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신경림의 초기 경향을 대표하는 시로서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형상화한 시이다. 신경림의 초기시가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본질의 탐구에 주력하고 있음에 비해, 60년대 이후에는 참여시 쪽으로의 변모를 겪는다. 암담한 농촌 현실을 묘사함으로써 시의 영역을 확대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에 기초한 막연한 울음이 가난한 자들의 울분으로 구체화되어 좀더 우렁차고 도도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감상】
70년대 이후의 신경림의 시가 지니는 사회성에 친숙한 독자로서는 이 시가 다소 의외일 터이다. 이 시는 그의 초기시다. 신경림 초기시의 지배적인 정조는 슬픔이라고 윤영천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그것이 갈대의 '울음'으로 나타난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진술이 이 시의 핵심일 터인데, 그 '울음'이 어떤 성격을 지닌 것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자는 갈대의 온몸을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니고 '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재적(外在的)인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內在的)인 원인으로 갈대는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다시 말해서, '울음'은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데 갈대는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까맣게 몰랐다는 말은 과거에 그랬다는 뜻이고, 지금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뜻도 되겠는데, 삶에 대한 그의 존재론적 각성이 확인된다. 숙명론적 성격을 지닌 신경림의 인생관은 그가 활동을 시작한 50년대의 서정시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그의 숙명론은 생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서정시는 으레 그래야 한다'는 시단(詩壇)의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를 쓰고 그는 한 동안 침묵한다. 10여 년의 침묵 끝에 다시 시작 활동을 재개하며 '나를 틀 속에 제한시키고 있는 서정시라는 장르는 몹시 불만스런 것이었다.'고 술회하는 것을 보면 그 침묵의 기간이 바로 갈등의 기간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갈대의 순정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어라 아~~ 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가신 여인이 눈물을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눈물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는 말어라 아~~ 아~~~~ 갈대의 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