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毛魚

짝사랑을 한 총각

jahun 2024. 9. 7. 21:01

 

 

 






◈소담=짝사랑을 한 총각◈




아주옛날
어느 마을에 한 총각이 살았는데,
건너마을 처녀를 한번 보고는
그만 짝사랑을 하게 되었다.


허구헌날 그 처녀의 집 부근을 맴돌았으나
눈만 마주쳤을 뿐 말 한마디도 못 건내고
애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기회가 와서 외진 골목에서
단 둘이 딱 마주치게 되었다.
총각은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처녀는 미리 준비나 한 듯이
쪽지 하나를 총각 손에 쥐어주고는
도망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 쪽지에는
一點三口 牛頭不出-일점삼구 우두불출
'점이 하나에 입이 셋에
소머리가 안나왔다'라고 씌여 있었다.


총각은 이 문구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고민고민 끙끙 앓다가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리에 눕고 말았다.


부모가 아무리 달래고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때 두어 살 아래의 누이동생이 문밖에서
"오빠, 내가 오빠가
고민하는 까닭을 짐작은 하는데,


그만 일로 죽으려고 해?
내게 사정을 말해 줘 봐."
라고 하자 총각은 문틈으로 누이에게
쳐녀한테서
받은 쪽지를 내보여 줬다.


쪽지를 받아 한참 들여다보던 누이가
"오빠! 이런 좋은 답을 받고서
굶어 죽으려고 해?"
하는 것이었다.


누이가 풀어 준 글자는!!!




한문으로
(許)'허락할 허'였다
그리하여 두사람은 혼인까지 하고
애들낳고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