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그 노래 그 사연] 안정애·강태관 ‘대전 부르스’, 청춘남녀 이별의 시간 ‘0시50분’

jahun 2022. 1. 14. 08:59

[그 노래 그 사연] 안정애·강태관 대전 부르스, 청춘남녀 이별의 시간 050

 

01010101801.20210712.001310839.02.jpg

일러스트=김홍

 

유행가는 낭만보다는 대중의 삶에 방점을 둬야 오래간다. 이런 노래가 100년 애창곡이 된다. 1959년 안정애가 부른 대전 부르스2020<미스터트롯> 출연자 강태관의 목청에 걸쳐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기적소리 슬피 우는 눈물의 플랫폼
무정하게 떠나가는
대전발 영시 오십분
(안정애 대전 부르스가사 일부)



당시 열차번호가 짝수면 서울행, 홀수면 지방행이었다. 목포행 제33열차는 밤 845분에 서울을 출발해 중간 정차역이던 대전에 040분에 도착한 뒤, 다시 목포를 향해 050분에 출발했다. 생긴 지 1년 만에 이 기차 노선은 사라졌지만, 노래는 유유히 살아남았다.
노래에는 이별 서정이 담겨 있다. 1959년의 어느 밤 1240분경, 역 광장으로 산책을 나온 한 사내의 시선이 대전역 플랫폼 가스등 아래 멈췄다. 그곳에는 청춘 남녀가 두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남자를 싣고 갈 목포행 제33열차가 대전역에 도착했고, 마침내 둘은 이별했다.
이 장면을 본 사내가 바로 작사가 최치수. 그는 곧바로 이 장면을 시로 썼고, 이 시는 훗날 대전 부르스의 가사가 됐다. 여기에 작곡가 김부해가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블루스 선율을 얹었고, 신인가수 안정애의 목소리를 탄 노래는 세상을 울렸다. 이 노래는 1963년 이종기 감독이 최무룡·엄앵란·신성일을 주연으로 제작한 영화 <대전발 050>의 주제곡이 된다.
안정애의 본명은 안순애고, 1936년 경남 하동 출생이다. 안정애는 블루스풍 트로트로 인기를 모았다. 안정애는 동화예술학원에서 가수 이미자와 같이 음악을 공부했다. 집이 크고 부자라 연예인들이 순회공연을 올 때면 그 집에 수시로 머물렀다. 이를 보며 자라 자연스럽게 가수의 꿈도 키울 수 있었다.
강태관은 1990년 부산 출생. 국악을 공부했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다.
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