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熱國誌) (1) 성공을 하려면 사람 장사를 해라
기원전 2세기 중반 , 중국 대륙은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 등 7개의 왕국이 천하통일을 놓고 벌이는 각축전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초한지(楚漢誌)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 통일을 이룩한 진시 황제 때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의 원망을 등에 업은 시대의 영웅, 유방과 항우가 겨루는 세력 다툼의 여러 면모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통하여 이 책을 수 차례 읽어 보아야 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한지를 정독(精讀) 함으로써, 오늘이 있게 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그 당시 시대상과 생활상을 요즘과 비교해, 복잡 다단한 현대의 생활을 살아가는 지혜로 활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 나는 직접 글을 옮겨 적음으로서, 당시 위정자(爲政者)와 백성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반추(反芻)하여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고자한다. 옮겨 쓰는 글의 바탕은 정비석 선생님의 <초한지>이며 , 글의 대부분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 가지만, 때때로 나의 다양한 첨부가 있을 예정이다. 초(楚),한 (漢) 시대의 치열한 전쟁사를 이해 하려면, 앞선 진시황(秦始皇) 시대의 저변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제목은 초한지이지만, 내용이 치열한 전쟁과 투쟁사를 다루는 형편인고로 , 본인은 열국지(熱國誌)라는 제목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글은 보기에 따라서는 복잡하고 고루한 옛날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초한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회차를 거듭해 나갈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물론, 다양한 삶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大), 중국 대륙에는 7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체모를 제대로 갖춘 나라는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등 일곱 나라에 불과하였기에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전국 칠웅(戰國七雄)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전국 칠웅시절 때인 조(趙)나라에서 시작한다. * 성공(成功)을 하려면 사람 장사를 해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어느 봄날 밤. 조(趙)나라의 산중에 있는 어떤 객줏집에서는 세 명의 투숙객(投宿客)이 한가한 등불 아래 둘러 앉아 식후의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30밖에 안 되었지만 체격이 우람한 대부호(大富豪) 여불위(呂不韋)라는 거상(巨商)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70객 노인과 20을 갓 넘어 보이는 청년 보부상(褓負商)이었다. 생면 부지의 세 사람이 오다가다 날이 저물어 객주집에서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70객 노인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거상 여불위가 나이 어린 보부상에게 물었다. "보아 하니, 자네는 보따리 장사를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해서 언제 돈을 모아 부자가 되겠는가 ?" 젊은 보부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보따리 장사를 해서야 어떻게 부자가 되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이런 꼴을 하고 다니는 것이죠." "이 사람아 !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농사를 지어 먹을 일이지, 무슨 고생을 못 해서 지지리 못나게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단 말인가 ....? 그러나 부득이 보따리 장사를 집어치우지 못 할 상황이라면 하루속히 밑천을 모아 가지고 더 큰 장사를 하여야 하네." "돈을 모으게 되면 어떤 장사를 해야만 , 대인(大人) 처럼 부자가 될 수가 있겠습니까? " 여불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청년 보부상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며, 특산품(特産品)을 사다가 그 물건이 귀한 곳에다 비싼 값에 팔도록 하게. 가령, 조 나라에서는 모직물(毛織物)과 말(馬)이 특산품이고, 제 나라는 소금(鹽), 초 나라는 금(金)과 귤(橘), 연 나라는 대추(大棗),밤 (栗), 한 나라는 강궁(强弓)과 옥(玉), 위 나라는 피혁(皮革), 진 나라는 단청(丹靑)과 명검(名劍)이 특산품일세. 이와같은 특산품을 돈이 되는 대로 많이 사가지고, 그것이귀한 나라에 가지고 가서 , 비싼 값에 되 팔게 되면 대번에 수십 갑절의 이문을 볼 수가 있다네." 장삿속으로 전국 칠웅을 내 집 드나들듯이 누비고 다니는 여불위의 눈으로 보면 보따리 장수 따위는 너무도 불쌍하게 보여 , 내친 김에 자신의 상술(商術)을 토설(吐說)한 것이었다. 그러나 등짐 장수는 워낙 소심한 청년이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렇게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맘대로 드나들기가 쉽겠습니까 ?" 여불위는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젊은 사람이 이렇게도 아둔해서야 ... 쯔쯧, 이 사람아 ! 장삿꾼에겐 돈이 장땡인데, 국경이 대순가 말일쎄 ! 젊은 사람이 모름지기 큰 뜻을 가지고 크게 놀아야 할 게 아닌가 ! " 그러자 아까부터 자는 줄만 알았던 70객 노인이, 자리에 누운 채 시근퉁한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흥 ! 젊은 친구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주제에 제법 큰소리를 치는군 ! " 여불위는 생면 부지의 늙은이로 부터 조롱을 당하는 바람에, 일순간 화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되는 바가 있어서, "노인장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옵니까 ?" 하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꿈틀거리며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른다는 말뜻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 하며 핀잔하는 어조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또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노인의 말에는 자기가 모르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미소까지 지으며 점잖은 말투로 이렇게 물어 보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씀 자체의 뜻이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하오나 제가 알지 못하는 '둘' 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 점을 알고 싶습니다." 노인은 그제서야 여불위의 얼굴을 잠 깬 얼굴을 흔들고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허어 .... 이제사 자세히 살펴 보니 공자(公子)의 관상이 보통이 아닌걸 .... 잘하면 후일 ,왕후 장상(王侯將相)이 부럽지 않게 되겠는걸?" 하고 부러운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불위는 노인의 <왕후 장상>이라는 말에 별안간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허우대가 장대하고 기상이 출중하게 생긴 덕택에 오늘날까지 <위장부(偉丈夫)>라는 말은 흔히 들어 보았지만, 자신을 두고 <왕후 장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여불위는 노인에게 선뜻 다가가, 두 손을 덥석 움켜 잡으며 이제까지와 다른 소리로 애원하듯 물었다. "노인 어른 ! 제가 장차 어찌 되겠는지, 그 점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자네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리는 법이니, 꿈을 크게 품도록 하게. 다만 , 내가 자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이네." "그 <둘>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음 , 그것만은 말해 주지 .... 자네는 , 돈을 모으는 데는 특산품 장사가 제일이라고 했겠다 ? " "네.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일찍이 곤륜산(崑崙山)에서 명옥(名玉) 한 개를 50냥에 사다가, 제 나라 왕후(王后)에게 5백 냥에 팔아 넘긴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장사치고는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 그러나 노인은 여불위의 말에 도리질을 하면서, "못난 소리만 하고 있군 ! 그러니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네." "엣 .... ? 그러면 더 좋은 장사가 있단 말씀입니까 ? " "있다 뿐인가 ? 자네가 하고 있는 귀물 장사 보다도 더 좋은 장사가 있다네 ! " "어르신 ! 도데체 어떤 장사길래, 귀물을 파는 것 보다 이문을 크게 남길 수가 있다고 하십니까 ? " 여불위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노인에게 애원하듯이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허허 웃으며 말을 하는데, "자네가 알고 싶어 하는 최고의 장사는 바로 '사람 장사'일세." "엣 .... ? 사람 장사요 ? " 여불위는 너무도 뜻밖의 말을 듣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랐다. 장사의 방법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 오던 여불위도 <사람 장사>라는 말만은 금시 초문이었다. 그러기에, "사람 장사라면, 창녀(娼女)나 노비(奴婢)를 사고 파는 장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 하고 캐물어 보았다. 그러자 노인은 화를 벌컥 내면서, "에끼 ! 이 벽창호 같은 친구야. 자네는 누구를 뚜쟁이로 알고 있는가 ? " 하고 호되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여불위는 자신의 실언을 크게 뉘우치면서, 노인 앞에 넙죽 엎드려 사과하였다. "노인 어른! 제가 크게 잘못했습니다.... 저의 장래를 위해 현명하신 가르침을 내려 주시옵소서." 노인은 그제서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단순히 돈을 잘 벌어 모으려면 자네 말대로 특산물 장사가 제일일걸세.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법이야. 돈이 많게 되면 권력도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네. 그러므로 옛날부터 진짜 장삿꾼은 돈보다도 권력에 탐을 내는 법이야. 그도 그럴 것이, 권력을 잡으면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 오거든. 게다가 그 돈을 관리하는데도 권력만 한 것이 없지." 듣고 보니 , 절절이 옳은 말이었다. "그러면 사람 장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옵니까 ? " "자네,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일이 있는가 ? " "태공망이라면 제 나라의 시왕(始王)인 강태공(姜太公)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 "그래, 잘 알고 있구먼 ... 강태공은 본디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이나 해먹던 늙은이였지. 그런데 그 강태공이 어느 날 낚시를 하다가, 주(周)나라 태자인 서백(西佰)을 알게 됨으로써, 일약 군사(軍師)로 발탁되었다가, 후일에는 제나라의 왕이 되지 않았던가 ? ....이렇게 강태공이 일국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 부터 서백과 친하게 지냈던 탓이니, 이야말로 <사람 장사>를 잘 한것 아니고 뭐겠나. 자네는 <사람 장사>야말로 천하를 쥐락 펴락 할 수 있는 거대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내 말 알아 듣겠나 ? " 여불위는 노인의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질 듯한 흥분을 느꼈다. "노인 어른의 귀하신 말씀은 가슴 깊이 간직해 두겠습니다." "알았으면 됐네. 이젠 그만 하고, 잠이나 자세." 말을 마친 , 노인은 돌아 눕기가 무섭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불위는 잠이 오기는 커녕 , 조금 전에 노인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서 잠이 오지 않았다. ....'돈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을 지키려면 권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 아니, 권력만 잡게 되면 돈은 저절로 굴러 들어 온다고 말하지 않던가 ? 그렇다면 나는, 이제 부터는 돈을 모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고 힘쓰는 것이 실속있는 판단이 아니겠나 ? '.... 노인의 말을 듣고 대몽(大夢)이 잉태(孕胎)된 여불위는 밤새껏 공상을 하면서 (내일 아침에는 저 노인에게 권력을 잡는 방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여불위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노인은 어느 새 어디로 가 버렸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밤새껏 공상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통에 노인과 젊은 보부상은 모두 길을 떠나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여보시오, 주인장. 어젯밤 그 노인은 어디로 떠나셨소 ? " 여불위는 황급히 주인에게 물었으나, 그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불위는 노인을 다시 만나지 못 한 아쉬움을 안고 그 날 해질 무렵에 한단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물어 보았다. "아버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사가 어떤 장사라고 생각하십니까 ? " "옛날부터 농사를 지으면 10배의 이윤이 생기고, 너처럼 귀물(貴物) 장사를 하면 1백 배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일러 오느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여불위은, 어젯밤 만났던 노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었더니,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너를 왕후 장상의 재목으로 보았다면, 그 노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던가 보구나. 허긴 ,너를 잉태 할 때에, 나는 흑룡(黑龍)이 가슴에 안기는 태몽(胎夢)을 꾸웠느니라. 그러니 너라고 왕후 장상이 못 되 라는 법 또한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뜻을 크게 품고, 그 길로 노력해 보려무나." "사람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야 말이죠."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금 진(秦) 나라의 왕손(王孫)인 자초(子楚)라는 청년이, 우리 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으니, 그 청년을 가까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 " 하고 말한다. "진 나라의 왕손이 인질로 잡혀 와 있다구요 .... ? 지금 그 청년이 어디에 유숙하고 있나요 ?" "대장군(大將軍) 공손건(公孫乾) 집에서 감시를 당하고 있다 하더라." 대장군 공손건이라면, 보석 거래 관계로 여불위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여불위는 모든 일이 척척 들어맞는 것 같아서 꿈이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좋은 일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으니, 하루라도 빨리 공손건 장군 댁을 찾아가 자초라는 청년을 직접 만나 보도록 해야지, 강태공이 서백과 친분을 두텁게 맺은 덕택에 제왕이 되었듯이, 나도 자초를 잘만 이용하면 왕이 못 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여불위는 가슴에 넘치는 꿈을 품고 아버지 앞을 물러 나왔다. 여불위에게는 본디 마누라가 세 명이 있었다. 남달리 정력이 출중했던 그는 세 명의 마누라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몇 달 전에는 장사차 초(楚)나라에 갔다가, 일금 2백 냥을 주고, 주희(朱姬)라고 부르는 열여덟 살 짜리 계집 아이를 네 번째 애첩으로 맞이해 왔다. 여불위는 그 아이가 어떻게나 마음에 들던지, 주희를 데려 오고 나서는 다른 마누라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며칠 동안 집을 비웠던 그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주희의 방으로 향했다. 여불위가 애첩 주희에게 홀딱 반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남모르는 이유가 뚜렸했다. 우선 주희의 얼굴은 가히 절세의 미인이었다. 옛날부터 남쪽 나라인 초나라를 <색향(色鄕)>이라고 불러 오기는 하지만, 주희는 초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주희의 눈망울은 커다랗고 호수처럼 깊어서, 여불위는 그녀의 눈을 그윽히 들여다 보게 되면, 영락없이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담한 몸매는 우람한 그가 껴 안으면 바스라질 듯 애처럽게 보였고, 상, 중, 하 등신(等身)의 비율이 기가막혀서, 사내라면 주희를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자기도 모르게 방사(房事)를 저지를 듯 요염하였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미모도 미모지만, 주희와 동침 해 본 여불위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르는 기가 막힌 주희의 속 몸의 장점이 있었으니, 그곳은 정글처럼 무성하여 그로 하여금 탐험욕을 왕성하게 해 주었고, 그조차 얼마나 풍부한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주희의 결(形)이 다른 사람에게서는 볼 수없는 역결(逆形)인지라, 여불위는 주희와 동침하는 순간부터, 자지러지는 쾌감과 열락(熱樂)을 맛 볼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희는 나이는 비록 어려도 교태가 어찌나 강렬한지, 체력이 왕성한 여불위와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도 오히려 부족해 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정력이 왕성한 여불위로도 그녀를 가히 만족시킬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여불위는 지금까지 수 많은 여성들과 정을 통해왔지만, 주희와 같은 명기(名器)를 가진 여자를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었다. 여불위는 이날 밤도 주희를 희롱하다가 불현듯 '사람 장사' 라는 노인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리하여, "네 몸뚱아리야말로 천하의 명기로다!. 본전은 겨우 2백 냥밖에 안 들었지만, 값으로 치면 얼마나 호가(呼價)해야 할 지 모르겠구나." 하고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그것은 물론 , 주희와의 너무도 황홀한 정사(情事)의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 나온 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여불위는 자기가 지껄인 말에서 기발한 착상이 번개 같이 머리를 스쳤다. '장사로는 사람 장사가 제일이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아깝지만 이 계집을 팔아서 자초라는 청년을 사 버리면 어떨까?' 여불위는 진나라 왕손인 자초라는 청년이 어떤 인물인지 모른다. 그러나 자초가 어떤 인물이던 간에, 사내 자식임은 틀림 없을 것이요, 사내 자식치고 주희 같이 어여쁜 계집을 마다할 놈은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 여불위는 주희와의 기나긴 밤을 마음껏 즐기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이부자리 속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애야 ! 우리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쳐서, 흐벅지게 장사나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 ? " "장사라뇨 ? 여자의 몸으로 무슨 장사를 하옵니까 ? " "글쎄, 너는 잘 모르겠거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 하하하..." 여불위는 주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혼자 지껄이고 나서 통쾌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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