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수호지 서평

jahun 2022. 12. 14. 17:39

◎ 수호지 서평


 영웅호걸들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중국에는 4대 기서(奇書)가 있습니다. 기서란, 그 내용이 기이한 책을 의미합니다. 이 책 《수호지》를 비롯해 《삼국지》, 《서유기》, 《금 병매》가 그것이지요. 4대 기서는 모두 중국 명나라 때 출간되어 주로 서민층을 중심으로 폭넓게 읽혔습니다. 당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들었겠지요. 명나라 때는 이전 시대에 비해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합니다.
《수호지》는 북송 말기를 시대 배경으로 해서 쓰였습니다. 송강 등 108호걸의 눈부신 활약상을 그려낸 장편소설이지요.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한 편의 웅장한 무협소설이라고 할 만합니다. 저자는 시내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편에서는 《삼국지》를 쓴 나관중이 집필에 관여했다는 설도 주장하지요.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수호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 호지》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아마도 《삼국지》의 인기가 워낙 높아 ‘전’보다는 ‘지’를 붙이는 듯합니다. 여기서 ‘수호’는 ‘물가’란 뜻으로, 108호걸의 주 활동 무대인 양산박 근처에 물이 풍부해 유래한 제목입니다. 또한 ‘물’이 아니라 ‘물가’라는 말을 쓴 것은 당시 중국 사회의 언저리를 맴돌던 호걸들의 신분을 상징합니다.
《수호지》의 주인공인 송강은 실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역사서인 《송사(宋史)》에 그와 관련된 기록이 나오지요. 아울러 양산 박이라는 지명이 등장하고, 송강이 수십 명의 부하 장수들을 거느렸 다는 내용 등으로 미루어 이 책의 스토리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물론 엄연히 소설인 만큼 일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상당한 양의 허구를 더했지요.
《수호지》 속의 송강은 신분이 별로 높지 않은 관리 출신인데다 외모도 보잘것없는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 송강이 기골이 장대 하고 무예 실력이 출중한 호걸들의 존경심을 이끌어내는 장면들은 매우 흥미롭지요. 또한 호걸들의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는 능력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아울러이 책을 읽다 보면 부패한 권력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정의를 추구하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수호지》의 내용이 언뜻 황당무계한 영웅담 같아도 그 속에 우리를 자각하게 하는 은유가 가득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우리 함께 《수호지》의 재미와 교훈 속으로 빠져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