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186

jahun 2021. 9. 24. 17:31

 

# 列國誌 186

** 漢高祖 列傳 18

※ 奇人 蒯徹(괴철)

한편,
曲陽에 陣을 치고 漢帝와 대치하고 있던 陣稀는 韓信의 심복 胡祥이 가져온 밀서를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고 한신의 조언대로 都城인 長安 (舊:咸陽)으로 직접 쳐들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자신은 밖에서 쳐들어가고, 韓信이 내부에서 호응해 준다면, 漢나라를 뒤집어 엎기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野望을 품은 陣稀가 군사를 막 출동시키고자 하는데, 참모 한 사람이 급히 달려오더니,
"큰일났습니다. 韓信 장군이 呂后의 손에 주살되어, 그의 수급이 지금 敵의 轅門에 높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하고 알려오는게 아닌가 ?
"뭐라고 ?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
陣稀는 기절 초풍을 할 듯 놀랐다.
"우리 측 군사들이 漢나라 陣營에 정찰을 나갔다가 韓信장군의 수급을 직접 목격하고 급히 돌아와 보고한 내용입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陸賈라는 자가 韓信장군의 수급을 咸陽에서 가져와 우리들에게 보여 주려고 원문에 높이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陣稀는 그 말을 듣고 대성 통곡한다.
"韓信 장군과 나는 굳게 언약한 바가 있었거늘, 장군께서 돌아가셨다니 이제 만사가 허사로구나 ! "
바로 그때 飛馬가 달려오더니,
"漢軍이 물밀듯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 삼십리 밖까지 접근해 왔으니, 속히 대비책을 갖춰야 합니다."
이에 陣稀는 눈물을 거두고 방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
하자 모든 장수 들이 陣稀에게 진언한다.
"우리 군사들은 모두 하나로 뭉쳐 일시에 돌격전을 감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진희가 고개를 흔들며,
"하나로 뭉쳐 돌격하기보다는, 全 軍을 두 부대로 나누어 좌우에서 협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진희는 부대를 좌우로 배치해 놓고 漢軍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유방은 한신이 주살되었음을 알고 나자, 전군에 총 동원령을 내리며,
"韓信이 죽었으니 陣稀가 맥이 빠져져서, 이제부터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총 공격으로 진희를 철저하게 무찌르기로 하자."
유방이 군사들을 曲陽까지 몰고 와서 대장들에게 새로운 군령을 내린다.
"이제부터 敵에게 총공격을 퍼붓기로 한다. 그에 앞서 번쾌와 王陵은 군사 1 萬 씩을 거느리고 曲陽 북쪽에 매복하고 있다가, 陣稀가 그쪽으로 도망쳐 오거든 벼락같이 들고일어나 진희를 생포하도록하라. 여의치않으면 죽여도 좋다. 그리고 周勃과 周昌은 1 萬 씩 거느리고 그 보다 더 後方에 매복해 있다가, 敵이 쫒겨오면 가차없이 쳐부숴라. 灌영은 번쾌와 王陵, 주발과 주창의 군사들이 모두 포진 하는대로 적진을 정면으로 공격하도록 하라."
다음날, 관영이 敵陣을 향하여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가니, 陣稀가 말을 달려 나오며 큰소리로 외친다.
"한군은 지난날 나에게 크게 패한 바 있거늘,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또 덤벼오는가 ?"
그 말을 듣고 관영이 덤벼들며,
"이 逆賊놈아 ! 잔소리 말고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 "
그러나 호락호락 굴복할 진희가 아니어서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두 맹장이 혈전에 혈전을 거듭하기를 무려 30여 합. 마침내 진희는 북쪽으로 거짓으로 쫒기기 시작하였다. 그쪽에는 유무와 초초가 陣을 치고 있었기에, 관영을 그쪽으로 유인해 갔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陽曲 북쪽으로 달려와 보니 友軍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漢軍에게 매수되어 버린데다가, 韓信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싸울 생각을 포기하고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었다.
진희는 그런 내막도 모르고, 友軍을 찾느라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돌연 숲속에서 번쾌와 王陵의 군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총공격을 해 오는 것이 아닌가 ?
陣稀는 勢不利를 느끼고 번쾌를 우회하여 북서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이번에는 길가에 매복해 있던 周勃과 周昌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
그야말로 진퇴 양난이었다.
그리하여 살아날 길을 찾고 있는데 뒤를 추격해 온 번쾌가 벼락같이 달려들며,
"이놈아 ! 마지막 칼을 받아라 ! "
하고 우뢰와 같은 소리를 지르며 진희에게 덤벼드는 것이었다. 지난 번의 싸움에서는 1: 4 로 겨루어도 밀리지않은 진희였지만 한신이 죽고난 지금은 그때의 陣稀가 아니었다. 사기가 전투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진희는 번쾌와 20 여합을 겨룬 끝에 번쾌의 칼을 맞고 허무하게 쓰러지고만다.
진희가 죽자, 그를 따르던 군사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저마다 무기를 내던지며 두 손을 들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이로써 陣稀의 亂은 완전히 평정한 셈이 되었다.
유방은 크게 기뻐하며 陣稀의 수급을 성문위에 높이 매달아 놓고 백성들을 위무해 준다. 민심을 수습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약삭빠른 유방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유방은 개선군을 거느리고 長安(舊: 咸陽)으로 돌아오니 呂 皇后가 만조 백관들과 더불어 멀리까지 영접을 나왔다.
유방은 축하를 받으며 여 황후에게 물었다.
"韓信이 죽을 때, 어떤 말을 합디까 ?"
여 황후가 대답한다.
"刑吏 들의 말에 따르면, 韓信은 처형되기 직전에 <내가 괴철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오늘 이렇게 죽는구나 !> 하고 개탄했다고 하옵니다."
"蒯徹 ... ? "
蒯徹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기에 유방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蒯徹이라는 자가 도대체 누구냐 ?"
그러나 괴철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방은 대궐로 돌아오자 蒯徹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만조 백관들을 모두 불렀다.
"한신이 처형되기 직전, '蒯徹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이렇게 죽는다'고 개탄했다고 하는데, 蒯徹이라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 누가 아는 분 계시오 ?"
그러자 陸賈가 나서며 아뢴다.
"蒯徹은 본시 齊나라 태생으로, 임기응변이이 능란한 奇人이옵니다. 한신은 지난날 燕나라를 정벌했을 때, 蒯徹 과 친교를 맺게 되었는데, 그때 괴철이 韓信에게 獨立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괴철이 한신에게 謨反을 권고한 이론은 <삼국 분립론>이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오면, 폐하를 위하여 천하를 통일하려고 애쓸 게 아니라, 폐하와 項羽, 그리고 韓信, 이렇게 세 사람이 천하를 三 등분 하여 나눠 갖도록 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韓信은 괴철의 말을 듣지 않고 폐하에게 돌아온지라 蒯徹은 그때부터 미친 사람처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하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렇다면 蒯徹 이라는 사람은 智略이 출중한 賢人이 아니오 ? 陸 大夫는 그 사람을 찾아 나를 만나도록 해줄 수는 없겠소 ?"
陸賈는 머리를 조아리며,
"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오나, 폐하께서 그를 꼭 만나 보고 싶으시다면 사람을 놓아 한번 찾아보도록 하겠사옵니다."
육가는 그날로 부하 10 여 명을 데리고 齊나라로 괴철을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도착한 국경 지방의 군수인 李顯을 만나 蒯徹의 소재를 물어본다.
"괴철은 미친사람 입니다. 그는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언젠가는 집을 제공해 주면서 定着시켜 보려고도 했지만, 그는 그것조차 거절하고, 지금도 구름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괴철이야 말로 어찌할 수 없는 미치광이입니다."
陸賈가 군수에게 다시 말한다.
"나는 皇命에 의해 蒯徹을 찾아 나선 것이오. 그러니 군수는 어떻게 하든지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힘써 주셔야겠소."
李顯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란다.
"황제 폐하께서 그런 미친 사람을 어디에 쓰시려고 陸 大夫를 일부러 보내셨다는 말씀입니까 ? 제가 보기에는 괴철은 아무데도 쓸모없는 미친 사람일 뿐이옵니다."
李顯은 괴철을 어디까지나 미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육가는 미소를 지으며,
"군수는 괴철을 정말 미친 사람으로 알고 계시는 모양이구려. 그러나 蒯徹은 계획적으로 미치광이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지,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하오."
그러자 李顯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엣 ? 蒯徹이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 미치지 않은 사람이 왜 미친 사람 행세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말씀입니까 ?"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 점은 차차 알게 될 것이오. 어쨌든 나는 皇命에 의해 그 사람을 꼭 찾아야만 하니, 군수가 협력을 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관리들과 사람을 놓아 괴철을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蒯徹 은 술에 취하면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떠돌아 다니는 버릇이 있으므로, 어디선가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 입니다."
李顯은 그날부터 관리와 사람들을 사방으로 보내어 괴철을 찾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 옷이 남루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40 代 미치광이 한 사람이 술에 취해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있는 모습이 한 관리에 의해 발견되었다.
물어 보나마나 蒯徹이 틀림없었다.
그는 구슬픈 가락으로 노래를 흥얼대며 거리를 쏘다니고 있었는데,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六國兼倂兮 爲泰所呑 (육국겸병혜 위태소탄)
六國을 병합하여 秦나라가 먹었는데,
內無豪傑兮 罔遺後昆 (내무호걸혜 망유후곤)
나라에 호걸이 없어 뒤를 잇지 못했도다
秦始自失兮 滅絶於楚 (진시자실혜 멸절어초)
秦始皇이 잘못하여 楚나라에 亡하고
楚罔脩政兮 屬之漢君 (초망수정혜 속지한군)
楚나라가 잘못하여 漢王 손에 넘어갔네.
烏江逼項兮 伊誰之力 (오강핍항혜 이수지력)
項羽를 烏江에 몰아칠 때 그 누구의 힘이었나?
下天奇謀兮 豈客獨存 (하천기모혜 기객독존)
천하에 좋은 수가 있었는데 어찌 독립하지 못했을까
乃不自悟兮 尙恩國爵 (내불자오혜 상은국작)
그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여! 작은 감투에 눈이 어두워졌는가.
一朝遭烹兮 禍福無門 (일조조팽혜 화복무문)
하루 아침에 烹 당하니 禍와 福이
끝났구나.
伴狂沈醉兮 且自昏昏 (반광침취혜 차자혼혼)
술에 절어 미친놈 되어 살자하니 세상이 어둡고 어둡도다.
蒯徹은 혼자 울고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