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353)음각치
jahun
2022. 3. 6. 18:00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353)음각치
명창 음각치 수제자로 나선 앳된 처녀
최 참봉 셋째 아들에 약점 잡히는데…
소리꾼 음각치의 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음각치 소리를 ‘소리 아편’이라 말한다. 한번 들어본 사람은 온몸이 파도치는 떨림을 잊을 수가 없어 백리 길 천리 길을 멀다 않고 달려와 음각치 소리를 다시 듣고는 까무러친다. 적벽가를 부를 때면 하늘이 휘감기고 땅이 갈라지며 심청가를 부르면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호사가들은 음각치가 제 손으로 성대에 결절을 만들어 득음했다고 제 눈으로 본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
음각치는 안개에 싸여 있다.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녀 전북 순창에 사는 꼽추 고수(鼓手)와 가끔씩 연락이 될 뿐이다. 음각치가 어둠살이 내리는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 와 섬진강 나루터 주막에 들어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삽짝에 붙어 있는 방(榜)에 눈길이 꽂힌 것이다.
판소리 한마당
장소 : 섬진강 백사장
때 : 정월 대보름 일경
입장료 : 십전
소리꾼 : 명창 이화(梨花) - 음각치 수제자
음각치는 이날 이때껏 제자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수제자라니 기가 막혔다. 주막에 들어가 객방을 잡고 국밥에 탁배기 한잔을 마시는데 주막 뒤 작은 객방에서 판소리 가락이 흘러나왔다.
주모에게 물었더니 “보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