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삼국지(三國志) (20) 황건적 잔당의 소탕

jahun 2021. 11. 10. 23:30

삼국지(三國志) (20) 황건적 잔당의 소탕

 

"죽게 되면 항복을 하고 힘이 생기면 배반하는 너희놈들을 어찌 살려 준단 말이냐 ! "

주전은 그렇게 말하며 한충이 보내온 사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유비는 그것을 보고 매우 의아스러웠다.

 

"항복하러 온 사자를 죽여 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옵니까 ?  옛날에 한고조(漢高祖)께서 천하를 얻으실 때에는 항복한 사람은 모두 용서하여 자기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오.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근본적으로 다르오. 그 당시에는 천하가 어지러워 백성들은 주인이 없던 때이니만큼, 민심을 수습하는 사람이 천하를 얻을 수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천하가 한 천자 밑에 통일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황건적이 난리를 일으키고 있으니, 만약 그놈들이 항복한다고 그냥 살려준다면 무엇으로써 악인들을 징계한다는 말이오 ? 용서하면 자기들이 이로울 때는 얼마든지 못된 악행을 저지르다가, 형세가 불리하면 다시 항복할 것이니, 그래서야 어찌 천하대세를 바로잡을 수가 있겠소."

 

듣고 보니 백번 지당한 말이었다.

유비는 감탄하면서 다시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성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적들이 도망갈 길을 터놓지 않고 공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가 적들이 도망갈 길마저 맊아 놓으면, 궁지에 몰린 적들은 이판사판으로 죽기로 싸울 것이니, 제 생각으로는 동문과 남문을 터놓고, 서문과 북문으로 공격을 하게 되면 적들은 동문과 남문으로 도망을 치지 않겠습니까 ? 그때 군사를 몰아쳐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게 되면 싸움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동문과 남문을 터주고, 서문과 북문으로 공격해 들어가기로 합시다."

 

주전은 유비의 의견대로 동문과 남문의 군사들을 곧 거두어들였다.

그러자 얼마후, 한충은 과연 군사들과 더불어 성을 버리고 동문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주전은 곧 말을 몰아 그들의 뒤를 추격하여 적장 한충을 활로 쏘아 죽였다. 그리하여 한충의 머리를 창 끝에 꿰어, 앞으로 말을 달려 나가며 적들에게 높이 들어 보였다.

"정적대장군(征賊大將軍) 주전은 적도의 대장 한충의 머리를 이렇게 잘랐노라 ! 이제 나를 대적할 자 있거든 다시 나오라 ! "

하고 크게 외쳤다.

 

때마침 한충을 도우려고 달려오던 조흥,손중 두 적장이 그 꼴을 보고 크게 분노하였다.

"네놈이 우리의 원수 주전이더냐 ! 저놈 잡아라 ! "

그들은 열화같이 분노하며, 창검을 빼어들고 주전에게 말을 휘몰아쳐 달려왔다.

주전은 혼비백산하여 아군 진지로 도망쳤다. 그러나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들은 주전을 맹렬히 추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조홍, 손중의 칼끝이 주전을 향하여 겨눠지는 순간,

"천하의 역적놈아 ! 내 칼을 받아라 ! "

하고 외침과 동시에, 주전을 향하여 무섭게 덤벼들던 조홍의 목이 마상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중은 그 모양을 보고, 기겁하여 말을 돌려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멀리서 말을 달려 도망치는 손중을 향하여 화살을 쏘아붙이는 장수가 있었다.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공중을 날더니 쏜살같이 도망치던 손중의 뒤통수에 딱 ! 소리를 내며 꽂힌다.

그 바람에 남은 적장 손중도 말에서 굴러떨어져 버렸다.

주전이 가슴을 쓸어 내리며 쳐다보니, 화살을 쏜 사람은 다름 아닌 유비가 아닌가 ?

 

"오 ! 고마운 일인지고 ! 유 장군 덕분에 적장을 모두 해치웠구려."

주전은 유비에게 달려가 말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조금 전에 질풍같이 나타난 장수를 찾아보았다.

그 장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마상에 초연히 앉아 유비가 손중을 처치하는 것을 믈끄러미 바라 보고 있었는데, 주전과 유비가 함께 다가가 보니, 그는 이마가 번듯하게 넓고 입술은 주홍으로 붉고, 눈썹은 반달형으로 치솟은 것이 범상한 인물이 아닌, 대인의 면모가 풍기는 사람이었다.

 

"나를 크게 도와 준 젊은 장수는 어디서 온 누구시오 ?"

주전이 묻자, 젊은 장수는 말에서 내리더니, 낭랑한 음성으로 자기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본인은 오군 부춘(吳郡 富春) 태생으로 이름은 손견(孫堅), 자는 문대(文臺)로써, 그 옛날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의 후예이옵니다. 평소에 뜻한 바 있어 내 손으로 키워 온 군사가 천오백 명 가량 있사옵는데, 이번에 황건적 잔당을 소탕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전 장군을 도우려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하며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것이었다.

 

관우와 장비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얼마 전에는 영천 전투에서 조조라는 인물을 보았거니와,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손견이란 인물도 결코 그에 뒤지지않는 큰 인물임이 분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음 ! 세상은 넓군 그래 ! 뛰어난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야. 다만 세상이 조용하고 평화로울 때는 인물이 없는 듯이 보일 뿐이지."

관우는 장비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주전은 손견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오군 부춘 땅에 영웅 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일찍부터 들어왔지만, 손 장군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 자 이제 황건적 잔당을 모두 처치했으니, 우리 진지에 돌아가서 이 기쁜 소식을 조정에 알리고, 함께 개선의 축배를 들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