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전기(金笠傳記) - 6. '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生年不滿百)
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生年不滿百)
가슴 속에 쌓였던 세진(世塵)을 깨끗이 떨쳐 버리고 고요한 산 속을 걸으니 마음이 그렇게도 상쾌할 수가 없었다.
무아(無我)의 세계는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왜 이제까지 헛된 굴레와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번뇌만 거듭하여 왔는가.
生年不滿百 백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常懷千歲憂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그 산이요 그 물이건만,
비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였다.
아아, 산과 물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이제까지는 왜 모르고 살아 왔던가.
문득 엣 ‘詩’ 한 수가 머리에 떠오른다.
水綠山無厭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山淸水自親 산이 푸르러 물이 좋아라네
浩然山水裡 시원스러운 산과 물 사이를
來往一閑人 한가한 나그네 홀로 걸어가네.
누군가가 자기를 노래해 준 것 같았다.
산중(山中)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길손의 귀를 사뭇 싱그럽게 해 주고 이었다.
오늘 가다 싫으면 내일 가고, 동으로 가다 싫으면 서로 가면 그만인 무궤도(無軌道)의 여정(旅路),
물가에 털썩 앉아서 목청을 돋우어 엣 시조 한 수를 읊조려 본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그 누가 읊은 시조였던가.
자유자재(自由自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깊이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요,
예문관대제학(藝文館大提學)을 지냈던 선비 선암(仙庵) 유창(劉敞)의 ‘유흥(幽興)‘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步逐閒雲入翠林 한가한 구름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松風澗水洗塵襟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悠悠浮世無知己 뜬 세상에 이 흥취를 아는 사람 그 누구랴
只有山禽解我心 다만 저 산새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리.
앞 사람의 시조(時調)며, 뒷사람의 한시(漢詩)며,
모두가 선미(禪味)에 넘치는 시가(詩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와 물 뿐이요,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뿐,
좀처럼 인가(人家)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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