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70)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70)관포지교(하) 입력 : 2023-11-03 00:00 “간신 넷을 척결해야 합니다” 관중의 당부에 제환공은… 제환공이 숨넘어가는 관중의 손을 잡고 “중부(仲父)께서 제 곁을 떠나시면 포숙 삼촌을 재상에 앉혀야 되겠지요?”라고 묻는다. “헉헉, 그건 안됩니다.” 제환공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를 낳은 아버지는 아니지만 포숙은 한평생 나를 굳게 믿어줬습니다. 티끌만 한 의심도 없이.” 언제나 포숙을 이렇게 칭송하던 관중이 죽기 전에 이렇게 친구를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관중은 목에 낀 가래를 뱉어내고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상과 벌이 명확해야 하는데 포숙은 사람이 워낙 유해서 모질게 벌을 내릴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후에 이런 사연을 전해 들은 포숙이 “역시 관중일세. 사사로운 우정보다 나랏일이 먼저지”라 고 전한다. 관중은 모깃소리만 하게 “주상전하를 둘러싼 간신 넷을 척결해야 합니다. 수조, 역아, 개방 그리고 당무…”라고 읊조렸다. 환관 수조는 스스로 거세를 한 무서운 놈이다. 숙달된 의원이 환관이 될 놈을 수술대에 눕혀놓고 사지를 잡고 고환을 잘라내도 그 성공률이 오할이 안된다니 반이 넘게 죽는다는 얘기인데 이놈은 오직 제환공에게 접근하려는 일념으로 제 고환을 스스로 잘 라내고도 살았으니 천하의 독종이다. 그 당시는 환관 제도가 없어 궁중에서는 수많은 후궁에게 염문이 끊임없이 일어났는데 수 조는 거세된 남자에 눈치가 빨라 제환공의 입 속의 혀가 됐다. 역아는 원래 요리 솜씨가 뛰어나 궁중 요리사로 있었다. 제환공의 애첩 장위희는 시름시름 앓을 때 어떤산해진미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오직 역아가 요리해서 올린 음식만은 먹었다. 이후 장위희는 병상에서 발딱 일어나게 됐고, 역아는 제환공의 신임을 한몸에 받게 됐다. 어느 날 제환공이 농담 삼아 역아에게 “짐은 이 세상 고기란 고기는 다 먹어봤지만 단 하나 인육(人肉)은 못 먹어봤다. 인육 맛은 어떨까?” 물으며 웃었다. 며칠 후 역아가 항아리에 담아온 요리를 먹은 제환공은 무슨 고기인지 물었다. 역 아가 대답하자 제환공은 “웩” 먹은 것을 죄다 토해 냈다. 역아 자신의 세살 난 아들로 만든 요리였다. 개방은 원래 위나라 위의공의 아들로 제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는 몸인데 말솜씨가 화려하고 아부에 능해 제환공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아버지 위의공이 죽었는데도 개방은 제나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제환공이 물었다. “그까짓 위나라의 군주가 되는 것보 다 천하의 패자이신 제환공을 옆에서 모시는 것이 더 뜻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당무는 제환공의 어의로 제환공의 피부병을 완치시켜줘 우쭐해 하며 위세를 부렸다. “수조·역아·개방·당무는 간신들로 꼭 멀리해야 합니다.” 관중은 제환공의 손을 잡고 마지막 당부를 하고 숨을 거뒀다. 관중이 누구인가? 제환공의 중부가 아니던가. 아버지에 버금가는 충신이요 스승인 관중의 유언에 따라 습붕을 재상에 앉히고 간신 넷을 궐 밖으로 쫓아냈다. 그렇게 총명하던 제환공도 나이를 먹으며 사리 판단이 흐려지고 환락을 동경했다. 나라는 태평성대였지만 제환공은 심심했다. 애첩 장위희의 꼬드김에 제환공은 다시 네 간신을 불러들였다. 사람 사는 맛이 살아났다. 습붕이 죽자 포숙이 재상 자리에 앉았 다. 포숙이 자리에서 물러나 곧 노환으로 죽자 제환공은 허수아비가 되고 간신들의 세상이 됐다. 제환공은 부인이 셋이 있었지만 아무도 아들을 낳지 못했다. 그러나 후궁 여섯이 아들을 하나씩 낳아 왕세자가 여섯이 됐다. 관중이 살아 있을 때 제환공은 관중 과 포숙의 의견을 받아들여 어질고 명석한 셋째 후궁의 아들 공자 소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제환공의 애첩 장위희도 공 자 무휴를 품고 있어 분란의 씨가 됐다. 천하의 제환공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어 드러눕고 말았다. 공자들의 권력 쟁탈전은 끝없이 피를 튀기고 제환공은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굶어 죽었다. 공자들의 혈전으로 제환공의 시신은 두달 넘게 방치돼 구더기가 우글거렸다. 기원전 221년 마침내 제나라는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