歷史

暗行御史 朴文秀

jahun 2021. 12. 17. 08:31

 

暗行御史 朴文秀

 

朴文秀는 고령박씨로 자는 성보(成甫), 호는 기은(耆隱)이다. 1691(숙종 17)에 출생하여 1756(영조 32)에 사망하였다. 아버지는 영은군(靈恩君) 박항한(朴恒漢)이며, 어머니는 공조참판 이세필(李世弼)의 딸이었다.

1723(경종 3) 증광 문과(增廣文科)에 병과로 급제해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지낸 후 대사성, 어사, 예조참판, 호조참판, 병조판서, 함경도관찰사를 역임하였다.

 

 

暗行御史 朴文秀

 

아래 이야기는 전해오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박문수의 아버지 박항한은 양반 가문 출신이었다. 그러나 가세가 기울어 충청도로 장가를 가서 처가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부인이 3년이 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동네 사랑방에 당시 명풍수라는 사람이 왔다는 말을 듣게 된다.

박항한은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고 아직도 자식을 두지 못한 상태이므로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명풍수가 사랑방에 왔다고 하니 만나서 해결책을 물어 보기로 한다. 명풍수를 만난 박항한은 이에 대한 대책을 물어 보았는데 이 술객은 천안군 청원면 목천리에 명당터가 있으니 이곳으로 이사를 하라고 권한다.

그러자 박항한은 이 말을 굳게 믿고 사례를 한 다음, 술객이 말한 목천리로 이사를 간다그리고 집을 짓고 이사한 후 3년 만에 박문수를 낳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린나이에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으나 아버지 마져도 세상을 뜨게 된다.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는 홀로된 박문수는 홀로된 숙부와 같이 살았다고 한다.

박문수는 키가 큰 편에 속했으며 총명하여 서당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학문이 뛰어났다그러던 중 나라에서 과거시험을 본다는 방문이 고을에 붙게 되었다. 박문수는 숙부에게 요청하여 과거를 보았으나 2번이나 보기좋게 낙방한다. 그러다가 한 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후 박문수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학문에 전념하게 되는데 그동안 세월은 흘러 나이가 벌써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문수는 마지막으로 과거를 본다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50냥을 빌려 조랑말과 도복을 사서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마을에 들려 배나무정이라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편 경기도 광주에 초시 벼슬을 한 김진사는 3대독자 외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장가를 보내려고 여러 곳에 청혼을 넣고 있었고, 마침 충주 오가리에 초시 벼슬을 한 이진사도 딸을 결혼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진사 딸이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음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상하를 불문하고 남자를 보면 눈웃음을 치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최철몽이란 자가 있는데 이 자 또한 난잡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진사 딸과 최철몽은 눈이 맞아 관계를 하고 말았다.

 

이런 상태에서 이진사 집에 김진사로 부터청혼이 들어왔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이진사는 김진사와 혼인약속을 하고 딸을 경기도 광주 김진사 집으로 시집을 보내게 된다. 그러자 최철몽은 사전에 이진사 딸을 만나 시집가도 자신을 만나준다는 확약을 받고 자신의 부모에게는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 이진사 딸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경기도 광주 부근에 집을 얻어 살면서 머문다가까운 곳에 이진사 딸이 있으니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최철몽은 당시 엄격한 사회제도 때문에 이진사 딸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진사 딸이 시집을 와서 살던 어느 날, 김진사는 먼 곳에 사는 이진사 사촌형님이 회갑인지라 잔치에 참석하기 위하여 가족들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자 집에는 며느리 이진사 딸만 남게 되었다. 김진사 집에는 연당이 있었는데 연당 가운데에 석화산을 쌓아 초당을 짓고 김진사는 이곳을 아들 며느리 신방으로 이용하게끔 하였다.

김진사 며느리는 가족이 모두 떠난 틈을 이용하여 최철몽에 연락을 취하고 연당으로 오게 한 다음 오랜만에 상봉하여 회포를 푼다. 그리고나서 이들은 김진사 아들이 돌아오면 죽이기로 모의한다. 이들은 김진사 아들이 돌아오자 남편을 유인하여 최철몽과 함께 목 졸라 죽인 다음 돌을 달아 연당에 빠뜨린다. 그리고 나서 회갑잔치를 마치고 돌아온 시부모에게는 남편이 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김진사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자 곳곳에 수소문을 하고 행방을 알아보았으나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밤에 나갔다고 하니 필시 호랑이한테 물려 간 것이 아닌가? 판단했다.

몇날며칠이 지나도 김진사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김진사는 잠시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기로 한다. 친정으로 간 이진사 딸은 잠시 머물다가 최철몽을 만날 욕심으로 친정부모에게 남편이 죽었어도 시부모 섬기다 시갓집 귀신이 될 테니 시갓집으로 보내주라고 요구하여 소복을 입고 백포장 가마를 타고 시갓집으로 길을 떠난다. 며느리가 시갓집으로 가다가 도중에 잠시 쉬게 되었는데 이 곳이 배나무정이었다. 그런데 이 곳이 박문수도 과거를 보려가면서 잠시 쉬고 있는곳이었던 것이다.

 

박문수는 배나무정에서 며느리가 일행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며느리가 남편의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마꾼 남정네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농담하는 등 행동이 수상함을 느끼고 이 여자에게 무언가 남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당시 풍습으로 보면 너무나도 상식밖의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을 품은 박문수는 조랑말을 타고 여자가 가마를 타고 가는 곳을 뒤따라 가보았다. 가마가 김진사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박문수는 마침 자신도 쉬어가야 할 거처를 정해야 할 입장이였으므로 김진사에게 하룻밤 묵기를 청한다. 김진사는 자신의 안방으로 박문수를 안내한 다음 저녁식사를 대접한 후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애통해 하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김진사에게는 3대 독자 외아들이 있었는데 자신이 사촌형님 회갑잔치를 갔을 때 아들이 밤에 집을 나간 후에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곳에 알아보았어도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지금은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자 박문수는 조금 전 들어 온 여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진사는 내 며느리라고 했다. 김진사 말을 듣고 난 박문수는 며느리에 대한 의심이 한층 더 높아진다. - 계속 -

 

 

며느리를 의심한 박문수는 며느리에게 분명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며느리 처소가 있는 주변에서 동태를 살피던 중, 날이 어두워 질 무렵 어떤 남자(최철몽)가 월담을 하여 며느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마음 같아서는 당장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현재 박문수의 신분으로는 더 이상 나서는 것이 불가능 했다.

 

암행어사 마패

 

김진사가 마련해준 거처로 돌아온 박문수는 김진사를 찾아가서 최근에 며느리 행동에 의심이 가는 점이 없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김진사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문수는 김진사에게 아드님을 빨리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만약 아드님이 돌아오시지 않으면 내가 양아들이 되어 드리겠다고 말하니 김진사는 외아들이 없으면 가문의 문을 닫아야 할 처지였으므로 박문수의 의사를 흔쾌히 승낙했다.

 

박문수가 김진사에게 가정생활이 어려워 친구에게 50냥을 빌려 과거보려 가는 중이라고 말하자 김진사는 여비 15냥을 주며 과거에 꼭 붙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진사와 작별한 박문수는 한양에 도착하여 객사에서 휴식을 취할 겸 잠시 눈을 붙이는데 꿈에 자기 연배 쯤 되는 초립동이 나타나서 선비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다.

박문수가 과거시험을 보려 한양으로 간다고 말하자 초립동은 자신도 과거시험을 보러 온 사람인데 어제 과거시험을 보고 낙방해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박문수가 알기로는 과거시험 날이 분명 모레인데 초립동이 과거시험에 낙방해서 돌아간다고 하니 혹시 과거시험을 앞당겨 실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생 고생하면서 한양까지 왔는데 과거시험이 끝났다고 하니 한순간에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시험문제가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해 졌다. 그래서 초립동에게 이번 과거시험 운자가 무엇 이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초립동은 시험 운자는 낙조(落照)라고 했다. 그러면 장원급제한 시를 아느냐? 고 물으니 

초립동은 장원급제 한 시 8구절 중 7구절를 알려 주면서 마지막 1구절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 장원급제한 사람은 삼남어사로 발령받아 갈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박문수는 초립동에 대하여 궁금해서 어느 고을에 사시는 선비인가를 물으니 자신은 수중방골에 산다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과거시험이 끝났다고 하니 박문수는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왕 한양에 왔으니 한양구경이나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문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꿈을 깨였다.

다음날 읍내를 구경하던 박문수는 고을 안에 붙어진 방문을 발견하게 된다모레 과거시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꿈이 진짜라고 생각했던 박문수는 주변사람들에게 과거시험이 끝났다고 하는데 과거를 모레 보다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하고 물으니 사람들은 이 사람 정신 나간 사람 아닌가?” 

보지도 않은 과거시험을 끝났다고 하네 그려하며 핀잔을 주며 지나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박문수는 과거시험 날짜가 모레인 것을 확신하게 된다.

과거시험 날이 되자 아니 이럴 수가……. 시험 운자가 초립동이 가르쳐준 대로 낙조(落照)로 출제 되었다. 박문수는 꿈에 초립동이 알려준 대로 시를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마지막 한 구절은 자신이 지어 적어 냈다. 그러고 나서 시험이 끝나자 시험을 담당하는 관리가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데 장원급제 박문수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자신은 꿈에서 초립동이 알려준 대로 적어냈을 뿐인데 장원급제라니…….박문수는 기쁜 마음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시험을 총괄하는 상급감독관이 박문수가 제출한 시를 읽어보니 도무지 사람이 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낙조라는 운자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 감독관이 박문수를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 이 시가 네가 지은 것이 분명하느냐?” 그러자 박문수는 자초지종을 말하고 7구절을 꿈에서 초립동이 알려준 것이고 마지막 1구절만 자신이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험가독관은 그러면 그렇지 이 시는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시가 아니야!” 문밖으로 나온 박문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초립동은 자신이 사는 곳을 수중방골이라고 했다. 혹시 물에 빠져서 죽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장원급제한 시를 알려준 사람은 억울하게 죽었을지도 모르는 김진사의 외아들이 아닐까 추정했다.

박문수는 이렇게 해서 33세인 1723(경종 3) 증광 문과(增廣文科)에 병과로 등용된다. 그리고 나서 삼남어사로 발령을 받는다. 초립동이 장원급제한 사람이 삼남어사로 간다고 했는데……. 삼남어사가 관장하는 지역은 김진사가 사는 고을을 포함해서 넓은 지역이었다. 박문수는 이제야 암행어사의 신분으로 정당하게 죄인들을 문초할 수가 있었다.

역졸 72명을 대동한 박문수는 제일 먼저 김진사가 사는 마을로 내려가서 장원급제했음을 알리고 그동안 도와주신 점에 대하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나서 역졸들에게 며느리 친정인 이진사 마을로 내려가서 그동안 며느리의 행적과 최철몽에 대한 행적에 대하여 소상히 조사하도록 했다. 조사결과 며느리와 최철몽은 혼인하기 전부터 간통한 사이였으며 이후에도 관계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향락을 위하여 김진사 외아들을 죽인 후에 돌을 달아 연당 연못에 빠뜨렸는데 연못이 깊어서 시신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박문수는 김진사에게 며느리와 간부 최철몽에 의하여 외아들이 살해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시신을 건져내어 장사를 지냈다. 김진사 부부는 대성통곡을 하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러자 박문수는 제가 대신 양아들이 되어 드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부부를 달랬다.

며느리와 최철몽을 잡아드려 문초한 박문수는 그들의 죄상을 낱낱이 설명하고 최고의 형벌로 다스리게 한다. 그리고 나서 그날 밤 꿈에 초립동이 다시 나타나서 박문수에게 원한을 풀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박문수는 김진사의 양아들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고향으로 돌아 오게 된다.

 

암행어사 박문수 장원급제시

 

落照(낙조)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 석양에 지는 해는 푸른 산에 걸려 붉은 빛을 토하고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 기러기는 흰 구름 사이를 자질하며 가는구나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나루터를 묻는 길손은 말채찍을 더 하고

尋寺歸僧杖不閒(심사귀승장불한)

-절로 돌아가는 스님의 지팡이는 한가롭지 않구나

放牧園中牛帶影(방목원중우대영)

- 동산 가운데 놓아먹이는 소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고 

望夫臺上妾低髮(망부대상첩저발)

-첩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높은 곳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구나

蒼煙古木溪南里(창연고목계남리)

- 남쪽 시냇가 마을에서 나는 푸른 연기는 고목 사이로 비치고

短髮樵童弄笛還(단발초동농적환)

- 나무하려 간 단발초동은 피리를 불며 돌아오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