇 탄如何 (곡수류편 탄여하)
곡수에 술 잔 띄워 시 한 수 읊고 보니
人生如夢 易蹉타 (인생여몽 역차타)
인생은 한바탕 꿈처럼 흘러 가노니
今戈百万 진在璜 (금과백만 진재황)
백만의 막강 군대 내 손에 있다 하나
음파回首 회知我(음파회수 회지아)
문득 돌아보면 그 누가 나를 알런가 ?
...
원소가 이같이 도도한 흥취를 돋구고 있을 때, 모사 곽도(謀士 郭圖)가 황급히 달려오며 아뢴다.
"주공 ! 큰일입니다."
원소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오랜만에 흥취를 돋구고 있는데, 큰일은 무슨 !"
"고성 현령의 전갈이온데, 유비가 관우,장비, 조운을 만난 뒤에 병사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갔다고 하옵니다."
곽도는 원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이어 아뢰었다. 그러자 원소가,
"서쪽이라니 ? 기주로 온다지 않았느냐 ?"
하고,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러자 곽도는,
"주공 ! 유비가 기주로 되돌아 올 거라 기대하신 겁니까 ? 그는 분명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아니하고 조조에게로 투항할 겝니다."
하고, 걱정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을 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뜨더니,
"너희들은 물러가라 !"
하고, 술시중을 들던 궁중녀와 무희에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모사 허유가 나타났다.
"곡수류편 탄여하....인생여몽 역차타...
곡수(曲水)에 술 잔 띄워 시 한수 읊고 보니
인생은 한바탕 꿈처럼 흘러 가노니 ...
허유는 원소가 읊조리던 시의 첫 구절을 따라 읊조리며,
"주공 ! 절묘한 운율에, 좋은 시로군요..."
하고, 원소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원소가 다소간 실망한 어조로 허유를 부른다.
"허유 !"
"네 !"
"유비가 날 배반하고 조조에게 갔네."
원소는 말 끝에 다소간 흥분한 어조로 팔을 들어서까지 보이면서 소리치 듯 말했다.
그러자 허유가,
"아니, 아닙니다. 주공 ! 신이 판단컨데, 유비는 절대로 조조에게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번 서주성 전투에서도 조조에게 대패한 탓으로 조조와는 철천지 원수의 관계인 데다가, 황제로부터 황숙의 지위까지 받았으니, 어느모로 보나 조조와 의기투합할 관계는 아니옵니다. 그러니 서쪽으로 간 것이 맞다면 그는 틀림없이 형주로 갔을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해 후일을 도모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원소가 뒷짐을 지고, 정자의 뜰이 바라보이는 난간으로 걸어가며 실망스런 어조로 말했다.
"그럼, 내가 형주의 유표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 내 얼마나 저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이제와서 나를 배신해 ? 더구나 그놈의 아우 관우가 안량과 문추, 두 장군을 죽였다. 내가 그 점을 생각하면 죽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 "
이렇게 말한 원소는 뒤로 돌아서며 곽도를 부른다.
"곽도 ! 유비가 멀리가지 못 했을 것이니, 속히 오천 기병으로 뒤를 쫒아, 놈들을 모두 잡아 내 앞에 끌고와라 !"
하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간한다.
"안 됩니다. 주공 ! 절대 안 됩니다. 지푸라기 같은 신세가 된 유비가 어찌 우리의 적이 되겠습니까 ?
오히려 소신이 보기엔 조조란 자가...."
허유는 말을 중간에 끊고, 원소를 올려다 보며 추켜세운다.
"아하, 주공께서는 현명한 분이시니까 이 일은 숙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원소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으흠, 그래, 그렇치 ! 우리의 당면한 적은 조조지..유비와 유표가 동맹을 맺는다 ? 그래봤자, 큰 대수가 안 될 것이야."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곽도가 읍하며 대꾸한다.
"현명하십니다, 주공 !"
이어서 허유도 허리를 굽히며,
"현명하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때 수하 장수가 뛰어들며,
"주공 ! 장공자 원담이 십만 군사를 이끌고 청주에서 왔고, 이공자 원희은 십오만 군사를 이끌고 유주에서 왔으며, 삼공자 원상도 십오만 군사와 함께 병주에서 왔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원소는 허유와 곽도를 자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한다.
"오오 ! 그 애들이 왔단 말이냐 ? 여보게 허유, 모든 문무대신에게 전해, 내일 진시에 모두 내전으로 모이라고 해 !"
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물론 곽도가 명을 접수하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
다음날 진시(辰時: 오전 7시 ~9시) 원소의 집정전에는 문무대신 모두가 모였다.
시종이 밖을 향하여 큰소리로 고한다.
"주공의 명이니, 청주 자사 원담, 유주태수 원희, 병주 상장 원상은 들라 ! ~ "
그 소리와 함께 갑옷에 요도를 찬, 원소의 삼공자(三公子)가 나란히 원소의 내전으로 보무도 당당히 입장하였다. 그들은 아버지 원소에 앞에 이르자 일제히 두 손을 모아 읍하며 아뢰었다.
"소장들이 주공을 뵈옵니다 !"
그러자 흐뭇한 눈빛으로 이들의 거동을 내내 바라보던 원소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오느라고 수고들이 많았구나 !"
"아버님, 소자가 연구한 장갑전진을 펼치면 그 어떤 적 앞에서도 천하의 무적입니다. 소자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
장자 원담이 앞으로 나서며 두 손을 잡고 흔들어 보이면서 호언하였다.
"그렇다면 조조의 군대는 문제없겠군 !"
원소가 기특하고도 대견한 얼굴로 원담을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이공자 원희가 아뢴다.
"주공 ! 소자가 가져온 벽력차(霹靂車)로써 진을 펼치면 엄청난 기세와 거대한 위력으로 그 어떤 군대와 맞서더라도 순식간에 박살을 낼 수가 있습니다. 하명만 하시면 소자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원소가
"원희의 벽력 전차진이면 조조의 삼군에게 우뢰와 같은 기세로 격퇴시킬 수 있겠다 ? 그래, 원희도 영웅이다 !"
그러자 이번에는 삼공자 원상이 아뢴다.
"주공 ! 소자가 연마한 현무진은 최근에 새로 제조한 오만발의 화살을 장착해 그 예리한 화살은 백보 내의 적군 갑옷을 뚫으니, 소자 생각엔 이번 조조 토벌전에는 필히 관도 일대에서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소자가 가져온 각종 신형 무기들과 각종 군수품과 군량을 관도 부근에 있는 오소진에 이미 옮겨놓고 대군의 주둔지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원소가 그 말을 듣고,
"군마가 가기 전에 군량을 옮겨놓았다 ? 아직 어린녀석이 문무를 겸비했으니, 가히 대장군의 풍모로구나."
원소는 원상을 향하여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이며 좋아하였다. 그러자 원상이,
"주공 ! 소자 생각엔 적을 제압하려면 지용을 겸비해야 하니, 소자 부족하지만 선봉 대장이 될 것을 청하옵니다. 승리하지 못하면 군법에 따라 참해 주십시오 !"
하고, 아뢰며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인다.
원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영웅이로다 !"
그러자 시립해 있던 휘하의 장수들과 백관들은 일제히,
"공자의 기세가 과히 영웅답습니다."
하고, 복창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공자 원담도 원소의 앞에 무릎을 꿇어 보이며,
"소자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 소장의 철벽 전진은...."
원담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번에는 이공자 원희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나섰다.
"주공 ! 선봉 대장은 제가 해야 합니다. 패한다면 목을 바치겠습니다 !"
이렇게 서로가 선봉에 나서겠다고 하자, 삼공자 원상이 ,
"주공 ! 두 분 모두 형님이시니, 목숨을 둔 전투에는 제가..."
"주공 ! 제가..."
"아닙니다. 제가..."
원소의 아들 셋이 모두 선봉에 나서겠다고 자원하자 원소는 기쁘면서도 난감하였다.
그러자 시립해 있던 허유가 곽도를 돌아보며 속삭인다.
"세 공자가 모두 선봉에 서겠다고 주장하니, 주공께서 난처하시겠네...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으니, 세 공자 모두 선봉을 다투는 것은 사실,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겠나 ?"
그러자 곽도가 되묻는다.
"그럼 주공께서는 누구를 선봉 대장에 삼게 되실까요 ?"
"...."
곧이어 원소의 결심어린 말이 떨어진다.
"이번 조조와의 결전은 중대한 만큼, 선봉 대장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나 원소가 친히 맡는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잠시 전에 곽도에게 대답을 미뤘던 허유가 곽도를 돌아보며 대답한다.
"주공께서 현명해지시면 천하의 어느 누구라도 따를 사람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시는군 !"
허유와 곽도는 이런 대화를 소근거리며 낮은 소리로 함께 웃었다.
"허허허허..."
"하하하하..."
원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명이다 ! 모래 정오에 삼군이 모두 모여, 조조토벌 결사대회를 열고 선조와 하늘에 제를 올리고 피의 맹세로 출정한다 !"
그러자 시립해 있던 모든 문무 백관들은 두 손을 읍하며 일동이 복명하였다.
"알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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