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書藝

漢始와 書藝 / 獨夜 - 萬海

jahun 2019. 8. 12. 02:36


獨夜 이 밤에 나 홀로 韓龍雲

 

(1)

天末無塵明月去(천말무진명월거) 한없이 맑은하늘 끝으로 밝은달은 넘어가고,

孤枕長夜聽松琴(고침장야청송금) 홀로 뒤척이는 긴긴 밤 솔바람소리 듣는다.

一念不出洞門外(일념불출동문외) 이 마음 한 자락도 동문 밖을 여미고,

惟有千山萬水心(유유천산만수심) 오로지 천산 만수야고만 더불어 산다.

 

(2)

玉林垂露月如霰(옥림수로월여산) 풀잎에 맺힌 이슬 달빛으로 부서지고,

隔水砧聲江女寒(격수침성강여한) 물 건너 다듬질소리 여인의 마음은 차갑다.

雨岸靑山皆萬古(양안청산개만고) 강 언덕 푸른 산은 모두 예 그대로인데,

梅花初發定僧還(매화초발정승환) 매화꽃 필적이면 정녕 고향 찾으리.


싸라기 눈 산, 사이뜰 격, 다듬잇 돌 침

 

한용운 (1879~1944):승려, 시인, 독립 운동가이다.

속명은 정옥(貞玉), 아명은 유천(裕天), 법명이 용운(龍雲)이고 법호가 만해(卍海,萬海)이다.

한말 민족의 암흑기, 충남 홍성에서 출생한 님은 6세에 한학을 시작하여 9세엔 이미 시경과 서경을 읽었다는 타고난 천재이다.

18세에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였으나 동학이 실패로 끝나자 피신하여 설악산 오세암으로 들어갔다(1896).

이것이 계기가 되어 27세 때 1905백담사 로 출가, 불가에 몸을 담았다.

19193.1운동 민족대표 31인중 한분이시고 저 유명한 님의 침묵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시집(님의 침묵)과 저서(조선불교유신론).(불교대전)등이 있다.

 

속세를 떠나 구도의 길을 걷는 시인의 인간적 고뇌가 한껏 묻어나오는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大禪師 萬海의 시이다. 속세에 있으면 산이 그립고 산에 있자하니 세속의 因緣들의 걸림이 한 둘 아니다.

萬海는 출가 전에 일찍이 나이 14살에 천안 전씨와 결혼한 전력이 있으니, 그로 인한 萬海의 인간적 고뇌는 더욱 더 그러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매화꽃 필적이면 고향을 찾아보리라는 시인의 마음은 오히려 용맹정진의 구도의 길로 되잡는 반전의 뜻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어쩌면 모든 구도의 길을 작파하고 범부의 행복을 염두에 두는 그런 萬海를 보는 듯도 하여 더욱 정이 가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