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31) 장비는 어디있는가 ?
두 형수가 탄 마차와 함께 황하를 건너, 원소의 땅 외곽에 들어선 관우 일행은 조조의 세력권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안도감을 가지고 길을 재촉하였다. 마차 위의 손건이 기뻐하며 말한다.
"장군 ! 앞으로 80 리를 더 가면 여남군이고 , 그곳을 지나면 기주가 지척이니 주공을 만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마상위의 관우도 미소를 머금고 대답한다.
"그럼, 사흘이면 형님과 만날 수가 있겠군 !"
이렇게 한결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은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난데없이 산비탈 위에서,
"꼼짝말고, 그 자리에 서라 ! "
하는, 소리를 지르며 일단의 산적들이 관우의 마차가 지나는 산길로 쏟아져 내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창,칼이 들려있었다.
관우는 말과 마차를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목인 듯한 자가 대부(大斧: 큰도끼)를 꼬나잡고, 목에다 있는 힘을 주어 소리를 지른다.
"나는 천공장군 장각이다 ! 어서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 !"
관우는 그 소리를 듣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황건적 두목 장각이 죽은지가 언제인데 ?...)
그러면서 관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놈의 하는 수작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다시 산비탈 위에서 누군가 벼락같이 달려 나오며 방금 관우에게 자신이 천공장군 장각이라고 큰소리친 놈의 목을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응 ?"
관우는 느닷없이 나타난 괴한의 칼부림에 깜짝 놀랐다.
괴한은 나가 떨어진 천공 장군을 운운한 놈에게,
"이 놈이 ! 감히 나를 사칭해 ?"
하고, 호령을 하였다. 그러자 처음 나타났던 산적 졸개들은 새로 나타난 괴한을 보고 놀라며,
"어서 달아나라 !"
하는, 소리를 지르며 제각기 산비탈 위로 뿔뿔히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관우는 이런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그리고 웃으며 새로 나타난 괴한에게 물었다.
"허허허 ! ... 자네는 또 누구인고 ?"
(얼마 있으면 죽은 안량과 문추도 나타나겠고... 나를 사칭한 가짜 관우도 나타나겠군 !...)
관우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괴한은 관우 쪽을 돌아다 보며,
"난 주창이다 ! 넌 누구냐 ?"
하,고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고 큰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쳐들고 말한다.
"나 ? 이름은 관우요, 자는 운장이다 !"
하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마상에서 청룡도를 들어, 먼지가 나도록 땅바닥에 <탕>내리쳤다.
그러자 자신을 주창이라 말했던 괴한은 갑자기 놀란 얼굴로 땅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으며,
"장군 ! 드디어 장군을 뵙는군요 !"
하고, 마상의 관우를 감격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
관우는 주창이 무작정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자, 말에서 황급히 내려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일어나게, 어서..."
관우는 주창을 일으키며 말한다.
"어떤 연유인 줄은 모르나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절을 받은 자격이 없네."
그러자 주창은,
"소인은 본디 황건적의 부하로 예전부터 장군의 명성을 계속 들었습죠. 절 거두어주십시오."
주창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며, 다시 엎드려 절을 한다. 그리고,
"허드렛일도 좋으니 장군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 "
하고, 애걸복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쉴 새없이,
"장군 ! 거둬주세요 !"
를 반복하면서 관우를 향해, 말 끝마다 계속해 절을 해대는 것이었다.
이런 무작정의 주창을 앞에다 두고 난감에 빠진 관우는,
"여보게 주창 ! 이곳에서 왕 노릇이나 할 것이지, 왜 고생을 자초하려하는가 ? 내겐 늘 위험이 따라서 앞날을 기약하지 못하거늘, 어찌 나를 따르겠다는 것인가 ?"
하고, 달래보았다. 그러나 주창은,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 장군의 부하만 된다면 이곳의 왕 노릇보다 낫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대답이 난감한 관우는,
"형수님들께서 허락하시면 자넬 거두겠네."
하고, 일단은 발뺌을 하였다.
"네 !"
관우가 천천히 뒤따르는 마차에 다가갔다. 그리고 창에다 대고 고하였다.
"형수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주창이란 청년이 있사온데, 원래 황건적 부하로 지금은 여기서 산적 두목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제 부하가 되겠다며 거두어 달라는데, 형수님들께서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아뢰니, 마차 안의 형수들은 잠시 의논하는가 싶더니,
"시숙님, 황건적 출신에다 산적 두목이면 부하도 많을 텐데요. 마땅치 않은 듯 하니 숙고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네. 지당하십니다."
관우는 형수들의 의견을 듣고 뒤로 돌아서 주창에게로 다시 갔다. 그리고 그를 향하여,
"주창. 형수님들께 아뢰었더니, 자네가 황건적 출신에 지금은 산적의 두목이라, 부하도 많을 테니 거두지 말라 하시네."
하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주창은 계속 꿇어앉은 상태에서 말한다.
"장군 !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 더러운 세상에서 착한 놈이 살아집니까 ? 장군도 출병 전에 원수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
주창의 호소는 절절하였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만 있던 손견이 한 마디 한다.
"주창의 말도 인리는 있습니다."
그러자 관우도 주창과 손견의 말도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주창에게 말한다.
"산적 부하가 많아 형수님들이 거절하셨네."
하고, 말해주니, 주창은 결연한 어조로 말한다.
"당장 부하들을 해산하고 산채는 불태우고 홀로 장군을 따르겠습니다 !"
관우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기다리게, 다시 한번 고해보겠네."
관우는 다시 마차로 다가가서,
"아룁니다. 주창이 진지하여, 산채를 태우고 부하를 해산시킨 뒤, 홀로 저를 따르겠다고 하옵니다만..."
"혼자라면 괜찮겠지요."
형수들의 허락이 떨어졌다.
"네."
관우는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주창의 앞으로 다가가서 이번에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근엄하고 기쁜 소리로 말하였다.
"일어나게 ! 이번에는 허락하셌네 !"
그러면서 주창을 일으켜세웠다. 주창은 일어서며 말한다.
"평생 장군을 따르겠습니다 !"
그러면서 다시 땅에 엎드려 관우에게 절을 한다.
"됐네 됐어, 어서 일어나게 !"
이렇게 주창은 관우의 부하가 되고, 그는 앞장서서 관우의 적토마 고삐를 잡고 길잡이가 되었다.
..
한편, 조조의 대군을 맞아 서주성에서 유비와 함께 조조의 본영에 야간 기습 공격을 갔다가 매복에 걸려들어 참패를 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전쟁터를 빠져나온 장비는 날이 밝자 휘하의 병사 몇몇을 간신히 수습하여 정처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그리하여 주창처럼 오래전에 황건적 잔당으로 지내다가 산적이 되어버린 놈들을 제압하고 당장 급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일시적인 곤궁함의 방편이었고, 번듯하게 지낼 곳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하여 천하를 주유하던 중에 여남 고성의 치안이 형편없는 것을 알고, 급기야 고성 현령을 완력으로 제압하고, 그를 수하로 부리면서 현(縣)을 자신의 휘하로 통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현의 백성들은 괴짜가 나타났다며 환영반 걱정반으로 수군거렸다.
"어디서 굴러온 도적놈이 관아에서 주인 행세를 한다네."
"야냐 ! 들어 보니 생긴 것만 도둑같지, 하는 짓은 제왕(帝王) 같다던데 ?"
"그러게나 말야...세상에 ! 세금을 절반으로 깎아 준다네 ?"
"게다가 받은 세금은 상납조차 하지 않고 자기 병사를 모집한대."
" 현령을 자기 종(從)을 부리듯이 하니, 대단한 사람이야 !"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인가 봐 !"
이렇게 장비를 두고 현의 백성들은 너나 없이 수군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관아에는 소송건으로 두 사내가 들어왔다.
장비가 현령을 불러 명한다.
"이리 와서 내가 하는 판결을 듣도록 해 !"
중 늙은 현령이 두 사내 옆으로 다가 가자, 장비가 두 사내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뭐가 억울한지 말해 보라. 본관이 듣고 판결해 주겠다."
그러자 얼굴이 붓고 코피가 터진 조그만 사내가 억울함을 아뢴다.
"장군 나리 ! 소인 장삼은 아랫마을에 사는데, 작년 가을에 여기 이이에게 오백 냥을 빌려주며 반년 약정으로 돌려받기로 하였는데, 오늘 돈을 받으러 갔더니, 갚기는 커녕 나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
장비가 술을 한잔 들이키고 묻는다.
"이이 ! 너는 장삼에게 오백 냥을 빌렸더냐 ?"
"예, 빌렸습죠."
"그럼, 왜 안 갚아 ?"
"가... 갚을 돈이 없어서요."
"받은 만큼 갚는 게 순리이거늘 !"
장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포졸을 부른다.
"여봐라 !"
"예 !"
"당장 이놈을 끌고가 곤장 30대를 쳐라 ! 남들이 모두 보도록 엉덩이를 벗겨서 치거라 !"
"옛 !"
"대... 대인 ! 살려주십쇼. 갚을께요 !..."
이이는 곤장이란 말에 돈을 갚겠다고 하였다.
"그래 ? 그럼 됐다. 나가는 대로 오백 냥을 갚거라 ! 그리고 장삼 ! 너도 사내놈인데 왜 얻어맞고 다녀 ? 앞으론 죽자사자 덤벼들어 싸우거라 알았지 ?"
"네네 ! 장군 나리 고맙습니다 !"
장비는 판결을 내린 뒤, 흡족한 웃음을 웃으며 현령에게 묻는다.
"영감 ! 내 판결이 어떤가 ?"
그러자 현령은 고개를 굽신 거리며,
"판결이 정말... 전대미문이라, 탄복했습니다."
하며,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힌다. 그러자 장비는 새삼스런 어조로,
"영감 ! 알아보라 했던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어찌 되었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현령은,
"동서남북 각처로 사람을 보냈습죠. 허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소식은 없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없어 ? 다시 사람을 더 보내 봐 ! 소식을 알아오지 않으면, 내가 여기 계속 <쭉~> 눌러 앉아 버린다 !"
현령에게 장비의 말은,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네,네 ! 알겠나이다..사람을 더 보내 속히 알아오도록 하겠나이다 !"
현령은 하루라도 빨리 장비와 그의 수하들을 이곳 고성에서 떠나 보내는 방법은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알아오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수하의 사람들을 백방으로 풀어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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