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관우와 장비는 주창을 데리고 여남을 거쳐, 기주를 지척에 둔 노정(路亭)에 있었다.
장비가 관우에게 말한다.
"형님, 예서 기주성까진 고작 백리 밖에 안남았소. 내일 해지기 전엔 큰형님을 만날 수 있겠소."
"아우 ! 형님 뵐 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더 불안하군."
관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어째 그러오 ?"
하고, 묻자,
"형님이 원소 수하에 계신 것을 모르고 내가 그의 두 장군을 죽였으니, 원소가 날 수용하겠나 ?"
하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허긴, 좀 거시기한 일이오. 그러면 형님은 성밖에 계시오. 내가 큰형님을 먼저 만나 뵙고, 원소의 눈치를 한번 본 뒤에 괜찮으면 형님을 데리러 오겠소."
"나는 조조의 파관장 여섯을 죽이고 천리 길을 달려 형님을 뵈러왔네. 이제 곧 그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그냥 밀고 들어감세. 원소도 감히 나를 어쩌지는 못할 게야."
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자 장비는 웃으며,
"하하하 ! 형님 말이 딱 맞소 ! 그러고 보면 원소도 자기 발로 찾아온 형님이 아까워서 죽이려 하지도 못할거요. 자기 수하로 두려구요."
이렇게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순간, 주창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소리를 지른다.
"장군님 ! 장군님 !"
관우와 장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주창을 바라보니, 그는 무엇에 놀랐는지 다급한 소리로 두 사람앞에 부복하며 말한다.
"저 앞에 산채가 있어 살펴봤는데, 한참 전에는 비어있던 곳인데, 어디서 굴러온 장군인지 거길 점령하고 있더군요."
그러자 관우는 주창이 달려온 곳을 한번 쳐다본 뒤에 물었다.
"원소의 수하더냐 ?"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만, 대답도 않은 채 무섭게 창만 휘둘러 대더군입쇼."
관우는 주창이 조우한 장군이 원소의 수하라면 싸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장비를 쳐다보며 말한다.
"우리가 가보세 !"
"좋소 ! 가 봅시다 !"
관우와 장비는 주창이 가리킨 산채로 말을 달렸다. 그리하여 굳게 닫힌 산채 앞에 이르러 장비가 고함을 쳐댔다.
" 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를 건드렸냐 ? 썩 나오지 못할까 !"
그러자 곧 창을 거뭐 쥔 백마를 탄 장수 하나가 산채의 문을 열고 부하들을 뒤따르게 하고 달려나오는데, 어럽쇼 ? 그는 상산 (常山) 조자룡(趙子龍: 字: 趙雲)이 아닌가 ?
"어 ?"
관우와 장비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조자룡도 마찬가지로,
"운장, 익덕 형님 ?"
"조운 ?"
세 사람은 각기 말에서 뛰어내려, 창검을 놓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서로를 불렀다.
"운장, 익덕 형님 !"
"조운 ! 진짜 자네군 ! 자네가 어찌 여기에 !..."
장비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조자룡은 기쁜 가운데 들뜬 소리로,
"서주에서 패한 뒤에, 주공과 형님들의 행방을 찾다가 결국 유주로 돌아가서, 공손찬의 삼천 병사를 모아 이곳에 와서도 계속 주공과 형님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조운 ! 정말 대단하군 ! 혼자도 아니고 병사까지 모아오다니 ! 고성 현령 노릇보다 훨씬 낫구먼 !"
하고, 말하자, 조자룡이 등뒤에 산채를 가르키며,
"이 산채는 관정장이란 분 소유인데, 주인은 운장 형님과 종씨 입니다. 호탕하고 의로운 분이라, 제 삼천 병사를 기거하게 해주셨지요. 두 형님을 늘 존경하시며 뵙고 싶어하셨으니 어서 들어가시죠."
하고, 기쁜 어조로 말하며 관우와 장비의 팔을 붙들고 말한다.
"형님들, 어서 갑시다 ! 한잔 들자구요 !"
"들어가세 !"
관우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조자룡이 두 사람 가운데에서 관우와 장비의 팔을 각각 감싸며 산채안으로 인도하였다.
잠시후 산채 안에서는 조촐한 주연이 베풀어졌다. 이러는 가운데 한 공자가 들어와 좌우를 향하여 인사를 하며 말한다.
"장군님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자 산채의 주인인 관정장이 관우에게 입을 열었다.
"관장군 ! 내 아들 입니다. 그리고 제가 장군께 소원이 있는데 들어주시려오?"
관우가 예를 표하며 대답하였다.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관정장이 준수하고 강인하게 생긴 스무살 남짓의 청년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 아이는 제 맏아들 관평(關平)인데, 이 아이를 장군께 보낼 터이니 단련도 시키고 인생 공부도 시키면서 데리고 계신다면 좋겠소이다만..."
그러자 운장은,
"제 삶은 늘 위험천만한고로 행여 잘못되면 평생 한이지요."
하고, 정중히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정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장군께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저 아이가 장군을 따르겠다고 원했소이다."
하고, 말을 하자, 관우가 관평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자 관평은 바로 관우를 향해 무릅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아 올려 애원하듯 말한다.
"장군님 ! 부디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그런 관평의 모습을 보고 관우가 침착한 어조로 달래듯이 말한다.
"관 공자, 전쟁은 애들 놀이가 아니네."
"압니다 ! 그러나 절대 두렵지 않습니다."
관평은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이를 듣고있던 조운이 한마디 한다.
"좋아 ! 패기가 있군 !"
그렇게 말하고 나서 관우를 쳐다보며,
"운장 형님 ! 슬하에 자식도 없지 않습니까 ? 보아하니 의지와 심중이 굳센 아이 같으니, 양자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정장도 말을 이어받아,
"맞소이다. 장군 ! 관평을 양자로 삼으시오."
하고, 친부(親父)조차도 허락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는 은근한 미소를 띠면서,
"그런 것은 저보다는 형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성격 급한 장비가 거들고 나선다.
"에이, 형님 ! 큰형님이 안 계시니 이 아우가 결정하겠소. 일단 허락하였다가 큰형님을 만나거든, 나와 조운이 거들어 줄 테니, 암말 말고 데리고 갑시다. 조운의 말 마따니, 청년이 반듯하고 강인하게 생겼구먼 !..."
이렇게 좌중의 분위기가 관평을 지극히 자애롭게 여기는 가운데, 관우가 입을 연다.
"그래, 단, 세가지 규칙이 있느니,"
여기까지 말한 관우가 관평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관평은 새삼스럽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
"첫째는 의리, 사람에게는 의리가 목숨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담력, 장군이 되든 선비가 되든, 항우와 같은 천하를 덮을 기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는 군기, 일단 종군하게 되면 군령에만 따라야 한다."
그 말에 관평이 결연한 어조로 대답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오 ! (좋다 ! 널 거두마)"
관우가 미소를 보이며 대답하였다.
관평이 만면에 환희의 빛을 띠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 의부님, 절 받으세요."
관평은 의부(義父) 관우에게 코가 바닥에 닿도록 넙죽 절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장비와 조운에게,
"숙부님 절 받으세요."
하고, 아뢰며 좌우에 앉은 장비와 조운에게 연실 허리를 굽혔다.
관정장이 술잔을 들며 청한다.
"자 ! 한잔 들고, 오늘과 같은 인연을 맺어주신 하늘에 감사합시다."
"건배 !"
일동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각기 술잔을 높이 들어 기쁨을 나누었다.
그때, 조운의 부하 병사 하나가 달려와 보고한다.
"장군 ! 미방이란 사람이 뵙길 청합니다."
"엉 ?"
조운은 물론이고, 관우 장비도 깜짝 놀랐다. 미방은 지난 서주성 전투 이후 큰형님 유비와 함께 종적을 모르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 그러자 조운은,
"어서 드시라 하여라 !"
하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미방이 들어선다.
"맙소사 ! 모두들 여기 계셨군요 !"
미방은 안으로 들어서며, 관우,장비, 조자룡을 보고 놀라며 말하였다."
"미방 ! 도대체 어디 있었던게야 ?"
장비가 대뜸 묻자 미방은,
"그동안 쭉 주공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산채 주인장인 관정장에게 예를 표하고 관우와 장비, 조운의 앞으로 번갈아 가며, 예를 표하였다. 관우가 묻는다.
"형님은 어디 계신가 ?"
"주공께서는 아우님들을 만나러 어제 기주를 떠나 고성으로 향하셨소. 그러시면서 먼저 나를 보내, 고성에 그냥 계시도록 전갈하라 하셨소. 허나 고성에 도착해 보니, 장군들이 이미 기주로 향하셨다고 하여 뒤를 쫒아 오는 중이오. "
"그래 ? 형님께서 고성으로 가셨다니, 그러면 우리도 속히 돌아가세 !"
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장비도,
"응, 그럽시다 !"
이렇게 고성으로 돌아갈 것이 즉석에서 결정되자, 일동은 산채 주인인 관정장에게 예를 표하였다.
"고맙습니다 ! 저희들은 속히 고성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형제 분들이 곧, 모두 한자리에 만나시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즉각 조자룡의 3천 군사를 이끌고 큰형님이 도착해 있을 고성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한편, 관우와 장비가 떠난 고성에 도착한 유비는 장비가 망가뜨려 놓은 도원(桃園) 난간에 몸을 기대고 여정(旅程)의 피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 이때 막 도착한 장비가 앞장서 도원에 들어서며 반가움에 소리쳤다.
"형님 ! 큰형님 ! ..."
그러자 정자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자고있는 유비를 발견한 관우가,
"여보게 아우 ! "
하고, 장비를 한번 쳐다본 뒤에, 난간에 몸을 기댄 유비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장비는 <흡 !> 하고 입을 다물었고, 모두 함께 큰형님 유비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관우, 장비, 조운, 손건, 미방과 함께 고성 현령을 대동하고, 조용히 자고있는 유비의 앞으로 함께 다가가서,
단하에 무릅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유비가 슬며시 눈을 떠, 잠시전 소란이 일어나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단하의 꿇어 앉은 사람들과 눈이 마추친 순간, 관우가 애절한 어조로 ,
"형님 !"
하고, 불렀다. 유비가 난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주공 !"
그 순간 조운과 미방의 외침도 나왔다.
어느덧 몸을 일으킨 유비가 만면에 화색이 떠오르며 미소를 짓기 시작하자, 관우와 장비는 꿇어앉은 채로 양팔을 벌리며 다시한번,
"형님 !"
하고, 불러대었다.
유비가 그들 품안으로 달려들며 서로 감싸안았다.
"형님 !..."
"이보게들 !...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
삼형제의 재회는 뜨거운 눈물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보고 싶어서 혼났소..."
솔직 담백한 장비가 속마음을 꺼내 놓았다.
"나도 한시라도 둘째, 셋째를 잊은 적이 없다네 !..."
사나이들의 눈물, 아니... 영웅들의 눈물은 일반 백성들의 눈물과 똑같았다.
이렇게 만남의 회포를 한참 풀고, 장비가 유비에게 조른다.
"형님 ! 형님 ! 이 좋은 날 이게 뭐요, 어서 일어납시다 !"
장비가 유비를 일으키자, 유비는 관우의 몸을 잡아, 삼형제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장비가 고성 현령에게 명한다.
"영감 ! 당장 돼지 잡아서 도원에 잔치상을 차리게."
"네, 그럽지요."
잠시후 도원 정자에서 네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또다시 기쁜 얼굴로 마주했다.
서로 한잔의 술을 들이킨 뒤 유비가 입을 연다.
"10년 전 우리 삼형제가 거록에서 도원결의를 하고, 오늘은 이렇게 우리 사형제가 고성 도원에서 재회하니 인생살이도 이자리도 감개무량하구나. 이보게 익덕."
"예 ?"
"그런데 복숭이 나무가 왜 저 꼴인가 ?"
유비는 장비가 홧김에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복숭이 밭에 눈길을 주며 말했다.
그러자 장비도 복숭아 밭을 한번 쳐다본 뒤에 게면쩍은 웃음을 웃으며,
"헤헤헤 !....이 놈의 잘못이 아니겄소 ? 아, 세상에. 관우 형님이 조조밑에 갔다는 소리를 듣고 열불이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그 소릴 듣고, 닥치는 대로 도원을 때려부셨던 거요. 헤헤 !.."
"하하하하 !..."
장비의 그 소리를 듣자, 유비는 물론, 관우, 조운이 파안대소를 하였다.
"내년 봄이면 복숭아 나무는 새 가지가 돋울 터, 이 도원의 지금 모습은 마치 우리들 같구먼, 지금은 우리 형제가 액운이 겹쳐 떠돌긴 하나, 새 봄이 오면 복숭아 가지가 새로 움트 듯이 결국 행운으로 돌아서 다시 번창하게 될 거야."
유비가 희망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하자 장비가,
"좋소 ! 멋진 말씀이오."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이어서 외치듯이 말한다.
"한잔 합시다 !"
"건배 !"
네 사람은 다시 잔을 부딪쳤다.
"이제 어쩔 계획이십니까 ?"
마신 술잔을 내려놓은 조운이 유비에게 물었다.
유비가 조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역시 자룡은 세심해서 미리미리 챙기지..다음은 형주로 가겠네."
하고, 대답하자 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형주요 ?"
"형주 ?"
장비도 의외란 듯이 묻는다.
"그래."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번갈아 쳐다 보며,
"형주자사 유표를 뵙고, 원소와의 연맹을 주선하여 역적 조조를 멸하는 것이 좋겠네."
하고, 말하였다.
장비가 그 말을 듣고, 둘째 형 관우를 건너다 보며 그의 의중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관우는 말없이 긍정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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