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85
# 列國誌 185
** 漢高祖列傳 17
※ 아! 英雄, 지다
소하는 사공저를 집에서 기다리라 하고, 대궐로 급히 들어가 呂皇后에게 사실대로 告한다. 여 황후는 크게 怒하여,
"皇上께서 원정 길에 오르시기 前, 승상과 나를 은밀히 불러 <한신의 동태를 각별히 감시하라>고 엄명을 내리신 일이 있지 않소 ? 그런데 한신이 진희에게 밀사를 보낼 정도라면 逆賊謨意가 분명하니 승상은 한신을 속히 처치해 주시오."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소하는 그로부터 며칠 후 아무도 모르게 옥중에 갇혀있는 진희와 얼굴이 비슷한 사형수 한 명을 끌어내 목을 잘랐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성루에 걸어놓고 백성들에게 공개하면서,
"皇帝께서는 反亂의 주모자인 陣稀를 완전히 정벌하시고, 그의 수급을 都城으로 보내 오셨다. 이로써 반란은 완전히 제압되었음으로 내일 아침에는 승상부에서 이에 대한 경축식을 거행할 것이니, 만조 백관들은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도록 하시오."
하는 통고문을 모든 군신들에게 돌렸다. 한신에게도 통고문을 보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신은 그 통고문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진희가 이렇게 어이없게 敗亡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하여 경축식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어 稱病하고 집에 있고자 하는데, 소하가 별도의 書札을 특사를 시켜 보내 오는 것이 아닌가 ?
<국가적인 경축 행사이오니 국가의 開國功臣인 장군께서는 필히 참석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폐하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장군께는 특별 포상을 내리시겠다는 기별도 왔으니, 몸이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오늘의 경축 행사에는 꼭 참석을 해주소서.>
<丞相 簫何>
(유방에게는 집사와도 같은 簫何일지 모르지만 한신에게 하는 짓을 보면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인간인 것을..)
韓信은 소하의 편지를 받아보고 우선 마음이 놓였다.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비밀이 탄로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승상 소하는 평소에 자기를 무척 아껴주는 사람이 아닌가 ?
("믿는 나무에 발등 찎힌다"는 옛 속담을 귀담이 들을지어다..)
소하가 이처럼 각별한 정성을 보이는데 끝까지 참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의심을 살 것 같아, 한신은 내실로 들어와 부인에게,
"입궐을 해야 하겠으니 새옷을 내주시오."
소씨 부인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지난 번에 皇帝가 원정을 떠나실 때에도 病을 이유로 전송조차 안 가셨던 양반이,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입궐하시겠다는 것이옵니까 ?"
소씨 부인은 예감이 좋지 않았던지, 남편의 입궐을 적극 만류하면서,
"여 황후가 攝政의 자리에 올랐을 때도 당신은 病을 핑계로 찾아 뵙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왜 갑자기 입궐을 하시겠다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
한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승상이 <오늘 경축 행사에는 꼭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친서를 보내 왔으니, 승상의 체면을 보아서도 아니 갈 수가 없구려! 더구나 황제는 돌아오는 대로 나에게 특별 포상을 내리겠다는 傳旨까지 보내 왔다고 하니, 아무래도 오늘은 입궐해야만 좋을 것 같소."
지혜롭기 그지 없는 韓信도 <특별 포상>이라는 미끼에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일까?
그러나 소씨 부인은 예감이 너무도 좋지않은지 또다시 반대하며,
"저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오늘은 입궐하지 않으셨으면 하옵니다. 당신이 입궐하셔도 여 황후가 별로 반가워하지도 않을 것인데 왜 꼭 입궐하시겠다고 하시옵니까 ?"
한신은 웃으면서 부인을 달랜다.
"呂 皇后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그게 무슨 대수요? 여 황후는 일개 아녀자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오. 그가 나를 감히 아찌하겠소. 황제가 돌아오시면 나는 다시 覆權하게 될것 같은데, 이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소 ?"
한신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을 다시 한 번 휘둘러 보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였다. 그리하여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경축 행사에 참석하고 만다.
이윽고 축하식이 끝나자, 呂 皇后는 內殿으로 들어가며 丞相과 韓信에게 命한다.
"내가 두 분과 긴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승상은 淮陰侯(회음후 : 韓信의 官爵)와 함께 곧 편전으로 들어와 주시오."
한신은 그때까지도 별다른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고 소하와 함께 편전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하여 長樂殿 內門으로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 대문 뒤에 숨어 있던 4~50명의 장사들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한신을 포박해 버리는게 아닌가 ?
韓信은 몸부림을 치며 외쳤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네놈들이 나를 포박하느냐? !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소하는 한신을 굽어보며 추상같이 꾸짖었다.
"장군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계실 것이오 ... 여봐라 ! 황후 마마께서 특별 분부가 계실 것이니, 죄인을 장락전 단하에 꿇어앉혀 놓아라 ! "
승상 소하는 韓信이 믿고 있던 소하가 아니었다. 韓信은 簫何에게 감쪽같이 속은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윽고 한신은 결박을 당한 채 장락전 단하에 꿇어앉히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한때는 千軍 萬馬를 호령하며 유방도 두려워하던 천하의 명장 한신이었다. 유방은 10만 군사를 거느릴 능력밖에 없지만 자신은 군사를 얼마든지 거느릴 능력이 있다는 <多多 益善>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豪彦壯談을 했던 불세출의 명장 韓信이었다.
그와같이 자신 만만했던 한신이기에, 장락전 단하에 결박 당한 채 꿇어앉혀 있는 그의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悔恨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아내가 그처럼 만류했건만 내가 왜 고집을 부려가며 입궐했던가?...!)
(괴철이 三國分立을 그토록 권고했건만, 나는 왜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유방의 그늘로 다시 돌아왔던가...!)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늦었다.
곧이어 여 황후가 대청 마루에 나타나더니, 한신을 굽어 보며 추상같은 호령을 내린다.
"罪人 韓信은 듣거라. 皇上께서는 그대를 극진히 사랑하시어 무명 장수에 지나지 않았던 그대를 元帥로 발탁하시어 軍權을 일임하였으며, 그대의 戰功에 따라 齊王에 封했다가 楚王으로 전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謨反을 기도했던바 황제께서는 雲夢까지 몸소 가셔서 그대를 생포해 오신 일도 있었다. 그때에 그대를 마당히 죽여 버렸어야 옳을진대, 관인 후덕하신 황제께서는 그대를 죽이지 않으셨을 뿐만 아니라, 淮陰侯라는 官爵까지 내려 주셨다. 皇上은 그대를 그처럼 사랑하셨건만, 그대는 皇恩을 배반하고 陣稀와 결탁하여 또다시 모반을 기도하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
여 황후의 질타는 매섭기 그지없었다.
한신으로서는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떤 죄인을 막론하고 자신의 죄를 처음부터 시인하는 사람은 없는 법.
한신은 머리를 들며,
"臣은 陣稀와 결탁하여 모반을 기도한 일이 없사옵니다. 증거가 있다면 보여 주시옵소서."
그러자 여 황후는 한신을 노려보며 다시 꾸짖는다.
"그대가 아무리 죄상을 부인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대는 '胡祥'이라는 심복 부하를 시켜, 陣稀에게 밀서를 보낸 사실이 있지 않느냐 ?"
한신은 끝까지 부인할 생각에서 말한다.
"누구한테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는지는 모르오나, 臣은 陣稀에게 밀서를 보낸 일이 없사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사람의 이름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렇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분명히 밝혀 주리라. 나에게 그 사실을 밀고한 사람은 그대의 심복 부하인 <사공저>였다. 이래도 부인하겠느냐 ?"
한신은 사공저의 밀고로 비밀이 탄로난 것을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그러나 죄상을 부인할 여지는 아직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공저는 밀서의 내용까지는 알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여 황후에게 이렇게 항변한다.
"사공저가 臣의 부하임에는 틀림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그者는 고주망태일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밥먹듯 하기로 유명한 놈이옵니다. 마마께서는 저의 下屬輩가 무책임하게 지껄인 말을 들으시고, 開國功臣인 臣을 어쩌면 이렇게도 가혹하게 다루시옵니까 ?"
그러자 여 황후는 크게 怒하며 별안간 불호령을 지른다.
"이 逆賊놈아 ! 아가리 닥쳐라. 황제께서 진희를 주살하신 뒤에 네가 진희에게 보낸 밀서도 이미 압수하고 계시다. 그 밀서의 내용에 의하면, 진희가 도성으로 쳐들어 오기만 하면 너는 내부에서 들고일어나 한나라를 일거에 뒤집어엎겠다고 했다는데, 네놈은 그래도 죄상을 부인할 생각이냐 ?"
이것은 韓信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소하가 꾸며 낸 거짓 심문이었다. 그러나 한신은 呂后의 입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이 보낸 밀서가 漢帝의 손에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呂后는 韓信의 모반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다.
"여봐라 !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그리고 저놈의 三族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주살하라."
韓信은 刑場으로 끌려가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아!, <三國 分立>을 하라는 괴철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가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구나. 아!, 괴철의 충언을, 괴철의 충언을 ... ! "
天下의 英雄이었던 韓信은 회한의 눈물을 뿌리며 마침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니, 때는 大漢 11년 9월 11일이었다.
韓信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그 순간, 해와 달은 광채를 잃은듯 天地가 갑자기 어두워 지고, 山과 들에는 검은 안개가 짙게 깔리고있었다.
韓信이 주살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모든 백성들과 兵卒들, 그리고 많은 將帥들이 저마다 눈물을 흘리며,
"韓信 장군이야말로 천하를 통일하는데 있어 不滅의 功을 세우신 분인데, 교활한 소하라는 者는 그 점을 생각해서라도 呂 皇后에게 왜 특사를 내리도록 諫言하지 않았는가 ?"
하고 승상 소하를 향하여 "X만도 못한 X"이라고 욕을 퍼부어댔다.
(張良이 그대로 朝廷에 남아있었다면 韓信이 그대로 처형되었을까?
張良은 이미 유방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끝까지 유방의 부름에 고사하였다.)
어쨌거나, 山野를 누비며 千軍萬馬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天下의 名將 韓信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일개 아녀자의 손에 죽었다는 것은 참으로 웃지 못할 비극이었다.
그리고 한신이 주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漢帝 유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짐짓 비통한 듯 가짜 눈물을 뿌리며 이렇게 탄식하였다고한다.
(눈에 침이나 바르고 슬퍼해라. 인간아!)
"아!, 아까운 명장이 죽었구나 ...!
韓信 같은 名將은 前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다시는 나오지 않을것이다... ! "
※ 韓信은 이렇게 갔다. 그러나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1.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보다 모자라다 싶을 때, 그 상사 앞에서는 물론 없는 자리에서도 절대로 잘난채 해서는 안된다.
2.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사또가 떠난 뒤 나팔을 불어서도 않된다.
3. 평소와 다르게 '하지 말라'는 부인의 말을 가볍게 흘려 들어서는 않된다.
4. 예나 지금이나 主公다운 사람을 가려서 모셔야한다.
(* 項羽가 范增의 말만 들었어도 천하의 주인은 겁쟁이, 쪼다, 교활한 유방이 아니라 韓信 范增과 더불어 項羽가 천하를 움켜쥐었을 것이다.)
5. 韓信의 처형 소식을 들은 義弟 辛寄는 官爵을 모두 반납하고 아무도 모르는 먼 신속으로 들어갔다고한다.
<계속>