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는 변희의 환대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며, 그가 인도하는 대로 진국사에 이르렀다.
진국사의 주지(住持) 보정대사(普淨大師)를 위시하여 모든 중들이 영접을 나온다.
"소승 보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정대사는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관우도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대사께 인사를 올립니다."
"관장군이 이곳을 지나신다기에, 소승 기쁜 마음으로 방 세칸과 식사를 마련했으니, 안에 들어와 말씀하시지요."
하고, 손수 안내를 청한다.
"고맙습니다. 형수님들 먼저 쉬시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당부 하니, 보정대사는 배행하는 승려에게,
"후원으로 안내해 드려라."
하고, 명하였다.
관우는 변희와 함께 내실로 들어와 보정대사가 준비한 찻잔이 올려진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관우가 찻 잔을 보고 말한다.
"차는 형수님들께도 보내주십시오."
하고, 형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말했다. 그러자 보정대사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보내드렸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심한 배려를 받은 관우가 고맙다는 말을 하자, 보정대사가,
"말투를 들으니 하동 해량 분 같군요."
하고, 말한다. 그러자 관우는,
"고향은 포동(浦東)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보정대사가 다시 묻는다.
"포동촌에 남북으로 흐르는 청하수가 있는데, 장군은 강 어느 쪽에 사셨나요 ?"
"강의 북쪽인데 청하수는 어찌 아십니까 ?"
관우는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을 물어보는 보정대사의 질문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러자 보정대사도 미소를 띠며 말한다.
"소승은 강의 동쪽이니, 장군과는 강 건너 이웃이군요."
그러자 관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뚱 하였다. 청하수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기 때문에 강 건너라면 남쪽이어야 할 것인데, 보정대사는 동쪽이 강 건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게다가 보정대사는 이렇게 말하는 중에 변희를 경계하라는 눈짓을 해보인다.
관우도 무언중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런 눈치를 채지 못한 변희는 보정대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대사는 장군을 연석으로 모시지 아니하고 고향 타령만 하고 있소 !"
하고, 나무란다.
그러자 보정대사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군 ! 법당에 연석이 마련되었으니..."
하고, 말 끝을 흐리며 먼저 앞장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변희가 관우에게,
"가시죠 !"
하고 , 관우를 연석이 준비된 법당으로 갈 것을 종용하다시피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법당에 도착한 관우는 법당 안팎으로 등등한 살기를 감지하고 입을 열었다.
"변희 ! 어찌 법당까지 피로 물들이려 하는 게냐 !"
그러자 관우를 주살하려는 계획이 탄로났다고 생각한 변희가 소리쳤다.
"공격하라 !"
"우당탕 !"
법당을 에워싸고 있던 이십 여명에 이르는 힘센 장수가 한꺼번에 법당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청룡도를 밖에 두고 들어온 관우는 요도(腰刀: 허리에 차는 칼)를 빼어 들고 몰려오는 변희의 병사를 가차없이 베어 넘겨뜨렸다.
마지막 남은 세 놈과 함께 변희의 목도 잘라버리자, 나머지 진국사 주변에 매복해 있던 병사들은 뿔불히 도망을 친다. 법당 안으로 들어온 손견이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장군 ! 장군 ! ..."
관우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왜 ? 형수님들은 ?"
관우는 자신보다도 두 형수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손건이 대답한다.
"대사님 덕분입니다. 두 형수님의 방은 철통같은 곳이라, 밖에 있던 병사들은 아무도 공격하지 못 하고, 장군이 법당안으로 밀려드는 병사들을 처치하는 통에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손건의 말을 듣고, 관우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보정대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대사, 법당을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형수님들 안위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형수님들 잘못 되었다면 나도 자결했을 겁니다."
하고, 말하니, 보정대사는 합장한 채로 ,
"장군이 충의로운 분임을 소승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와 손건은 다시 한번 보정대사에게 예를 표하며,
"대사의 깊은 은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보정대사가 이어서 말한다.
"소승이 이 나이를 먹도록 장군같은 영웅을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속히 유황숙을 모시고 천하를 구하십시오. 소승도 장군과 유황숙을 위하여 불전에 무사안위를 빌겠습니다."
관우는 보정대사에게 깊이 치하하고, 이 날은 진국사에서 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마차를 호위하여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황하를 건너는 나룻터를 지척에 두자 손건이 기뻐하며 말한다.
"장군 ! 보십시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나룻터요. 황하만 건너면 원소의 땅이올시다."
관우도 기뻐하며 말한다.
"그러게나,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군, 어서 가세 !"
관우는 앞장서 나룻터로 향했다. 그런데 나룻터를 찾아가는 길에, 한떼의 군사들이 이리로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
관우는 말을 멈추고 다가오는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애꾸 눈에 부리부리한 장수가 소리친다.
"관우 ! 내가 누군지 아는가 ?"
관우는 대장기에 쓰인 하후(夏侯)란 깃발을 보고 물었다.
"조승상의 형제 장수중에, 형 하후돈과 아우 하후연이 있는데, 장군은 둘 중에 누구요 ?"
"내가 바로 하후돈일세. 내 명성을 알고 있다면 어서 항복하게나."
하후돈은 관우를 절대 그냥 보내지않을 말투였다. 그러자 관우는,
"자네는 안량과 문추보다 실력이 낫소 ? 나는 사흘 만에 원소의 수장 둘을 단 칼에 벤 바 있는데 ?"
하고, 물었다. 어차피 그냥 보내 줄 것같지 않기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하후돈은 껄껄 거리며 웃는다.
"하하하핫 ! ... 안량 문추 ? 그 깟 하찮은 조무래기 놈들 하고 나를 비교하는가 ? 당신이 그놈들을 죽이기 전엔 몰라도, 자네가 죽였다니까 내 손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구만 ! 그래서 한판 붙어보고 싶었지 !"
관우가 대꾸한다.
"어찌 그런 망발을 늘어놓는가 ?"
그러자 하후돈이 관우를 향하여 창끝을 겨눴다 내리며 호통친다.
"관우 ! 겁낼 것 없다 ! 내 수하들은 나서지 말라고 명했으니, 나와 한 판 겨뤄보자 !"
관우는 더 이상 말설임이 없었다. 어차피 이쯤 말이 오갔으니, 모든 것은 실력으로 가부(可不)가 결정될 뿐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하여 적토마를 달려, 하후돈에게 향했다. 하후돈도 말을 달려 관우를 공격하기 위해 창을 꼬나잡고, 정면으로 달려왔다.
"챠앙 ! ~...창 ! "
두 사람이 부딪치는 창과 청룡도가 불꽃을 튀면서 연이어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다.
마상위에서 삼십 여합을 겨뤘지만, 어느쪽도 밀리거나 우세함이 없이, 막상막하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접전이 이어졌다. 실로 무서운 싸움이었다.
그때, 접전중인 두 사람을 향하여, 소리치며 달려오는 병사가 있었다.
"장군들 ! 멈추시오 ! 멈추시오, 장군들 ! 승상의 명이오 !"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지 않자, 말을 타고 달려오는 병사는 승상의 명을 거들먹거렸다."
하후돈이 다가오는 병사를 쳐다보며 창을 멈추자 관우도 청룡도를 거두고, 다가오는 병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전통문(傳通文)을 한 손에 든 전령을 쳐다보던 하후돈이 묻는다.
"관우를 죽이라던 명이더냐 ?"
하고, 묻는다. 그러자 전령은,
"아니오 ! 승상께서 관우의 통행증이 없는게 뒤늦게 생각나시어, 관문마다 막힐까봐, 제게 통행증을 보내셨소.'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마상위에 관우가 하후돈에게 묻는다.
"이제 나를 보내 줄 텐가 ?"
그러자 하후돈이 전령에게 화가 잔뜩 동한 어조로 묻는다.
"관우가 통과하는 관문의 장군들을 죽인 사실을 승상께선 아시냐 ?"
"그건 아직 모르시오."
전령이 대답한다. 그러자 하후돈은,
"승상께서 모르시면 내가 관우를 잡아 넘겨야겠다 ! 보내는 것은 승상 소관일 진 몰라도 나는 절대 못 보내준다 !"
하고, 외치며 관우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자 관우는,
"내가 네 놈을 못 죽일 것 같냐 ?"
하고, 달려드는 하후돈과 다시 격전을 벌였다.
두 사람이 다시 맞붙었을 때에는 하후돈이 관우에게 밀리기 시작하였다. 관우의 내리치는 청룡도를 피하다가 하후돈이 말에서 떨어지자, 관우도 스스로 말에서 내려 하후돈과 동일한 조건에서 대적하였다. 땅바닥에서 먼지가 일고, 두 사람이 부딪치는 창은 공방이 계속되었다.
"두 장군은 싸움을 멈추시오 !"
다시 소리치며 달려오는 장수가 있었다.
"승상의 명이니 관운장을 보내주시오 !"
이렇게 소리치며 나타난 사람은 장요였다.
그러자 하후돈이 장요보고 묻는다.
"관우가 장군들을 죽인거 승상께선 아시오 ?"
"이미 알고 계시네. 승상께서 통행증을 잊은 탓이라, 관우를 원망하지 않는다 했소."
그러자 관우가 장요를 보고 말한다.
"고맙네 !"
하후돈도 장요가 전달하는 조조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관우를 향해 일갈한다.
"칼솜씨가 제법이오."
"장군은 창술이 좋군, 운은 더 좋았고."
관우는 입가의 미소를 풍기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린 장요가 말한다.
"운장 ! 어서 강을 건너게."
"승상께 고맙단 말씀을 전해 드리게, 가세 !"
관우는 장요와 손건을 번갈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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