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삼국지(三國志) ( 137 ) 손책 사후(死後) 강동에 이는 불안

jahun 2022. 3. 3. 18:20
삼국지(三國志) ( 137 ) 손책 사후(死後) 강동에 이는 불안

 

손책의 빈소는 손책의 집정전 내실에 차려졌다

그리하여 손책의 부인이자 미망인 대교가 대소 신료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친정쪽 문관 한 무리가 들어와 손책의 위패에 절을 하고 대교를 향해 일제히 입을 연다.

 

"부인께서 대업의 뒤를 이어주십시오."

그러나 미망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았다. 그러자 제일 앞줄에 있던 대표 문관이,

"부인, 주공께서는 병부를 소주공께 넘기셨지만, 예로부터 대권은 부자간에 이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마땅히 주공의 친자인 손소 공자가 대권을 계승하여 강동을 다스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어리시니, 부인께서 대신 맡아 주십시오. 이는 옛 부터 그렇게 해 온 것이니 이를 따라야만 예법이 바로 설 것입니다."

하고, 고하자, 뒤이어 다른 문관이,

"손소 공자가 강동을 이어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것이 강동을 위한 길이니, 모두가 따를 것입니다."

하고, 말을 하자, 그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하고, 일제히 복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손책의 미망인 대교는 <그러마>하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스물 여섯에 절명한 손책이 남긴 아들 손소는 아직 강보에 싸인 젖먹이 어린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돌아간 얼마 뒤, 이번에는 손책의 책사 장소(策士 張昭)가 문상을 왔다. 그는 제단을 향해 침통한 얼굴로 분향 재배 한 뒤, 미망인 대교를 향해 돌아 서며,

 

"부인, 강동의 앞날을 생각해 주십시오."

하고, 걱정이 가득 담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미망인이 비로서 입을 연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말씀 하세요."

 

그러자 장소가 다시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부인, 한나라가 이렇게 쇠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선황제(先皇帝)들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모후(母后)가 섭정을 하면서 외척이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공께서는 동생인 소주공께 강동의 대권을 넘기셨습니다. 어린 공자님과 부인이 이렇게 계신데도 그런 결단을 내리신 것이지요. 바로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인께서 한나라의 황후들 처럼 나서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작정을 하고 부인을 미혹(美惑)시킨다면 이 강동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하고, 지나간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며 앞으로의 일을 구싱하라는 의미의 충언을 하였다.

 

그러자 미망인은,

"나는 다만 빈소를 지키고 만 싶을 뿐인데 달리 생각 하진 말아주세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소는,

"심려 깊은 고려를 하시라는 의미로 말씀드렸습니다. 예로부터 대권의 이양은 부자간에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동생인 소주공이 이어받게 되었으니, 부인과 공자님이 계신 것으로 인해 말들이 많을 겁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공자님이 정통임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돌아가신 주공께서 이뤄 놓은 모든 것이 뿌리째 흔들려 무너지겠지요. 그러니 부인께서 부디 심사숙고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며 손을 마주하고 고개를 숙여 보인다. 그리고 다시 제단을 향하여 돌아서며,

 

"주공 ! 이럴 수 밖에 없는 신을 용서하십시오."

하고, 제단을 향해 재배를 하는 것이었다.

손책의 미망인 대교는 책사 장소의 이런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장소가 돌아가고 미망인은 남편의 제단앞에 아무런 말도, 표정도 없이 그저 묵묵하게 꿇어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혼잣말을 한다.

"서방님, 서방님의 큰 뜻을 제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보았으니, 누구보다 잘 압니다. 강동을 일으키는 것을 생명처럼 여기신 것도 잘 압니다저 하늘에서도 강동이 안정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실 겁니다.

강동이 흔들리면 서방님께서 어찌 편히 눈을 감으시겠습니까. 강동을 위해서라면 신첩은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신첩은 서방님을 따르겠습니다..."

         ..

 

손책의 절명 소식은 외지(外地)에 나가 있는 상장군 주유에게도 전해진다.

주유가 병사들을 이끌고 순찰을 하는 중에 병사가 달려와 아뢴다.

"장군, 강동으로 돌아오시라는 명입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다더냐 ?"

"주공께서 돌아가셨답니다."

"뭐라고 ?"

 

주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임종 전에 손권 공자님께 병부를 넘기시고 대업을 잇게 하셨습니다. 태부인께서 속히 돌아와 소주공을 보필하라 하셨습니다."

"알았다."

대답을 하는 주유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손권은 상장군 주유가 휘하의 군사를 거느리지 않고 홀로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자 내심 안심하였다.

그것은 지금처럼 자신의 세력이 없을 때에 막강한 군권(軍權)을 가진 상장군 주유가 휘하의 군사를 몰고 왔다면 자신의 대권 승계에 위협이 될 것이 틀림 없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만은 없었다. 그리하여 황급히 빈소로 달려와 넋을 잃고 조문을 하는 주유를 담담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주공 ! 왜 이리 빨라 가셨습니까 ! 너무 늦게 왔습니다. 얼굴도 못 뵈옵고 ...으흐흑 !.. 주공 !.."

주유는 손책의 위패앞에 꿇어앉아 오열 하였다.

 

손권이 병부를 들고 엎드려 오열하고 있는 주유 앞으로 다가가 비장한 어조로 입을 연다.

"공근(公瑾: 주유의 ) 장군, 병부를 드리니 강동을 맡아, 대업을 계승해 주십시오 !"

하고, 강동의 병부를 내밀었다. 그러자 두 눈이 동그래진 주유가 자리에서 일어 나며, 병부와 손권을 법갈아 보며 말한다.

"소주공 어찌 이러십니까 ? 강동은 손씨 가문이 일으킨 강산입니다. 제가 어찌 불충을 저지르겠습니까 ? "

"진정하십시오. 장고 끝에 내린 최선의 방법이니, 받아들여 주십시오. 난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장군은 문무를 겸비하였고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셨지요. 문무 대신들 중 가장 덕망을 갖춘 분이십니다. 저보다는 장군께서 강동을 이끌어 주신다면  모두가 불만 없이 복종할 겁니다. 맡아 주십시오 ! "

손권의 말은 너무도 충격적이었기에 주유는 그 말을 듣고,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비틀거렸다.

"그러면 소주공께서는 무얼 하시게요 ?"

"장군께서 작은 자리를 내어 주시면 곁에서 장군을 보좌하고 연로하신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조용히 살 생각입니다. 부탁이니 날 이해해 주십시오."

"이것이 돌아가신 주공의 뜻입니까 ? "

"장형은 떠나시면서  우리에게 강동을 맡기고 잘 키우라고 하셨죠. 이를 잘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은 장군 뿐입니다."

 

손권을 이렇게 말하면서 병부를 한번 더 내밀어 보였다.

주유는 손권과 제단을 한번씩 번갈아 보고 나서,

"소주공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허나, 따를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한 뒤에 그대로 돌아서 나가는 것이었다.

 

주유는 그 길로 모태후(母太后)를 찾아 갔다.

모태후는 내실에 손책의 제단을 만들어 놓고, 그앞에 기도하 듯이 두 손을 맞잡고 앉아 있었다.

주유는 모태후에게  엎드려 절하면서,

"인사 올립니다. 명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하고, 고하였다

 

그러자 손권의 어머니이자 모후인 오국태가 침통한 어조로 입을 연다.

"주유야, 난 어려서 부모를 여의였고, 중년엔 남편을 잃었고, 말년엔 자식을 앞세워 보냈다. 내 팔자가 어찌 이렇게 기구한 것이냐 !..."

그러자 엎드려 부복한 주유가,

"물론 괴로우실 겁니다. 허나 손견 장군을 보필하시어 강동을 일으켜 세우셨고, 돌아가신 주공과 소주공을 길러 내시어 강동이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존경할 따름입니다."

하고 말하며 절을 해 보였다. 그러자 모태후가,

"고된 삶을 살았지만 실제로 나 보다도 더 힘든 아이가 있다. 그 애는 바로 권이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강동을 다스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었으니, 맡은 임무와 책임이 너무 막중하고, 내우 외환에 봉착한 상황이니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겠느냐. 그래서 병부를 너에게 넘기려 하지 않았느냐 ? "

하고, 걱정과 슬픔이 가득히 담긴 말을 하였다.

 

"...허나, 거절했습니다. 태 부인, 주공의 유언을 말씀해 주십시오."

"주유야, 내가 널 낳지는 안았지만 나는 널 친자식처럼 여기고 있다. 하여, 모든 걸 솔직히 말해 주마

책이는 임종 전에 권이에게 강동을 넘기며 대업을 이으라 했다."

"헌데, 어찌하여 소주공이 신에게 병부를 받으라 한 겁니까 ?"

 

"아직도 모르겠느냐 손책이가 죽었으니 권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도, 가장 두려워 하는 사람도 바로 너 아니겠느냐 그래서 밤낮으로 불안에 떨며 허수아비 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일찌감치 넘겨 주려는 거지. 그렇게 해야만 자신도 안전할 수 있고, 강동의 대업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또 그렇게 해야, 각지의 문무 백관들도 한마음으로 복종할 수가 있다고 생각했겠지. 주유야 ! 권이는 어리지만 어리석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총명해서 탈이지, 강동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주인 자리를 내 놀 만큼 대범함을 가진 아이야...."

"태 부인, 잘 알겠습니다."

주유는 그 말 만을 하고 묵묵히 절을 하고 물러 간다.

 

얼마 후, 주유는 삼군 장수들을 이끌고 손권이 지키고 있는 빈소를 찾아왔다.

그들 모두는 일제히 빈소 앞에 무릎을 꿇고 주유가 대표로 고한다.

"하늘에 계신 주공께 아룁니다 ! 신을 비롯한, 황개, 정보, 한당, 조무 등 삼군의 통솔자 들은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우리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소주공을 보필하여 목숨걸고 강동을 지키겠습니다 !"

그러자 장수들 모두는 한 목소리로 복창한다.

 

"목숨걸고 강동을 지키겠습니다 !" 

그렇게 일심 동체로 외친 장수들은 결연한 자세로 제단 앞에 엎드렸다.

이것을 근엄한 얼굴로 바라 보던 손권이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려 부복한 장군들 앞으로 다가가서 말한다.

 

" 여러 장군들은 모두 일어나십시오. "

주유를 비롯한 삼군 예하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났다그러자 손권이 이어,

"나 손권이 여러 장군들 앞에서 맹세 합니다. 선배님들과 기쁨과 슬픔, 생사를 같이 하고 함께 대업을 이루겠습니다."

손권은 이렇게 결연히 말한 뒤에 이들을 향하여 예를 표해 보였다그러자 삼군 예하 장수들은 마주 예를 표하며 소주공 손권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을 외쳤다.

"알겠습니다 !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

 

며칠 뒤, 손책의 미망인 대교는 책사 장소의 염려를 불식시키고, 부군(夫君) 손책으로부터 대권을 이어 받은 소주공 손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강동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그리하여 대교는 손책과 자신의 사이에 낳은 손소 공자를 강보에 싸들고 강동을 떠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전횡도(田橫島)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그녀는 배 위에서 강동의 면모를 두루 살폈다. 그러면서 장소가 한 말을 되새겼다.

 

<부인과 공자님이 계시면 말들이 많을 겁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공자님이 정통임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돌아가신 주공께서 이룬 모든 것이 뿌리째 흔들려서 무너지겠지요.....>

 

이윽고, 손책의 미망인 대교와 그녀의 아들 손소가 탄 배는 돛을 올리고 미끄러지듯이 머나먼 절해의 고도(孤島)를 향해  떠나기 시작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