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삼국지(三國志) (119) 조조의 계략

jahun 2022. 2. 15. 17:21

삼국지(三國志) (119) 조조의 계략                                                                                                                                                    

한편, 하비성을 지키고 있던 관우는 모사 손건에게 물었다.

"서주성에 계신 형님이 조조군에 의해 포위된 지가 며칠 지났는데, 무슨 소식은 없는가 ?"

 

그러자 손건이,

"서주성은 밤낮으로 격전중이며, 성밖에는 조조군의 시체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단단히 각오하고 온 조조라네, 조조군의 사상이 그렇게나 많다고 하면 서주성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인데.."

하고, 걱정하였다. 그러자 손건이,

"성은 주공의 손에 있고, 며칠 후에는 원소도 출병하지요. 그러면 승세는 우리쪽으로 기울 겁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그 며칠을 형님께서 못 버텨내면..."

하고, 또다시 걱정하면서, 이어서 말한다.

 

"내가 지금이라도 출병해 조조에게 기습을 가하면, 서주성이 곤경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 손건, 하비성은 자네가 지키고 있게."

하고, 당장 출병할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손건이,

"안 됩니다 ! 주공의 명령을 잊으셨습니까 성은 지키되 출병은 안됩니다."

하고, 만류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가,

"형님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데 어찌 보고만 있누 !"

하고, 답답함을 말하자, 손건은,

"장군 ! 하비성에 군사는 팔천이 전부입니다. 전부 끌고 출병해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반대로 출병을 않으면 조조는 실정을 모르지요. 밖을 보세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조조군은 어림잡아 5,6만에 달합니다. 우리가 8천 군사로 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역활을 다 하는 겁니다. 더구나 저들이 감히 덤벼오지 못 하는 것은 장군이 있어서지요. 허니 주공께서 하비성을 지키고만 있으라고 하신 것은 나름의 생각이 있으셨던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도 관우는 뜻을 굽히지 아니하고,

"그럼, 야음을 틈타 2천 병사로 조조를 습격할 테니, 성안에서는 자네가 내 깃발을 들고있게. 습격을 한 뒤에 곧바로 돌아올 테니"

하고, 말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건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단호한 어조로,

"안 됩니다. 나는 주공으로 부터 하비성과 장군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 꼭 출병을 고집하시겠다면, 저를 죽이고 내 시신을 밟고 가십시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니 더이상 관우는 출병을 고집할 수 없었다.

 

한편, 연일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서주성 밖에는 미축의 말대로 널부러진 조조군의 시체가 즐비하였다. 이런 상황은 유비군에게도 파악되었다그러던 중에 유비에게 보고가 올라온다.

"원소의 진영에 갔던 미방 장군이 돌아왔습니다 !"

 

유비는 지쳐 돌아오는 미방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며,

"다친 데는 없는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췌한 몰골의 미방은,

"네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유비가 건네 준 물 한잔을 마시고 나자, 미방의 다녀 온 결과가 궁금한 유비가,

"원소는 언제 출병한다 하더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얼굴을 찡그리며,

 

"출병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원소의 아들놈이 아파, 얼이 빠져서 전쟁할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방의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유비가,

"아들이 아프다고 ? 천하의 제패가 달린 전쟁인데, 아픈 아이 때문에 기회를 놓친다구 ?'

 

유비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반신반의로 미방에게 물었다.

"제가 직접 안봤더라면 믿지 못했을 텐데, 원소가 정말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서도 믿어지지 않는 듯이 다시 물었다.

"허유는 뭐라 하던가 ?"

"허유도 지금이 조조를 멸망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 하였지만, 원소의 관심을 돌리기는 커녕, 홧김에 졸장부 운운하다가 그의 노기를 사서 곤장만 맞고 말았습니다."

하고, 원소의 진영에서 본대로 아뢰었다.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장비가,

"원소란 놈, 계집만도 못한 떨거지네 ! 그야말로 전쟁을 하다 오줌을 지릴 놈이 아닌가 !"

하고, 열받은 소리를 내뱉고, 이어서 유비에게,

"형님 ! 그런 놈에게 기댈 것 없이, 우리끼리 조조를 없앱시다 !"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유비는 난감한 가운데 문득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미방 ! 조조군이 철통같이 성을 에워싸고 있는데, 자네는 어떻게 성에 들어올 수가 있었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허긴 이상했읍죠. 성안으로 못 들어올 줄 알았는데, 성밖에는 조조군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채로 군사들은 성밖 30리 밖으로 철수를 했더라구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철수해 ? 사실인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은 본 대로,

", 삼십리 밖에다 진영을 쳤지요."

하고, 대답한다.

 

유비가 고개를 저으며 생각한다. 그리고 입을 열어,

"연일 전투에서 조조군도 사상자가 많이 생겨서, 쉬면서 군사들을 정비한 뒤에 다시 공격해 올 모양이군, 그렇다면 조조군이 진영을 친 곳은 어느 곳이더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망탕산 기슭에 진을 쳤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비가 말한다.

 

"형님 ! 조조가 연일 계속된 공격으로 군사들이 많이 지쳤을거요. 그러니 멀리 물러난 것 아니겠소 ?

그러니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서 밤중에 조조의 진영을 기습하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거요 !"

하고, 전투의지를 보이는 것이었다. 유비도 장비의 말을 타당히여겨,

"좋은 방법이 될 것 같군 ! 원소에겐 희망이 없으니, 이젠 우리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겠네. 조조군이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우리가 밤에 공격을 한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겠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신이나서,

"거 보슈 ! 내 말이 딱이잖소 !"

하고, 신이 오른 소리를 내뱉었다.

 

유비가 미방에게 명한다.

"전 군에 전하라 ! 사경(四更:새벽 1~3시사이)에 출병한다 ! 삼십리 길이니 철기(鐵騎)를 선봉으로 조조 진영을 기습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라고 일러라 ! 조조만 죽이면 이 전쟁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 !"

하고, 단언하였다. 그러자 장비와 미방은 두 손을 마주잡고 명을 받든다.

"알겠소 ! "

"!"

 

한편 낮에 서주성을 공격하던 조조의 중군(中軍)에서는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며 아기(牙旗)가 뚝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그리하여 휘하 장수가 조조에게 보고하니 조조는 마음에 의심이 생겨 군사를 멈추게 하고, 순욱을 불러 길흉(吉凶)을 물어 보았다. 그러자 순욱이 조조에게 묻는다.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었다 합니까 ?"

"동남풍이었다고 하네."

"그럼 부러진 깃발은 무슨 색이었습니까 ?"

"진홍색 깃발이었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병법(兵法) 천상편(天象篇)의 점풍결(占豊訣)에 따르면, ()이 야음을 틈타 기습해 오리라는 징조를 알리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러면 그것은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시는 것이니, 방비를 하도록 해야겠군 !"

하고, 말하며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군사들을 30리 밖으로 물려 본진을 치고,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조조는 자신의 군막에서 편하게 누워서 밤이 깊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 조인이 한가하게 누워있는 조조를 찾아와 말한다.

"주공, 병법에 따르면 원정에선 속전속결이 유리한데, 어찌 군사를 물리셨습니까 ? 사상자가 너무 많아 걱정되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유독 태평하게 대꾸한다.

 

"그 오천여 명에 이르는 전사자 시신은 일부러 거두지 않고 유비 눈앞에 뒀으니 그리 알아라."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인이 의문을 갖고,

"네에 ?"

하고, 눈이 동그래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조조가,

"조인아 !"

"!"

"병법을 배웠다는 자들이 모두 바보 같구나. 넌 언제쯤이나 이런 상황을 간파할 수 있겠냐 ?"

 

조조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조인은 눈을 내리 깔았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요 며칠 우리가 서주성을 공격할 때는 약한 놈들만 쓰고, 정예부대는 쓰지도 않았어. 왜 안 썼겠냐 ? 서주성은 견고해 맞서면 우리의 피해가 너무 커져, 어차피 생길 피해, 약한 놈 시체 몇천 구를 유비에게 남겨줬지. 유비가 빼곡한 시체를 보면, 조조군이 힘이 다 되서 30리 밖으로 내뺐다고 하겠지. 그럼 유비가 어쩔 것 같으냐 ?"

조조가 이렇게 말하자 조인이 알아차린 듯이 말한다.

"야밤에 우리 군영을 치겠지요."

"그래 ! 이게 바로 시신 몇천 구와 바꾼 우리가 만든 기회야.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유비를 성밖으로 유인해 없애야 해 !"

그러자 조인이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이며,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조조를 경의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어서 조조는 조인에게 명한다.

"우리 본진 정동(正東)에는 장요(張遙), 정서(正西)에는 허저(許楮), 정남(正南)에는 우금(于禁), 정북(正北)에는 이전(李典), 동남(東南)에는 서황(徐晃), 서남(西南)에는 악진(樂進), 동북(東北)에는 하후돈(夏候惇), 서북(西北)에는 하후연(夏候淵)을 대기시키고, 야음을 통해  유비가 공격해 와서 본진 중앙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 그때 일시에 유비를 공격하라고 일러라. 나는 잠이나 더 자고 있을 테니..."

"! 알겠습니다 !" 

조인이 명을 전하러 밖으로 나가자

 

"~ !"

조조는 입김을 불어 등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