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남일해 ‘빨간 구두 아가씨’, 가요 히트하자 빨간 구두 대유행

유행가의 모티브로 포착된 현장의 모습은 영원히 오선지 위에 머문다. 이렇게 농익은 감흥은 대중의 가슴팍에 영글어 100년을 간다. 이런 노래가 ‘국민애창곡’이고, 이런 노래를 부른 가수에 붙여주는 영광의 징표가 ‘국민가수’라는 왕관이다. 1963년 남일해의 목청을 타고 세상에 나온 노래 ‘빨간 구두 아가씨’의 주인공은 빨간 구두를 신고 남산 소월길을 걸어 올라가던 실제 인물이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돌아볼 만도 한데
발걸음만 하나둘 세며 가는지
빨간 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밤밤밤 밤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지금쯤 사랑을 알 만도 한데
종소리만 하나둘 세며 가는지
빨간 구두 아가씨 멀어져가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돌아볼 만도 한데
발걸음만 하나둘 세며 가는지
빨간 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남일해 ‘빨간 구두 아가씨’ 가사 전문)
노랫말을 지은 하중희는 1960년대 남산 중턱에 있던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출퇴근 때 버스를 타거나 걷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출근길, 빨간 구두를 신고 앞서가는 아가씨를 발견하고 이날의 광경을 적어서 작곡가 김인배에게 전했다.
‘빨간 구두 아가씨’가 히트곡이 되자 당시 여성들 사이에선 새 트렌드가 생겼다. 빨간 구두를 신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심지어 빨간 구두 품절 현상까지 일어났다.
남일해는 1938년 대구에서 출생했으며, 본명은 정태호다. 예명 남일해는 작곡가 이병주가 지어준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재능이 많았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반 때 한 레코드 회사에서 주최한 신인 가수 콩쿠르에 나가 특상을 받았다.
1959년 ‘비 내리는 부두’로 데뷔한 남일해는 매력적인 저음으로 1960년대를 풍미했다. ‘이정표’ ‘첫사랑 마도로스’ ‘빨간 구두 아가씨’ ‘맨발로 뛰어라’ 등 많은 히트곡으로 인기를 누렸다. 이 무렵 여배우 주란지와의 스캔들이 터져 연예가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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